민트 돔 아래에서 - 송가을 정치부 가다
송경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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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07년 한겨레에 입사한 이후 줄곧 취재 기자로 현장을 뛰고 있는 송경화 작가의 <고도일보 송가을인데요>에 이은 야심작<민트 돔 아래에서>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를 다룬 장편소설이다. 현장 취재기자답게 멀게만 느껴졌던 국회라는 공간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 사회부에서 정치부로

사회부 기자로 특종을 날렸던 송가을은 정치부 말진으로 투입된다. 국회의 100평 남짓한 공간에 30여 개 언론사의 업무 공간이 있는데 국회에 출입이 등록된 기자만 870여 명이라고 하니 국회의원 300명에 비하면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언론사별로 여, 야를 구분해서 반장, 잡진, 말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송가을은 여당 말진. 야당 말진은 입사 동기 기민호였다.

* 주요 취재대상은 정치인들 머릿속

송가을 기자는 핸드폰에 조카가 붙여준 스티커를 붙이고 다닐 정도로 순수하지만, 반장 고석동은 '야마부터'라면서 핵심만 이야기하라고 다그친다. 그래서 형성된 독특한 국회 기자단 모임이 꾸미다. 기자들 네다섯 명의 모임이라는 말로 일본어에서 유래한 말이다. 에이스 꾸미에 속해야 의원과 자주 식사도 하면서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육체노동을 하는 곳에서만 일본어 잔재가 남아 있는 줄 알았는데, 국민의 대표기관이라는 국회의원을 취재하는 기자들도 일본어의 잔재가 여전하다는 것이 서글퍼진다. '업계엔 한글로 순화해야 할 은어가 아직 많았다.'

* 정치는 생물이라고

정치 현장에서 언행일치는 천연기념물에 가깝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방송에서 하는 말과 실제 모습이 다른 것 당연하게 여겨질 정도이다. 특히,정치인들은 그런 모습이 자연스러울 정도이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그런 정치인들의 텅 빈 공약을 믿고 또 속아 넘어가고는 한다. 여당 대표는 노동자를 위한 법안을 발의했지만, 대변인은 의미 없는 법안이라고 하고, 노동계 출신 야당 의원은 법안에 적극 찬성한다고 기자들 앞에서는 공언하지만 모두 진실이 아니다. 정치인에겐 부고 기사 빼고 다 득이라는 말을 실천하는 수단일 뿐이다. 그러다가 입장이 바뀌면 태연하게 '정치는 생물'이라는 헛소리를 지껄인다.

* 늦었지만, 늦지 않았습니다

국회에서 가장 고단한 것은 국회의원이 아니라, 그들을 취재하는 기자와 보좌관 그리고 정당 관계자들이다. 그야말로 극한직업이랄까. 특히, 잘 나가는 정치인을 보좌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검찰 출신 4선 의원 양의철의 보좌진으로 일하면서 개 산책과 아들 과외 등으로 고민하던 박새롬은 그런 행태를 송가을을 통해 폭로했지만, 양의철의 역공으로 궁지에 몰려 투신자살하고 만다. 게다가 양의철은 여당의 대표에 출마해서 유력주자로 부상하게 된다.

모든 조직이 그런 것처럼, 양의철도 내부 입단속을 시키고 그런 내막을 알고 있던 수석 보좌관은 당대표 선거 이틀 전 송가을을 찾는다. "안 되죠. 그런 인간이 당 대표가 되고 대통령까지 노리는 건 말도 안 돼요. 양의철 지지율이 올라갈수록 죄책감은 더 커졌습니다. 그래서 기자님을 찾아간 거예요. 너무 늦었죠?"

"늦었지만, 늦지 않았습니다."

어째서 현실 정치에서는 이렇게 늦게라도 양심의 고백을 하는 경우가 드문지, 아니 그런 양심의 소리를 전달하는 언론의 역할을 찾아보기 힘든지 답답하기만 하다.

* 좋은 기자란

"사람들이 외면하는 이들, 약자들에게 먼저 손 내밀고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는 기자. 난 그게 좋은 기자라고 생각해." 그런 기자를 만나봤으면 좋겠다. 목소리만 크고 자기 주장만 난무하는 언론인들의 모습 속에서 그런 기자의 모습은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

* 사회부, 정치부 그 다음은

현실 정치를 생각하니 답답했지만, 그래도 국회의원, 출입기자, 그리고 보좌진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고도일보 송가을 기자의 다음 행선지에 대한 내용이 기대된다.

"부스 가서 짐 싸고, 내일부터 다른 곳으로 출입해."

"어디로요?"

고석동은 한 박자 숨을 고드더니 또박또박 말했다.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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