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숲속의 소녀들 - 신경학자가 쓴 불가사의한 질병들에 관한 이야기
수잰 오설리번 지음, 서진희 옮김 / 한겨레출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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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아닌 잠이 소녀들에게 학생들에게 전염이 되어 나타난다? 지역적으로 한 지역에서, 혹은 같은 문화권의 아이들에게만 생긴다? 정부의 공식 입국허가가 나면 병이 낫는다? 그래도 그게 병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 불가사의한 일들이 전세계 곳곳에서 일어난다. 질병이 한 사람의 인생 속에서 뭔가 잘못되었다는 말할 수 없는 비극을 대신 드러내 보여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질병이 하나의 색깔처럼, 말하는 언어가 되어 말로 할 수 없는 비극을 표현하면서 소수자, 약자의 고통이 들려주는 현실을 사회적으로 용인하고 풀어가는 과정이 결국 치료의 과정이 된다는, 병과 치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되었다.


“한때 히스테리라 불렸던 병이 지금은 전환장애로, 또 더 최근에는 기능성 신경장애라는 더 적합한 표현으로 불리고 있다. 대부분의 의학 전문 분야에서 ‘심인성(心因性) 이라는 용어는 여전히 심리적인 원인에 기인해 신체증상이 나타난다고 여기는 의료문제를 가리키는데 사용된다. 신경학에서는 ’기능성‘이라는 단어가 점차 ’심인성‘을 대체하고 있다.”


“2018년 나는 스웨덴으로 가서 소피와 같은 아이들의 집을 방문했다. 그리고 작은 공동체들에서 일어나는 집단발병을 보며 사회적 문화적 요소가 어떻게 심인성 장애와 기능성 장애의 발병에 생물적 심리적 영향을 미치는지 이야기할 거리가 정말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러한 집단 발병들은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요소에 확대경을 갖다댄다.”


“집단심인성질환은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한해에도 몇 번씩 일어나며, 서로 그렇게 아무 관련 없는 공동체에도 영향을 준다.”


소녀 놀라를 포함한 스웨덴의 난민 가정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체념 증후군은, 몇 달씩 잠에 빠져들었다가도 망명신청의 긴 과정이 해피하게 정리되면 차차로 낫는다. 니카라과 미스키토인의 그리지시크니스라는 정신이상은 민족 질병같은 것으로 병에 대한 서구적 해석과 달리 자기들만의 영적 믿음과 특수한 치료법이 있다. 


“하지만 왜 니카라과에서는 그리지시크니스이고. 스웨덴에서는 체념증후군이며, 영국에서는 다른 병인 것일까? 질병은 사람들이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패턴화는 행동이다. 어떤 사람이 몸의 변화를 어떻게 해석하고 그에 어떤 반응을 하는지는 사회적 분위기, 자신의 지식, 교육, 질병에 대한 정보접근성, 과거 경험에 따라서 달라진다.”


영국의 국립신경외과 병원에서 신경학과 임상신경생리학 분야 전문의로 재직 중인 저자는 ’질병의 문화모형 신체화‘를 인정하면서, 영국의 누군가는 신체 내면의 느낌에 독감이 걸렸다는 생각에 비타민과 해열진통제를 먹고 눕는반면, 거리상 동떨어진 곳에 사는 다른 누군가는 완전히 다른 원인과 해결책을 따를 것임을 말하고 있다. 또한 모든 행위는 문화적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편두통일 증상이 누군가에게는 뇌종양을 의미하며, 증상에 반응하는 방식은 그 사람의 지식과 경험에서 비롯되어 서구사회에서 배척받는 정신 질병이, 미스키토인에게는 사회적으로 영적 해석을 받아 공동체적인 해결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질병을 대하는 이에게 자신을 미국 사람인지, 니카라과 사람인지, 미스키토인인지를, 누구라고 생각하는지부터 물어보며 그런 식으로 질병 탐사를 전 세계적으로 하고 있다. 심인성 증상에 시간과 함께 달라지는 사회적인 삶의 반영까지 추적하고 있다. 소련의 패망과 관련 있는 카자흐스탄의 그라스노고르스크에서는 여성 타마라의 증상과 같은 수면병이 만연하였는데, 잃어버린 낙원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은 현실의 삶의 어려움만이 발병의 원인이 아니고, 사회 국가적인 신뢰의 깨어짐이 방사능의 독으로 표면화되기도 함을 보여주었다. ’문화의존증후군‘은 어떤 공동체 내에서 더 분명하게 표현할 길 없는 무언가에 대한 비유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심리적인 원인이 의심될 때도 많은 의사들은 ‘스트레스’만으로 질병을 설명하며, 환자를 몰아가기도 하고, 생활고 때문만도 아닌 병을 가지고 주변의 사람들은 그렇게 보기도 한다. 이제는 병의 발달과 진행을 최대한 잘 이해하려면 우선 그 병을 둘러싼 서사부터 둘러보고 살펴보게 될 것 같다. 삶의 어떤 특별한 사건만이 증상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며, 확실한 트마우마만을 쳐다볼 것이 아니라 비유와 언어로 감추어진, 고통과 갈등에 대한 신호로서의 질병으로, 좀더 유려하게 살펴보는 안목을 얻게 된 것 같다. 질병뿐 아니라 모든 사회적 증상과 현상을 문자 그대로 직접적으로 부딪치기보다 다른 의미의 중첩적 해석을 줄 수 있는 너른 마음과 인식을 가지고 대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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