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춘 잉글리시 FORTUNE English 2022.Vol.2
HMG퍼블리싱 편집부 지음 / HMG퍼블리싱(잡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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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 코리아에서 세계경제의 흐름과 영어 공부를 동시에 학습할 수 있는 포춘 잉글리시(FORTUNE English) 창간호가 발행되었다. 1930년에 창간호가 발행된 유서깊은 미국의 경제 매거진으로 미국의 500대 기업을 선정한 포춘 500과 글로벌 포춘 500을 선정해서 발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 포춘 잉글리시 구성

- Step 1 영어 학습 단계 :

미국 포춘지 영어기사의 듣기, 독해, 말하기(핵심문장)연습

- Step 2 심화 학습 단계 :

글로벌 트렌드 및 비즈니스 인사이트 정리, 나의 관점으로 영작

- Step 3 실제 활용 단계 :

[특별부록] Biz 영어, 문법&번역팁, 한영 표현사전을 통해 학습/실생활 활용

* 입체적/쳬계적 학습법

- MP3 오디오 : 포춘지 기사를 MP3로 다운받아 들을 수 있어서 책자로만 보거나 영상으로만 보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장점이 눈에 띈다. 게다가 최신 글로벌 경제 흐름을 파악하는 것은 덤이다. 그런데 영알못 수준에서는 들어도 도통 모르겠으니 이를 어찌할까? 출퇴근 길에 반복해서 듣다보면 듣기 능력은 확실히 향상되는 느낌이다. 들릴 때까지 무한반복 가능하다.


- READING ANALYSIS : 영한대역의 경우에는 영어를 보면서 저절로 한글 번역본으로 눈이 가게 마련이다. 그래서 영어를 배우기가 어려운 것 같다. 포춘 잉글리시는 그런 학습자의 습성을 파악한 듯하다. 일단 첫 장에는 영어 원문만을 배치해서 원어민의 오디오를 들으면서 내용을 유추할 수 있게 했다. 그 다음 장에 다시 영어 원문과 번역문을 배치해서 영알못이 유추한 내용이 얼마나 부정확했는지 확인시켜준다. 갈길이 멀기만 하다.

- KEY EXPRESSIONS : 기사와 관련된 핵심 표현을 예시와 함께 학습할 수 있다. 그런데 영어로 되어 있어서 영알못은 굵은 글씨로 강조하는 표현만 익히기도 벅차다. give way to - 가 - 로 대체되다구나. 암기가 필요하다.

- WORKBOOK : 퀴즈도 있고, 본문 핵심표현 빈칸 채우기, 핵심문장 영작 등으로

제대로 이해했는지를 확인한다.

- AFTER READING : 기사의 핵심내용을 영어로 요약해준다. 그 다음에는 핵심 내용에 대한 나의 견해를 영작으로 작성한다. 아직 그 정도까지는 불가능하다.

* 동영상 수강

영어에 대한 두려움으로 수동적으로 학습하는데 익숙한 영알못의 입장에서는 누군가가 손을 잡고 이끌어 주었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직접 말하고 써봐도 이게 정말 맞는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무언가 허전한 이 느낌을 포춘 잉글리시에서는 벌써 알고 대비하고 있다. 동영상 수강이 가능하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진다. www.fortuneacademy.kr에 가입하면 동영상을 180분 분량의 동영상을 들을 수 있다. 지루하지 않도록 15분 분량의 12강으로 나누어져있다.


동영상은 유료로 운영되는데, 연간 구독을 하면 26% 할인혜택이 주어지니 글로벌 경제와 영어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영어 공부와 동영상 수강을 망설이는 우리 마음을 알고 포춘 잉글리시에서는 회원 가입을 하면 1개월 수강권을 무료 증정하고 있다. 무조건 가입했다.

--- 이제 꾸준한 실천이 문제다. 포춘 잉글리시는 최신 글로벌 경제동향을 파악하면서 영어 공부까지 가능하다는 장점이 돋보인다.

@fortune_english #포춘잉글리시 #비즈니스영어 #리뷰어서평 #프리미엄영어학습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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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파리를 사랑하는가
이재형 지음 / 디이니셔티브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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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건우, 윤정희가 사는 도시, 홍세화 작가가 한 때 택시운전을 했던 도시, 목수정 작가가 프랑스 남자와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면서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도시라고 주장하는 도시로 기억했던 파리. 이재형 작가의 <나는 왜 파리를 사랑하는가>는 예술과 예술가가 살아 숨쉬는 도시였다.

* 이재형의 파리

1996년 프랑스로 건너가 150여 권의 프랑스 작품을 번역하면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재형 작가는 말한다.

'예술은 결코 죽지 않을 것이다. 이 영원불멸할 예술을 삶 속에서 가장 가까이 느낄 수 있는 도시가 파리다. 파리에서 예술은 더는 현실과 유리된 상류층의 장식품이 아니다. 이 '예술의 도시'에서 예술은 모든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삶의 일부다. 소득이 없거나 적은 사람도 대부분의 미술관에 무료로, 혹은 할인된 가격에 입장하여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쓴 유홍준 작가는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라고 했는데, 이재형이 사랑하는 파리는 예술가와 예술작품이 살아서 펄떡펄떡 숨쉬는 살아있는 공간으로 존재한다.

* 오직 걷는자에게만 온전히 보여주는 파리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밤거리를 배회하던 길이 1920년대 예술가들을 만났던 것처럼, 이재형 작가가 걸었던 파리를 통해서 조국 폴라드를 잊지 않았던 소팽과 가스도 전기도 공급되지 않는 세탁선이라는 아틀리에에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던 가난한 예술가 피카소를 만났고 미국에서 건너와 후안 미로, 이사도라 덩컨, 프란츠 카프카 등 수많은 예술가와 교류했던 헤밍웨이를 만났고, 페르라세즈 묘지에서 노래하는 에디트 피아프여전히 여성 팬들의 립스틱 세례를 받고 있는 오스카 와일드를 숨쉴 틈 없이 만날 수 있었다.

* 기차역, 루브르궁, 오렌지 나무 화분 저장소

- 오르세궁과 기차역 : 1800년대 후반부터 1910년대까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오르세 미술관은 원래 나폴레옹 1세 시대에 지어진 오르세궁이 있었다가 기차역이 들어섰고 폐쇄되었던 기차역은 오르세 미술관이 되었다. 오르세 미술관에는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비롯한 수많은 인상파와 후기인사파 작가의 작품들이 빛나고 있다.

- 루브르궁 : 12세기말 영국군을 방어하기 위한 성에서 출발한 루브르궁은 프랑스 혁명 이후인 1793년 루브르 미술관이 되어 기원전 3500년 전부터 1800년대 전반까지의 예술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2019년 기준으로 50만 점 이상의 작품을 보유하고 있으며, '모나리자', '밀로의 비너스', '함무라비 법전' 등 3만 6천 점 가량을 전시하고 있다.

- 오렌지 나무 화분 저장소 : 겨울에 륄르리 공원의 오렌지 나무 화분을 넣어두는 장소였던 오랑주리 미술관은 모네의 '수련' 연작과 유렵의 컬렉션 중에서 가장 화려한 '장 발테르-폴 귀욤 컬렉션'이 전시되어 있다.

--- 일제강점기 우리 문화유산을 지켜냈던 간송 전형필이 1939년에 설립한 간송미술관이 운영난으로 국보 2점을 국외에 반출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경매에 내놓았다는 기사가 기억난다. 궁궐과 화분저장소를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만들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파리와 조선시대 왕궁이었던 경복궁과 청와대를 유적지와 관광명소로 활용하는 우리나라의 모습이 비교가 된다. 청와대를 세계적인 문화, 예술공간으로 재탄생시킨다면 어떨까? 우리는 얼마나 예술을 사랑하는가, 우리의 예술은 상류층의 전유물이 아니고 소득이 없거나 적은 사람도 누릴 수 있을까?

* 모든 장소가 예술인 도시

우리나라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하여 설치된 아케이드가, 파리에서는 1799년에 건설되어서 133미터에 달하는 파노라마 아케이드 등으로 최고의 산책 장소이다. 아베스 광장에 전시된 '사랑해의 벽'은 613개의 타일에 250개 언어로 311개의 "당신을 사랑해"라는 글귀가 있다. 스트라빈스키 광장에는 '스트라빈스기 분수'가 카루셀 공원에는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과 비견되는 '지중해'가 있으며, 1898년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 정면에 선정된 '카스텔 베랑제'는 임대용 아파트였고, 포르트 도핀 지하철역은 아르누보 양식으로 디자인되어 있다. 모든 장소가 예술인 파리에 26년째 살고 있는 이재형 작가는 모든 장소가 예술인 파리를 사랑하지 않을 도리가 없을 것 같다.

--- 모든 장소가 투기의 대상인 서울이 떠오른다. 문화재가 나올 것 같으면 공사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우리의 아픈 현실. 반면에 루브르 미술관에서만 보유하고 있는 50만점의 작품은 도대체 어디에서 온 것인가? 우리나라 문화재를 비롯한 전 세계의 약탈문화재를 돌려주지 않고 있는 프랑스는 99개의 모자를 가진 사람이 1개의 모자를 가진 사람에게서 1개의 모자마저 빼앗아 100개의 모자를 채우려는 것이 아닐가 하는 의문이 든다.

우리가 자랑하고 탐욕하는 도시 서울의 예술을 살아날 수 있을까? 청와대는 청와대 미술관이 될 수 있을까.

#디이니셔티브 #나는왜파리를사랑하는가 #이재형 #스피넬왕자님 #서평단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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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못 산다고 말하는 세상에게 - 시대의 강박에 휩쓸리지 않기 위한 고민들
정지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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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사회>,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등 한국 사회에 대한 비평적 시각을 제시해온 작가이자 문화평론가 정지우의 신작 <내가 잘못 산다고 말하는 세상에게>는 '비난이 일상화'된 세상을 살아가는 훌륭한 지침서다.

* 반박 시 니 말이 맞음

요즘 청년 세대가 자신의 생각을 길게 풀어 쓴 마지막에, '반박 시 니 말이 맞음'이라는 문구를 추가하곤 한다. 이 문구의 뜻은 '나는 내 생각을 적었지만 당신이 반박할 경우 당신 말이 맞는다고 인정하겠다. 그러니까 이건 내 생각일 뿐이고, 나는 당신 말에 재반박할 의사가 없다.'라고 해석할 수 있다. 언뜻 봐서는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할 뿐 상대의 말을 듣지 않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문구에 담겨 있는 진짜 뉘앙스는 그보다 복잡할 수 있다. '내 말이 완벽하다는 뜻은 아니다. 아마 당신이 반박한다면 당신이 더 논리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냥 내 생각은 이렇다는 걸 들어달라'라는 호소의 뉘앙스가 더 강한 것처럼 보인다. 청년 세대가 생각하는 최악의 태도는 내 말만 맞고 네 말은 틀렸다는 사고방식이다. '반박 시 니 말이 맞음'은 내 생각과 네 생각은 둘 중 어느 한쪽만이 옳기보다는 서로 다를 뿐이고, 굳이 그것 때문에 말다툼할 필요도 없다는 '상대주의적' 선언인 셈이다.

--- 세대갈등, 이념갈등, 젠더갈등, 양극화 문제 등 서로 다른 입장만 내세우면서 자신의 목소리만 높이는 우리 현실 속에서 청년 세대의 '반박 시 니 말이 맞음'은 절묘한 문제 해결의 방식일수도 있겠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냉소적인 느낌이 들어서, 진지한 대화는 어려울 것 같다.

* 작가에서 변호사로

작가 생활이라는 건 너무나 불안했다. 내게도 우연이 아닌 현실에 맞게 발 딛게 할 직장이나 자격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 다른 측면으로는 그 무렵 이미 대여섯 권의 인문학 책이라는 걸 쓰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말들이라는 게 아주 현실적이거나 구체적인 이야기는 될 수 없다고 많이 느꼈다. 타자의 고통이나 옳음에 대해서 떠들기만 할 게 아니라 현실을 조금은 바로잡고 내가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었으면 했다.

수험 생활이 끝난 마지막 날, 책들을 쌓아보았는데 천장까지 닿았다. 그래도 한 시절을 보내면서 무언가를 깨닫게 된 것 같기도 하다. 다른 어떤 것보다도 사랑의 가치를, 살아낸다는 것의 절실함을, 그 가운데 손을 잡고 나아가는 사람의 일에 관해 무언가 아주 깊은 것을 배웠다는 생각이 든다.

--- 내가 잘못 산다고 말하는 세상을 살아가려면 책을 천장까지 쌓을 정도의 노력과 절실함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누군가가 잘못 산다고 말한다면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그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갈 뿐이다.

* 선례 없는 사회

근래 우리 사회에서 하나 확실한 것은, 기성세대가 청년 세대를 자신들의 삶에 초대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청년 세대가 기성세대의 삶으로 진입하길 가장 꺼리는 사회다. 반면교사는 너무 많았다. 그러나 내가 도달할 수 있고 실현할 수 있는 삶 중에 닮고 싶은 삶은 너무 없었다.

--- 한국사회의 특징이 어른이 실종된 사회가 아닐까. 어른을 찾아보기도 힘들고 아무도 어른 대접을 해주려고 하지 않는 천박한 사회는 어디로 가는 걸까.

* 빼앗긴 시간은 어디로 갔는가

과거에는 인생을 긴 마라톤으로 보는 비유가 유행하곤 했지만, 요즘 시대 또는 세대의 삶이란 끝없는 단거리 달리기의 연속에 가깝다. 100미터 달리고 나면 또 100미터, 곧바로 또 100미터를 달려야 한다. 그 사이 쉬는 시간이라는 게 있긴 하겠으나 잠깐 숨 돌릴 시간 정도이다.

--- 무엇을 위해서 다들 바쁘게 살아가는지 모르겠다. 일단 나 자신부터 마라톤이 아니라 쉴 틈 없는 달리기를 하고 있는지 이유를 모른다. 그런데도 무작정 달린다.

* 배반당한 시절을 통과할 때

인생에서 나의 믿음과 현실이 불일치하는 일은 수시로 일어난다. 원하는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일, 간절히 붙잡고 싶은 연인이 떠나가는 일, 사업이 잘되지 않거나 시험에서 떨어지는 일들이 인생에 상존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믿음이 배반당하는 시간'을 어떻게 살아낼지에 대한 기술을 익혀야만 한다.

--- 다들 이만하면 괜찮지 않을까 싶었는데 IMF로 삶의 기반이 무너져 내린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이제 숨좀 쉬겠다 싶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로 전 인류가 입에 마스크를 쓰고 살아야했다. 앞으로 또 어떤 배반의 시절이 다가올지 예측할 수도 없다.

다들 '믿음이 배반당하는 시간'을 어떤 기술로 살아가야 할까?

#내가잘못산다고말하는세상에게 #정지우 #한겨레출판 #허니포터4기 #서평단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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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생활들 - 내 나라를 떠나 사는 것의 새로움과 외로움에 대하여 들시리즈 5
이보현 지음 / 꿈꾸는인생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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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을 두던 아이가 법대에 갔다가 악기를 시작했고, 독일, 유럽과 미국에서 10여년 간 해외생활을 하다가 임시 종료하고 잠시 머물고 있는 이보현 작가의 <해외 생활들>은 꿈꾸는 인생 출판사의 5번째 들 시리즈이다.

* 애증하는 외국어들

독일로 유학을 떠난 작가는 학교 수업 첫 시간에 책상에 앉아서 눈물을 쏟아낸다.

'아침에 눈을 뜨면 다시 밤이길, 아직 잠들지 않은 어제의 밤이길 얼마나 바랐는지 모른다.' 한국에서는 슬그머니 피하기라도 하면 되겠지만, 영어도 아니고 독일어 첫 수업을 듣는 작가의 심정이 오죽했을까 싶다. 독일에서 10년을 이어 온 한국인 철학 모임에서 작가 보다 서른 살은 많은, 작가의 엄마보다 더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프랑스어로 쓰인 학술서를 읽는 것을 보고 외국어에 대한 편견을 버리게 된다.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난생처음 보는 꼬부랑 글씨도 읽을 수 있다. 나이 60이 넘엇도 말이다.' 우리 나라에서도 70-80대 어르신들이 뒤늦게 한글을 깨우쳐 창작활동을 하면서 책도 내시는 경우가 있다. 한글을 배울 수 있으면, 외국어도 배울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논리인 것 같다. 외국어 공부를 나이를 핑게로 피하기는 어렵게 되버렸다.

* 코레아너와 아이스 커피

독일의 베트남 레스토랑에서 쌀국수 한 그릇을 주문했을 때, 사장님의 질문 Koreaner?(코레아너?)에 예스라고 대답한 작가에도 돌아온 것은 고수가 산처럼 잔뜩 올려진 쌀국수였다. 사장님의 질문은 Koriander!(코리안더) 즉, 고수였다.

독일 카페에서 아이스 커피를 주문했을 때, 나온 커피는 아이스크림이 올려져있는 뜨거운 커피였다. 독일어로 아이스크림이 아이스(Eis)였던 것이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한국에서는 아이스크림을 줄여서 '아이스'라고 부른다.

독일에서는 화장실에서 양치질을 하지 않는 것, 길을 건널 때 차가 오면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먼저 지나가는 것이 규칙이라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문화는 직접 체험해봐야 생생하게 알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 비 오던 날에 비 오던 날들

힘든 유학생활에 울며겨자먹기로 계약한 방 두칸 짜리 작가의 집에 세들어 살게 된 한국 여학생 두 명의 인터넷 불법 사용과 무책임한 도주는 작가의 유학생활을 무너뜨렸다. 외국에 가면 가장 조심해야 하는 사람들은, 외국인이 아니라 어쩌면 같은 나라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서글퍼진다.

* 마음을 듣는다

독일어가 늘었다고 생각한 시기에 친구의 동료와 소통이 잘 안되었을 때, 그 동료가 말한다. "미안해요. 나는 당신이 말하는 것을 알아들을 수가 없어요." 충격을 받은 작가에게 친구가 건넨 말이 감동적이다.

"누군가는 너의 발음을 알아듣지 못할 수 있어. 하지만 우리는, 나는 알아들어. 친구인 우리는 마음으로 듣나 봐. 귀보다는 마음. 그 마음이 너에게 전해지길 바라."

* 독일 책방 노랑

현재 읽고 좋은 책만 건네는 큐레이션 서점인 김포 책방 노랑을 운영하는 작가는 독일에 돌아가서 '독일어책' 없는 서점을 운영하는 것이 소망이다. 한국어, 영어, 프랑스어, 중국어, 일본어, 아랍어 등의 책을 가져다 두고 창문에는 이렇게 적어 놓을 계획이다. '마음으도 듣는 사람이 있어요.'

현재 우리나라의 재외동포는 75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이주민은 2019년 기준 252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해외생활자들을 읽으면서 우리는 과연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이주민들을 마음으로 듣고 있는지 아니면 반대로 편견과 혐오의 감정으로 눈과 귀를 막고 있는지 자문해본다. 솔직히 부끄러움이 앞선다. 재외동포를 생각하는 것처럼,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이주민들을 대한다면 우리사회가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작가의 바람처럼 독일어책 없는 독일 노랑 책방이 독일에서 운영되었으면 좋겠다. 마찬가지로 한국책 없는 책방 검정, 한국책 없는 책방 흰색 등 다양한 책방이 우리나라에서 운영되어도 좋을 것 같다. 창문에는 이렇게 적혀 있을 것이다. '마음으로 듣는 사람이 있어요.'

#해외생활들 #들시리즈 #이보현 #김포책방노랑 #꿈꾸는인생 #서평단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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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푸어 가족의 가난 탈출기
강은진 지음 / 작아진둥지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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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먹고 살아갈 것이 부족했던 시기에는 보릿고개라고 해서 모두들 허리띠를 졸라맸다고 한다. 오죽하면 밥 먹었냐는 것이 인사말이 되었다. 2020년 대한민국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고,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바뀌었다. 예전에 대통령 선거에서 권영길 후보가 했던 유명한 말이 떠오른다. "살림살이 나아지셨습니까?" 분명히 선진국이 되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양극화 선진국이 된 것 같다. 개인사업자가 너무나 많고 비정규직 노동자도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그 분들은 밥은 먹고 있지만 예전에 비해서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강은진 작가가 지적한 것과 같이 '일하는 자의 가난은 개인이 아니라 사회 구조의 산물이다.

강은진 작가는 15년차 직장인으로 청소 노동자, 퀵 서비스 기사, 오토바이 배달 등 3대 가족의 노동 이야기를 고해성사하는 심정으로 기록했다.

* 아빠 강영수의 63년 노동사

11살부터 일을 시작한 아빠는 가방 공장 노동자에서 가방 공장 사장까지 나름의 성공을 이루었지만 IMF 외환위기로 속절없이 무너지고 만다. 그 후 50세부터 72세까지 오토바이 퀵 서비스 기사로 일했다. 63년 간 노동을 했는데 가방 공장 사장, 도소매업 가게 사장으로 일했던 20년을 제외하고는 힘든 시기를 보냈다. 특히, 노동의 마지막이 퀵 서비스 기사였다는 점이 마음 아프다. 지금도 거리를 지나다보면 수많은 오토바이가 도로를 질주하고 있는 것을 자주 본다. 젊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오토바이 하나에 생계를 걸고 있을 가장들은 어떤 심정일까.

'퀵 서비스한 지 4-5년 정도 되었을 때, 아빠는 디스크 판정을 받고 수술했다. 그 후 한쪽 다리를 전다. 또 아빠는 오토바이 퀵 서비스를 하며 수없이 교통사고가 났다. 입원할 정도의 사고도 2-3년에 한 번꼴로 있었다.'

  • 언젠가 아빠가 고령으로 더 이상 엄마를 돌볼 수 없게 되면, 우리(자식)들은 늙고 병든 엄마와 아빠를 돌보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하거나, 지금 하는 일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가난한 자의 삶은 가시밭이 아니라 지뢰밭이다.

* 엄마

가정주부였던 엄마는 아빠의 부도 이후에 청소 노동을 시작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출근해서 오후 3-4시에 퇴근하는 일이었다. 청소 노동을 한 지 2년 정도 지났을 때, 엄마는 일하던 회사 건물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되었다. 엄마가 55살때였다. 큰 수술을 했고, 3년간 병원에서 지냈다. 엄마는 후유증으로 오른쪽이 마비되어 거동이 어렵고 말을 못 한다. 언니가 12년간 엄마 아빠와 함께 살며 간호하고 살림했다. 현재는 아빠가 엄마를 돌보고 있다.

노동자가 아프고 병이 나면 회사나 국가가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결국에는 그 가족이 온전히 책임을 떠앉아야 하는 구조를 어떻게 해야 할까?

* 워킹푸어 가족의 가난 탈출기

노동자의 해피엔딩은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이 아니다.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고, 노동자가 안전하고 즐겁게 일하는 것이다.

노동자는 동정과 연민의 대상이 아니다. 노동자는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며, 존경과 애정을 표해야 한다. 노동은 인간의 의무이자 권리이다.

-- 부동산 소득, 주식 투자 등으로 불로소득자가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세상에서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어렵고 힘든 일들은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의 노동자들을 저임금으로 착취하는 구조를 바꿀 수 있을까?

가난이 부끄럽지 않은 사회, 가난 때문에 불행해지지 않는 국가는 요원하기만 하다.

#워킹푸어가족의가난탈출기 #작아진둥지 #강은진 #서평단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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