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푸어 가족의 가난 탈출기
강은진 지음 / 작아진둥지 / 2022년 6월
평점 :
절판


먹고 살아갈 것이 부족했던 시기에는 보릿고개라고 해서 모두들 허리띠를 졸라맸다고 한다. 오죽하면 밥 먹었냐는 것이 인사말이 되었다. 2020년 대한민국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고,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바뀌었다. 예전에 대통령 선거에서 권영길 후보가 했던 유명한 말이 떠오른다. "살림살이 나아지셨습니까?" 분명히 선진국이 되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양극화 선진국이 된 것 같다. 개인사업자가 너무나 많고 비정규직 노동자도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그 분들은 밥은 먹고 있지만 예전에 비해서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강은진 작가가 지적한 것과 같이 '일하는 자의 가난은 개인이 아니라 사회 구조의 산물이다.

강은진 작가는 15년차 직장인으로 청소 노동자, 퀵 서비스 기사, 오토바이 배달 등 3대 가족의 노동 이야기를 고해성사하는 심정으로 기록했다.

* 아빠 강영수의 63년 노동사

11살부터 일을 시작한 아빠는 가방 공장 노동자에서 가방 공장 사장까지 나름의 성공을 이루었지만 IMF 외환위기로 속절없이 무너지고 만다. 그 후 50세부터 72세까지 오토바이 퀵 서비스 기사로 일했다. 63년 간 노동을 했는데 가방 공장 사장, 도소매업 가게 사장으로 일했던 20년을 제외하고는 힘든 시기를 보냈다. 특히, 노동의 마지막이 퀵 서비스 기사였다는 점이 마음 아프다. 지금도 거리를 지나다보면 수많은 오토바이가 도로를 질주하고 있는 것을 자주 본다. 젊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오토바이 하나에 생계를 걸고 있을 가장들은 어떤 심정일까.

'퀵 서비스한 지 4-5년 정도 되었을 때, 아빠는 디스크 판정을 받고 수술했다. 그 후 한쪽 다리를 전다. 또 아빠는 오토바이 퀵 서비스를 하며 수없이 교통사고가 났다. 입원할 정도의 사고도 2-3년에 한 번꼴로 있었다.'

  • 언젠가 아빠가 고령으로 더 이상 엄마를 돌볼 수 없게 되면, 우리(자식)들은 늙고 병든 엄마와 아빠를 돌보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하거나, 지금 하는 일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가난한 자의 삶은 가시밭이 아니라 지뢰밭이다.

* 엄마

가정주부였던 엄마는 아빠의 부도 이후에 청소 노동을 시작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출근해서 오후 3-4시에 퇴근하는 일이었다. 청소 노동을 한 지 2년 정도 지났을 때, 엄마는 일하던 회사 건물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되었다. 엄마가 55살때였다. 큰 수술을 했고, 3년간 병원에서 지냈다. 엄마는 후유증으로 오른쪽이 마비되어 거동이 어렵고 말을 못 한다. 언니가 12년간 엄마 아빠와 함께 살며 간호하고 살림했다. 현재는 아빠가 엄마를 돌보고 있다.

노동자가 아프고 병이 나면 회사나 국가가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결국에는 그 가족이 온전히 책임을 떠앉아야 하는 구조를 어떻게 해야 할까?

* 워킹푸어 가족의 가난 탈출기

노동자의 해피엔딩은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이 아니다.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고, 노동자가 안전하고 즐겁게 일하는 것이다.

노동자는 동정과 연민의 대상이 아니다. 노동자는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며, 존경과 애정을 표해야 한다. 노동은 인간의 의무이자 권리이다.

-- 부동산 소득, 주식 투자 등으로 불로소득자가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세상에서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어렵고 힘든 일들은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의 노동자들을 저임금으로 착취하는 구조를 바꿀 수 있을까?

가난이 부끄럽지 않은 사회, 가난 때문에 불행해지지 않는 국가는 요원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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