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생활들 - 내 나라를 떠나 사는 것의 새로움과 외로움에 대하여 들시리즈 5
이보현 지음 / 꿈꾸는인생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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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을 두던 아이가 법대에 갔다가 악기를 시작했고, 독일, 유럽과 미국에서 10여년 간 해외생활을 하다가 임시 종료하고 잠시 머물고 있는 이보현 작가의 <해외 생활들>은 꿈꾸는 인생 출판사의 5번째 들 시리즈이다.

* 애증하는 외국어들

독일로 유학을 떠난 작가는 학교 수업 첫 시간에 책상에 앉아서 눈물을 쏟아낸다.

'아침에 눈을 뜨면 다시 밤이길, 아직 잠들지 않은 어제의 밤이길 얼마나 바랐는지 모른다.' 한국에서는 슬그머니 피하기라도 하면 되겠지만, 영어도 아니고 독일어 첫 수업을 듣는 작가의 심정이 오죽했을까 싶다. 독일에서 10년을 이어 온 한국인 철학 모임에서 작가 보다 서른 살은 많은, 작가의 엄마보다 더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프랑스어로 쓰인 학술서를 읽는 것을 보고 외국어에 대한 편견을 버리게 된다.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난생처음 보는 꼬부랑 글씨도 읽을 수 있다. 나이 60이 넘엇도 말이다.' 우리 나라에서도 70-80대 어르신들이 뒤늦게 한글을 깨우쳐 창작활동을 하면서 책도 내시는 경우가 있다. 한글을 배울 수 있으면, 외국어도 배울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논리인 것 같다. 외국어 공부를 나이를 핑게로 피하기는 어렵게 되버렸다.

* 코레아너와 아이스 커피

독일의 베트남 레스토랑에서 쌀국수 한 그릇을 주문했을 때, 사장님의 질문 Koreaner?(코레아너?)에 예스라고 대답한 작가에도 돌아온 것은 고수가 산처럼 잔뜩 올려진 쌀국수였다. 사장님의 질문은 Koriander!(코리안더) 즉, 고수였다.

독일 카페에서 아이스 커피를 주문했을 때, 나온 커피는 아이스크림이 올려져있는 뜨거운 커피였다. 독일어로 아이스크림이 아이스(Eis)였던 것이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한국에서는 아이스크림을 줄여서 '아이스'라고 부른다.

독일에서는 화장실에서 양치질을 하지 않는 것, 길을 건널 때 차가 오면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먼저 지나가는 것이 규칙이라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문화는 직접 체험해봐야 생생하게 알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 비 오던 날에 비 오던 날들

힘든 유학생활에 울며겨자먹기로 계약한 방 두칸 짜리 작가의 집에 세들어 살게 된 한국 여학생 두 명의 인터넷 불법 사용과 무책임한 도주는 작가의 유학생활을 무너뜨렸다. 외국에 가면 가장 조심해야 하는 사람들은, 외국인이 아니라 어쩌면 같은 나라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서글퍼진다.

* 마음을 듣는다

독일어가 늘었다고 생각한 시기에 친구의 동료와 소통이 잘 안되었을 때, 그 동료가 말한다. "미안해요. 나는 당신이 말하는 것을 알아들을 수가 없어요." 충격을 받은 작가에게 친구가 건넨 말이 감동적이다.

"누군가는 너의 발음을 알아듣지 못할 수 있어. 하지만 우리는, 나는 알아들어. 친구인 우리는 마음으로 듣나 봐. 귀보다는 마음. 그 마음이 너에게 전해지길 바라."

* 독일 책방 노랑

현재 읽고 좋은 책만 건네는 큐레이션 서점인 김포 책방 노랑을 운영하는 작가는 독일에 돌아가서 '독일어책' 없는 서점을 운영하는 것이 소망이다. 한국어, 영어, 프랑스어, 중국어, 일본어, 아랍어 등의 책을 가져다 두고 창문에는 이렇게 적어 놓을 계획이다. '마음으도 듣는 사람이 있어요.'

현재 우리나라의 재외동포는 75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이주민은 2019년 기준 252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해외생활자들을 읽으면서 우리는 과연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이주민들을 마음으로 듣고 있는지 아니면 반대로 편견과 혐오의 감정으로 눈과 귀를 막고 있는지 자문해본다. 솔직히 부끄러움이 앞선다. 재외동포를 생각하는 것처럼,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이주민들을 대한다면 우리사회가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작가의 바람처럼 독일어책 없는 독일 노랑 책방이 독일에서 운영되었으면 좋겠다. 마찬가지로 한국책 없는 책방 검정, 한국책 없는 책방 흰색 등 다양한 책방이 우리나라에서 운영되어도 좋을 것 같다. 창문에는 이렇게 적혀 있을 것이다. '마음으로 듣는 사람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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