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파리를 사랑하는가
이재형 지음 / 디이니셔티브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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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건우, 윤정희가 사는 도시, 홍세화 작가가 한 때 택시운전을 했던 도시, 목수정 작가가 프랑스 남자와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면서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도시라고 주장하는 도시로 기억했던 파리. 이재형 작가의 <나는 왜 파리를 사랑하는가>는 예술과 예술가가 살아 숨쉬는 도시였다.

* 이재형의 파리

1996년 프랑스로 건너가 150여 권의 프랑스 작품을 번역하면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재형 작가는 말한다.

'예술은 결코 죽지 않을 것이다. 이 영원불멸할 예술을 삶 속에서 가장 가까이 느낄 수 있는 도시가 파리다. 파리에서 예술은 더는 현실과 유리된 상류층의 장식품이 아니다. 이 '예술의 도시'에서 예술은 모든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삶의 일부다. 소득이 없거나 적은 사람도 대부분의 미술관에 무료로, 혹은 할인된 가격에 입장하여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쓴 유홍준 작가는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라고 했는데, 이재형이 사랑하는 파리는 예술가와 예술작품이 살아서 펄떡펄떡 숨쉬는 살아있는 공간으로 존재한다.

* 오직 걷는자에게만 온전히 보여주는 파리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밤거리를 배회하던 길이 1920년대 예술가들을 만났던 것처럼, 이재형 작가가 걸었던 파리를 통해서 조국 폴라드를 잊지 않았던 소팽과 가스도 전기도 공급되지 않는 세탁선이라는 아틀리에에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던 가난한 예술가 피카소를 만났고 미국에서 건너와 후안 미로, 이사도라 덩컨, 프란츠 카프카 등 수많은 예술가와 교류했던 헤밍웨이를 만났고, 페르라세즈 묘지에서 노래하는 에디트 피아프여전히 여성 팬들의 립스틱 세례를 받고 있는 오스카 와일드를 숨쉴 틈 없이 만날 수 있었다.

* 기차역, 루브르궁, 오렌지 나무 화분 저장소

- 오르세궁과 기차역 : 1800년대 후반부터 1910년대까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오르세 미술관은 원래 나폴레옹 1세 시대에 지어진 오르세궁이 있었다가 기차역이 들어섰고 폐쇄되었던 기차역은 오르세 미술관이 되었다. 오르세 미술관에는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비롯한 수많은 인상파와 후기인사파 작가의 작품들이 빛나고 있다.

- 루브르궁 : 12세기말 영국군을 방어하기 위한 성에서 출발한 루브르궁은 프랑스 혁명 이후인 1793년 루브르 미술관이 되어 기원전 3500년 전부터 1800년대 전반까지의 예술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2019년 기준으로 50만 점 이상의 작품을 보유하고 있으며, '모나리자', '밀로의 비너스', '함무라비 법전' 등 3만 6천 점 가량을 전시하고 있다.

- 오렌지 나무 화분 저장소 : 겨울에 륄르리 공원의 오렌지 나무 화분을 넣어두는 장소였던 오랑주리 미술관은 모네의 '수련' 연작과 유렵의 컬렉션 중에서 가장 화려한 '장 발테르-폴 귀욤 컬렉션'이 전시되어 있다.

--- 일제강점기 우리 문화유산을 지켜냈던 간송 전형필이 1939년에 설립한 간송미술관이 운영난으로 국보 2점을 국외에 반출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경매에 내놓았다는 기사가 기억난다. 궁궐과 화분저장소를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만들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파리와 조선시대 왕궁이었던 경복궁과 청와대를 유적지와 관광명소로 활용하는 우리나라의 모습이 비교가 된다. 청와대를 세계적인 문화, 예술공간으로 재탄생시킨다면 어떨까? 우리는 얼마나 예술을 사랑하는가, 우리의 예술은 상류층의 전유물이 아니고 소득이 없거나 적은 사람도 누릴 수 있을까?

* 모든 장소가 예술인 도시

우리나라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하여 설치된 아케이드가, 파리에서는 1799년에 건설되어서 133미터에 달하는 파노라마 아케이드 등으로 최고의 산책 장소이다. 아베스 광장에 전시된 '사랑해의 벽'은 613개의 타일에 250개 언어로 311개의 "당신을 사랑해"라는 글귀가 있다. 스트라빈스키 광장에는 '스트라빈스기 분수'가 카루셀 공원에는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과 비견되는 '지중해'가 있으며, 1898년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 정면에 선정된 '카스텔 베랑제'는 임대용 아파트였고, 포르트 도핀 지하철역은 아르누보 양식으로 디자인되어 있다. 모든 장소가 예술인 파리에 26년째 살고 있는 이재형 작가는 모든 장소가 예술인 파리를 사랑하지 않을 도리가 없을 것 같다.

--- 모든 장소가 투기의 대상인 서울이 떠오른다. 문화재가 나올 것 같으면 공사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우리의 아픈 현실. 반면에 루브르 미술관에서만 보유하고 있는 50만점의 작품은 도대체 어디에서 온 것인가? 우리나라 문화재를 비롯한 전 세계의 약탈문화재를 돌려주지 않고 있는 프랑스는 99개의 모자를 가진 사람이 1개의 모자를 가진 사람에게서 1개의 모자마저 빼앗아 100개의 모자를 채우려는 것이 아닐가 하는 의문이 든다.

우리가 자랑하고 탐욕하는 도시 서울의 예술을 살아날 수 있을까? 청와대는 청와대 미술관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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