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를 디자인하라
유영만.박용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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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유영만 교수는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초·중학교를 다니다 국비로 운영되는 한국전력이 운영하는 특성화 공고에 갔다. 거기서 전기용접을 전공으로 선택해 몸으로 용접기술을 배우고, 그분야 용어를 배우며, 그만의 특이한 언어세계의 변이를 배워간다.



“계절에 따라 정반대의 스펙트럼에서, 용접은 나의 청춘을 불태웠던 뜨거운 원망이자 분노의 상징이다.”


그러다 우연히 고시공부를 시작하게 되었고, 다시 성적에 맞춰 대학에 가서 사법이 아니라 교육공학과를 전공하게 되면서 교육언어를 물들어 간다. 


“교육을 통해 사람과 세상을 바꾸는 일이 얼마나 가치있는 일인지를 몸으로 깨닫게 되었다.”


나만의 주체적인 언어가 있는가?

“언어는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는 상징이다. 그가 누구인지를 아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 가장 쉽고 정확한 방법이 언어로 판별하는 것이다. 

자기언어를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말을 듣거나 책을 읽고 나서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생각하고 재해석한다.” 


내가 아는 언어만큼 내 세계가 열린다

나는 내가 사용하는 언어다. “언어는 존재의 집‘ 이라고 표현한 하이데거의 말처럼, 언어는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자세이자 태도이고, 그러므로 시선의 높이와 관점을 결정한다. 그뿐 아니라 사유하는 방식까지 결정한다. 언어를 잘 디자인하고 언어력을 갈고 다듬어야하는 이유다. 


<죽기 전에 만들어야할 7가지 개념사전>

1. 신념사전 

- 하루에 3개씩 나만의 개념을 써보자

” 용기 : 내가 살아가는 삶을 어제와 다르게 바꿔 나가는 작은 발걸음 “

한계 : 한계는 한 게 없는 사람들의 핑계

독서 : 메시지로 어루만져주는 애무나 책과 사랑에 빠지는 연애

2. 관점사전

” 세상을 다르게 보는 방법 중 하나는 본질에 더 가깝게 다가서는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그 질문은 핵심을 파고들어 남이 만든 수많은 개념을 나의 관점으로 재정의하도록 돕는다. 세상은 내가 정의하지 않으면 남이 내린 정의에 갇혀 살 수밖에 없다. 내가 내린 나의 정의는 내 사고의 핵심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 고깃집 간판의 글귀 ’사는 건 어차피 고기서 고가다.‘ 생맥주집 간판의 ’그 자식 씹고 싶을 때 노가리‘는 인생사 희로애락과 어렵고 힘든 일을 같이 풀어보자는 위로가 담겨있다.’망각을 줄이고 추억을 늘리는 방법‘을 카피로한 수첩광고, ’미흔은 두 번째 스무살‘이라는 백화점 광고에도 독특한 관점이 엿보인다.”


3. 연상사전

“모든 생각은 연상이다. ’아파트‘라고 하면 어떤 사람은 가수 윤수일의 노래가 떠오를 것이고 또 어떤 사람은 평수, 위치, 시세 등이 연상될 것이다.”


“ 시인의 상상력은 책상에서 나오지 않는다. 춥고 배고팠던 기억, 힘들고 아팠던 추억, 견디기 어려운 슬픔이 서린 지난 체험에서 시적 영감이 나온다. 용접하면서 철판에 구멍을 뚫어본 경험이 철판과 보름달을 연결하게 했듯이, 체험적 상상력은 창조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4. 감성사전

“감성사전을 잘 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시인들을 따라해보는 것이다. 똑같은 현상이나 사물도 시인의 눈으로 본다. 그러면 다르게 보이고 다른 것이 보인다. 


당장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삼행시 쓰기를 추천한다.” 


5. 은유사전

“나는 ’사랑은 양초‘라고 하고, 너는 ’사랑은 빗물‘이라고 한다. 그러면 나와 너는 사랑에 대한 생각과 행동이 다르다. 이처럼 어떤 은유를 하느냐에 따라 생각과 행동이 결정된다. 그러므로 무언가에 대한 사유를 바꾸려면 그것에 대한 은유를 바꾸면 된다.”


“은유는 다리다.”


6. 어원사전

“단어를 쪼개야 숨은 의미가 보인다. 나이를 먹을수록 너그러워진다고 한다. ’너그러워진다‘도 내가 만났던 수많은 ’네가 그리워진다‘ 는 의미다. 그리움은 기다림속에서 잉태되고 자란다. 저마다의 삶에서 마주쳤던 소중한 추억들이 시간과 함께 한 장의 추억으로 기록되며 추억은 다시 그리움으로 환생한다.


7. 가치사전

”미국의 철학자 리처드 로티는 ’마지막 어휘‘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마지막 어휘‘는 우리가 자신의 행동과 신념, 그리고 삶을 정당화시키는데 필요한 단어다. 로티교수에 따르면, 부처님은 자비, 공자는 인, 플라톤은 이데아, 샤르트르는 실존, 스피노자는 코나투스, 니체는 아모르파티, 라캉은 욕망, 비트겐슈타인은 언어가 ’마지막 어휘‘라고 한다. 


저마다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는 한 단어, 죽음과도 맞바꿀 수 있을 만큼 자신의 삶에 중요한 단어다. 마지막 어휘는 지금 여기의 삶에 머무르지 않고 더 숭고한 삶, 자아를 넘어 타자와 공동체로 연결되는 삶을 꿈꾸게 만든다. “


그랜드피아노를 집안으로 들여놓고 싶다면

”새로운 앎은 언제나 깊은 상처 위에 생긴다. 건물의 구조 변혁없이 그랜드 피아노가 집으로 들어갈 수 없듯이, 기존 사유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전복시켜야 우리는 색다른 개념을 수용하거나 창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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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피컬 나이트
조예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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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시프트>를 쓴 조예은 작가의 <트로피컬 나이트(tropacal Night)>는 기괴하고 난해하다. 마치 이 세상이 아닌 듯 하지만, 또한 이 세상과 무관한 무엇이 느껴진다. 표지 이면에 쓴 작가의 '나쁜 꿈을 끌어아는 밤을 찾아서...'란 서명을 읽으면서 막연하게 작가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 할로우 키즈

재이는 유치원에서 유령 같은 존재였다. 희미무례한 원복을 입고 늦은 시간까지 오지 않는 부모님을 기다리며 유치원을 맴도는... 유치원 교사 입장에서는 어른도 짜증날 정도의 상황에서 아이가 가만히 있다는 것이 그리 좋은 것은 아니라고 느끼면서, 그 지루한 시간을 제이는 무슨 생각을 하면 견뎠을까 의아해한다. 핼러윈 행사 공연에서 뜻밖에 주인공 드라큘라를 하겠다고 손을 들었지만, 유치원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부녀회장의 아들에게 밀려 결국 드라큘라 뒤에서 배경처럼 몸을 흔드는 유령 역할을 맡은 제이는 행사 당일 부모님도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유령 역할을 마치고 인사를 하다가 유령처럼 사라져버린다.

--- 끔찍한 상상이다. 유치원에서도 공연에서도 유령처럼 존재하던 제이가 결국 유령이 되어 사라져버린다는 상상. 제이의 부모는 제이를 키위기 위해서 직장에서 늦게까지 일하고 할로윈 공연에도 불참한다. 유령처럼 보이지 않는 부모와 유령이 된 제이. 가슴이 답답하다.

* 고기와 석류

가장 기괴한 작품이다. 남편을 잃은 옥주가 사람이지 짐승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석류를 집안으로 들여놓은 이유는 자신이 죽었을 때, 고기를 먹는 석류가 자신의 육체를 발라 먹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석류의 양분이 되어 이해 불가능한 죽음으로 남을지언정 외롭게 죽지는 않을 것이다.'는 옥주의 마지막 목표가 너무 낯설다. 사람이 얼마나 외로우면 그렇게까지 자신을 내어주면서 마지막을 맞이하려고 할까. 끔찍한 상상이다. 이런 꿈은 어떻게 끌어안아야 할까. 도무지 답을 못 찾겠다.

* 새해엔 쿠스쿠스

<트로피컬 나이트>에 나오는 8편의 작품 중에서 드물게 한 줄기 희망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어머니의 성화에 못이겨 살아온 유리는 어느 날 직장인 학교를 그만두고 집안에 틀어박혀 있다. 반면 어렸을 때부터 유리와 비교 대상이 되었던 모범생 연우 언니는 결혼식을 앞두고 사라져버린다. 어렸을 때 둘은 모로코의 사막과 새헤에 대한 TV 다큐를 보면서 '쿠스쿠스'를 먹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런데 유리에게 도착한 낯선 메시지에서 모로코 사막과 쿠스쿠스가 떠오른다.

[쿠스쿠스. 내가 먼저 먹었어.]

[별로 맛은 없다. 밍밍해.]

그리고 잠깐의 침묵 후에, 언니는 물었다.

[너도 먹으로 올래?]

나는 수십 번의 계산과 고민 끝에 수백 번 썼다가 지우고를 반복한 답장을 비로소 전송했다.

[응. 갈게]

[가장 작은 신]

미세 먼지가 세상을 장악한 이후 수안은 2년 동안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필요한 것들을 택배로 주문하면서 생활하고 있다. 그런 수안에게 기억조차 희미한 고등학교 동창생 미주가 방문한다. 이런저런 피치못할 핑게를 대면서 접근하는 미주를 받아들인 수안은 매일 찾아오는 미주를 기다리게 된다. 그러나 미주는 부진한 영업실적을 만회하기 위한 목적으로 수안에게 접근했던 것이었고, 이를 눈치챈 수안이지만 어느 정도는 용납하면서 외루움을 이겨낸다. 수안은 자신을 등쳐먹기 위해서라도 매일 찾아오는 미주가 중요하다고 느껴진다. 집안에만 틀어박혀 너무도 순순히 동의서에 서명해주는 수안에게 미주는 차마 구렁텅이로 몰아넣을 것이 확실시되는 여구 회원 가입 동의서를 내밀지 못하고 실적 부진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 그 순간에 수안은 집을 나와서 미주를 구해낸다.

'문을 열고 나오자, 평소보다 아주 약간 맑은 하늘이 그들을 반겼다. 먼지바람은 한동안 불지 않았다.'

--- 악몽을 꾸면서 우리는 키가 크기도 하고 의식이 성장하기도 한다고 믿는다. 정말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 작품에 나오는 상상들은 끔찍하기만 하다. 부모의 부재(할로위 키즈)로 유령처럼 사라져버린 재이의 고통 만큼이나 부모의 지나친 간섭(새해엔 쿠스쿠스)으로 삶이 무너져버린 유리와 연우의 삶도 험난하기는 마찬가지다. 게다가 방독면을 쓰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먼지 세상이 도래한다니(가장 작은 신) 상상만으로도 감당하기 힘들다.

끔찍한 악몽을 꿈구면서 성장해 나가는 것이 어린 시절의 세계와, 더 이상 악몽을 꾸지 않지만 현실이 악몽 같은 어른들의 세계 중에서 어떤 세상이 더 끔찍할까? 어린 시절의 악몽을 부모님 품에 안겨서 잊어버리는 것처럼, 악몽 같은 어른들의 세상은 누가 품어줄 수 있을까?

#트로피컬나이트 #조예은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4기_트로피컬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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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면 나와 결혼할까? - 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나를 응원해
후이 지음, 최인애 옮김 / 미디어숲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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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30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작가 후이의 <나라면 나와 결혼할까>는 제목이 도발적이다. 제목에 대한 내 대답은 정해져 있다.


* 알록달록한 풍선

어느 저녁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손에 알록달록한 풍선을 한가득 안은 어르신과 마주쳤다.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손주 주실 선물인가 봐요?"

어르신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아내에게 주려고요."

예상치 못한 대답에 내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어르신의 주름진 얼굴에 쑥쓰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부끄럽지만, 아내가 좋아하거든요."


* 참을 수 없어서 터져나오는 사랑

여덟 살 흑인 남자아이를 입양한 미국인 부부 이야기. 주변의 걱정어린 시선에 부부는 이렇게 생각했다. "사랑하는 법을 몰라도 괜찮아. 우리가 먼저 사랑하면 되니까." 마음을 주면서 대가를 바라지도, 서운해 하지도 말자. 그저 참을 수 없어서 터져 나오는 사랑일 뿐이니까. 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법이다.


* 정분과 본분

일흔이 다 되어 가는 나이에 손녀딸을 훌륭하게 키워낸 할머니는 주변에서 받은 도움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물론 많은 사람이 도와준 건 맞지. 하지만 나 역시 평생 도움받은 걸 기억하고 감사하며 보답할 거여. 그리고 결국 나를 가장 많이 도운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니여, 바로 나 자신이여. 다른 사람이 나를 도와주는 건 정분이고, 내가 나를 돕는 건 본분이여."


* 진짜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은 없다

지진 피해를 입은 이재민의 심리치료를 해 온 정신과 의사를 인터뷰한 저자는 지쳐 보이는 의사에게 질문한다. "실례되는 말씀일 수도 있는데 환자 상담하실 때랑 너무 다르셔서 좀 놀랐어요."

"솔직히 말하면 돌아온 이후로 내내 이 상태예요. 사실 정신과 의사라고 다른 사람보다 부정적인 감정을 덜 느끼는 건 아닙니다. 몇 달 동안 수많은 피와 죽음을 보고, 절망에 찬 울음소리를 들었는데 멀쩡할 리가 있겠어요. 저도 사람인데요. 의사는 환자에게 반드시 괜찮아질 것이라는 확신과 희망, 힘을 줘야 하기 때문이죠."

진짜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은 없다. 다만 죽어라 버티는 사람만 있을 뿐.


* 삶은 단순하지 않다

친구들과 나서 대초원 일대 여행에서 추위로 인해 생사의 기로에 처했을 때, 그들 일행을 버리고 달아났던 자동차가 다시 나타나서 일행을 위기에서 구해주는 경험을 깨닫는다. '삶은 단순하지 않다. 가장 나쁜 인연이 위기에 빠진 나를 구하는 동아줄이 되어 나타날 수도 있다.'


--- 세상은 그리고 우리의 삶은 단순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용기를 내는 것은 참을 수 없어서 터져 나오는 사랑 때문이 아닐까?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이 내 감정에 진짜 공감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죽어라 버티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가장 나쁜 인연이 나를 구하는 동아줄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할 것 같지만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나라면 누구와 결혼할까? 어쩌면 누구와 결혼하더라도 알록달록한 풍선을 한가득 받기도 하겠지만, 때로는 가장 나쁜 인연이라고 원망할지도 모른다. 다만 바라는 것은 그 모든 순간들을 함께 하면서 먼저 사랑하고, 마음을 주면서 대가를 바라지도, 서운해 하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참을 수 없어서 터져 나오는 사랑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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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한 글쓰기 - 스트레스 없이, 생산성 있게 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매뉴얼
졸리 젠슨 지음, 임지연 옮김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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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사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인 졸리 젠슨의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한 글쓰기>는 교수 학자들을 위한 글쓰기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지만, 일반인을 위한 글쓰기에도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다. 작가는 생물학과 심리학을 공부한 뒤, 뇌과학 박사과정을 시작했다가 언론학 박사과정으로 박사과정을 바꾼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 답게 글쓰기에 관한 자신의 30년 노하우를 집대성하였다.

* 글은 저절로 써지지 않는다

많은 학자가 끊임없이 불안해하고 자신을 믿지 못해 괴로워하는 이유가 학술적 글쓰기에 있다. 기본적으로 논문을 출간하느냐 아니면 그렇지 못해 도태되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 날뛰는 불안감을 길들이는 세 가지 방법

- 연구 과제 상자를 만들자 : 먹구름처럼 무질서한 연구 과제를 깔끔하게 정리하는 방법이다. 일련의 파일을 조직적으로 정리하여 더 작은 단위로 구분하고, 주요 요소를 수집해 모아놓는 것이다.

- 감정 환기 파일을 쓰자 : 글쓰기 과제가 재미없고 마음에 들지 않으며 내가 왜 이러고 사는지 모르겠다는 말 따위를 떠오르는 대로 마구 썼다. 15분간 자유롭게 다듬지 않은 거칠 어조로 마구 쓰고 나면, 하루를 잘 보낼 수 있다.

- 매일 최소 15분 동안 글을 쓰자 : 15분이라도 매일 글을 쓰면 쓰지 못할 만큼 힘든 정신적 문제가 생겨도 어떻게든 넘길 수 있다. 매일 15분씩 꾸준히 글을 쓰는 습관이 붙으면 잘 정리된 글쓰기 과제에 차분하게 몰두하면서 생산성을 내고 자신감도 생길 것이다.

* 일일 계획표 거꾸로 쓰기

한 주 동안 "일일 계획표 거꾸로 쓰기"를 해보자. 보통 일정표처럼 할 일을 미리 적어두는 게 아니라, 우리가 하루를 실제로 어떻게 보내는지를 기록하는 일일 계획표다. 식사 준비, 설거지, 빨래, 장보기, 잡일, 잠자기, 멍하니 있기 등 일과 무관한 활동도 빼놓지 않는다. 시간은 어디에서 새고 있을까? 자신이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파악하면, 자기를 비난하거나 망상에 빠지는 대신 전략적으로 글을 쓸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 가장 좋은 에너지를 글쓰기에 쓰자

자신의 에너지를 제대로 파악하여 적절하게 배분하자. 에너지를 쓰면 받을 수도 있게 하여 자신에게 예의를 갖추자. 그리고 가장 좋은 에너지를 가장 중요한 일에 소중하게 쓰자.

* 필생의 대작을 쓸 필요는 없다

나는 박사학위 논문은 흥미 있는 주제를 효율적으로 다룬, 전문가 수준의 원고일 뿐 현세를 초월할 만한 대작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걸 깨달았다.

* 느려지더라도 멈추는 것은 아니다

글쓰기라는 것은 본래 서서히 안 되다가 어느새 잘되기도 하고, 수월하다가도 힘들어지고, 머뭇거리다가도 갑자기 탄력을 받기도 한다. 글쓰기가 난항에 빠져 좌절하지 않도록 이러한 기복이 생기면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 느려지더라도 멈추는 것은 아니다.

글쓰기를 험준한 암벽을 기어오르며 전투를 벌이듯이 닥치는 대로 해치워 마감에 맞추는 일이라고 여기지 말자. 규칙적으로 기분 좋은 글쓰기 시간에 자신을 계속 초대하며 수월하게 시작하고 에너지를 유지한 채로 마무리하자.

--- 작가가 제시한 글쓰기 방법을 삶에 적용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삶은 저절로 써지는 것이 아니므로 매일 꾸준하게 가장 좋은 에너지를 쓰면서, 필생의 대작을 쓰겠다는 부담감을 내려놓고 느려지더라도 멈추지 않는다면 그 나름 성공한 삶이 아닐까!

#공부하는사람들을위한글쓰기 #졸리젠슨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4기_공부하는사람들을위한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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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22.8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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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울어주고 싶은 마음

EBS 다큐멘터리 <명의> 작가가 700편이 넘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며 깨우친 것은 누가 명의인가가 아니다. 어떤 말이 명의의 말인가 하는 것이다. 하여 내가 저의한 명의는 내 아픔을 알아주는 사람이다. "무릎 때문에 그동안 많이 힘드셨죠? 아프지 않게 해드릴게요." 단 두 마디였다. 정형외과 의사 인용 교수의 진료실에 눈물이 떨어졌다. (양희, EBS <명의> 작가)

* 엄마는 울 수조차 없었던 것이다

딸은 교통사고로 몸의 반 이상의 면적에 중화상을 입었다. 딸은 앞으로 수백 번의 수술을 받는다 해도, 아무리 아픔을 참고 견뎌도 사고 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얼굴과 몸을 갖게 되었다. 쪼그라든 목 피부 때문에 고개도 들 수 없었고 척추까지 휘었다. 손가락도 잃었다. 엄마는 그런 딸의 손과 발이 되어주어야 했다. 밥을 일일이 떠먹여주어야 했고, 세수도 시켜주고, 옷도 입혀주고, 화장실도 같이 가야 했다. 아픈 것을 참고 견디는 일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스물 세 살의 딸을 두고 엄마는 눈물짓지 않았다. 엄마는 울지 않았던 것이 아니었다. 엄마는 울 수조차 없었던 것이다.

"엄마 인생이랑 내 인생이랑 바꿀 수 있다면, 엄마가 좀 바꿔줄 수 있어?"

언젠가 딸이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가 대답했다.

"그럼! 바꿀 수만 있다면 엄마는 천 번이고 만 번이고 바꿔주고 싶어."

엄마는 이 애틋한 말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말했지만, 딸은 눈물이 왈칵 쏟아져 더 이상 아무 말도 잊지 못했다.(이지선)

* 굿바이 전나무

나무를 목신처럼경배하던 내가 나무를 베었다. 대문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반기던 전나무였다. 높이가 20미터, 추정 수령이 100년. 그래서 베기 전까지 고민이 많았다. 대문 안쪽 축대에 금이 가고 균열이 심해져도 버텼지만, 아랫집에서 태풍에 나무가 자신의 집 쪽으로 쓰러지면 인명사고가 날 수 있다는 말에 며칠째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가족 같은 전나무를 베었다.

아침 일찍 시작된 나무 베기는 밤이 되어서야 끝나서 둥그런 그루터기만 휑하니 남았다. 그루터기에 앉아 가만히 나이테를 만져본다. 나무가 겪었던 온갖 고뇌, 아픔 그리고 행복과 환희가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좁은 나이테는 힘들었던 한 해를 보여주고 풍성하고 굵은 나이테는 행복했던 시간을 보냈음을 말해준다. 밤이 깊어간다. 나이테를 만지는 내 손 위로 눈물 한 방울이 뚝 떨어진다.(김동률, 서강대 교수)


내가 사는 지역에는 고속도로 휴게소로 연결되는 쪽문이 하나 있다. 자차도 없고, 면허도 없는 내게 걸어서 휴게소에 갈 수 있는 쪽문의 존재가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사실 먹는 음식보다도 떠나고 돌아오는 사람들을 보는 게 더 좋았다. 그 모습들을 바라보며 차분히 앉아 생각에 잠기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지고 복잡했던 머리가 정리 되면서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오늘도 난 고속도로 휴게소로 간다. 물론 차 없이 두 발로 걸어서.

--- 샘터 8월호 주제는 '눈물'이다. 사랑하는 딸이 교통사고를 당해서 도저히 살 수 있는 상황 같지 않으니 이제 밥을 먹이는 부질없는 노력을 하지 말라는 딸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엄마는 다시 밥을 떠 딸의 입에 밀어 넣어주면서 울 수 조차 없었다는 사연은 감히 그 심정을 짐작조차 하기 힘들다. 눈물은 사랑의 다른 이름이지만 지극한 사랑은 눈물마저도 넘어서는가보다.

혈액암을 앓던 시각장애인 할머니의 손을 꼭 잡고 몸을 가까이 굽혀 "식사 잘 하셔야 해요."라는 말에 희미하게 들린 "고맙습니다."란 인사를 마음속에 간직한 번동의 슈바이처 홍종원 왕진의사의 사연도 마음을 울린다.

눈물이 마르지 않는 한, 울수 조차 없는 어머니의 사랑이 존재하는 한 세상은 여전히 살아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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