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면 나와 결혼할까? - 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나를 응원해
후이 지음, 최인애 옮김 / 미디어숲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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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30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작가 후이의 <나라면 나와 결혼할까>는 제목이 도발적이다. 제목에 대한 내 대답은 정해져 있다.


* 알록달록한 풍선

어느 저녁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손에 알록달록한 풍선을 한가득 안은 어르신과 마주쳤다.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손주 주실 선물인가 봐요?"

어르신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아내에게 주려고요."

예상치 못한 대답에 내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어르신의 주름진 얼굴에 쑥쓰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부끄럽지만, 아내가 좋아하거든요."


* 참을 수 없어서 터져나오는 사랑

여덟 살 흑인 남자아이를 입양한 미국인 부부 이야기. 주변의 걱정어린 시선에 부부는 이렇게 생각했다. "사랑하는 법을 몰라도 괜찮아. 우리가 먼저 사랑하면 되니까." 마음을 주면서 대가를 바라지도, 서운해 하지도 말자. 그저 참을 수 없어서 터져 나오는 사랑일 뿐이니까. 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법이다.


* 정분과 본분

일흔이 다 되어 가는 나이에 손녀딸을 훌륭하게 키워낸 할머니는 주변에서 받은 도움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물론 많은 사람이 도와준 건 맞지. 하지만 나 역시 평생 도움받은 걸 기억하고 감사하며 보답할 거여. 그리고 결국 나를 가장 많이 도운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니여, 바로 나 자신이여. 다른 사람이 나를 도와주는 건 정분이고, 내가 나를 돕는 건 본분이여."


* 진짜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은 없다

지진 피해를 입은 이재민의 심리치료를 해 온 정신과 의사를 인터뷰한 저자는 지쳐 보이는 의사에게 질문한다. "실례되는 말씀일 수도 있는데 환자 상담하실 때랑 너무 다르셔서 좀 놀랐어요."

"솔직히 말하면 돌아온 이후로 내내 이 상태예요. 사실 정신과 의사라고 다른 사람보다 부정적인 감정을 덜 느끼는 건 아닙니다. 몇 달 동안 수많은 피와 죽음을 보고, 절망에 찬 울음소리를 들었는데 멀쩡할 리가 있겠어요. 저도 사람인데요. 의사는 환자에게 반드시 괜찮아질 것이라는 확신과 희망, 힘을 줘야 하기 때문이죠."

진짜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은 없다. 다만 죽어라 버티는 사람만 있을 뿐.


* 삶은 단순하지 않다

친구들과 나서 대초원 일대 여행에서 추위로 인해 생사의 기로에 처했을 때, 그들 일행을 버리고 달아났던 자동차가 다시 나타나서 일행을 위기에서 구해주는 경험을 깨닫는다. '삶은 단순하지 않다. 가장 나쁜 인연이 위기에 빠진 나를 구하는 동아줄이 되어 나타날 수도 있다.'


--- 세상은 그리고 우리의 삶은 단순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용기를 내는 것은 참을 수 없어서 터져 나오는 사랑 때문이 아닐까?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이 내 감정에 진짜 공감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죽어라 버티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가장 나쁜 인연이 나를 구하는 동아줄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할 것 같지만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나라면 누구와 결혼할까? 어쩌면 누구와 결혼하더라도 알록달록한 풍선을 한가득 받기도 하겠지만, 때로는 가장 나쁜 인연이라고 원망할지도 모른다. 다만 바라는 것은 그 모든 순간들을 함께 하면서 먼저 사랑하고, 마음을 주면서 대가를 바라지도, 서운해 하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참을 수 없어서 터져 나오는 사랑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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