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를 쓰고 밥을 짓는다
김민 지음 / 도서출판이곳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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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앞에 진실하게, 그러나 평이로운 마음을 갖자는 것일까. 죽음을 뒤에 두고 살아보지 않을 삶이란 없기에, 이렇게 살 수는 없지만 살고 싶다라는 간절함을 담아 수많은 고통속의 사람들에게 속사포같은 말을 뿜어낸다.


가난마저도 사랑의 실패마저도 여기까지 온 동력이었다고, 운명이 이끄는 곳은 언제나 ‘생각했던 멋진 곳’이거나 ‘상상하지도 못할 근사한 곳’이라고 풀어내는 ‘충실한’ 인생의 태도에 내내 기립박수를 보낸다.


“반짝이던 순간들이 있었다. 빛나는 것들을 향해 겁 없이 다가갔던 순간만이 생의 하이라이트가 되었다. 때로 텅빈 듯 느껴지는 건 마음을 모두 내어준 까닭이겠지.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아낌없이 내어줬으니까. 그들에게 준 마음이 세상에 다녀간 흔적이다. 아직 남아있는 마음은 세상을 붙잡는 중력이 되어줄 거다. 여전히 인생을 모르지만 사랑하는 마음만은 잃지 않았으니. 그저 그렇게 한 생을 살아낸다면 그 또한 나쁘지 않을 테지. 사랑했던 사람을 떠나 보낸 게 아니라 그에게 사랑을 주어 보낸 거였다. 에일 듯 아팠던 날은 그의 이름을 새기기 위한 시간이었다.”


“죽고 못살 것 같던 사람을 떠나 보내고도 사는데, 평생 소망한 꿈을 이루지 못해도 살 수 있는데, 그 까짓게 뭐라고. 그래도 죽지 않는다.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 그저 새로운 무대가 시작될 뿐이다.”


“어떻게 이런 일만 생기는 건지 원망했던 시련이, 내가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었던 힘겨운 시절이 나를 여기까지 데리고 왔다. 그래야만 했던 거겠지, 그대는 알지 못했지만 이곳으로 오기 위해서였다. 이곳이 올 수 있는 유일한 장소는 아니지만 모든 선택이 가리키는 단 하나의 결론이었다. 그래 여기여야만 했던거다.”


처음부터 끝까지 초지일관 보여준 것은 “인간에게는 자신이 살아갈 세상을 스스로 결정할 힘이 있다.”는 것과 “어디로 가더라도 길이 되고, 어느 곳에 있어도 삶이 된다.”는 달관적 모습이었다.


“어찌될 지 모를 내일을 위해 오늘을 포기하지 않기로 하자. 길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듯이 형체 없는 길은 삶과 자신을 잇는다. 길은 마음 안에 있다. 그러면 이해할 수 없어도 납득할 수 있고, 때로 납득하지 못할 일이 생겨도 삶을 사랑할 수 있을테니까.”


냉정한 현실을 대하면서도 스스로 “다정한 사람”이고자 노력한 저자는 세상에 대한 인식 또한 더할 것 없이 매우 간명하다.


“세상은 재화와 재화를 연결하는 자가 부를 얻는 시대에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 시키는 사람이 부를 얻는 시대로 변하는 듯하다. 하지만 마음과 몸이 연결된 사람이 온전한 자신으로 산다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았다.”


“타고난 것은 없어도 타고 남은 것이 없도록 살아갈 수 있다면....”, “나는 나를 받아들였다. 홀로이지만 모든 것과 함께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몸으로 기록한 것들은 잃어버릴 수 없다. 마음에 기억된 것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 ‘눈물 어린 나’로 출발하여 따뜻한 세상을 일구어내는 수많은 문장이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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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직 의사 - 어느 보통 의사의 생존기
닥터 키드니 지음 / 파지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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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인플루언서로 활약하고 있는 내과 전문의 닥터 키드니의 <봉직 의사>를 읽으면서 멀게만 느껴졌던, 그리고 우리와는 다르다고 생각했던 의사들의 삶을 실감나게 느낄 수 있었다. 환자만 아픈 것이 아니라 의사도 아프다는 것도 새삼스럽게 알게 되었다.

* 환자가 된 의사

작가 스스로 평한 '무엇을 하든 무던히도 애쓰는 안타까운 인간'이라는 말처럼, 작가는 의사가 되기 위해 치른 댓가는 혹독했다.

'의사가 되려고 이곳에 온 것인지 환자가 되려 한 것인지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꿈을 이룬 댓가를 톡톡히 치렀다. 이제 막 의사가 되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환자가 되어 있었다.'

의사는 환자를 고쳐주기만 하는 전지전능한 존재인 줄만 알았는데, 의사도 아픈 존재이고 의료현장에서 과로사하기도 하는 힘든 직업군이었다.

'이제야 나를 보살피는 일을 허투루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의 가족, 환자를 위해 나의 건강을 확실하게 지켜야 한다. 그들을 위한 일은 동시에 나를 위한 일이다. 마지막 재발을 통해 얻게 된 깨달음이다.'

* 언제까지 봉직 의사로 있을거야?

대학병원에 남아 교수가 될 사람이 아니면 의사는 두 갈래로 나뉜다. 봉직 의사 아니면 개업 의사.

'봉직 의사. 언제든 떠날 수 있고, 밀려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나를 성장시켰다. 어디서든 변하지 않는 건 나 자신뿐이다. 봉직의사의 영원한 숙제는 병원을 차리는 것이다. 개업이 반드시 성공만을 의미할 수 없지만, 한 번쯤은 도전하고 싶다. 개업을 하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봉직 의사뿐 아니라, 개업 의사에 대한 글도 쓰고 싶기 때문이다.'

봉직 의사 닥터 키즈니의 개업 의사에 대한 글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봉직 의사와는 얼마나 달라질까 자못 기대가 된다.

* 환자의 삶은 견디는 것이다

'환자의 삶은 견디는 것이다. 치료를 받는 것도, 치료를 거부한 환자도 견디지 않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환자뿐 아니라, 사랑하는 이의 상실에 대해 남겨진 사람이 할 수 있는 것 또한 견디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배워야 하는 것은 잘 견디는 법일지도 모른다.'

아프고 나면 후회를 하고, 완치를 꿈꾸지만 아프기 전으로 완벽하게 돌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환자의 삶도 우리의 인생도 견디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무엇을 위해서 견디는 것일까?

* 이 세상에 이별하지 않는 관계란 없다

'기대수명(83세)까지 생존할 경우 남자는 다섯 명 중 두 명, 여자는 세 명 중 한 명꼴로 암에 걸린다. 암에 걸리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불가능하다.'

'제 명대로 살다 가는 환자는 없다. 아무리 의학적으로 이해되는 죽음이라도 가족, 연인, 친구과 같이 개인적으로 얽히면 그 객관성은 잔혹하기만 하다. 이 세상에 이별하지 않는 관계란 없다. 단지 저마다 이별이 오는 시간이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 누구도 영원한 이별을 피할 방법은 없다.'

닥터 키즈니, 의사의 식탁, 워킹 닥터라는 부케로 활동하는 작가의 진솔한 조언.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운명을 지닌 존재. 그런 운명에 더해서 살아 가면서 아프기까지 하다면 너무나 가혹한 운명이 아닐까? 살면서 암에 걸리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이 비수처럼 꽃힌다. 그럼에도 나만은 제발 피해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숨길 수 없다. 의료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해서 평생 질병 없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일까. 만약 그런 세상이 온다면 마지막 죽음을 받아들이기가 더 힘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어쩌면 우리의 질병은 죽음을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과정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다들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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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도 초능력이 필요해
민제이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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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 때 슈퍼맨, 원더우먼, 배트맨, 스파이더맨이 유행했던 시절이 있다. 답답한 현실을 벗어날 수는 없지만 인간이지만 인간을 초월한 초능력자를 통해서 대리만족을 느꼈던 것 같다. 민제이 작가의 <회사원도 초능력이 필요해>는 제목과 표지만 보면 한 편의 그래픽노블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막상 내용을 읽어보니 실감나는 직장생활 묘사에 씁쓸한 느낌이 들었다.

신입사원 김가현, 주임 이나정, 과장 김다영, 대표 최라희에게서 초능력만 빼면 우리가 매일 마주치는 직장의 모습이 그대로 그려진다. 요즘은 맞벌이 가정이 대세라서 직장생활의 고달픔은 여과 없이 가정생활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도 생긴다. 작가가 준비한 야심찬 초능력은 실수가 많은 신입사원 김가현에게는 과거를 되돌릴 수 있는 세 장의 명함이었다.

* 신입사원과 실수

직장생활 초기에는 누구나 이런저런 실수를 하게 마련이다. 실수만 되돌릴 수 있다면 다 잘 할 수 있을까?

'사람도 싫고, 사무실에 있는 볼펜 한 자루까지도 이제 징글징글하다. 세상 사람들 모두 이런 시간을 버티며 하루를 산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버틸 수 있을까.' 신입사원 김가현의 심각한 고민은 비단 신입사원만의 고민은 아닐 것 같다.

* 비정규직의 비애

비정규직 주임 이나정은 녹초가 되면 3초만에 출퇴근이 가능한 초능력 보유자다. 이나정의 초능력은 서글프기 그지 없다. 야근에 지쳐 체력이 바닥 난 순간에 생기는 초능력이라니 눈물겹기만 하다. 역설적이게도 이나정에게는 초능력이 없는 것이 정상적인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하루에도 몇번씩이나 이 회사에서 안정을 찾기 위해 발버둥 치다가도, 내 의지와 상관없이 타인의 평가로 한순간에 온 그라운드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 회사에서 그런 사람 찾지 말아요

타인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는 초능력 보유자 과장 강다정은 남다른 능력으로 상사들의 의중을 알아차려 과장까지 승진하지만, 그러한 능력이 때로는 독이 되기도 한다. 끊임없이 들려오는 직장인들의 속마음이 결코 편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고 오히려 고통스러울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직장인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다면 아마 단 하루도 서로를 견딜 수 없을 것이다.

'나 그렇게 좋은 사람은 아니예요. 착한 사람은 더 아니고. 회사에서 그런 사람 찾지 말아요. 회사는 좋거나 착하거나 멋있는 사람 찾는 데 아니니까.'

* 험난한 창업의 길

팔로워 백만 명을 보유한 인풀루언서 최라희는 야심차게 창업을 하여 대표가 되었지만, 당초 기대와 달리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게 되고 급기야 팔로워를 팔아서 급한 자금을 마련하게 되지만 그에 따른 팔로워수의 급감으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다.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든, 보이는 사람에게든 크게 신뢰를 잃었던 경험이 있으니 내 사업의 남은 자산은 이제 사람뿐이다.'

---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건 도무지 초능력이 아닌 것 같다. 실수를 언제까지고 되돌리기만 할 수 있으며, 극도로 피곤에 지쳤을 때 발휘되는 순간 이동이 무슨 초능력이란 말인가. 게다가 직장인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많은 불평과 불만과 욕을 들어야할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마지막으로 자신을 따르는 팔로워를 팔아서 돈을 만들어야 한다는 대목에서는, 팔로워를 늘리기 위해 위험천만한 행동이나 비도덕적인 언행도 불사하는 유튜버들이 떠오를 뿐이다.

서로가 서로를 힘들게 하는 직장생활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누구도 원하지 않는 이런 비정상적인 직장문화는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 그런데도 직장을 퇴직하고 나면 또 다른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 좌불안석하는 우리들의 현실이 서글프다.

우리 인생에서 직장이란 어떤 의미일까? 부디 초능력도 없는 직장인들이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해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몸도 마음도 탈탈 털리지 않기를 바란다.

#회사원도초능력이필요해 #소설책추천 #판타지 #직장인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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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척
레이철 호킨스 지음, 천화영 옮김 / 모모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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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고전 <제인에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레이철 호킨스의 <기척>은 인간의 욕망에 관한 이야기다. 부유층이 모여 사는 손필드 주택단지에서 개산책 아르바이트를 하는 제인은, 어두운 과거와 가난이 일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자신과 너무나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는 부유층 여성들에 대한 부러움과 시기심 등으로 그녀들이 기억조차 못하는 귀중품들을 몰래 훔치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제인은 사랑하는 부인 베를 사고로 잃은 에디를 운명처럼 만나게 되고 사랑에 빠진다. 제인은 악몽같은 과거와 가난을 벗어날 수 있을까?

* 당신이 재앙이기 때문에 결혼하려는 거야

제인은 어느 사이에 진심으로 에디를 원했다.

"확신하는 거지?" 에디가 물었다. "나랑 결혼하는 거 말이야. 내가 재앙이어도?"

제인은 몸을 일으켜 에디의 입술에 스치듯 키스했다. "당신이 재앙이기 때문에 결혼하려는 거야." 재앙과 재앙의 만남. 제인과 에디의 재앙은 깊어질까 극복이 될까 궁금해진다. 제인은 이제 에디와 약혼한 로체스터 부인이다.

* 늘 남편이 범인이지

개 산책을 시키면서 신세를 졌던 존으로 부터 협박을 받던 제인은 에디 몰래 현금을 건네면서 사건을 무마하려고 했고, 베와 함께 사망한 블랜치의 남편 트립을 몰래 만났다. 그런데 에디는 그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다.

'눈빛은 너무나 차가웠고 말투 또한 무미건조했다. 두 눈에 그를 담으면서도 전혀 그를 알아볼 수 없었다. 카페에서 여인들이 나누던 말이 다시 들리는 듯했다. 늘 남편이 범인이지. 그리고 처음으로, 진심으로,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왜냐하면 당신도 위험하니까요

트립의 아내 블랜치를 모방해 거부가 된 베는 진짜 죽은 것일까 아니면 사람들이 죽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가끔씩 에디의 집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런 의문에 사로잡혀 있는 제인에게 살인 용의자로 곤경에 처한 트립의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나는 죽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왠지 당신이라면 내 말을 믿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당신도 위험하니까요."

* 벽장문이 열리고 있었다

'뭔가, 무언가가 있어야만 해. 사람을 두 명이나 죽이면서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았을 리가 없어. 불가능한 일이야. 영수증이 있거나, 숨겨둔 살인 무기가 있거나, 피 묻은 옷이 있을 거야. 내가 찾아낼거야. '그것'을.'

불운한 과거를 숨기고 살아가는 제인의 욕망, 부유한 아내 베의 사망으로 거액을 상속 받은 의문의 사나이 에디의 욕망. 그리고 집 안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기척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 작품의 후반부에는 놀라운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 욕망의 끝

우리는 늘 현재의 자신과는 다른 미래를 꿈꾸고 있다. 어쩌면 우리의 삶은 영화 제목처럼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고 끝임없이 질주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난하고 힘든 시절을 지낸 베는 블랜치를 모방해 부와 명성이라는 욕망을 달성하고, 에디는 베를 만나면서 욕망을 이루고 제인은 베를 잃은 에디를 통해서 개 산책 아르바이트 인생에서 로체스터 부인으로 극적인 욕망을 달성한다. 그러나 삶이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은 것 같다. 베는 블랜치와 함께 사망하고, 에디는 베를 살해한 혐의를 받게 되고 제인도 위협을 느낀다. 그리고 극적인 반전.

욕망이 없을 수는 없지만, 우리의 욕망이 타인과 스스로의 인생을 재앙으로 몰고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욕망의 끝은 재앙이 아니라 행복이기를.

욕망을 포기하고 사람들이 아는 죽음을 택한 작품 속의 인물들을 보면서, 욕망 없이 평범한 삶이 얼마나 행복한 인생인지 어려풋이 알 것만 같다. 가장 행복한 인생은 가장 평범한 인생이라는 진실을 평범한 사람들만 모르는 것 같다.

#기척 #소설기척 #심리스릴러소설 #추리소설 #심리스릴러 #책추천 #베스트셀러 #소설추천 #소설 #서평단 #책서평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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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울수록 풍요로워진다 - 삶을 회복하는 힘, 팬데믹 이후 우리에게 필요한 세상
목수정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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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목수정 작가의 <시끄러울수록 풍요로워진다>는 프랑스에 살면서 저자가 느끼는 소비, 교육, 시민운동, 팬데믹 전체주의 등 스스로 표현한 불온한 생각에 관한 내용이다.

* 시민의식과 정치의 힘

스크린 독점 없이 티켓 값이 절반인 공공영화관 멜리에스에 관한 내용을 읽으면서, 상업주의에 매몰되어 갈수록 치솟는 우리나라 극장 관람료가 떠오른다. 도서정가제 확립으로 온라인 서점의 판매 비율 20퍼센트, 동네 서점의 비율 22퍼센트인 프랑스와 달이 우리나라는 온라인 서점의 판매 비율 53.1퍼센트, 동네 서점의 구입 비율은 10.6퍼센트이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가져오는 것일까? 성숙한 시민의식과 그러한 시민의식을 뒷받침하는 정치제도의 힘이 이러한 차이를 불러오는 것 같다. 못먹고 못살던 시대에 우리나라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잘 살아보겠다고 몸부림을 친 결과, 이제는 선진국의 대열에 진입했다고 자화자찬을 하고 있지만 정치적 분열과 양극화가 심화되는 현실 속에서 삶의 질의 갈수록 낮아지는 느낌이 든다.

* 짓는 대신 고쳐 쓰는 프랑스 주택, 단명하는 우리나라 아파트

2008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아파트 수명은 26.9년이라고 한다. 영국의 아파트 수명이 128년이라고 하니 비교 불가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주택보급율이 100퍼센트를 넘어선 지 20년쯤 되었고, 인구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개인과 정치집단의 경제적인 이유를 제외하면 계속해서 아파트를 허물고 또 짓는 이유가 타당해보이지 않는다.

'파리에서도 허구한 날 공사가 끊이질 않지만, 그 대부분은 개조공사다. 20세기말 이 늙은 대륙으로 건너온 후, 파리 시내에 서 있던 멀쩡하던 건물이 파괴되고, 그 위에 새 집을 짓는 광경을 목격한 경우는 흔치 않다. 시골마을 사유지에서조차 자유롭게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은 불만이지만, 작은 마을 지자체장의 의지로도 부동산 투기를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는 사실에서 왜 집값이 30년 동안 변함없는지를 알 수 있었다.'

사람이 사는 집이 투기의 대상이 되어버린지 오래인 우리의 현실과 비교하면 영 뒷맛이 씁쓸하기만 하다.

'뿌리 뽑힌 삶은 역사가 전하는 지혜를 흡수할 수도, 정주하여 내 후세의 삶까지를 설계하는 사치를 꿈꿀 수도 없다. 그것은 사회 성원 전체를 지속적인 트라우마 속에서 살게 한다.'

* 출산대국을 빚어낸 프랑스

'여성이 자신의 삶을 결정하고, 자신의 직업적 성공에 몰두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억압들이 서서히 수그러들자 비로소 출산을 강제된 의무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는 행복의 요소로 받아들였다.' 오랜 카톨릭 국가이지만 가장 먼저 '낙태 금지'라는 금기를 벗어던지고, '혼외 출생'에 대해서도 차별 없이 지원해주는 제도적 뒷받침이 가능한 나라. 정말 다른 세상 이야기 같다. 하지만 정치적 구호만 요란하고 여전히 출산율이 최저 수준인 우리나라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지점이 아닐까 싶다. 스스로 금기를 깨지 못하면 출산율 저하를 막을 길은 없어 보인다.

'한국의 저출산을 염려하는 10대 한국 소녀에게 나는 "결국 헬조선이란 단어가 사라지는 날, 저출산의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답했다. 세상의 어떤 엄마도 지옥 속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지는 않은 법이니, 우리 사회를 지옥으로 만드는 핵심은 무궁무진한 차별의 제도화다.'

저자의 실랄한 지적과 비판에 딱히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 진실을 가리는 의료는 환자를 살릴 수 없다.

'WHO는 2020년 마지막 정례 브리핑에서 "코로나의 현재 치명률은 다른 신종 질병들에 비해 상당히 낮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세상은 약속이나 한 듯, 백신으로 가는 마차를 정신없이 몰아가고 있다. 백신은 인류가 빠진 이 수렁으로부터 모두를 구할 수 있을까? <코로나 미스터리>의 저자 김상수는 아리라고 말한다. 세상에 생각보다 많은 의사, 과학자, 시민들이 그와 같은 판단을 하고 있다.'

코로나는 오래전부터 인류와 공생해온 바이러스, PCR 테스트는 전능한가? 같은 도발적이고 불순한 질문은 보이지 않는 단일사고의 강요에 맞서며 진실을 추구하고 있다.

"백신에 관하여 지금처럼 비상식적인 상황을 일찍이 접해본 적이 없다. 어떤 위험에도 노출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백신을 투여하는 법은 없다."(화이지 전 부사장 마이클 이든)

'우리를 지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백신은 우리 몸에 꽂히는 바늘과 그 안에 들어 있는 정체불명의 약물이 아니라, 우리가 밖으로 나가 정상적인 활동을 하고, 동료들과 어울리며 자유를 만끽하는 것, 바로 그것이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백신이다.(코로나 미스터리 저자 김상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란 노래가 생각난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해서 사고까지 통일되어서는 내실있는 사회의 발전과 질적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 것 같다. 시끄럽지만 진실을 추구하고 의식이 성장한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정치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힘이 있는 프랑스 사회가 솔직히 부럽다. 그런데 그런 사회는 하루 아침에 주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숱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발전해왔으리라 생각한다. 우리 나라도 다양한 생각들이 여기저기에서 시끄럽게 들려오기를 기대해본다.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는 함석헌 선생의 말씀은 여전히 유효하다.

#시끄러울수록풍요로워진다, #목수정,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4기_시끄러울수록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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