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척
레이철 호킨스 지음, 천화영 옮김 / 모모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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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불멸의 고전 <제인에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레이철 호킨스의 <기척>은 인간의 욕망에 관한 이야기다. 부유층이 모여 사는 손필드 주택단지에서 개산책 아르바이트를 하는 제인은, 어두운 과거와 가난이 일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자신과 너무나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는 부유층 여성들에 대한 부러움과 시기심 등으로 그녀들이 기억조차 못하는 귀중품들을 몰래 훔치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제인은 사랑하는 부인 베를 사고로 잃은 에디를 운명처럼 만나게 되고 사랑에 빠진다. 제인은 악몽같은 과거와 가난을 벗어날 수 있을까?

* 당신이 재앙이기 때문에 결혼하려는 거야

제인은 어느 사이에 진심으로 에디를 원했다.

"확신하는 거지?" 에디가 물었다. "나랑 결혼하는 거 말이야. 내가 재앙이어도?"

제인은 몸을 일으켜 에디의 입술에 스치듯 키스했다. "당신이 재앙이기 때문에 결혼하려는 거야." 재앙과 재앙의 만남. 제인과 에디의 재앙은 깊어질까 극복이 될까 궁금해진다. 제인은 이제 에디와 약혼한 로체스터 부인이다.

* 늘 남편이 범인이지

개 산책을 시키면서 신세를 졌던 존으로 부터 협박을 받던 제인은 에디 몰래 현금을 건네면서 사건을 무마하려고 했고, 베와 함께 사망한 블랜치의 남편 트립을 몰래 만났다. 그런데 에디는 그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다.

'눈빛은 너무나 차가웠고 말투 또한 무미건조했다. 두 눈에 그를 담으면서도 전혀 그를 알아볼 수 없었다. 카페에서 여인들이 나누던 말이 다시 들리는 듯했다. 늘 남편이 범인이지. 그리고 처음으로, 진심으로,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왜냐하면 당신도 위험하니까요

트립의 아내 블랜치를 모방해 거부가 된 베는 진짜 죽은 것일까 아니면 사람들이 죽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가끔씩 에디의 집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런 의문에 사로잡혀 있는 제인에게 살인 용의자로 곤경에 처한 트립의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나는 죽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왠지 당신이라면 내 말을 믿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당신도 위험하니까요."

* 벽장문이 열리고 있었다

'뭔가, 무언가가 있어야만 해. 사람을 두 명이나 죽이면서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았을 리가 없어. 불가능한 일이야. 영수증이 있거나, 숨겨둔 살인 무기가 있거나, 피 묻은 옷이 있을 거야. 내가 찾아낼거야. '그것'을.'

불운한 과거를 숨기고 살아가는 제인의 욕망, 부유한 아내 베의 사망으로 거액을 상속 받은 의문의 사나이 에디의 욕망. 그리고 집 안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기척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 작품의 후반부에는 놀라운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 욕망의 끝

우리는 늘 현재의 자신과는 다른 미래를 꿈꾸고 있다. 어쩌면 우리의 삶은 영화 제목처럼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고 끝임없이 질주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난하고 힘든 시절을 지낸 베는 블랜치를 모방해 부와 명성이라는 욕망을 달성하고, 에디는 베를 만나면서 욕망을 이루고 제인은 베를 잃은 에디를 통해서 개 산책 아르바이트 인생에서 로체스터 부인으로 극적인 욕망을 달성한다. 그러나 삶이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은 것 같다. 베는 블랜치와 함께 사망하고, 에디는 베를 살해한 혐의를 받게 되고 제인도 위협을 느낀다. 그리고 극적인 반전.

욕망이 없을 수는 없지만, 우리의 욕망이 타인과 스스로의 인생을 재앙으로 몰고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욕망의 끝은 재앙이 아니라 행복이기를.

욕망을 포기하고 사람들이 아는 죽음을 택한 작품 속의 인물들을 보면서, 욕망 없이 평범한 삶이 얼마나 행복한 인생인지 어려풋이 알 것만 같다. 가장 행복한 인생은 가장 평범한 인생이라는 진실을 평범한 사람들만 모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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