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를 쓰고 밥을 짓는다
김민 지음 / 도서출판이곳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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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앞에 진실하게, 그러나 평이로운 마음을 갖자는 것일까. 죽음을 뒤에 두고 살아보지 않을 삶이란 없기에, 이렇게 살 수는 없지만 살고 싶다라는 간절함을 담아 수많은 고통속의 사람들에게 속사포같은 말을 뿜어낸다.


가난마저도 사랑의 실패마저도 여기까지 온 동력이었다고, 운명이 이끄는 곳은 언제나 ‘생각했던 멋진 곳’이거나 ‘상상하지도 못할 근사한 곳’이라고 풀어내는 ‘충실한’ 인생의 태도에 내내 기립박수를 보낸다.


“반짝이던 순간들이 있었다. 빛나는 것들을 향해 겁 없이 다가갔던 순간만이 생의 하이라이트가 되었다. 때로 텅빈 듯 느껴지는 건 마음을 모두 내어준 까닭이겠지.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아낌없이 내어줬으니까. 그들에게 준 마음이 세상에 다녀간 흔적이다. 아직 남아있는 마음은 세상을 붙잡는 중력이 되어줄 거다. 여전히 인생을 모르지만 사랑하는 마음만은 잃지 않았으니. 그저 그렇게 한 생을 살아낸다면 그 또한 나쁘지 않을 테지. 사랑했던 사람을 떠나 보낸 게 아니라 그에게 사랑을 주어 보낸 거였다. 에일 듯 아팠던 날은 그의 이름을 새기기 위한 시간이었다.”


“죽고 못살 것 같던 사람을 떠나 보내고도 사는데, 평생 소망한 꿈을 이루지 못해도 살 수 있는데, 그 까짓게 뭐라고. 그래도 죽지 않는다.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 그저 새로운 무대가 시작될 뿐이다.”


“어떻게 이런 일만 생기는 건지 원망했던 시련이, 내가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었던 힘겨운 시절이 나를 여기까지 데리고 왔다. 그래야만 했던 거겠지, 그대는 알지 못했지만 이곳으로 오기 위해서였다. 이곳이 올 수 있는 유일한 장소는 아니지만 모든 선택이 가리키는 단 하나의 결론이었다. 그래 여기여야만 했던거다.”


처음부터 끝까지 초지일관 보여준 것은 “인간에게는 자신이 살아갈 세상을 스스로 결정할 힘이 있다.”는 것과 “어디로 가더라도 길이 되고, 어느 곳에 있어도 삶이 된다.”는 달관적 모습이었다.


“어찌될 지 모를 내일을 위해 오늘을 포기하지 않기로 하자. 길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듯이 형체 없는 길은 삶과 자신을 잇는다. 길은 마음 안에 있다. 그러면 이해할 수 없어도 납득할 수 있고, 때로 납득하지 못할 일이 생겨도 삶을 사랑할 수 있을테니까.”


냉정한 현실을 대하면서도 스스로 “다정한 사람”이고자 노력한 저자는 세상에 대한 인식 또한 더할 것 없이 매우 간명하다.


“세상은 재화와 재화를 연결하는 자가 부를 얻는 시대에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 시키는 사람이 부를 얻는 시대로 변하는 듯하다. 하지만 마음과 몸이 연결된 사람이 온전한 자신으로 산다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았다.”


“타고난 것은 없어도 타고 남은 것이 없도록 살아갈 수 있다면....”, “나는 나를 받아들였다. 홀로이지만 모든 것과 함께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몸으로 기록한 것들은 잃어버릴 수 없다. 마음에 기억된 것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 ‘눈물 어린 나’로 출발하여 따뜻한 세상을 일구어내는 수많은 문장이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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