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도 초능력이 필요해
민제이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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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 때 슈퍼맨, 원더우먼, 배트맨, 스파이더맨이 유행했던 시절이 있다. 답답한 현실을 벗어날 수는 없지만 인간이지만 인간을 초월한 초능력자를 통해서 대리만족을 느꼈던 것 같다. 민제이 작가의 <회사원도 초능력이 필요해>는 제목과 표지만 보면 한 편의 그래픽노블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막상 내용을 읽어보니 실감나는 직장생활 묘사에 씁쓸한 느낌이 들었다.

신입사원 김가현, 주임 이나정, 과장 김다영, 대표 최라희에게서 초능력만 빼면 우리가 매일 마주치는 직장의 모습이 그대로 그려진다. 요즘은 맞벌이 가정이 대세라서 직장생활의 고달픔은 여과 없이 가정생활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도 생긴다. 작가가 준비한 야심찬 초능력은 실수가 많은 신입사원 김가현에게는 과거를 되돌릴 수 있는 세 장의 명함이었다.

* 신입사원과 실수

직장생활 초기에는 누구나 이런저런 실수를 하게 마련이다. 실수만 되돌릴 수 있다면 다 잘 할 수 있을까?

'사람도 싫고, 사무실에 있는 볼펜 한 자루까지도 이제 징글징글하다. 세상 사람들 모두 이런 시간을 버티며 하루를 산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버틸 수 있을까.' 신입사원 김가현의 심각한 고민은 비단 신입사원만의 고민은 아닐 것 같다.

* 비정규직의 비애

비정규직 주임 이나정은 녹초가 되면 3초만에 출퇴근이 가능한 초능력 보유자다. 이나정의 초능력은 서글프기 그지 없다. 야근에 지쳐 체력이 바닥 난 순간에 생기는 초능력이라니 눈물겹기만 하다. 역설적이게도 이나정에게는 초능력이 없는 것이 정상적인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하루에도 몇번씩이나 이 회사에서 안정을 찾기 위해 발버둥 치다가도, 내 의지와 상관없이 타인의 평가로 한순간에 온 그라운드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 회사에서 그런 사람 찾지 말아요

타인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는 초능력 보유자 과장 강다정은 남다른 능력으로 상사들의 의중을 알아차려 과장까지 승진하지만, 그러한 능력이 때로는 독이 되기도 한다. 끊임없이 들려오는 직장인들의 속마음이 결코 편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고 오히려 고통스러울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직장인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다면 아마 단 하루도 서로를 견딜 수 없을 것이다.

'나 그렇게 좋은 사람은 아니예요. 착한 사람은 더 아니고. 회사에서 그런 사람 찾지 말아요. 회사는 좋거나 착하거나 멋있는 사람 찾는 데 아니니까.'

* 험난한 창업의 길

팔로워 백만 명을 보유한 인풀루언서 최라희는 야심차게 창업을 하여 대표가 되었지만, 당초 기대와 달리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게 되고 급기야 팔로워를 팔아서 급한 자금을 마련하게 되지만 그에 따른 팔로워수의 급감으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다.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든, 보이는 사람에게든 크게 신뢰를 잃었던 경험이 있으니 내 사업의 남은 자산은 이제 사람뿐이다.'

---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건 도무지 초능력이 아닌 것 같다. 실수를 언제까지고 되돌리기만 할 수 있으며, 극도로 피곤에 지쳤을 때 발휘되는 순간 이동이 무슨 초능력이란 말인가. 게다가 직장인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많은 불평과 불만과 욕을 들어야할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마지막으로 자신을 따르는 팔로워를 팔아서 돈을 만들어야 한다는 대목에서는, 팔로워를 늘리기 위해 위험천만한 행동이나 비도덕적인 언행도 불사하는 유튜버들이 떠오를 뿐이다.

서로가 서로를 힘들게 하는 직장생활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누구도 원하지 않는 이런 비정상적인 직장문화는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 그런데도 직장을 퇴직하고 나면 또 다른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 좌불안석하는 우리들의 현실이 서글프다.

우리 인생에서 직장이란 어떤 의미일까? 부디 초능력도 없는 직장인들이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해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몸도 마음도 탈탈 털리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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