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직 의사 - 어느 보통 의사의 생존기
닥터 키드니 지음 / 파지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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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인플루언서로 활약하고 있는 내과 전문의 닥터 키드니의 <봉직 의사>를 읽으면서 멀게만 느껴졌던, 그리고 우리와는 다르다고 생각했던 의사들의 삶을 실감나게 느낄 수 있었다. 환자만 아픈 것이 아니라 의사도 아프다는 것도 새삼스럽게 알게 되었다.

* 환자가 된 의사

작가 스스로 평한 '무엇을 하든 무던히도 애쓰는 안타까운 인간'이라는 말처럼, 작가는 의사가 되기 위해 치른 댓가는 혹독했다.

'의사가 되려고 이곳에 온 것인지 환자가 되려 한 것인지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꿈을 이룬 댓가를 톡톡히 치렀다. 이제 막 의사가 되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환자가 되어 있었다.'

의사는 환자를 고쳐주기만 하는 전지전능한 존재인 줄만 알았는데, 의사도 아픈 존재이고 의료현장에서 과로사하기도 하는 힘든 직업군이었다.

'이제야 나를 보살피는 일을 허투루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의 가족, 환자를 위해 나의 건강을 확실하게 지켜야 한다. 그들을 위한 일은 동시에 나를 위한 일이다. 마지막 재발을 통해 얻게 된 깨달음이다.'

* 언제까지 봉직 의사로 있을거야?

대학병원에 남아 교수가 될 사람이 아니면 의사는 두 갈래로 나뉜다. 봉직 의사 아니면 개업 의사.

'봉직 의사. 언제든 떠날 수 있고, 밀려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나를 성장시켰다. 어디서든 변하지 않는 건 나 자신뿐이다. 봉직의사의 영원한 숙제는 병원을 차리는 것이다. 개업이 반드시 성공만을 의미할 수 없지만, 한 번쯤은 도전하고 싶다. 개업을 하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봉직 의사뿐 아니라, 개업 의사에 대한 글도 쓰고 싶기 때문이다.'

봉직 의사 닥터 키즈니의 개업 의사에 대한 글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봉직 의사와는 얼마나 달라질까 자못 기대가 된다.

* 환자의 삶은 견디는 것이다

'환자의 삶은 견디는 것이다. 치료를 받는 것도, 치료를 거부한 환자도 견디지 않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환자뿐 아니라, 사랑하는 이의 상실에 대해 남겨진 사람이 할 수 있는 것 또한 견디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배워야 하는 것은 잘 견디는 법일지도 모른다.'

아프고 나면 후회를 하고, 완치를 꿈꾸지만 아프기 전으로 완벽하게 돌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환자의 삶도 우리의 인생도 견디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무엇을 위해서 견디는 것일까?

* 이 세상에 이별하지 않는 관계란 없다

'기대수명(83세)까지 생존할 경우 남자는 다섯 명 중 두 명, 여자는 세 명 중 한 명꼴로 암에 걸린다. 암에 걸리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불가능하다.'

'제 명대로 살다 가는 환자는 없다. 아무리 의학적으로 이해되는 죽음이라도 가족, 연인, 친구과 같이 개인적으로 얽히면 그 객관성은 잔혹하기만 하다. 이 세상에 이별하지 않는 관계란 없다. 단지 저마다 이별이 오는 시간이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 누구도 영원한 이별을 피할 방법은 없다.'

닥터 키즈니, 의사의 식탁, 워킹 닥터라는 부케로 활동하는 작가의 진솔한 조언.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운명을 지닌 존재. 그런 운명에 더해서 살아 가면서 아프기까지 하다면 너무나 가혹한 운명이 아닐까? 살면서 암에 걸리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이 비수처럼 꽃힌다. 그럼에도 나만은 제발 피해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숨길 수 없다. 의료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해서 평생 질병 없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일까. 만약 그런 세상이 온다면 마지막 죽음을 받아들이기가 더 힘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어쩌면 우리의 질병은 죽음을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과정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다들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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