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4 : 인공지능과 인류의 미래
존 레녹스 지음, 이우진 옮김 / 한국장로교출판사(한장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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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AI가 포진해가는 세상에 우리의 아담은 어디서 일해야 할까.

지금까지 AI가 이룬 대부분의 성과는 인간 지능의 일부를 시스템화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점차 인간이 할수 있는 모든 것을 할수 있는 인공지능. 즉 범용인공지능AGI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연구가 공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어떤 이들은 2084년까지, 혹은 보다 빠른 시기에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능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혹은 범용인공지능이 신 또는 전제군주와 같은 존재가 될거라는 상상도 한다.

옥스퍼드대 대학교 수학과 교수이자 그린 템플턴 칼리지 목회 고문이기도 한 저자가 시대를 풍미한 3권의 저서, 유발 하라리 Yuval Harari의 사피엔스 Sapiens와 호모 데우스Homo Deus, 그리고 댄 브라운 Dan Brown의 오리진 Origin에 주목하고 특별히 댄의 저서에서 중요한 질문을 짚어낸다.

“신은 과학의 범주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저자의 연구결과물들 바로 거기에서 출발하여 다음의 결론에 이른다.

”신이 단순히 살아남는 정도가 아니라 더 많은 것을 줄 것이다..“

묵직한 질문들,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인간과 AI, 혹은 두종의 융합, 신의 대리자를 자처하는 트랜스 휴머니즘, 엘리트주의적인 초고가의 의료공학과 약물에 의해 더 이상 인간이 아닐 정도로 바꾸는 인간 업그레이드, 죽음에 대한 본질적 인식 변화.....

스티브호킹의 유작 <호킹의 빅퀘스천에 대한 우려에 대한 간결한 대답>은 이렇다. AI의 진정한 위험은 악의가 아니라 역량이다. 초지능형AI는 목표달성에 능숙하다. 목표가 우리 목표와 맞지 않으면 우리는 곤경에 처하게 된다.....

<조지오웰의 1984>와 <헉슬리의 신세계>에서 나온 디스토피아 세상의 우려와 빌게이츠와 마크 저커버그와 같이 더 나은 세상을 선사할 기술발전의 옹호 의견을 팽팽히 맞세우며 나가는 다음 질문들. 인간이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의 미래는 정말 희망적인가?....

디지털 비서, 로봇수술과 같은 의료자동화, 머신러닝, 자율주행 등 기술낙관에 불구하고, 한편으로는 2년간 자동시스템에 의한 면접으로 86번이나 취업에 실패한 다소 이례적 사례를 필두로 피할 수 없는 로봇대체시대의 실직 위협, 핸드폰 같은 자발적 추적기에 의한 감시자본주의 양산, 독재와 공산주의 사회에서 보안 명목으로 인류 해킹... 빅데이터는 빅브라더에게 힘을 실어 줄 것이다. 누가 이런 기술을 보유하고 관리할 것인가? 정복된 인간은 인간의 제품화, 결국 인간폐지가 되는 것인가?

이에 대해 후반부는 과학과 하나님은 굉장히 잘 어울린다는 성경적 세계관을 피력하고 있다.

우리는 지구의 물질로부터, 의도에 의해, 자신의 형상대로 인간을 창조한 초지능, 초인간적인 영원한 하나님으로부터 왔다.

많은 독자들이 익히 들어본 유발 하라리의 주장은 여러번 언급되나 저자와 매우 다른 관점에 있음이 나타난다. 저자는 하라리의 질문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보다는 왜 여기에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떻게 가난, 외로움, 질병이 증가하는 사회에서 우울과 질병을 감소시킬 수 있는지, 성장 촉진과 배움과 나눔, 그리고 인간관계처럼 훨씬 더 중요한 질문들에 관심을 가졌으면 어떠했겠는가?

AI 기술발전에 대한 가장 큰 우려에 대한 성경적인 낙관적 희망은 윤리적 개입이 반드시 내재해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기술발전의 맹점은 인간이 하나님처럼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지만, 기독교적인 사고방식 핵심은 서로를 헤아리는 방식의 차이로 하나님께서 자기를 닮은 인간을 만들고, 예수를 보내었듯 무릇 인간이 되려고 했다는 점에서 위대하다는 것을 밝히려 했다.

AI는 증가하는 비개인적이고, 창조적이지 않은 일상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기계도 인간을 독특한 존재로 만드는 것을 복제할 수 없다, 미래에는 신뢰를 만들고, 팀을 만들고, 봉사를 고취하고,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아는 창의적이고 인정많고 공감하는 리더가 필요할 것이다.

....결국 인공지능은 진짜 인공일 뿐이다. 하지만 하나님의 업그레이드는 실재한다., 그리고 그것은 인공이 아니다.

* 한국장로교출판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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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밀당의 요정 1~2 - 전2권
천지혜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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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혼령으로 유명한 천지혜 작가의 밀당의 요정은 출발부터 요란했다. 웨딩

플레너 이새아는 늦게 도착한 신부를 대신해서 임시 신부대역으로 웨딩드레

스까지 입게 되었는데 신랑은 이새아의 전 남친 권경훈이었다. 운명의 장난

인지 임시로 웨딩드레스를 입은 이새아의 모습에 심장을 관통당한 성진건설

상무 권지혁이 등장한다.

강압적인 아버지로 인해 비혼주의자를 자처하는 권지혁은 이새아와 3일간의 달콤한 연애에 빠져들었는데, 일주일도 안되어서 권지혁은 사업상의 정략결혼으로 배우 전세련과 결혼을 하겠다고 이새아를 찾아온다.

'어떻게 나를? 나를 찾아올 수가 있어?' 직장인의 비극은 멘탈 사망각에도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격하게 공감이 가는 문장이다.)

이새아의 빈틈을 노리고 치고 들어온 또 다른 남자는 세계적인 사진작가 조예찬.

'첫눈에 반한 그녀의 마음을 훔치려 여기까지 들어왔으니, 사랑과 기침은 숨길 수가 없다던가. 조예찬의 독백 '내 사진은 아직 멀었다. 그녀의 실물을 따라가려면'

전세련과 결혼식이 갑작스럽지 않은 매니저의 등장과 함께 막을 내리지만 새아는 감당할 수 없는 지혁과 결별을 고하는 듯 하지만 사업상 더욱 긴밀하게 마주치게 된다. 이 상황에 대한 새아의 독백 '아이고, 숨 쉬는게 다 밀당이지, 이 남자는. 여기에 매번 말리는 나는 또 뭐냐.'

소설처럼 재미 있었던 한 장면.

웨딩플레너 새아가 야심차게 준비한 세계적인 과학자 부부의 감동의 결혼식. 가장 큰 난관의 술에 취해 깽판을 부리는 남편의 홀어머니였다. 우여곡절 끝에 홀어머니미순에게 술을 잔뜩 먹여서 위기를 모면하고, 극적인 순간에 어머니를 깨워서 감사패를 전달하면서 영상을 보여준다.

"여기, 이제 스무 살 된 예쁜 아가씨가 있습니다."

"집에서 오빠들만 공부시켜서 많이 배우지도 못했고, 어린 나이에 식모처럼 오빠들 뒷바라지만 해야 했던 아가씨였습니다."

"아쉽게도 짝으로 정한 남자는 너무 일찍 가 버렸습니다."

"정미순 씨는 욕심이 많았습니다. 어떻게든 돈 벌어서 애들을 키워야 했으니까요."

"어머님, 제가 요리를 잘 못 합니다."

"어머님의 그 긴긴 희생의 세월을 다 안다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제는 아주 조금이라도 그 세월 위로해 드리고 싶습니다."

영상과 함께 아들과 며느리가 읽어주는 감사의 편지에, 홀어머는 눈물을 흘리면서 아들을 뺏어간다고 소리쳤던 며느리에 대해 미안함을 표현한다. 이 대목에서 나도 모르게 찔끔 눈물이 났다.

한편, 매력적이지만 비혼주의자인 권지혁과 거리를 둔 이새아는 조예찬과 사진을 핑게로 급격히 가까워지려 한다. 새아의 독백 '사진이 이렇게 흐릿했다가 선명해지는 거구나. 내 인생도 그랬음 좋겠다. 흐릿한 부분 없이, 다 선명해졌음 좋겠다."

게다가 결혼을 준비해주었던 새댁들의 조언이 귓가를 맴돈다. '필 꽂히는 남자 만나면 인생 조진다.' 왠지 그녀들의 말이 정답일 것 같았다.

한편 외톨이가 된 비혼주의자 지혁은, '그렇게 형과 인사를 하고 돌아와 집에 누워서 떠올린 사람은, 또다시 새아였다. 짝사랑은 참 이상한 거였다. 하루라도 빼놓는 날이 없었다.'

운명이 얼마나 장난을 심하는 치는건지는 몰라도, 우리들의 밀당 커플 지혁과 새아는 대형 결혼식 웨딩쇼를 기획하는데 하필 신랑 신부의 피치못할 사고로 대리 신랑 신부가 된다.(도대체 몇 번째 대타인지) 그 가짜 결혼식을 하면서 지혁은 깨달았다.

'그제야 확신이 들었다. 나는 평생 결혼하지 않을 것이다. 당신이 아니라면, 철석같던 비혼주의에 금이 가는 순간이었다. 오직, 그녀, 단 한 명 만이 내 결혼 공포증을 치유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오직 그녀여야만 한다.'

애매한 밀당을 주고 받지만 늘 미안한 마음을 품게되는 예찬을 향한 새아의 마음.

'미안해하는 건 사랑이 아니었다.'

이제는 예찬이 사과를 해야 할 차례였다.

"미안해요, 새아 씨 마음, 힘들게 해서."

새아와 예찬의 밀당.

"나를 가지니까, 세상 다 가진 것 같아?"

"응, 어떻게 알았어?"

이 둘의 밀당은 어떻게 운명처럼 이어질지 3편이 궁금해진다.

#밀당의요정 #천지혜 #웹소설 #로맨스소설 #서평단

* RHK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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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신체, 공간, 폭력 - 4개의 키워드로 무용 현장을 읽는다 허사이트 시선 총서 2
윤단우 지음 / 허사이트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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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을 길러내는 사회의 물길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개인을 움직이는 마음의 물길은 또 어떻게 흘러가는지에 관심이 있는 윤단우 작가의 무용 현장에 관한 고발.

* 움직임을 묶어두는 움직임

'몸'이라는 무용잡지에 근무하면서 작가가 느낀 소감은 '이토록 아름답게 고여 있는 세계라니!" 라는 탄식이었고, 그 탄식은 곧 "고여 있는 아름다운 세계여, 제발 움직여라!"라는 외침이 되었다. '나는 멀리서 보면 그토록 반짝이고 가까이 다가가면 추하게 얼룩진 이 모순된 세계만큼 이상하고 아름다운 것을 본 적이 없다.'



* 사랑을 얻기 위해 인어공주가 잃어야 했던 것은 발언권이다인어공주의 꼬리지느러미를 다리로 바꾸어 걸을 수 있게 해주고 그 대가로 목소리를 앗아간 바다마녀처럼, 무용계에는 전공자들에게 춤을 가르치는 대신 발언을 제한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대학을 통해 현장이 구축되어 온 무용계 시스템 안에서 성원권을 부여하는 최종결정권자는 교수들이다.


- 한국에서 '무용계'라 지칭되는 세계는 사실상 '대학 무용계'의 줄임말이라 할 수 있다. 교수들은 교육자와 창작자라는 두 가지 정체성으로 대학과 현장을 무람없이 횡단한다.


* 여성과 남성 무용가

- 무용 전공자들 사이에서 관찰되는 꾸밈노동의 심화는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남성 전공자들은 이 같은 꾸밈노동을 수행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무용계 성별 고정관념을 보다 공고히 하는 토대로 작용한다.

- 한국무용 공연을 봐도 아직도 여성 무용수들은 웃는 얼굴을 유지하고 있고 남성 무용수는 웃는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대체 왜 웃음의 기원이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지 않고 차이를 보이는 것일까?

* 신체, 공간, 폭력

신체를 '신체영토'로 이해할 때 '신체주권'이란 신체에 대한 의사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권력이며, 대내적으로는 최고의 절대적 힘을 가지고, 대외적으로는 자주적 독립성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 무용인들은 무대라는 신전에 올라가기 위해 예술학교와 예술대학을 거치며 오랜 기간 동안 전문적인 훈련을 받는다. 문제는 이 목적을 이루고자 하는 많은 무용인들이 예비 무용인 시절부터 인권 유린에 가까운 폭력을 겪는다는 점이다.

* 예술보다 위대한 예술가는 없다

- 1999년 기소된 중앙대 무용학과 국수호 교수의 남자 제자 성추행 사건은 제대로 청산되지 않은 과거가 어떻게 현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시켜주는 훌륭한 반면교사다. 기소 당시 국립무용단장으로 재직하고 있던 국 교수는 사건이 법정으로 이관되며 무용단장직과 교수직에서 모두 박탈되었으나 형기를 마친 뒤 무용계로 성공적으로 복귀하여 지금까지도 왕성한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한국 창작춤의 대명사 김매자 창무예술원 이사장 또한 1991년 이화여대 무용학과 입시부정 사건으로 교수직을 잃고 수인의 몸이 되어 불명예스러운 퇴장을 당했지만, 2021년 '예술세상 마을 프로젝트'의 세 번째 명인으로 선정되었다.


- '나에게 춤을 가르쳐주는 스승의 존재가 내 몸보다 우선시되는 동안 몸의 존엄이 훼손되는 데에는 무감각해진다. 존엄이 훼손되고 식민화된 몸 위에서 독립적인 세계가 지어질 리는 만무하며, 식민화된 몸이 만들어내는 것을 '예술'이라고 부를 수는 더더욱 없다.'

'우리가 사랑하는 예술을 만든 이가 괴물일 때,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문화평론가 콘스턴스 그레이디)

- 무용수는 원치 않는 행위나 동작을 거부할 권리가 있고, 특정 동작을 하는 이유는 충분히 설명되어야 한다.(무용계 내 성평등 행동강령)

-- 완전한 예술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는 것처럼, 완전한 신체의 자유도 보장되어야 하는데 아직도 인간세상은 그러한 자유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거장들의 실명을 거론하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아름답게만 포장된 무용계 내의 폭력성을 고발한 작가와 출판사의 용기가 '여성, 신체, 공-간, 아름다움' 을 지향하는 무용계를 만드는데 일조하기 바란다.

* 이 글은 허사이트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허사이트출판사, #윤단우, #허보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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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배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 1~3 세트 - 전3권
프랑수아 플라스 지음, 공나리 옮김 / 솔출판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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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존의 나라(A)에서 지조틀인의 나라(Z)까지

오르배섬의 지리학자들은 지도를 만드는 것만으로도 세상의 모든 이치를 알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거대한 것에 이르기까지 자연의 모든 현상을 지도로 만들려고 노력했지요.

오늘날, 오르배섬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그곳 지리학자들이 시도한 3권의 지도책만 남아 있을 뿐입니다.

- A 아마존의 나라

아마존의 나라는 전설의 여전사족이 산다는 지상낙원으로, 여왕을 모시고 사는 용맹스러운 여전사들은 말을 타고 다니며 무성한 풀숲을 누비곤 했다네. 여전사들이 부르는 생명의 노래는 땅 위 모든 것들의 생명의 양식이 되었다네.

유포노스는 류트를 연주하는 매우 뛰어난 악사였다. 그는 단 몇 개의 음만으로도 자유자재로 듣는 이의 마음을 슬픔에 빠지게도, 혹은 기쁨에 들뜨게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유포노스는 조금도 행복하지 않았다. 그가 바라는 건 돈도 명예도 아니었다. 오래지 노래하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유포노스는 벙어리였다. 나뭇잎을 흔들어대는 시냇물의 쾌활한 재잘거림, 매미와 새들의 밝은 노랫소리가 벙어리인 그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차라리 귀까지 먹어버렸으면.....'

유포노스는 목이 메어 아마존들 곁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절망적인 몸짓으로 안절부절 못하면서 마땅히 바꿀 물건도 없어 보이는 그를 사람들은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잠시 후, 유포노스는 가방을 열어 잠시도 손에서 놓지 않았던 류트를 꺼내 들었다.

허공을 향해 둥실 떠오르는 음 하나하나가 오랫동안 그의 가슴을 짓누르던 시름을 조금씩 덜어주었다. 순간, 열을 지어 서 있던 여전사들 사이로 들릴락 말락 한 속삭임이 새어 나왔다. 또 다른 가락이 날아들어 실타래처럼 얽히고 설켰다.

모두가 입을 벌린 채 기적 같은 풍경에서 눈과 귀를 떼지 못했다. 그들은 난생 처음, 가슴 깊은 곳에 시름을 안고 떠도는 슬픈 방랑자의 선율을 따라 바람에 허리를 젖힌 풀들 위로 아름다운 여전사들이 끝없이 질주하는 곳, 은빛 폭포가 흐르고 천마들이 뛰노는 아마존의 나라로 실려 가는 자신들을 발견했다.

이튿날, 유포노스는 그 도시를 떠났다. 그러고는 다리 위에 멈춰 서서 빠르고 가볍게 흐르는 물살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았다. 그러고는 다리 위에 멈춰 서서 빠르고 가볍게 흐르는 물살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았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이 벙어리라는 사실이 슬프지 않았다.

젊은 의사 알비니우스는 붉은 피부병 치료약을 개발해서 대단한 인기를 누렸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 웅갈릴족의 산적에게 납치되어 소르도가이 두목을 만난다. 산적 두목은 다른 나라의 공주 타위아나를 납치해서 젊은 의사에게 공주의 마음을 움직을 수 있는 사랑의 묘약을 요구한다.

젊은 의사 알비니우스는 두목에게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을 하고, 공주에게는 탈출을 도와주겠다고 약속을 한다. 알비니우스는 공주에게 약속을 한 뒤 방을 나섰다. 두목과의 약속 이후 이것이 두번째였다. 그러나 이내 도저히 함께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했음을 깨닫고는 고민에 빠진다.

성에서 축제가 열린 저녁, 새조련사의 목소리와 새의 노랫소리가 이루는 이상야릇한 대비에 점점 끌리기 시작했다. 어느덧 두목의 눈가에 감동의 눈물이 맺혔다. 바로 그때, 공주가 그 새를 갖고 싶다는 신호를 보냈다. 조련사는 벌벌 떨며 공주의 손에 자신의 보물을 올려놓았다. 그러자 타위아나는 구경꾼들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새를 하늘로 날려 보냈다.

"나 역시 새 장의 문을 열어줄 줄 아는 사람이오. 내일 떠나도 좋소. 당신이 원하는 곳에 도착할 때까지 호위대가 보호해줄 것이외. 알비니우스, 자네도 자네가 한 약속에서 풀어주겠네."

길모퉁이를 돌자, 산등성이에서 말을 타고 떠나는 공주를 지켜보는 소르도가이 두목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는 오랫동안 공주를 바라보았고, 그것을 눈치 챈 공주의 얼굴이 부끄러움으로 붉게 물들었다. 타위아나는 이상하게 가슴이 아팠다.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뭔가 찌릿하는 감정이 솟구쳐 올랐다.

한편, 소르도가이 두목은 끔찍한 고통을 겪고 있었다. 공주가 떠난 뒤 몇 주 동안 방 안에 틀어박혀 벙어리처럼 말 한마디조차 하지 않는가 하면, 갑자기 불같이 화를 내기도 했다. 혼자 말을 타고 윌뤼쥘 바람을 쐬고 와 피부병이 그칠 날이 없었고, 그의 말도 머리부터 발굽까지 몸 전체가 온통 붉어지는 병에 걸렸다.

어느 날, 긴 여행 끝에 알비니우스와 타위아나는 웅귀르산에 이르게 되었다.

"알비니우스, 자네를 다시 보게 되다니 너무나 기쁘구려! 신이 자네를 이리로 보내주었다 보오. 이 붉은 피부병을 좀 보시오. 오직 자네만이 내 병을 고칠 수 있소."

그때 타위아나 공주가 두건을 벗었다. 타위아나는 두목의 말 곁으로 다가가 재빨리 그의 고삐를 낚아챘다. "이번에는 제가 당신을 납치하지요." 그러고는 자기 말의 옆구리를 박차면서, 숨찬 말의 얼굴이 자줏빛으로 변할 때까지, 뒤따르는 두목의 얼굴이 붉게 상기될 때까지 힘차게 내달렸다.

알비니우스는 벅찬 가슴으로 두 사람을 멀리서 뒤따랐다. 드디어 자신이 했던 두 가지 약속을 모두 지키게 된 것이었다. 그는 마음의 고통을 치료하는 것보다 육체의 상처를 치료하는 게 훨씬 더 쉬운 일이라고 생각하며 다시금 환하게 웃음 지었다."

* 오르배섬 사람들이 만든 스물여섯 특별한 나라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환상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동화 같은 이야기가 때로는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게 만드는 위로와 용기를 주기도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 솔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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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내 이름을 불러준 순간 - 내 마음의 빛을 찾아주는 인생의 문장들
전승환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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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남자, 마음 큐레이터 전승환 작가의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에 이은 두 번째 인문 에세이

* 작가가 나에게 들려주는 위로의 문장들

- 자기긍정감이란 우수한 자신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마음이다.

(대인 관계 분야 최고 권위자 미즈시마 히로코, '자기긍정감을 회복하는 시간')

- 세상에서 제일 슬픈 일 중에 하나가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불러도 대답이 없을 때야. 맛있는 것도 사주고, 경치 좋은 곳도 구경시켜 주고 싶은데 그 사람이 이 세상에 없을 때란 말이야.(양순자 작가, '인생 9단')

- 내 모습이 단 하나일 필요는 없습니다. 내 속에 내가 너무 많다는 건, 그만큼 여러 가지 모습으로 사랑해 줄 다양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일 테니까요.(전승환 작가)

- 아, 삶이란 때론 이렇게 외롭구나.(용혜원 시인, '어느 날의 커피')

- 내가 인생을 살면서 배운 모든 건 세 단어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삶은 계속된다.'(로버트 프로스트)

- "내가 만든 따뜻한 롤빵을 좀 드시지요. 뭘 좀 드시고 기운을 차리는 게 좋겠소. 이럴 때 뭘 좀 먹는 것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될 거요." (...) 그 롤빵은 따뜻하고 달콤했다. 그녀는 롤빵을 세 개나 먹어 빵집 주인을 기쁘게 했다.

(교통사고로 아이를 잃은 부부에게 빵집주인이 예약한 케이크를 찾아가지 않는다고 항의하자, 사과하러 찾아온 부부에게 자신의 오해와 잘못을 진심으로 사과하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위로인, 갓 구워낸 따스한 빵을 건네며 전하는 위로)

-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 제 나름의 행복의 기준을 이야기해 보고 싶습니다. 저는 무언가에 집중하다가 다른 무언가를 놓쳐본 사람이라면 행복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아닌 다른 것에 이 정도로 집중할 수 있는 것. 이 정도로 사랑할 대상이 있다는 것이 행복한 삶의 조건 중 하나가 아닐까요.(전승환 작가)

- 서로 이름을 불러줄 때 우리의 관계가 다정해지듯이, 서로 좋은 문장을 나눌 때 우리의 세계는 조금 더 깊어지고 단단해질 테니까요.(전승환 작가)

* 최고의 휴식법(잘 쉬는 기술)

- 우리가 찾고자 한 것은 사람들이 가장 즐겁다고 생각하는 활동이나 행복을 경험하게 해주는 활동, 혹은 가장 가치 있다고 여기는 활동이 아니라, '가장 휴식이 된다고 느끼는 활동'이라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주목할 만한 결과는 '쉰다는 느낌을 주는 상위 5위까지의 활동'이 '모조리 혼자서 하는 활동'이었다는 점이다. 인간은 휴식을 취할 때 대체로 타인들에게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5위 : 아무것도 안 하기

4위 : 음악을 듣는 기쁨

3위 : 혼자 있는 시간의 힘

2위 : 자연에서 얻는 회복력

1위 : 독서

* 다산초당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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