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신체, 공간, 폭력 - 4개의 키워드로 무용 현장을 읽는다 허사이트 시선 총서 2
윤단우 지음 / 허사이트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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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개인을 길러내는 사회의 물길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개인을 움직이는 마음의 물길은 또 어떻게 흘러가는지에 관심이 있는 윤단우 작가의 무용 현장에 관한 고발.

* 움직임을 묶어두는 움직임

'몸'이라는 무용잡지에 근무하면서 작가가 느낀 소감은 '이토록 아름답게 고여 있는 세계라니!" 라는 탄식이었고, 그 탄식은 곧 "고여 있는 아름다운 세계여, 제발 움직여라!"라는 외침이 되었다. '나는 멀리서 보면 그토록 반짝이고 가까이 다가가면 추하게 얼룩진 이 모순된 세계만큼 이상하고 아름다운 것을 본 적이 없다.'



* 사랑을 얻기 위해 인어공주가 잃어야 했던 것은 발언권이다인어공주의 꼬리지느러미를 다리로 바꾸어 걸을 수 있게 해주고 그 대가로 목소리를 앗아간 바다마녀처럼, 무용계에는 전공자들에게 춤을 가르치는 대신 발언을 제한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대학을 통해 현장이 구축되어 온 무용계 시스템 안에서 성원권을 부여하는 최종결정권자는 교수들이다.


- 한국에서 '무용계'라 지칭되는 세계는 사실상 '대학 무용계'의 줄임말이라 할 수 있다. 교수들은 교육자와 창작자라는 두 가지 정체성으로 대학과 현장을 무람없이 횡단한다.


* 여성과 남성 무용가

- 무용 전공자들 사이에서 관찰되는 꾸밈노동의 심화는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남성 전공자들은 이 같은 꾸밈노동을 수행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무용계 성별 고정관념을 보다 공고히 하는 토대로 작용한다.

- 한국무용 공연을 봐도 아직도 여성 무용수들은 웃는 얼굴을 유지하고 있고 남성 무용수는 웃는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대체 왜 웃음의 기원이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지 않고 차이를 보이는 것일까?

* 신체, 공간, 폭력

신체를 '신체영토'로 이해할 때 '신체주권'이란 신체에 대한 의사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권력이며, 대내적으로는 최고의 절대적 힘을 가지고, 대외적으로는 자주적 독립성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 무용인들은 무대라는 신전에 올라가기 위해 예술학교와 예술대학을 거치며 오랜 기간 동안 전문적인 훈련을 받는다. 문제는 이 목적을 이루고자 하는 많은 무용인들이 예비 무용인 시절부터 인권 유린에 가까운 폭력을 겪는다는 점이다.

* 예술보다 위대한 예술가는 없다

- 1999년 기소된 중앙대 무용학과 국수호 교수의 남자 제자 성추행 사건은 제대로 청산되지 않은 과거가 어떻게 현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시켜주는 훌륭한 반면교사다. 기소 당시 국립무용단장으로 재직하고 있던 국 교수는 사건이 법정으로 이관되며 무용단장직과 교수직에서 모두 박탈되었으나 형기를 마친 뒤 무용계로 성공적으로 복귀하여 지금까지도 왕성한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한국 창작춤의 대명사 김매자 창무예술원 이사장 또한 1991년 이화여대 무용학과 입시부정 사건으로 교수직을 잃고 수인의 몸이 되어 불명예스러운 퇴장을 당했지만, 2021년 '예술세상 마을 프로젝트'의 세 번째 명인으로 선정되었다.


- '나에게 춤을 가르쳐주는 스승의 존재가 내 몸보다 우선시되는 동안 몸의 존엄이 훼손되는 데에는 무감각해진다. 존엄이 훼손되고 식민화된 몸 위에서 독립적인 세계가 지어질 리는 만무하며, 식민화된 몸이 만들어내는 것을 '예술'이라고 부를 수는 더더욱 없다.'

'우리가 사랑하는 예술을 만든 이가 괴물일 때,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문화평론가 콘스턴스 그레이디)

- 무용수는 원치 않는 행위나 동작을 거부할 권리가 있고, 특정 동작을 하는 이유는 충분히 설명되어야 한다.(무용계 내 성평등 행동강령)

-- 완전한 예술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는 것처럼, 완전한 신체의 자유도 보장되어야 하는데 아직도 인간세상은 그러한 자유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거장들의 실명을 거론하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아름답게만 포장된 무용계 내의 폭력성을 고발한 작가와 출판사의 용기가 '여성, 신체, 공-간, 아름다움' 을 지향하는 무용계를 만드는데 일조하기 바란다.

* 이 글은 허사이트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허사이트출판사, #윤단우, #허보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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