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을 길러내는 사회의 물길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개인을 움직이는 마음의 물길은 또 어떻게 흘러가는지에 관심이 있는 윤단우 작가의 무용 현장에 관한 고발.
* 움직임을 묶어두는 움직임
'몸'이라는 무용잡지에 근무하면서 작가가 느낀 소감은 '이토록 아름답게 고여 있는 세계라니!" 라는 탄식이었고, 그 탄식은 곧 "고여 있는 아름다운 세계여, 제발 움직여라!"라는 외침이 되었다. '나는 멀리서 보면 그토록 반짝이고 가까이 다가가면 추하게 얼룩진 이 모순된 세계만큼 이상하고 아름다운 것을 본 적이 없다.'
* 사랑을 얻기 위해 인어공주가 잃어야 했던 것은 발언권이다인어공주의 꼬리지느러미를 다리로 바꾸어 걸을 수 있게 해주고 그 대가로 목소리를 앗아간 바다마녀처럼, 무용계에는 전공자들에게 춤을 가르치는 대신 발언을 제한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대학을 통해 현장이 구축되어 온 무용계 시스템 안에서 성원권을 부여하는 최종결정권자는 교수들이다.
- 한국에서 '무용계'라 지칭되는 세계는 사실상 '대학 무용계'의 줄임말이라 할 수 있다. 교수들은 교육자와 창작자라는 두 가지 정체성으로 대학과 현장을 무람없이 횡단한다.
* 여성과 남성 무용가
- 무용 전공자들 사이에서 관찰되는 꾸밈노동의 심화는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남성 전공자들은 이 같은 꾸밈노동을 수행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무용계 성별 고정관념을 보다 공고히 하는 토대로 작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