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배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 1~3 세트 - 전3권
프랑수아 플라스 지음, 공나리 옮김 / 솔출판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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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존의 나라(A)에서 지조틀인의 나라(Z)까지

오르배섬의 지리학자들은 지도를 만드는 것만으로도 세상의 모든 이치를 알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거대한 것에 이르기까지 자연의 모든 현상을 지도로 만들려고 노력했지요.

오늘날, 오르배섬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그곳 지리학자들이 시도한 3권의 지도책만 남아 있을 뿐입니다.

- A 아마존의 나라

아마존의 나라는 전설의 여전사족이 산다는 지상낙원으로, 여왕을 모시고 사는 용맹스러운 여전사들은 말을 타고 다니며 무성한 풀숲을 누비곤 했다네. 여전사들이 부르는 생명의 노래는 땅 위 모든 것들의 생명의 양식이 되었다네.

유포노스는 류트를 연주하는 매우 뛰어난 악사였다. 그는 단 몇 개의 음만으로도 자유자재로 듣는 이의 마음을 슬픔에 빠지게도, 혹은 기쁨에 들뜨게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유포노스는 조금도 행복하지 않았다. 그가 바라는 건 돈도 명예도 아니었다. 오래지 노래하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유포노스는 벙어리였다. 나뭇잎을 흔들어대는 시냇물의 쾌활한 재잘거림, 매미와 새들의 밝은 노랫소리가 벙어리인 그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차라리 귀까지 먹어버렸으면.....'

유포노스는 목이 메어 아마존들 곁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절망적인 몸짓으로 안절부절 못하면서 마땅히 바꿀 물건도 없어 보이는 그를 사람들은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잠시 후, 유포노스는 가방을 열어 잠시도 손에서 놓지 않았던 류트를 꺼내 들었다.

허공을 향해 둥실 떠오르는 음 하나하나가 오랫동안 그의 가슴을 짓누르던 시름을 조금씩 덜어주었다. 순간, 열을 지어 서 있던 여전사들 사이로 들릴락 말락 한 속삭임이 새어 나왔다. 또 다른 가락이 날아들어 실타래처럼 얽히고 설켰다.

모두가 입을 벌린 채 기적 같은 풍경에서 눈과 귀를 떼지 못했다. 그들은 난생 처음, 가슴 깊은 곳에 시름을 안고 떠도는 슬픈 방랑자의 선율을 따라 바람에 허리를 젖힌 풀들 위로 아름다운 여전사들이 끝없이 질주하는 곳, 은빛 폭포가 흐르고 천마들이 뛰노는 아마존의 나라로 실려 가는 자신들을 발견했다.

이튿날, 유포노스는 그 도시를 떠났다. 그러고는 다리 위에 멈춰 서서 빠르고 가볍게 흐르는 물살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았다. 그러고는 다리 위에 멈춰 서서 빠르고 가볍게 흐르는 물살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았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이 벙어리라는 사실이 슬프지 않았다.

젊은 의사 알비니우스는 붉은 피부병 치료약을 개발해서 대단한 인기를 누렸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 웅갈릴족의 산적에게 납치되어 소르도가이 두목을 만난다. 산적 두목은 다른 나라의 공주 타위아나를 납치해서 젊은 의사에게 공주의 마음을 움직을 수 있는 사랑의 묘약을 요구한다.

젊은 의사 알비니우스는 두목에게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을 하고, 공주에게는 탈출을 도와주겠다고 약속을 한다. 알비니우스는 공주에게 약속을 한 뒤 방을 나섰다. 두목과의 약속 이후 이것이 두번째였다. 그러나 이내 도저히 함께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했음을 깨닫고는 고민에 빠진다.

성에서 축제가 열린 저녁, 새조련사의 목소리와 새의 노랫소리가 이루는 이상야릇한 대비에 점점 끌리기 시작했다. 어느덧 두목의 눈가에 감동의 눈물이 맺혔다. 바로 그때, 공주가 그 새를 갖고 싶다는 신호를 보냈다. 조련사는 벌벌 떨며 공주의 손에 자신의 보물을 올려놓았다. 그러자 타위아나는 구경꾼들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새를 하늘로 날려 보냈다.

"나 역시 새 장의 문을 열어줄 줄 아는 사람이오. 내일 떠나도 좋소. 당신이 원하는 곳에 도착할 때까지 호위대가 보호해줄 것이외. 알비니우스, 자네도 자네가 한 약속에서 풀어주겠네."

길모퉁이를 돌자, 산등성이에서 말을 타고 떠나는 공주를 지켜보는 소르도가이 두목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는 오랫동안 공주를 바라보았고, 그것을 눈치 챈 공주의 얼굴이 부끄러움으로 붉게 물들었다. 타위아나는 이상하게 가슴이 아팠다.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뭔가 찌릿하는 감정이 솟구쳐 올랐다.

한편, 소르도가이 두목은 끔찍한 고통을 겪고 있었다. 공주가 떠난 뒤 몇 주 동안 방 안에 틀어박혀 벙어리처럼 말 한마디조차 하지 않는가 하면, 갑자기 불같이 화를 내기도 했다. 혼자 말을 타고 윌뤼쥘 바람을 쐬고 와 피부병이 그칠 날이 없었고, 그의 말도 머리부터 발굽까지 몸 전체가 온통 붉어지는 병에 걸렸다.

어느 날, 긴 여행 끝에 알비니우스와 타위아나는 웅귀르산에 이르게 되었다.

"알비니우스, 자네를 다시 보게 되다니 너무나 기쁘구려! 신이 자네를 이리로 보내주었다 보오. 이 붉은 피부병을 좀 보시오. 오직 자네만이 내 병을 고칠 수 있소."

그때 타위아나 공주가 두건을 벗었다. 타위아나는 두목의 말 곁으로 다가가 재빨리 그의 고삐를 낚아챘다. "이번에는 제가 당신을 납치하지요." 그러고는 자기 말의 옆구리를 박차면서, 숨찬 말의 얼굴이 자줏빛으로 변할 때까지, 뒤따르는 두목의 얼굴이 붉게 상기될 때까지 힘차게 내달렸다.

알비니우스는 벅찬 가슴으로 두 사람을 멀리서 뒤따랐다. 드디어 자신이 했던 두 가지 약속을 모두 지키게 된 것이었다. 그는 마음의 고통을 치료하는 것보다 육체의 상처를 치료하는 게 훨씬 더 쉬운 일이라고 생각하며 다시금 환하게 웃음 지었다."

* 오르배섬 사람들이 만든 스물여섯 특별한 나라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환상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동화 같은 이야기가 때로는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게 만드는 위로와 용기를 주기도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 솔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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