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생리학 인간 생리학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류재화 옮김 / 페이퍼로드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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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 자신의 주인인 동시에 나 자신의 하인이기도 했다"는 고백으로 유명한 오노레 '드' 발자크 Honore de Balzac 의 <공무원 생리학>은 1841년에 프랑스에서 쓰여진 작품임에도 2022년 현재 한국사회에도 유효한 통렬한 걸작이다.

* 공무원이란 무엇인가?

1830년 정치 개념에 따르면, 공무원 계급은 관공서 수위는 포함하지만, 장관에서 끝나지 않는다. 코르므냉(<세비에 관한 문건> 저자, 10년 동안 25쇄 찍음) 씨는 프랑스 국왕이 1천 200만 프랑의 급료를 받는 공무원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듯 보인다. 오, 세비의 은총 있으라! 다만 국왕은 거리 한복판에서 인민에 의해, 그리고 의회의 투표에 의해 당장 직위 해제될 수 있는 자다.

- 발자크의 주장은130년 후인 1960년 4. 19 혁명과 186년이 지난 2016년 광화문 촛불집회를 통해서 여전히 유효함이 입증되었다.

'따라서 공무원을 최상으로 정의하면 다음과 같다.

살기 위해 봉급이 필요한 자, 자신의 자리를 떠날 자유가 없는 자, 쓸데 없이 서류를 뒤적이는 것 외에 할 줄 아는 게 없는 자.'

-- 이럴 수가, 여전히 유효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다만, 자신의 자리를 떠날 자유가 없는 자라기 보다는 자신의 자리를 떠날 자유가 없고 싶은 자가 아닐까?

* 공무원의 유용성

우리 정치 요리책에는 6천만 프랑이 든다. 경찰 인력에는 그 이상이 든다. 우리 걸 누가 훔쳐 가지 말란 법은 없다. 법원, 교도소, 치안 다 그만큼 비용이 들지만, 그들이 우리에게 돌려줘야 하는 건 없다. 따라서 관공서 만세! 그들의 타당한 보고서도 만만세!

--- 그들이 돌려주는 것보다는 훨씬 많은 것이 공무원에게 돌아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 다수에게 복종하지만 그 누구에게도 종속되지 않는

부모는 자식이 푸른 양복에 안경 쓴 공무원 신사한테 매혹되면 내심 좋아한다. 근사한 붉은 리본에 반짝이는 단추, 어떤 부서든 관청에서 몇 가지 감시만 하고 퇴근하면 한 달에 1천 프랑은 받을 수 있다.

관료가 된다는 것은 세비에 손댄다는 것이고, 다시 말해 아무것도 안 하거나 해도 조금만 한다는 것을 뜻한다. 오늘날 국가는 모든 다수에 의해 움직인다. 그런데 아무도 걱정하지 않는 다수에게 복종한다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종속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땅에 구멍을 뚫는 자에게는 4천 프랑의 연금을 제공하면서, 뼈에 구멍을 내는 의료 기구를 만드는 학자에게는 2리야드도 제공 안 한다.

* 공무원의 구분

지방 공무원은 행복하다. 그가 뭘 먹고 사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자기 봉급은 먹지 않는다'고들 말한다.

한직이란 다시 말해 '별 근심 없는' 자들로, 자리만 지키면 완전한 안전성을 보장받으므로 각자 자기 부서에서 일만 하면 될 뿐 달리 할 일이 없다.

두 종류의 임시직밖에 없다. 가난한 임시직과 부유한 임시직.

가난한 공무원은 가장 안쓰러운 인물형이다. 행복하지도 않고 능란한 사교술도 없고 겸직할 능력도 안 된다. 자기 자리 하나 겨우 지키고 있지만, 그래도 결혼은 사랑하는 여자와 했다. 은퇴하기 전에 죽으면 부인이나 자식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 모든 공무원은 사무실에 9시에는 출근하지만

모든 공무원은 사무실에 9시에는 출근하지만, 대화하고 설명하고 토론하고 깃털 펜 다듬과 밀통하다 보면 벌써 오후 4시 반이다. 노동 시간 가운데 50퍼센트는 이렇게 날아간다. 20만을 지불하면 되는 일에 1천만을 지불하는 꼴이다.

* 보고서는 미루기다. 때론 얼른 가져오기다.

사안에 대해 깊이 알고, 결정을 내리고, 그것을 실행하는 자가 장관인 것처럼 보이지만, 천만의 말씀! 프랑스를 지배하는 보고서가 이 일을 다 하는 것이다. 대령부터 원수까지, 경철서장부터 국왕까지, 지사부터 장관까지, 의회부터 법안 가결까지 보고서에 보고서에 또 보고서다. 프랑스는 보고하고 또 보고한다. 행동하는 대신 글로, 말로 개진하느라 시간을 다 보내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연간 문서로 작성된 보고서가 1백만 개다. 관료주의가 지배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것이다.

* 퇴직 공무원

"언제 이 시간이 끝나리오! 언제 그만둘 수 있으리오! 언제 퇴직을 하냔 말이오! 아직도 몇 년이나 남았소. 내 30년이 이렇게 마감되는 거요! 시골에 가서 살고 싶소!"

그러나 어쨌든 퇴직해야 한다. 이 지겨웠던 마분지 상자와 이 공기를, 이 끔찍이도 싫어했고 끔찍이도 좋아했던 서류 뭉치와 작별해야 한다.

"이 양반하고 내 집에서 종일 같이 있으면 내가 어떻게 될지 몰라!" 그의 부인은 이렇게 말한다.

이 퇴직 공무원은 이제 지치지도 않는, 신문 열독자가 된다. 공고나 부고는 물론이고, 기사 제목부터 제호 옆 신문 경영인 이름까지 빠짐없이 읽는다. 그 때문에 신문을 읽는 데 세 시간이 족히 걸린다. 그러고 나면 좀 빈둥거리다가 저녁 식사 시간이 오기를 고통스럽게 기다린다.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던 후보들이 우후죽순처럼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 선출직 공무원에 재탕 삼탕으로 도전하는 것을 보면서 그 이유가 내심 궁금했다. 1800년대 프랑스 사회의 공무원은 '세비에 손을 대면서 아무것도 안 하거나 해도 조금만 하면서, 다수에게 복종한다고 외치지만 누구에게도 종속되지 않는' 직업이었다.

설마?

@paperroad_book #공무원생리학 #오노레드발자크 #류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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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05-28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동네에도 시의원-국회의원
그리고 이번에는 시장에까지 그
야말로 선거병에 걸리신 분이 한
분 계시더군요.

더 놀라운 건, 전과를 보니 폭력
과 위증까지! 도대체 이런 사람
을 공천한 공당에서는 무슨 생각
을 가지고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
다.

발작의 <공무원 생리학> 읽다 말
았는데 마저 읽어야겠습니다.
 
어느 날, 내 죽음에 네가 들어왔다
세이카 료겐 지음, 김윤경 옮김 / 모모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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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사신에게 넘겨준 수명

다른 사람들처럼 살지 못하던 주인공 아이바 준은, 이런 무의미한 인생을 빨리 끝내고 싶었던, 고등학교 시절의 마지막 크리스마스에 사신에게 자신의 수명을 넘겨주고, 시간을 되돌리는 우로보로스 은시계를 대가로 받는다. 이제 그에게 남은 수명은 3년이지만, 시한이 정해졌다고 생각한 순간 아이바 준에게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 죽어 싶어하는 소녀 이치노세 쓰키미

세상을 비관하는 것은 아이바 준만이 아니었다. 아이바 준은 망설였지만, 중학교 3학년 이치노세 쓰키미는 바로 자살을 감행한다. 그것도 아이바 준이 자살을 망설이다가 사신에게 수명을 넘겨주었던 바로 그 다리 위에서. 착찹한 심정으로 그 다리를 찾아간 준은, 자살한 소녀를 괴롭히던 네 소녀가 나타나서 자살한 소녀의 죽음을 기뻐하는 대화를 들으면서, 시간을 되돌려 소녀의 자살을 방해하기로 마음 먹는다.

* 스무번의 자살 방해 그리고

한 번의 자살 방해가 열 다섯 번으로 반복되던 날, 이치노세 쓰키미는 학교에 가도 집에 있어도 괴로움을 당하는 심정을 토로한다. "제가 죽으면 좋아할 사람은 있어도 슬퍼할 사람은 없다고요. 저 자신도 죽기를 원해요. 제가 죽어도 곤란해할 사람은 한 명도 없으니까. 이제 그만 끝내도 되잖아요."

수없는 이치노세 자살과 시간을 되돌려 이치노세의 자살을 방해하는 아이바의 반복된 줄다리기 속에서, 이치노세는 아이바에게 순간 순간 기쁨을 표현한다.

이치노세가 얼굴을 들어 수조를 들여다보며 "너무 예뻐요"라고 탄성을 질렀다.

"이렇게 맛있는 전갱이 처음 먹어봐요."

* 달라진 인사말

자살을 방해하고 헤어지는 순간 아이바는 말한다. "또 보자. 조심해 가고."

이치노세는 대답한다. "조심하지 않고 돌아가겠어요."

이치노세와 아쿠아리움을 다녀온 날 인사말이 달라졌다.

"조심해 가."

"오늘만은 조심해서 돌아갈게요."

"오늘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조심해."

* 이치노세의 변화

"아이바 씨가 자살을 막아주었을 때 솔직히 안도했어요. 내게도 걱정을 해주는 사람이 있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구원받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자살하는 건......, 그만둘까......, 봐요."

"저는요......, 내년 크리스마스도 아이바 씨랑 같이 보내고 싶....."

* 제발 나를 잊기를

집으로 돌아와 벽에 걸려 있는 달력 앞에서 크게 한숨을 쉬었다. 6월, 수명이 끝날 때까지 이제 반년밖에 남지 않았다. 올해 들어서는 자살 의사를 내비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대로라면 내가 없어져도 괜찮을 것이다.

하아......, 또 시작이다. 오늘도 역시, 그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 수명을 내놓지만 않았더라면.

이치노세와 지내는 동안 나 역시 괴로운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나도 이치노세에게 구원받았던 것이다.

"나도, 함께 있고 싶어."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말인데, 멈출 수가 없다.

* 엇갈린 운명

이치노세가 자신의 죽음을 알지 못하도록 자살을 결심한 아이바는 번번이 죽고 싶어하는 소녀 이치노세에게 자살을 방해받는다.

내 추측이 맞았다. 우로보로스 은시계는 두 개 존재했던 것이다.

"불꽃놀이 축제가 있던 날이에요. 사실은 그날, 아이바씨가 자살했어요."

"이제 곧 죽을 사람을 위해서 수명을 포기하다니 제정신이야?"

"이제 곧 죽을 사람은 그런 거 신경 쓸 필요 없잖아요."

이제 죽는 건 두렵지 않다. 실감이 나지 않을 만큼 공포가 사그라들었다.

다만 이치노세를 혼자 남기고 가는 것은 불안했다.

* 진정한 사랑은 인종과 국경과 나이를 초월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죽음까지도 초월할 수 있을까? 이치노세와 아이바는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사신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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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그릇을 키우는 6가지 방법 - 주 100시간 노동하는 부자가 아니라 주 10시간만 일해도 부자가 되는 시스템을 만들어라
김승현 지음 / 앤페이지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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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에서 장사가 가장 잘되는 칼국수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조조칼국수'의 김승현 대표는 다음과 같이 단언한다.


내가 빠지면 장사는 누가 해요?”라고 묻는 사람이 있는데 사장이 자리를 비워도 돌아가는 가게를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 내가 무조건 중심이 돼야 한다는 고집은 스스로를 평생 일의 노예로 만들 뿐이다.


이런 단호함에 어우러진 신화 속 주인공의 인간성은 단적으로 다음의 말에 잘 드러나 있다고 본다. “내 기획을 실현시켜주는 소중한 사람들에 대한 감사함과 고마움은 어떻게 보상해도 지나치지 않다. 돈, 휴가, 선물, 격려, 시간 등 그 무엇도 아끼지 않아야 한다.” 휴먼스토리 '연매출 120억 34살 칼국수집 사장님이 주차요원을 하는 이유[조조칼국수]' 유튜브 댓글에 직원 월급 점장에게 700만 원 이상 주는 분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25개 매장 전체 흑자 달성, 120억 원에 달하는 연 매출의 신화를 일구어낸 김승현 사장의 성공을 담아낼 그릇, 돈 그릇은 여기에서 출발하는 것 같다.


그는 돼지갈비집을 운영하는 부모님의 영향도 암암리에 있었겠지만, 13살 어린 시절부터 스스로 게임기를 사겠다는 일념으로 빈 병을 모아봤고, 찹쌀떡과 롤케익을 팔면서 지갑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번뜩이게 알아챈 싹수 있는 영업의 ‘꾼’이었고, 좀 더 커서는 친구 따라 웨이터로 생활하면서 성실함과 꾸준함 하나로 기존 60명을 제치고 매출 10위를 찍은 ‘억척이’였다.


“스님들이 매일 새벽 3시 반에 일어나 예불을 드리듯 사장은 손님이 오든 안 오든, 비가 오든 바람이 불든, 몸살이 났든 감기에 걸렸든 항상 약속시간에 문을 열고 꾸준하게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 장사는 수행과 같다.


이어 옷가게, 분식집, 닭강정 가게, 돼지찌개 전문점, 곱창집, 식육식당, 패밀리레스토랑, 조조칼국수, 육가공업체, 밀키트까지 그야말로 다양한 분야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일에 계속 도전했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노하우가 자신을 성장시키는 가장 큰 동력이란 것을 깨달았다.


1. 단 1퍼센트의 확률을 위해 사력을 다해 뛰어라. '홀로서기'

핵심인력이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실행능력을 갖춘 관리자가 될 때까지 끊임없이 교육해야 한다. 내가 혼자 10만 원을 버는 것보다 함께 일하는 10명이 각자 5만 원을 버는 것이 더 많은 이익을 남기기 때문이다. 단 1퍼센트의 확률을 위해 사력을 다해 뛰는 게 사업이다.


2. 모든 가게는 단 한 명의 고객에서 시작한다. '고객창출'

내가 고객이라면 이 가게에 다시 오고 싶을까. 사람을 모으고 돈은 그다음에 번다는 철칙만 기억하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모든 가게는 단 한 명의 고객에서 시작된다. 고객이 우리 매장을 찾아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3. 상대의 지갑이 아니라 마음을 열어라. '소비심리'

신뢰라는 이름의 매출. 상대의 지갑이 아니라 마음 여는 법을 깨달은 순간, 고객이 우리 가게에 좋은 감정과 여운을 많이 가질수록 싱공 확률은 더 높아진다. 소문은 빠르다. 나쁜 소문은 더 빠르다.


4. 그들이 나를 따라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 람'

주 100시간 일하는 '노동 부자'가 아니라 주 10시간만 일해도 되는 '시간 부자'가 되는 길, 유일한 길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구성원 모두가 성장해야 하는 이유다. 하루 일과의 90퍼센트를 사람들과 대화하는 데 사용한다. 그들이 나를 따라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5. 고객을 위해 번거롭고 수고스러운 과정을 감수하라. '리스타트'

고객은 철저히 자신에게 단 하나라도 이득이 되는 무언가가 있어야만 다시 찾아온다. 삼시 세끼 밥하는 것이 귀찮으면 식당을 하면 안 된다. 고객을 위해 기꺼이 번거롭고 수고스러운 과정을 감수하는 것이 바로 장사의 본질이다.


6. 하기 싫은 일을 먼저 하라. '자기절제'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늘 그것으로부터 얻는 ‘좋은 무언가’가 있다. 해결책을 찾고 나 자신을 성장시킬 절호의 기회를 절대 놓치지 마라. 하기 싫은 일을 먼저 하라.


먹는장사가 많다. 많아도 너무 많다. 대구는 더 그렇다며, 서울 다음으로 자영업자의 경쟁이 심한 도시가 대구이고, 그곳에서 손꼽히는 장사의 신으로 거듭난 저자의 책에는 정말 대한민국 자영업자라면 꼭 기억해야할 노하우가 제법 가볍지 않게 묵직한 보물창고처럼 가득하다. 평수와 월세, 테이블 수 등을 넣어 얼추 어림잡는 간단한 월매출 계산법으로 귀신처럼 잡아내는 장사 성공 여부, 저자만의 상권분석법 등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돈그릇을키우는6가지방법 #김승현 #앤페이지 #자기계발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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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에 읽는 서양 철학 페이퍼로드 하룻밤에 읽는 철학
양승권 지음 / 페이퍼로드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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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하룻밤은 아니었지만 손에서 책을 떼기가 아쉬울 정도로 흥미로운 서양철학 백과사전이었다. 특히, 서양철학의 알파이자 오메라로 불리우는 플라톤이 디오니시우스 1세에게 "왕의 말씀에는 독재자의 냄새가 납니다."라고 대꾸했다가 죽을 위기에 처하고 노예로 팔려갔을 때, 몸값을 치러주고 석방시켜준 키레네 학파의 안니케리스에게 돈을 갚으려 하지만 받지 않자, 그 돈으로 아카데미아를 세워 900년을 존속했다는 내용. 칸트가 매일 새벽 4시 45분에 일어나 15분 동안 담배를 피우면서도 80세를 살았다는 것과 외계인이 존재한다고 주장한 철학자 조르다노 브루노 등 흥미로운 내용들이 가득했다.

* 우주를 품은 철학자 피타고라스

그는 우주를 거대한 음악이라고 바라보았다. 천체가 음악적 조화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천체가 일정하게 움직이며, 태양과 달이 뜨고 지는 것도 음악의 리듬에 비견될 수 있다. 음악은 우주와 인간을 연결하는 고리다. 우리가 어떤 음악을 듣고 감동하는 이유는 우주의 수학적 질서에 나도 모르는 새 마음이 움직였기 때문이다.

* 죽음을 준비한 철학자 소크라테스

'떠날 시간이 되었다. 이제 우리는 각자의 길을 가자. 나는 죽음으로 가고 당신들은 삶으로 가고, 그렇지만 어느 쪽이 좋은 길인지는 신만이 알 것이다.'

(소크라테스가 법정을 떠나 감옥으로 가면서 청중에게 남기는 고별사)

'철학자들은 죽음을 수련하는 사람이다. 죽게 되었다고 화를 내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몸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재물과 명예를 사랑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플라톤의 <파이돈>에서 소크라테스가 한 말)

* 플라톤의 <국가>

수호자 계급과 통치자 계급은 개인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권력을 남용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사유재산이 허용되지 않는다.

올바른 사람이 정치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은 스스로 통치하려는 마음을 갖지 않으면, 그에 대한 최대의 벌은 자기보다 못한 사람한테 통치를 당하는 것이다.(소크라테스)

* 우주에 순응하여 생활하라 '스토아 학파'

전체에 이로운 것이라면 부분에도 해롭지 않다. 전체는 그에게 이롭지 않은 것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 내가 그런 전체의 부분이라는 점을 기억하는 한, 나는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행복할 수 있다.(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만약 지금 가진 것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온 세상을 가진다 해도 불행할 것이다.

(세네카)

*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에피쿠로스는 철저한 유물론자였다. 육체가 사라지면 영혼도 사라진다. 때문에 우리가 죽음을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우리가 존재하는 한 죽음은 오지 않고, 죽음이 오자마자 우리는 더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 지금, 이 순간이자 영원

아우구스티누스에 의하면 과거, 현재, 미래는 오직 '지금'이라는 시간에 존재한다. "과거는 '기억으로서의 지금'이고, 현재는 '감각으로서의 지금'이며, 미래는 '기대로서의 지금'이다."

* 진리는 주인이 없다 '스피노자'

스피노자의 대표작은 <에티카>다. 에티카란 '윤리학'이란 의미다. 스피노자는 <에티카>의 원고를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꼭꼭 숨겨놓았다. 스피노자의 친구 마이어가 그가 죽은 이후 <에티카>를 출간한다. 스피노자는 죽기 전에 "진리는 주인이 없다."라는 말과 함께 책에 자신의 이름을 적지 않을 것을 부탁했다고 전해진다.

  • 모든 고귀한 것은 힘들 뿐만 아니라 드물다.(<에티카>의 맨 마지막 문장)

'인간을 포함한 모든 존재는 신성을 보유하므로 어떤 것도 경멸을 받아서는 안 되며 모든 생명은 그 자체로 긍정되어야 한다.'(스피노자)

* 남의 철학을 배우지 말고, 스스로 철학하는 법을 배워라 '칸트'

"두 가지가 점점 더 나를 경탄과 경외감에 빠지게 한다. ... 별이 반짝이는 하늘과 내 마음속의 도덕률." <실천이성비판>

칸트가 죽기 얼마 전 의사가 들어서자 그는 병상에서 힘겹게 일어나 의사를 맞이한다. 인사를 나누고도 칸트는 그대로 서 있었다. 의사는 칸트에게 앉도록 권유했지만 칸트는 당황하며 머뭇거린다. 이 때 옆에 있던 칸트의 친구가 내방객인 의사가 먼저 앉으면 칸트가 앉을 것이라고 말해준다. 의사가 이 말을 듣지 않고 계속 서 있자, 칸트는 온 힘을 모아 말했다고 한다. "나에게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갖추게 해 주십시오." 이 일이 있고 나흘 후에 칸트는 세상을 하직한다.

* 대중들은 파시즘을 욕망한다 '빌헬름 라이히'

아니다 대중은 속지 않았으며, 그때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그들은 파시즘을 욕망하고 있었으며, 설명해야 할 점은 군중의 심리적 욕망이다.

인간이 '권력'을 얻을 수 없을 때 할 수 있는 대리만족이 바로 '권력자'를 사랑하는 것이다. 대중이 어떤 지도자를 특별한 논리적 이유 없이 무턱대고 지지하고 사랑한다면, 이것이야말로 파시즘의 전조가 아닐까?

* 대감금의 시대 '미셀 푸코'

푸코에 의하면 지식은 중립적이거나 보편적이지 않으며, '권력'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푸코에게 '권력'은 통치권이나 중앙집권적인 국가 권력, 이데올로기나 '헤게모니'라기보다는 공장, 학교, 관청, 병원, 감옥, 법정 등에서 일상적으로 작용하는 어떤 힘의 관계다. 푸코는 감옥이 공장, 학교, 병영, 병원 같은 근대 이후의 많은 시설과 유사하다는 점이 매우 놀랍다고 말한다. 우리는 이러한 '권력'을 내면화하면서 일상에 적응해나간다.

--- 나치에 협력한 천재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와 그의 제자이자 애인이었던 한나 아렌트의 증언, 프랑크푸르트 학파 '아도느로 봉변 사건', 노마드(유목민)의 철학자 들뢰즈의 투신자살 등 서양 철학자들의 이야기는 끝없이 펼쳐진다.

물질만능주의 시대 우리들의 철학은 무엇일까 자문해본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본다. 우리가 세계에 대해 모른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세계에 대해 확실히 안다고 생각하는 오만함이 문제인 것이다.

평생 안경알을 깍는 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진리는 주인이 없다'고 설파한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주문했다.

@paperroad_book #하룻밤에읽는서양철학 #양승권 #채게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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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판기 우유 - 마음이 자주 아팠던 여자가 쓰고, 마음이 자주 아팠던 남자가 그리다
이은정 지음, 이상수 그림 / 도서출판이곳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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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자주 아팠던 작가 이은정 글, 마음이 자주 아팠던 남자 이상수 그림.

아프고 외롭고 어둡고 고달팠던 시간의 흔적들을 모아서 작가는 71편의 시를 완성하였다. 언젠가 어두운 긴 터널을 지나온 그 아픔의 시간을 글로 그려보고 싶지만 아직은 조금 두렵다는 작가의 고백처럼, 아직은 치유의 과정에 있는 것 같다.

* 다른 사랑

15. 나쁜 남자

그 맘 주지 않을 거라면, 그 맘 내꺼 아니었다면

내게 잘해주지 마요, 내게 웃어주지 마요.

18. 내가 알던 사랑

사랑의 크기가,

사랑의 방향이,

이토록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왜 나만 몰랐을까?

* 그래도 사랑

21. 눈화장

나는 눈화장을 할 수 없어

자꾸 우는 바보라서


24. 그림자 사랑

상처가 있는

사람을 사랑하지 마세요.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사랑하게 된다면

그대의 따뜻한 가슴으로

조금씩 조금씩 열어주세요.


39. 사랑하네

여린 이가 여리고 여린 것들을 사랑하네

외로운 이가 지독하게 외로운 이를 사랑하네

사랑받지 못한 이가 사랑받지 못한 이를 사랑하네

그래서 나는 너를 사랑하네

그렇게 너도 나를 사랑하기를

부디 너도 나를 사랑했기를

* 엄마의 사랑

44. 시장에 가면

시장에 가면 엄마 생각이 난다.

저건 엄마가 팔았던 거

저건 엄마가 자주 사 오던 거

저건 엄마가 자주 먹었던 거

엄마가 팔았던 건 외로움이었음을...

엄마가 자꾸 사 오던 건 그리움이었음을...

삶의 고단함이었음을...

60. 자판기 우유

휘어질 듯 가득 실린 과일 리어카

휘어질 듯 끌고 가는 엄마의 굽은 등

무섭게 쫓아내던 검은 아저씨

길고도 짧은 숨바꼭질 끝에

긴 한숨 쉬며 작은 내 손에 쥐어주던,

굵고 거친 엄마 손 위에 새하얀 자판기 우유

아직도 자판기 속 새하얀 우유에선

엄마 냄새가 난다.

거칠고도 따뜻한 엄마 손길 닮은

엄마 냄새가 난다.

70. 후회

같은 거 자꾸 사 온다고 잔소리하지 말걸

같은 거 자꾸 말한다고 짜증 내지 말걸

드라마 같이 보자 할 때 옆에 있어 줄걸

목욕탕 같이 가자 할 때 귀찮아하지 말걸

부산에서 태어나 현재 울산의 한 도서관에서 사서로 근무하는 이은정 작가.

'이제서야 비로소 나와 화해를 한 것만 같다.

이제서야 조금씩 나를 좋아할 수 있을 것 같다.'

--- 아침에 새벽 시장에 다녀왔다. 일명 도깨비 시장이라고 새벽 시간에만 반짝 열리는 시장이다. 날은 일찍 환해졌지만, 아침저녁으로는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추우나 더우나 변함없이 채소와 과일 등을 늘어놓고, 컵라면과 이동식 수레에서 파는 커피를 마시면서 추위를 견디어내시는 분들을 보면서 예전에 시골에서 농산물을 가져오셔서 파셨던 지금은 돌아가신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추위와 배고픔도 마다하지 않으시는 부모님들의 모습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부끄러움도 부끄럽게 여기지 않으셨던 어머니의 사랑이 여전히 눈물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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