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에 읽는 서양 철학 페이퍼로드 하룻밤에 읽는 철학
양승권 지음 / 페이퍼로드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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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하룻밤은 아니었지만 손에서 책을 떼기가 아쉬울 정도로 흥미로운 서양철학 백과사전이었다. 특히, 서양철학의 알파이자 오메라로 불리우는 플라톤이 디오니시우스 1세에게 "왕의 말씀에는 독재자의 냄새가 납니다."라고 대꾸했다가 죽을 위기에 처하고 노예로 팔려갔을 때, 몸값을 치러주고 석방시켜준 키레네 학파의 안니케리스에게 돈을 갚으려 하지만 받지 않자, 그 돈으로 아카데미아를 세워 900년을 존속했다는 내용. 칸트가 매일 새벽 4시 45분에 일어나 15분 동안 담배를 피우면서도 80세를 살았다는 것과 외계인이 존재한다고 주장한 철학자 조르다노 브루노 등 흥미로운 내용들이 가득했다.

* 우주를 품은 철학자 피타고라스

그는 우주를 거대한 음악이라고 바라보았다. 천체가 음악적 조화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천체가 일정하게 움직이며, 태양과 달이 뜨고 지는 것도 음악의 리듬에 비견될 수 있다. 음악은 우주와 인간을 연결하는 고리다. 우리가 어떤 음악을 듣고 감동하는 이유는 우주의 수학적 질서에 나도 모르는 새 마음이 움직였기 때문이다.

* 죽음을 준비한 철학자 소크라테스

'떠날 시간이 되었다. 이제 우리는 각자의 길을 가자. 나는 죽음으로 가고 당신들은 삶으로 가고, 그렇지만 어느 쪽이 좋은 길인지는 신만이 알 것이다.'

(소크라테스가 법정을 떠나 감옥으로 가면서 청중에게 남기는 고별사)

'철학자들은 죽음을 수련하는 사람이다. 죽게 되었다고 화를 내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몸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재물과 명예를 사랑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플라톤의 <파이돈>에서 소크라테스가 한 말)

* 플라톤의 <국가>

수호자 계급과 통치자 계급은 개인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권력을 남용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사유재산이 허용되지 않는다.

올바른 사람이 정치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은 스스로 통치하려는 마음을 갖지 않으면, 그에 대한 최대의 벌은 자기보다 못한 사람한테 통치를 당하는 것이다.(소크라테스)

* 우주에 순응하여 생활하라 '스토아 학파'

전체에 이로운 것이라면 부분에도 해롭지 않다. 전체는 그에게 이롭지 않은 것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 내가 그런 전체의 부분이라는 점을 기억하는 한, 나는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행복할 수 있다.(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만약 지금 가진 것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온 세상을 가진다 해도 불행할 것이다.

(세네카)

*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에피쿠로스는 철저한 유물론자였다. 육체가 사라지면 영혼도 사라진다. 때문에 우리가 죽음을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우리가 존재하는 한 죽음은 오지 않고, 죽음이 오자마자 우리는 더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 지금, 이 순간이자 영원

아우구스티누스에 의하면 과거, 현재, 미래는 오직 '지금'이라는 시간에 존재한다. "과거는 '기억으로서의 지금'이고, 현재는 '감각으로서의 지금'이며, 미래는 '기대로서의 지금'이다."

* 진리는 주인이 없다 '스피노자'

스피노자의 대표작은 <에티카>다. 에티카란 '윤리학'이란 의미다. 스피노자는 <에티카>의 원고를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꼭꼭 숨겨놓았다. 스피노자의 친구 마이어가 그가 죽은 이후 <에티카>를 출간한다. 스피노자는 죽기 전에 "진리는 주인이 없다."라는 말과 함께 책에 자신의 이름을 적지 않을 것을 부탁했다고 전해진다.

  • 모든 고귀한 것은 힘들 뿐만 아니라 드물다.(<에티카>의 맨 마지막 문장)

'인간을 포함한 모든 존재는 신성을 보유하므로 어떤 것도 경멸을 받아서는 안 되며 모든 생명은 그 자체로 긍정되어야 한다.'(스피노자)

* 남의 철학을 배우지 말고, 스스로 철학하는 법을 배워라 '칸트'

"두 가지가 점점 더 나를 경탄과 경외감에 빠지게 한다. ... 별이 반짝이는 하늘과 내 마음속의 도덕률." <실천이성비판>

칸트가 죽기 얼마 전 의사가 들어서자 그는 병상에서 힘겹게 일어나 의사를 맞이한다. 인사를 나누고도 칸트는 그대로 서 있었다. 의사는 칸트에게 앉도록 권유했지만 칸트는 당황하며 머뭇거린다. 이 때 옆에 있던 칸트의 친구가 내방객인 의사가 먼저 앉으면 칸트가 앉을 것이라고 말해준다. 의사가 이 말을 듣지 않고 계속 서 있자, 칸트는 온 힘을 모아 말했다고 한다. "나에게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갖추게 해 주십시오." 이 일이 있고 나흘 후에 칸트는 세상을 하직한다.

* 대중들은 파시즘을 욕망한다 '빌헬름 라이히'

아니다 대중은 속지 않았으며, 그때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그들은 파시즘을 욕망하고 있었으며, 설명해야 할 점은 군중의 심리적 욕망이다.

인간이 '권력'을 얻을 수 없을 때 할 수 있는 대리만족이 바로 '권력자'를 사랑하는 것이다. 대중이 어떤 지도자를 특별한 논리적 이유 없이 무턱대고 지지하고 사랑한다면, 이것이야말로 파시즘의 전조가 아닐까?

* 대감금의 시대 '미셀 푸코'

푸코에 의하면 지식은 중립적이거나 보편적이지 않으며, '권력'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푸코에게 '권력'은 통치권이나 중앙집권적인 국가 권력, 이데올로기나 '헤게모니'라기보다는 공장, 학교, 관청, 병원, 감옥, 법정 등에서 일상적으로 작용하는 어떤 힘의 관계다. 푸코는 감옥이 공장, 학교, 병영, 병원 같은 근대 이후의 많은 시설과 유사하다는 점이 매우 놀랍다고 말한다. 우리는 이러한 '권력'을 내면화하면서 일상에 적응해나간다.

--- 나치에 협력한 천재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와 그의 제자이자 애인이었던 한나 아렌트의 증언, 프랑크푸르트 학파 '아도느로 봉변 사건', 노마드(유목민)의 철학자 들뢰즈의 투신자살 등 서양 철학자들의 이야기는 끝없이 펼쳐진다.

물질만능주의 시대 우리들의 철학은 무엇일까 자문해본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본다. 우리가 세계에 대해 모른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세계에 대해 확실히 안다고 생각하는 오만함이 문제인 것이다.

평생 안경알을 깍는 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진리는 주인이 없다'고 설파한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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