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판기 우유 - 마음이 자주 아팠던 여자가 쓰고, 마음이 자주 아팠던 남자가 그리다
이은정 지음, 이상수 그림 / 도서출판이곳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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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자주 아팠던 작가 이은정 글, 마음이 자주 아팠던 남자 이상수 그림.

아프고 외롭고 어둡고 고달팠던 시간의 흔적들을 모아서 작가는 71편의 시를 완성하였다. 언젠가 어두운 긴 터널을 지나온 그 아픔의 시간을 글로 그려보고 싶지만 아직은 조금 두렵다는 작가의 고백처럼, 아직은 치유의 과정에 있는 것 같다.

* 다른 사랑

15. 나쁜 남자

그 맘 주지 않을 거라면, 그 맘 내꺼 아니었다면

내게 잘해주지 마요, 내게 웃어주지 마요.

18. 내가 알던 사랑

사랑의 크기가,

사랑의 방향이,

이토록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왜 나만 몰랐을까?

* 그래도 사랑

21. 눈화장

나는 눈화장을 할 수 없어

자꾸 우는 바보라서


24. 그림자 사랑

상처가 있는

사람을 사랑하지 마세요.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사랑하게 된다면

그대의 따뜻한 가슴으로

조금씩 조금씩 열어주세요.


39. 사랑하네

여린 이가 여리고 여린 것들을 사랑하네

외로운 이가 지독하게 외로운 이를 사랑하네

사랑받지 못한 이가 사랑받지 못한 이를 사랑하네

그래서 나는 너를 사랑하네

그렇게 너도 나를 사랑하기를

부디 너도 나를 사랑했기를

* 엄마의 사랑

44. 시장에 가면

시장에 가면 엄마 생각이 난다.

저건 엄마가 팔았던 거

저건 엄마가 자주 사 오던 거

저건 엄마가 자주 먹었던 거

엄마가 팔았던 건 외로움이었음을...

엄마가 자꾸 사 오던 건 그리움이었음을...

삶의 고단함이었음을...

60. 자판기 우유

휘어질 듯 가득 실린 과일 리어카

휘어질 듯 끌고 가는 엄마의 굽은 등

무섭게 쫓아내던 검은 아저씨

길고도 짧은 숨바꼭질 끝에

긴 한숨 쉬며 작은 내 손에 쥐어주던,

굵고 거친 엄마 손 위에 새하얀 자판기 우유

아직도 자판기 속 새하얀 우유에선

엄마 냄새가 난다.

거칠고도 따뜻한 엄마 손길 닮은

엄마 냄새가 난다.

70. 후회

같은 거 자꾸 사 온다고 잔소리하지 말걸

같은 거 자꾸 말한다고 짜증 내지 말걸

드라마 같이 보자 할 때 옆에 있어 줄걸

목욕탕 같이 가자 할 때 귀찮아하지 말걸

부산에서 태어나 현재 울산의 한 도서관에서 사서로 근무하는 이은정 작가.

'이제서야 비로소 나와 화해를 한 것만 같다.

이제서야 조금씩 나를 좋아할 수 있을 것 같다.'

--- 아침에 새벽 시장에 다녀왔다. 일명 도깨비 시장이라고 새벽 시간에만 반짝 열리는 시장이다. 날은 일찍 환해졌지만, 아침저녁으로는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추우나 더우나 변함없이 채소와 과일 등을 늘어놓고, 컵라면과 이동식 수레에서 파는 커피를 마시면서 추위를 견디어내시는 분들을 보면서 예전에 시골에서 농산물을 가져오셔서 파셨던 지금은 돌아가신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추위와 배고픔도 마다하지 않으시는 부모님들의 모습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부끄러움도 부끄럽게 여기지 않으셨던 어머니의 사랑이 여전히 눈물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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