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푸어 가족의 가난 탈출기
강은진 지음 / 작아진둥지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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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먹고 살아갈 것이 부족했던 시기에는 보릿고개라고 해서 모두들 허리띠를 졸라맸다고 한다. 오죽하면 밥 먹었냐는 것이 인사말이 되었다. 2020년 대한민국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고,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바뀌었다. 예전에 대통령 선거에서 권영길 후보가 했던 유명한 말이 떠오른다. "살림살이 나아지셨습니까?" 분명히 선진국이 되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양극화 선진국이 된 것 같다. 개인사업자가 너무나 많고 비정규직 노동자도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그 분들은 밥은 먹고 있지만 예전에 비해서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강은진 작가가 지적한 것과 같이 '일하는 자의 가난은 개인이 아니라 사회 구조의 산물이다.

강은진 작가는 15년차 직장인으로 청소 노동자, 퀵 서비스 기사, 오토바이 배달 등 3대 가족의 노동 이야기를 고해성사하는 심정으로 기록했다.

* 아빠 강영수의 63년 노동사

11살부터 일을 시작한 아빠는 가방 공장 노동자에서 가방 공장 사장까지 나름의 성공을 이루었지만 IMF 외환위기로 속절없이 무너지고 만다. 그 후 50세부터 72세까지 오토바이 퀵 서비스 기사로 일했다. 63년 간 노동을 했는데 가방 공장 사장, 도소매업 가게 사장으로 일했던 20년을 제외하고는 힘든 시기를 보냈다. 특히, 노동의 마지막이 퀵 서비스 기사였다는 점이 마음 아프다. 지금도 거리를 지나다보면 수많은 오토바이가 도로를 질주하고 있는 것을 자주 본다. 젊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오토바이 하나에 생계를 걸고 있을 가장들은 어떤 심정일까.

'퀵 서비스한 지 4-5년 정도 되었을 때, 아빠는 디스크 판정을 받고 수술했다. 그 후 한쪽 다리를 전다. 또 아빠는 오토바이 퀵 서비스를 하며 수없이 교통사고가 났다. 입원할 정도의 사고도 2-3년에 한 번꼴로 있었다.'

  • 언젠가 아빠가 고령으로 더 이상 엄마를 돌볼 수 없게 되면, 우리(자식)들은 늙고 병든 엄마와 아빠를 돌보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하거나, 지금 하는 일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가난한 자의 삶은 가시밭이 아니라 지뢰밭이다.

* 엄마

가정주부였던 엄마는 아빠의 부도 이후에 청소 노동을 시작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출근해서 오후 3-4시에 퇴근하는 일이었다. 청소 노동을 한 지 2년 정도 지났을 때, 엄마는 일하던 회사 건물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되었다. 엄마가 55살때였다. 큰 수술을 했고, 3년간 병원에서 지냈다. 엄마는 후유증으로 오른쪽이 마비되어 거동이 어렵고 말을 못 한다. 언니가 12년간 엄마 아빠와 함께 살며 간호하고 살림했다. 현재는 아빠가 엄마를 돌보고 있다.

노동자가 아프고 병이 나면 회사나 국가가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결국에는 그 가족이 온전히 책임을 떠앉아야 하는 구조를 어떻게 해야 할까?

* 워킹푸어 가족의 가난 탈출기

노동자의 해피엔딩은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이 아니다.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고, 노동자가 안전하고 즐겁게 일하는 것이다.

노동자는 동정과 연민의 대상이 아니다. 노동자는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며, 존경과 애정을 표해야 한다. 노동은 인간의 의무이자 권리이다.

-- 부동산 소득, 주식 투자 등으로 불로소득자가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세상에서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어렵고 힘든 일들은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의 노동자들을 저임금으로 착취하는 구조를 바꿀 수 있을까?

가난이 부끄럽지 않은 사회, 가난 때문에 불행해지지 않는 국가는 요원하기만 하다.

#워킹푸어가족의가난탈출기 #작아진둥지 #강은진 #서평단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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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브
손원평 지음 / 창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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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부 베스트셀러 <아몬드>를 쓴 손원평 작가가 '인생의 전환점이 필요한 당신을 위한 단 한 권의 책'이라는 책 처방전을 내놓았다. 작가의 <튜브>는 물에 빠진 사람이 잡는 지푸라기가 튜브가 되어서 수면 위로 올라올 때까지 응원한다는 의미이다.

* 늪에 빠진 김성곤 안드레아

죽는 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한 남자가 있다. 김성곤 안드레아는 사업에 실패하고 빚더미에 몰리자 한강 대교에서 뛰어내릴 결심을 하지만, 칼바람처럼 지독하게 추운 날씨 탓에 죽는 방법을 바꾸기로 한다. 자신의 차량에서 연탄불을 피우고 생을 마감하려던 계획도 창문이 열린 탓에 실패로 돌아간다.

'죽음에게서 외면받았음에도 김성곤에게 살아 있다는 사실은 전혀 다행스럽거나 달가운 일이 아니었다.'

늪에 빠진 기분이으로 과거 사진을 들여다보던 성곤은 12년 전의 자신과 비교하며 구부러진 등을 세우는 단 한가지를 실천하기로 마음 먹고 배달일을 시작한다. 자세를 바르게 하겠다는 단 하나의 목표는 그의 매일을 지탱하는 짧은 기도가 되었다.

* 목적 없이 한다는 게 마음에 들어요. 응원합니다.

진석이 사업을 할 때 직원으로 일했던 한진석을 배달일을 하면서 다시 만나게 된다.

"거울에 저 표시는 뭐예요?"

"아, 저거. 내가 자세를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거든. 웃기지?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어. 작고 의미 없어 보이는 것들로도 삶이 바뀌지 않을까 하는. 이제 거창한 목표 같은걸 안 세우기로 했어. 행동에 목표를 없애는 거지. 행동 자체가 목표인 거야."

"미래를 생각 안 한다는 거예요?"

"언젠가는 다시 생각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일단은 자세 하나 고치는 거. 그 자체가 목표야. 그냥 하나라도 온전하게 끝까지 해보고 싶어."

* 지푸라기(단 하나의 목표만 있는 삶)

단 하나의 목표만 있는 삶은 단순하고 명쾌했다. 겨울이 막 지나가고 봄의 기운이 느껴질 무렵, 김성곤은 과거의 사진과 최근에 찍은 사진을 비교해본다. 전에는 충격적으로 차이가 났던 두 남자의 실루엣이 언뜻 비슷해 보이는 걸 확인한 김성곤은 아주 오랜만에 만족의 미소가 떠올랐다.

* 튜브(자세 고치기 - 미소 - 칭찬)

자세가 고쳐진 김성곤은 미소 짓기와 칭찬하기에 도전한다.

"나 어때 보이니."

"솔직하게 힘들어 보여요. 몹시. 자세는 몸을 펴면 고쳐지지만, 표정은 진실된 감정이 있어야 제대로 나오는 거니까."

"어렵다. 별게 다 어려워. 칭찬으로 한 말도 칭찬으로 받아들여지질 않으니."

"평소에 칭찬이랑 안 친하셔서 그런 거 아닐까요? 칭찬을 잘하고 싶으시면 일단 칭찬을 입에 달고 사셔야죠."

* 지푸라기 프로젝트

자세를 바꾸고 미소와 칭찬을 익히면서 삶에 의미를 되찾은 성곤은 자신과 같은 처지에 처한 많은 사람들을 위한 지푸라기 프로젝트를 구상한다.

'이 프로젝트는 여러분이 스스로 만든 지푸라기에 바람을 넣어줄 겁니다. 지푸라기가 엄청나게 커다란 튜브가 될 때까지, 그래서 여러분이 당당하게 수면 위로 떠오를 때까지 말입니다.'

* 날개 없는 추락

김성곤은 지푸라기 프로젝트로 젊은 천재 사업가 글렌 굴드의 투자를 받고 하늘 높이 솟구쳤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커져버린 프로젝트에서 날개 없는 추락을 경험하게 된다. 그렇게 한 순간에, 마치 후루룩 넘겨버린 책장처럼, 김성곤 안드레아가 맞이했던 성공의 챕터가 끝났다.

'사람은 자꾸 원래대로 돌아가려는 성질이 있거든요. 돌보다 더 단단하고 완고한 게 사람이죠. 바뀌었다고 생각한 그 순간 원래 모습대로 되돌아가게 돼 있습니다. 그 단계에서 스스로를 다잡는 사람은 정말 드물죠. 그 시간까지 온전히 겪고 나서야 비로소 원래의 자기 자신에서 한 발자국쯤 나아간 사람이 되는 겁니다.'

* 삶의 불가해함과 고정성

행운이 사고처럼 다가와 누군가를 마취시키면 불행이 여기 내가 있다고 선언하며 닥쳤다.

"그거 알아? 정말 어려운 건 힘든 상황에서도 어떤 태도를 지켜내는 거야. 상황 좋고 기분 좋을 때 좋은 사람이 되는 건 쉬워. 그건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라고. 그런데 바쁘고 여유없고 잘 안 풀리니까, 당신은 바로 예전의 당신으로 되돌아갔지."

그는 슬슬 물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어느 순간 발이 땅에서 떨어졌다.

죽으려고 해도 맘대로 놔주지 않는 게 인생이라면 삶은 그에게 무엇을 바라는 걸까.


---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산다는 것이 참 쉽지 않게 느껴진다. 우리 사회에 김성곤 안드레아는 적지 않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내 안에서도 숱하게 물에 빠졌다가 지푸라기를 부여잡고 튜브를 만들었다가 다시 또 물에 빠지기를 반복하는 김성곤 안드레아가 여러가지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순간 기억하자. 오롯이 구부러진 내 자세를 바로하기에만 집중하자. 그럼 또 다른 튜브가 만들어지리라.

#베스트셀러 #아몬드 #손원평 #튜브 #인생 #동기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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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22.7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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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여름방학이 아니다. 샘터 7월호 주제는 '방학'이다. 그런데 왜 나에게는 어른 방학으로 보이는지 모르겠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방학은 그저 딴 나라 이야기에 불과했다. 며칠 동안 휴가를 가려고 해도 눈치가 보이는 형편이니 언감생심 방학은 꿈도 꿀 수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얼마 전 코로나로 재택근무를 한 적이 있었다. 조심스럽기는 했지만 일주일 동안 집에만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코로나로 자택격리가 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심각한 상황이기는 했지만 뜻하지도 않은 긴 휴식을 맛보았다.

* 더 멋진 삶을 위한 쉼표 방학

쉬다 보면 뒤쳐질까

앞만 보고 달려온 당신에게도

방학이 필요합니다.

쉬어야 할 때 쉬고,

놀아야 할 때 놀아야

웃으며,

더 멀리 갈 수 있으니까요!

* 미니 방학

방학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있었지만, 인상적인 내용은 '30분으로 충분한 나만의 미니 방학'이다. 책을 좋아하는 예스24에서 '책읽아웃'을 만들고 있는 엄지혜님은 남들보다 20-30분 일찍 출근하여 책을 서너 장 읽으면서 미니 방학을 즐긴다. 그리고 외근 후 복귀하기 전 짧은 시간 카페에서 그녀만의 미니방학 시간을 갖는다. 아 이런 방학이 있었구나. 누군가 시간을 정해서 주어지는 방학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서 맞이하는 미니 방학이라는 발상의 전환이 신선하다. 당장 일상에 지친 나에게도 미니 방학을 허락해야겠다. 그런데 20분, 30분은 너무나 짧아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살아오는 동안에 나는 사람들이 자기 스스로의 신이 되어야 하고 스스로 행운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유진목)'



방학을 까먹은 어른들에게 과중한 방학숙제가 없는 방학이 주어지기를, 그렇게 될 가능성은 높지 않으니까 짧은 미니 방학이라고 스스로 챙기는 지혜를 발휘해서 사회생활로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 아들, 우리 오래오래 건강하자!

무릎 수술을 한 아들을 지켜보면서 집에서 아침저녁으로 실내자전거를 탄다는 장명숙님의 행복일기가 남의 일 같지 않다. 나이가 들수록 뱃살이 늘어나는 뱃살에 대한 가족들의 눈총을 이기지 못해 실내 중고 실내 자전거를 구입했다. 중고 물품을 검색해보니 다들 처음의 시도와는 달리 옷걸이로 사용 중이라고 했다. 장명숙님은 아들의 재활을 응원하면서 아침, 저녁으로 20분씩 실내자전거를 탄다고 했다.

'몸은 힘들지만 아들과 내가 전보다 건강해질 것 같은 예감에 마음은 기뻤다.'

지금껏 하루 10분이 목표였는데, 그마저도 이런 저런 핑게로 쉽지 않았던 스스로를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가족을 위해서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서 더 열심히 꾸준히 운동을 해야겠다.

* 그림 선물


솔직히 탐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작가 바바화실이 그려주는 멋진 일러스트 선물

딸에게 보내는 아빠의 글 솜씨도 너무 훌륭하다.

딸아, 오늘을 소중하게!

바람에 귀를 열고 있는 이파리는 하루하루가 새롭단다.

얼굴이 잘 보이는 정면 사진 2장과 멋진 사연을 적어서 보내봐야겠다.

#샘터 #월간샘터 #잡지 #매거진 #7월잡지 #월간지 #잡지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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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 아저씨
김은주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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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좋아하는 김은주 작가의 장편소설 <구구 아저씨>는 재미있다. 구구아저씨와 프린스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은 고민가득한 17세 소녀와 나이 지긋한 부모 세대에게 힘들이지 않고 삶의 지혜를 들려주고 있다.

* 화려한 비상과 날개 없는 추락

중학생 때 전국 대회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유망주 주다연은 한 해만 반짝하는 선수는 되지 않겠다는 당찬 포부를 품고 한 달에 한 켤레꼴로 운동화를 소모하면서 달리기에 몰두한다. 그런데 스카우터들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치러진 전국 체전 예선전에서 100미터 결승선을 눈앞에 두고 고꾸라지면서 발목 부상을 당한다.

부상을 당하고 우연히 화장실 변기에서 들었던 선배들의 이야기.

"재수 없어. 1학년이면 1학년답게 할 것이지. 맞아. 입만 열면 세계기록이 어쩌고 저쩌고. 그동안 좋았는데. 걔하고 같이 달리는 거 짜증 나."

"이번에는 오른쪽 발목이 부러지면 좋겠다."

다연이가 부상이 완벽하게 낫고도 다시 달릴 수 없게 된 건 그날부터였다.

힘겨운 재활을 마치고 다시 달리기를 시작하려 했지만, 번번이 왼쪽 발목 통증으로 달리기를 할 수 없다. 병원에서는 정상이라고 하는데 왜 그럴까? 급기야 찾아간 정신과 의사는, "들어야 하는 건 나 같은 의사나 어른들의 말이 아니라 네 마음의 소리야. 분명 달리고 싶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을 테니까. 어떤 길을 택하더라도 네 마음에 비췄을 때 행복하면 돼."

교과서 어디에도 잘나가던 사람이 갑자기 바닥을 쳤을 때 삶을 극복하는 방법이나 예시 같은 건 적혀 있지 않았다. 다들 위기를 극복하고 위대한 사람이 되었다는데,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는지는 왜 안 가르쳐 주는 걸까.

* 괴짜 구구아저씨

다연이 한강에서 컵라면과 핫바를 먹고 있을 때, "핫바 한 입만"하는 소리가 들렸다. 근처에는 비둘기 한 마리뿐이다. 다연과 구구는 서로를 발견했다. "나 진짜 미쳤나 봐."

"인간들은 우릴 싫어하지만, 우린 인간들과 수준 높은 대화가 가능한 엄연한 서울 시민이야.(2009년 6월, 비둘기는 서울의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됨.) 물론 그걸 알아듣는 바로 너 같은 운 좋은 인간 한정이지만." 다연이가 부상당한 후 달릴 수 없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구구 아저씨의 조언.

"그러면 달리지 않는 지금, 마음은 좀 편하겠군. 어쨌거나 지지 않아도 되니까.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는 덕에 더 이상 상처받지 않아도 되는 것과 비슷해."

"메달을 따지 못하고 좋은 대학에 못 가면... 그래서 특별한 사람이 되지 못하면 불행할까요?"

"그럴지도 모르지. 근데 내가 인간들을 오랫동안 살펴보니까, 인간들은 어떻게든 싫은 이유를 만들어내는 족속들이더라고. 아무리 특별한 삶을 사는 인간도 특별히 더 행복할 거라고 아무도 장담할 수 없어. 그러니까 넌 네가 하고 싶은 걸 해."

* 달리기와 감자 칩

아직 달릴 수가 없지만 달리기 말고 다른 건 하고 싶지 않다는 다연에게 엄마가 말한다. "감자 칩이 그렇잖아. 한 번 봉지를 뜯으면 그만 먹을 수가 없잖아. 중간쯤 먹다가 아차, 다 먹으면 안 되겠네 싶어서 끈으로 묶어놔도 금새 다시 먹게 되잖아. 너한테 달리기는 그런 거 아냐? 너만 넘어지는 거 아냐. 다들 그래."

* 지하철에서 만난 맹인 천문학자

지하철에서 만난 맹인이 된 천문학자는 다연의 사연을 듣고 보이지 않는 눈으로 소녀를 응시했다. "힘든 일이 생기면 우주여행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보세요. 우주여행을 하면 지독한 후유증이 있으니 그걸 극복하는 중이라고 생각하면 좀 나아질 겁니다."

* 밀항선에서 구원의 손길을 내민 안젤리카 아줌마

"상대방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어. 어디서든 그런 사람들을 만나게 될 거야. 넌 아직 어리니 앞으로 더 많이 만나겠지. 그들은 묻지. 왜 내가 상대방의 일을 내 일처럼 생각해야 하냐고. 그들은 몰라. 언젠가는 그게 자기 일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 홍콩에서 만난 남자를 사랑하는 남자 위영

"보통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 크든 작든 누구나 남들과는 다른 삶을 살아. 그러니까 '보통'이라는 건 없지. 가족의 형태는 많아. 아버지가 없는 집, 어머니가 없는 집, 이이가 없는 집, 나처럼 혼자인 집."

* 마술사를 따라간 프린스

"달릴 때만 네가 존재하는 게 아니니까. 달리든 못 달리든, 너라는 사람의 가치는 변함없어. 나는 이런 사람이야., 이렇게 살아야 해, 하고 고정해두면 위기가 닥쳤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가 없어. 스스로 가둬둔 셈이니까. 사실 이건 내 이야기이기도 해. 또 내 마술사 주인의이야기이기도 하고.

* 주다연의 달리기

좋아하는 감정에는 여러 복잡한 감정이 섞여 있다는 걸 이제는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멈출 수 없다. 감자 칩 같은 달리기를.

--- <구구 아저씨>라는 제목과 함께 내용을 읽으면서 황당한 설정이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그런데 진도를 나갈수록 '이건 뭐지?' 아니 구구 아저씨가 사람보다 속이 깊네 하는 생각을 숨길 수가 없다. 인간에게 오랫동안 새우깡 부스러기 등을 주워먹다 보면 어느새 인간의 속마음까지도 들여다보이나 보다. 심지어 프린스는 이런 의미심장한 멘트를 날리기도 한다.

"난 서울이 싫어."

"하지만 제일 짜증 나는 건 서울을 떠날 수 없다는 거야."

이제 길거리에서 아무 것도 모르는 척 모이를 주워먹으면서 사람을 피하지도 않는 비둘기를 잘 살펴봐야겠다. 구구 아저씨를 만나면 또 다른 삶의 지혜를 물어보고 싶다.

​#북스타그램 #소설 #소설추천 #구구아저씨 #달리기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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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일상은 무슨 맛인가요 - 소박한 한 끼가 행복이 되는 푸드 에세이
오연서 지음 / 온더페이지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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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한 끼가 행복이 되는 푸드 에세이를 읽는 내내 공감과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허영만의 <식객>처럼 진수성찬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마음에 와 닿았다.

* 밥을 먹는 다는 것

"죽어버리고 싶은 만큼 슬픈 일이 생기면 일단 밥을 먹으렴. 한 끼를 먹었으면 그 한 끼만큼 살아. 그렇게 어떻게든 견디면서 삶을 이어가는 거야."(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 스즈키 루리카)

작가는 어린시절 맛보았던 음식 이야기, 엄마가 되어서 남편과 두 자녀와 맛 본 음식 이야기, 그리고 남편과 함께 했던 음식이야기를 솔직하고 맛깔스럽게 펼쳐 보여준다. 작가의 글을 읽다보니 자연스럽게 작가와 비슷한 시기에 경험했던 음식들이 떠오르면서 그립기도 하고 위로가 되기도 하는 색다른 경험을 맛보았다.

* 멸치볶음과 미역국

작가인 엄마는 멸치볶음과 미역국을 싫어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편식하지 말고 골고루 먹으라고 말한다.

"채소도 먹어봐. 그래야 키도 크고 몸도 건강해지지."

곧바로 아이의 반격이 시작된다.

"그럼 엄마도 멸치볶음 먹어. 칼슘이 많아서 먹어야 해."

입맛이 변한 딸의 한 마디.

"짜고 고소해서 맛있어. 그런데 크면서 생선 머리라고 생각하니까 싫어졌어. 멸치랑 눈이 마주치고 나서부터는 멸치에 손이 안 가."

미역국을 싫어해서 생일날에나 먹던 미역국이었지만, 산후 조리를 하면서 평생 먹은 미역국 보다 더 많은 미역국을 먹게 되었다. 그런 작가도 가족들이 좋아하는 미역국을 자주 끊이게 된다.

'언제나 항상 함께할 것 같아도 , 함께하는 시간이 지금도 줄어들고 있다는 걸 우리는 안다. 아무리 아끼고 아껴 먹어도 어느 순간 텅 비어버리는 김치통의 김치처럼 말이다.' 김장을 하면서 작가는 음식을 함께 먹는 순간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닫는다.

* 샌드위치와 손만두

대학교 기숙사 시절의 어느 토요일, 지금은 남편이 된 그 당시 남자친구를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 아침부터 부산하게 샌드위치를 준비해서 버스를 타고 회사 근처에서 기다렸다. 점심 시간 무렵에 둘은 만나서 공원에서 샌드위치를 먹었다.

"직접 만들었어?"

"응, 얼른 먹어봐! 맛있어서 놀라지나 말아."

그런데 샌드위치를 입에 넣으려던 남자친구가 잠시 멈칫거리더니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냄새가 이상하지 않아? 이거 상한 것 같은데? 우리 다른 거 먹으러 거자. 이런 거 힘들게 만들지 않아도 돼. 나를 생각해주는 마음만으로도 고마워."

상한 것 같다는 말이 귀에 들리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크고 맛있는 만두를 만들어보자!'

남자친구와 연애하던 이십 대 시절의 어느 날 아침, 갑작스럽게 만두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드디어 남자친구가 집에 왔다. 기대하던 만두 시식 순간이다. 모양은 그럴싸했다. 그런데 한입 먹는 순간, '헉!'하는 저 표정. 나는 저 표정을 본 적이 있다. 샌드위치를 베어 물던 그 표정이었다.

남편의 한 마디.

"만두는 없어서 못 먹지! 제일 맛있었던 만두는 육즙 가득 고기만두라고 하자. 자기가 예전에 만들어준 만두 말이야. 그 만두를 먹으면서 '이 여자, 정말 아무것도 못 하는구나! 앞으로 내가 챙겨야지.'라고 생각했지."

* 연서야, 오늘도 파이팅!

작가의 가족도 다른 사람들처럼 남편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다 사기를 당하기도 하고 남편도 작가도 갖가지 병을 앓게 된다.

'특별한 삶이 아니어도 된다. 남들처럼 평범한 하루를 사는 것이 좋다. 수술 이후로는 당연하다 생각했던 것들에 감사하게 되었다.'

오연서 작가에게 그런 것처럼 음식은 추억이고, 사랑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당신의일상은무슨맛인가요? #푸드에세이 #힐링도서 #오연서 #온더페이지 #서평단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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