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브
손원평 지음 / 창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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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00만부 베스트셀러 <아몬드>를 쓴 손원평 작가가 '인생의 전환점이 필요한 당신을 위한 단 한 권의 책'이라는 책 처방전을 내놓았다. 작가의 <튜브>는 물에 빠진 사람이 잡는 지푸라기가 튜브가 되어서 수면 위로 올라올 때까지 응원한다는 의미이다.

* 늪에 빠진 김성곤 안드레아

죽는 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한 남자가 있다. 김성곤 안드레아는 사업에 실패하고 빚더미에 몰리자 한강 대교에서 뛰어내릴 결심을 하지만, 칼바람처럼 지독하게 추운 날씨 탓에 죽는 방법을 바꾸기로 한다. 자신의 차량에서 연탄불을 피우고 생을 마감하려던 계획도 창문이 열린 탓에 실패로 돌아간다.

'죽음에게서 외면받았음에도 김성곤에게 살아 있다는 사실은 전혀 다행스럽거나 달가운 일이 아니었다.'

늪에 빠진 기분이으로 과거 사진을 들여다보던 성곤은 12년 전의 자신과 비교하며 구부러진 등을 세우는 단 한가지를 실천하기로 마음 먹고 배달일을 시작한다. 자세를 바르게 하겠다는 단 하나의 목표는 그의 매일을 지탱하는 짧은 기도가 되었다.

* 목적 없이 한다는 게 마음에 들어요. 응원합니다.

진석이 사업을 할 때 직원으로 일했던 한진석을 배달일을 하면서 다시 만나게 된다.

"거울에 저 표시는 뭐예요?"

"아, 저거. 내가 자세를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거든. 웃기지?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어. 작고 의미 없어 보이는 것들로도 삶이 바뀌지 않을까 하는. 이제 거창한 목표 같은걸 안 세우기로 했어. 행동에 목표를 없애는 거지. 행동 자체가 목표인 거야."

"미래를 생각 안 한다는 거예요?"

"언젠가는 다시 생각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일단은 자세 하나 고치는 거. 그 자체가 목표야. 그냥 하나라도 온전하게 끝까지 해보고 싶어."

* 지푸라기(단 하나의 목표만 있는 삶)

단 하나의 목표만 있는 삶은 단순하고 명쾌했다. 겨울이 막 지나가고 봄의 기운이 느껴질 무렵, 김성곤은 과거의 사진과 최근에 찍은 사진을 비교해본다. 전에는 충격적으로 차이가 났던 두 남자의 실루엣이 언뜻 비슷해 보이는 걸 확인한 김성곤은 아주 오랜만에 만족의 미소가 떠올랐다.

* 튜브(자세 고치기 - 미소 - 칭찬)

자세가 고쳐진 김성곤은 미소 짓기와 칭찬하기에 도전한다.

"나 어때 보이니."

"솔직하게 힘들어 보여요. 몹시. 자세는 몸을 펴면 고쳐지지만, 표정은 진실된 감정이 있어야 제대로 나오는 거니까."

"어렵다. 별게 다 어려워. 칭찬으로 한 말도 칭찬으로 받아들여지질 않으니."

"평소에 칭찬이랑 안 친하셔서 그런 거 아닐까요? 칭찬을 잘하고 싶으시면 일단 칭찬을 입에 달고 사셔야죠."

* 지푸라기 프로젝트

자세를 바꾸고 미소와 칭찬을 익히면서 삶에 의미를 되찾은 성곤은 자신과 같은 처지에 처한 많은 사람들을 위한 지푸라기 프로젝트를 구상한다.

'이 프로젝트는 여러분이 스스로 만든 지푸라기에 바람을 넣어줄 겁니다. 지푸라기가 엄청나게 커다란 튜브가 될 때까지, 그래서 여러분이 당당하게 수면 위로 떠오를 때까지 말입니다.'

* 날개 없는 추락

김성곤은 지푸라기 프로젝트로 젊은 천재 사업가 글렌 굴드의 투자를 받고 하늘 높이 솟구쳤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커져버린 프로젝트에서 날개 없는 추락을 경험하게 된다. 그렇게 한 순간에, 마치 후루룩 넘겨버린 책장처럼, 김성곤 안드레아가 맞이했던 성공의 챕터가 끝났다.

'사람은 자꾸 원래대로 돌아가려는 성질이 있거든요. 돌보다 더 단단하고 완고한 게 사람이죠. 바뀌었다고 생각한 그 순간 원래 모습대로 되돌아가게 돼 있습니다. 그 단계에서 스스로를 다잡는 사람은 정말 드물죠. 그 시간까지 온전히 겪고 나서야 비로소 원래의 자기 자신에서 한 발자국쯤 나아간 사람이 되는 겁니다.'

* 삶의 불가해함과 고정성

행운이 사고처럼 다가와 누군가를 마취시키면 불행이 여기 내가 있다고 선언하며 닥쳤다.

"그거 알아? 정말 어려운 건 힘든 상황에서도 어떤 태도를 지켜내는 거야. 상황 좋고 기분 좋을 때 좋은 사람이 되는 건 쉬워. 그건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라고. 그런데 바쁘고 여유없고 잘 안 풀리니까, 당신은 바로 예전의 당신으로 되돌아갔지."

그는 슬슬 물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어느 순간 발이 땅에서 떨어졌다.

죽으려고 해도 맘대로 놔주지 않는 게 인생이라면 삶은 그에게 무엇을 바라는 걸까.


---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산다는 것이 참 쉽지 않게 느껴진다. 우리 사회에 김성곤 안드레아는 적지 않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내 안에서도 숱하게 물에 빠졌다가 지푸라기를 부여잡고 튜브를 만들었다가 다시 또 물에 빠지기를 반복하는 김성곤 안드레아가 여러가지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순간 기억하자. 오롯이 구부러진 내 자세를 바로하기에만 집중하자. 그럼 또 다른 튜브가 만들어지리라.

#베스트셀러 #아몬드 #손원평 #튜브 #인생 #동기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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