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란 무엇인가 - 변화되는 세상에서 성공하는 리더의 노트
한근태 지음 / 샘터사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스컨설팅 대표로 <일생에 한 번은 고수를 만나라>, <몸이 먼저다> 등의 역작을 펴낸 한근태 작가의 <리더란 무엇인가>는 스스로 이 책을 리더십 뷔페라고 표현했지만, 뷔페보다는 백과사전이라는 느낌이 적합해 보인다. 오랜 기간 서평과 글쓰기로 다져진 작가의 내공은 리더십의 핵심 내용을 간단 명료하게 정리한 부분에서 빛을 발한다. "이 노트를 펼칠 때마다 당신은 성장한다."는 홍보문구를 믿어 본다.

* 리더십의 정답

삶에 정답이 없는 것처럼 리더십에도 정답은 없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리더십이 필요할 뿐이다. 리더십의 출발은 상황 파악이다. 내가 맡고 있는 조직의 현 상황을 정확하게 알아차리는 것이다. 리더는 남들보다 먼저 위기의식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최악의 리더는 모두가 위기라고 하는데 본인만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 국운을 좌우하는 리더

- 1960년대 필리핀은 아시아 최고의 강자였다. 어려운 우리나라를 위해 장충체육관을 지어주고 엘리베이터도 수출했다. 오늘날 필리핀은 전 아시아에 자국민을 노동자로 파견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원인을 국가보다 자신들의 안위가 우선이었던 독재자 페르드난드 마르코스와 그의 부인 이멜다 마르코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 1960년대 초 독립한 싱가포르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던 가난한 국가였다. 매춘과 마약과 더위뿐인 작은 항구였던 싱가포르는 현재 국민소득이 우리나라의 두 배 가까운 6만 달러가 넘는다. 세계적인 기업들의 글로벌 본부가 가장 많이 위치해 있는 곳이 싱가포르다. 이 모든 것이 오랜 기간 싱가포르 총리였던 리콴유 덕분이다.

* 리더란 무엇인가

- 리더십은 영향력이다. 자리에 관계없이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곧 리더다.

- 리더는 무슨 일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방법보다는 그 일을 해야 하는 이유에 관심이 많아야 한다. 그 이유가 곧 철학이기 때문이다.

- 리더는 결정하는 직업이다.

- 최악의 리더는 결정을 하지 않는 사람이다. 결정을 미루는 사람이다. 또 잘못된 결정을 밀고 나가는 사람이다.

- 리더는 질문하는 사람이다. 좋은 질문으로 스스로 생각하고, 타인을 생각하게 하는 사람이다.

- 리더는 결코 자기 대에서 빛나려 하면 안 된다.

- 리더는 항상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 그래야 성장할 수 있다.

- 업의 본질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그의 역할이 달라지고 조직의 미래가 달라진다.

- 인재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이를 실천한다.

- 한 명이 천 명을 이끌 수 있는 방법이 리더십이다.(프랑스 대입 시험 바칼로레아)

* 회사를 보고 들어와, 상사를 보고 그만둔다

아무리 좋은 팀원을 뽑아도 그를 무시하거나 모욕해 일할 의욕을 떨어뜨리면 성과는 나지 않는다. 아랫사람은 안중에도 없이 마음대로 행동하는 것, 이것이 바로 권력중독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해진 시간 안에 성과를 내도록 압박을 하는 시간 압박, 성과 압박 등이 배드 리더를 만든다. 이들은 바보 같은 짓을 하면서도 자신이 바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군가 "전부 멍청이야!"라고 말하면 그 사람이 멍청이일 가능성이 높다.

* 제가 좀 뚱뚱합니다. 이번 학기에 7킬로그램을 빼려고 합니다

만약 살을 빼지 못하면 마지막 수업은 수영복을 입고 진행하겠습니다. 배리 네일버프 교수는 체중계에 올라 말을 이었다. "나 혼자 이런 계약을 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습니다. 동참하고 싶은 학생은 누구든 환영합니다."

결과는 어땠을까? 교수는 실제로 8킬로그램을 뺐고 학생들도 한 사람을 제외하고 모두 목표를 달성한다. 창피함을 전략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리더십은 사람을 다루는 일이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바꿀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사람의 심리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 삶에서 묻어나는 리더십

리더십은 거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리더와 구성원이 서로에 대해 알아야 한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애정이 깊어져야 한다. 당신이 등장하면 파티 분위기가 되는가? 아니면 좋았던 분위기가 썰렁해지는가?

* 무대 위의 리더와 가면을 쓴 팔로워

우리는 리더에 대해서 엄청나게 많은 것을 요구하고 주장한다. 하지만 팔로워의 역할에 대해서는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팔로워는 리더 못지않게 중요하다. "모든 국민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라는 프랑스 정치학자 메스트르의 말을 되새겨 봐야 한다.

리더는 무대 위에 선 배우와도 같다. 모든 사람이 리더를 주시하며 사소한 말 한마디, 표정 하나에 사람들은 저 리더가 어떤 사람인지를 본능적으로 파악한다. 반면 리더는 팀원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 팀원은 인사권을 가진 사람 앞에서 가면을 쓰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 <리더란 무엇인가>를 읽으면서 각종 선거가 떠오른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허리를 굽신거리고 일면식도 없는데 선뜻 악수를 청하면서 뽑아만 주시면 머슴이 되겠다고 공약을 남발한다. 그리고 선거가 끝나기가 무섭게 그 많던 머슴들은 당락 여부와 무관하게 현수막과 함께 전부 사라진다.

리더십 백과사전 <리더란 무엇인가>를 선거철만 나타나는 철새 정치인들의 필독서다. 그리고 편가르기로 무조건 지지했다가, 상황이 불리해지면 돌변하여 반대구호를 외치는 철학이 부재한 가면을 쓴 팔로워들에게도 필독서다.

올바른 철학과 사상적 뼈대를 갖춘 리더의 출현을 기대하며...

#리더란무엇인가 #한근태 #베스트셀러 #자기계발서 #직장인추천 #리더십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포춘 잉글리시 FORTUNE English 2022.Vol.2
HMG퍼블리싱 편집부 지음 / HMG퍼블리싱(잡지) / 2022년 7월
평점 :
품절


포춘 코리아에서 세계경제의 흐름과 영어 공부를 동시에 학습할 수 있는 포춘 잉글리시(FORTUNE English) 창간호가 발행되었다. 1930년에 창간호가 발행된 유서깊은 미국의 경제 매거진으로 미국의 500대 기업을 선정한 포춘 500과 글로벌 포춘 500을 선정해서 발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 포춘 잉글리시 구성

- Step 1 영어 학습 단계 :

미국 포춘지 영어기사의 듣기, 독해, 말하기(핵심문장)연습

- Step 2 심화 학습 단계 :

글로벌 트렌드 및 비즈니스 인사이트 정리, 나의 관점으로 영작

- Step 3 실제 활용 단계 :

[특별부록] Biz 영어, 문법&번역팁, 한영 표현사전을 통해 학습/실생활 활용

* 입체적/쳬계적 학습법

- MP3 오디오 : 포춘지 기사를 MP3로 다운받아 들을 수 있어서 책자로만 보거나 영상으로만 보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장점이 눈에 띈다. 게다가 최신 글로벌 경제 흐름을 파악하는 것은 덤이다. 그런데 영알못 수준에서는 들어도 도통 모르겠으니 이를 어찌할까? 출퇴근 길에 반복해서 듣다보면 듣기 능력은 확실히 향상되는 느낌이다. 들릴 때까지 무한반복 가능하다.


- READING ANALYSIS : 영한대역의 경우에는 영어를 보면서 저절로 한글 번역본으로 눈이 가게 마련이다. 그래서 영어를 배우기가 어려운 것 같다. 포춘 잉글리시는 그런 학습자의 습성을 파악한 듯하다. 일단 첫 장에는 영어 원문만을 배치해서 원어민의 오디오를 들으면서 내용을 유추할 수 있게 했다. 그 다음 장에 다시 영어 원문과 번역문을 배치해서 영알못이 유추한 내용이 얼마나 부정확했는지 확인시켜준다. 갈길이 멀기만 하다.

- KEY EXPRESSIONS : 기사와 관련된 핵심 표현을 예시와 함께 학습할 수 있다. 그런데 영어로 되어 있어서 영알못은 굵은 글씨로 강조하는 표현만 익히기도 벅차다. give way to - 가 - 로 대체되다구나. 암기가 필요하다.

- WORKBOOK : 퀴즈도 있고, 본문 핵심표현 빈칸 채우기, 핵심문장 영작 등으로

제대로 이해했는지를 확인한다.

- AFTER READING : 기사의 핵심내용을 영어로 요약해준다. 그 다음에는 핵심 내용에 대한 나의 견해를 영작으로 작성한다. 아직 그 정도까지는 불가능하다.

* 동영상 수강

영어에 대한 두려움으로 수동적으로 학습하는데 익숙한 영알못의 입장에서는 누군가가 손을 잡고 이끌어 주었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직접 말하고 써봐도 이게 정말 맞는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무언가 허전한 이 느낌을 포춘 잉글리시에서는 벌써 알고 대비하고 있다. 동영상 수강이 가능하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진다. www.fortuneacademy.kr에 가입하면 동영상을 180분 분량의 동영상을 들을 수 있다. 지루하지 않도록 15분 분량의 12강으로 나누어져있다.


동영상은 유료로 운영되는데, 연간 구독을 하면 26% 할인혜택이 주어지니 글로벌 경제와 영어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영어 공부와 동영상 수강을 망설이는 우리 마음을 알고 포춘 잉글리시에서는 회원 가입을 하면 1개월 수강권을 무료 증정하고 있다. 무조건 가입했다.

--- 이제 꾸준한 실천이 문제다. 포춘 잉글리시는 최신 글로벌 경제동향을 파악하면서 영어 공부까지 가능하다는 장점이 돋보인다.

@fortune_english #포춘잉글리시 #비즈니스영어 #리뷰어서평 #프리미엄영어학습매거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왜 파리를 사랑하는가
이재형 지음 / 디이니셔티브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백건우, 윤정희가 사는 도시, 홍세화 작가가 한 때 택시운전을 했던 도시, 목수정 작가가 프랑스 남자와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면서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도시라고 주장하는 도시로 기억했던 파리. 이재형 작가의 <나는 왜 파리를 사랑하는가>는 예술과 예술가가 살아 숨쉬는 도시였다.

* 이재형의 파리

1996년 프랑스로 건너가 150여 권의 프랑스 작품을 번역하면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재형 작가는 말한다.

'예술은 결코 죽지 않을 것이다. 이 영원불멸할 예술을 삶 속에서 가장 가까이 느낄 수 있는 도시가 파리다. 파리에서 예술은 더는 현실과 유리된 상류층의 장식품이 아니다. 이 '예술의 도시'에서 예술은 모든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삶의 일부다. 소득이 없거나 적은 사람도 대부분의 미술관에 무료로, 혹은 할인된 가격에 입장하여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쓴 유홍준 작가는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라고 했는데, 이재형이 사랑하는 파리는 예술가와 예술작품이 살아서 펄떡펄떡 숨쉬는 살아있는 공간으로 존재한다.

* 오직 걷는자에게만 온전히 보여주는 파리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밤거리를 배회하던 길이 1920년대 예술가들을 만났던 것처럼, 이재형 작가가 걸었던 파리를 통해서 조국 폴라드를 잊지 않았던 소팽과 가스도 전기도 공급되지 않는 세탁선이라는 아틀리에에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던 가난한 예술가 피카소를 만났고 미국에서 건너와 후안 미로, 이사도라 덩컨, 프란츠 카프카 등 수많은 예술가와 교류했던 헤밍웨이를 만났고, 페르라세즈 묘지에서 노래하는 에디트 피아프여전히 여성 팬들의 립스틱 세례를 받고 있는 오스카 와일드를 숨쉴 틈 없이 만날 수 있었다.

* 기차역, 루브르궁, 오렌지 나무 화분 저장소

- 오르세궁과 기차역 : 1800년대 후반부터 1910년대까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오르세 미술관은 원래 나폴레옹 1세 시대에 지어진 오르세궁이 있었다가 기차역이 들어섰고 폐쇄되었던 기차역은 오르세 미술관이 되었다. 오르세 미술관에는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비롯한 수많은 인상파와 후기인사파 작가의 작품들이 빛나고 있다.

- 루브르궁 : 12세기말 영국군을 방어하기 위한 성에서 출발한 루브르궁은 프랑스 혁명 이후인 1793년 루브르 미술관이 되어 기원전 3500년 전부터 1800년대 전반까지의 예술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2019년 기준으로 50만 점 이상의 작품을 보유하고 있으며, '모나리자', '밀로의 비너스', '함무라비 법전' 등 3만 6천 점 가량을 전시하고 있다.

- 오렌지 나무 화분 저장소 : 겨울에 륄르리 공원의 오렌지 나무 화분을 넣어두는 장소였던 오랑주리 미술관은 모네의 '수련' 연작과 유렵의 컬렉션 중에서 가장 화려한 '장 발테르-폴 귀욤 컬렉션'이 전시되어 있다.

--- 일제강점기 우리 문화유산을 지켜냈던 간송 전형필이 1939년에 설립한 간송미술관이 운영난으로 국보 2점을 국외에 반출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경매에 내놓았다는 기사가 기억난다. 궁궐과 화분저장소를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만들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파리와 조선시대 왕궁이었던 경복궁과 청와대를 유적지와 관광명소로 활용하는 우리나라의 모습이 비교가 된다. 청와대를 세계적인 문화, 예술공간으로 재탄생시킨다면 어떨까? 우리는 얼마나 예술을 사랑하는가, 우리의 예술은 상류층의 전유물이 아니고 소득이 없거나 적은 사람도 누릴 수 있을까?

* 모든 장소가 예술인 도시

우리나라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하여 설치된 아케이드가, 파리에서는 1799년에 건설되어서 133미터에 달하는 파노라마 아케이드 등으로 최고의 산책 장소이다. 아베스 광장에 전시된 '사랑해의 벽'은 613개의 타일에 250개 언어로 311개의 "당신을 사랑해"라는 글귀가 있다. 스트라빈스키 광장에는 '스트라빈스기 분수'가 카루셀 공원에는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과 비견되는 '지중해'가 있으며, 1898년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 정면에 선정된 '카스텔 베랑제'는 임대용 아파트였고, 포르트 도핀 지하철역은 아르누보 양식으로 디자인되어 있다. 모든 장소가 예술인 파리에 26년째 살고 있는 이재형 작가는 모든 장소가 예술인 파리를 사랑하지 않을 도리가 없을 것 같다.

--- 모든 장소가 투기의 대상인 서울이 떠오른다. 문화재가 나올 것 같으면 공사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우리의 아픈 현실. 반면에 루브르 미술관에서만 보유하고 있는 50만점의 작품은 도대체 어디에서 온 것인가? 우리나라 문화재를 비롯한 전 세계의 약탈문화재를 돌려주지 않고 있는 프랑스는 99개의 모자를 가진 사람이 1개의 모자를 가진 사람에게서 1개의 모자마저 빼앗아 100개의 모자를 채우려는 것이 아닐가 하는 의문이 든다.

우리가 자랑하고 탐욕하는 도시 서울의 예술을 살아날 수 있을까? 청와대는 청와대 미술관이 될 수 있을까.

#디이니셔티브 #나는왜파리를사랑하는가 #이재형 #스피넬왕자님 #서평단리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잘못 산다고 말하는 세상에게 - 시대의 강박에 휩쓸리지 않기 위한 고민들
정지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분노사회>,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등 한국 사회에 대한 비평적 시각을 제시해온 작가이자 문화평론가 정지우의 신작 <내가 잘못 산다고 말하는 세상에게>는 '비난이 일상화'된 세상을 살아가는 훌륭한 지침서다.

* 반박 시 니 말이 맞음

요즘 청년 세대가 자신의 생각을 길게 풀어 쓴 마지막에, '반박 시 니 말이 맞음'이라는 문구를 추가하곤 한다. 이 문구의 뜻은 '나는 내 생각을 적었지만 당신이 반박할 경우 당신 말이 맞는다고 인정하겠다. 그러니까 이건 내 생각일 뿐이고, 나는 당신 말에 재반박할 의사가 없다.'라고 해석할 수 있다. 언뜻 봐서는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할 뿐 상대의 말을 듣지 않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문구에 담겨 있는 진짜 뉘앙스는 그보다 복잡할 수 있다. '내 말이 완벽하다는 뜻은 아니다. 아마 당신이 반박한다면 당신이 더 논리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냥 내 생각은 이렇다는 걸 들어달라'라는 호소의 뉘앙스가 더 강한 것처럼 보인다. 청년 세대가 생각하는 최악의 태도는 내 말만 맞고 네 말은 틀렸다는 사고방식이다. '반박 시 니 말이 맞음'은 내 생각과 네 생각은 둘 중 어느 한쪽만이 옳기보다는 서로 다를 뿐이고, 굳이 그것 때문에 말다툼할 필요도 없다는 '상대주의적' 선언인 셈이다.

--- 세대갈등, 이념갈등, 젠더갈등, 양극화 문제 등 서로 다른 입장만 내세우면서 자신의 목소리만 높이는 우리 현실 속에서 청년 세대의 '반박 시 니 말이 맞음'은 절묘한 문제 해결의 방식일수도 있겠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냉소적인 느낌이 들어서, 진지한 대화는 어려울 것 같다.

* 작가에서 변호사로

작가 생활이라는 건 너무나 불안했다. 내게도 우연이 아닌 현실에 맞게 발 딛게 할 직장이나 자격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 다른 측면으로는 그 무렵 이미 대여섯 권의 인문학 책이라는 걸 쓰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말들이라는 게 아주 현실적이거나 구체적인 이야기는 될 수 없다고 많이 느꼈다. 타자의 고통이나 옳음에 대해서 떠들기만 할 게 아니라 현실을 조금은 바로잡고 내가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었으면 했다.

수험 생활이 끝난 마지막 날, 책들을 쌓아보았는데 천장까지 닿았다. 그래도 한 시절을 보내면서 무언가를 깨닫게 된 것 같기도 하다. 다른 어떤 것보다도 사랑의 가치를, 살아낸다는 것의 절실함을, 그 가운데 손을 잡고 나아가는 사람의 일에 관해 무언가 아주 깊은 것을 배웠다는 생각이 든다.

--- 내가 잘못 산다고 말하는 세상을 살아가려면 책을 천장까지 쌓을 정도의 노력과 절실함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누군가가 잘못 산다고 말한다면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그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갈 뿐이다.

* 선례 없는 사회

근래 우리 사회에서 하나 확실한 것은, 기성세대가 청년 세대를 자신들의 삶에 초대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청년 세대가 기성세대의 삶으로 진입하길 가장 꺼리는 사회다. 반면교사는 너무 많았다. 그러나 내가 도달할 수 있고 실현할 수 있는 삶 중에 닮고 싶은 삶은 너무 없었다.

--- 한국사회의 특징이 어른이 실종된 사회가 아닐까. 어른을 찾아보기도 힘들고 아무도 어른 대접을 해주려고 하지 않는 천박한 사회는 어디로 가는 걸까.

* 빼앗긴 시간은 어디로 갔는가

과거에는 인생을 긴 마라톤으로 보는 비유가 유행하곤 했지만, 요즘 시대 또는 세대의 삶이란 끝없는 단거리 달리기의 연속에 가깝다. 100미터 달리고 나면 또 100미터, 곧바로 또 100미터를 달려야 한다. 그 사이 쉬는 시간이라는 게 있긴 하겠으나 잠깐 숨 돌릴 시간 정도이다.

--- 무엇을 위해서 다들 바쁘게 살아가는지 모르겠다. 일단 나 자신부터 마라톤이 아니라 쉴 틈 없는 달리기를 하고 있는지 이유를 모른다. 그런데도 무작정 달린다.

* 배반당한 시절을 통과할 때

인생에서 나의 믿음과 현실이 불일치하는 일은 수시로 일어난다. 원하는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일, 간절히 붙잡고 싶은 연인이 떠나가는 일, 사업이 잘되지 않거나 시험에서 떨어지는 일들이 인생에 상존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믿음이 배반당하는 시간'을 어떻게 살아낼지에 대한 기술을 익혀야만 한다.

--- 다들 이만하면 괜찮지 않을까 싶었는데 IMF로 삶의 기반이 무너져 내린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이제 숨좀 쉬겠다 싶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로 전 인류가 입에 마스크를 쓰고 살아야했다. 앞으로 또 어떤 배반의 시절이 다가올지 예측할 수도 없다.

다들 '믿음이 배반당하는 시간'을 어떤 기술로 살아가야 할까?

#내가잘못산다고말하는세상에게 #정지우 #한겨레출판 #허니포터4기 #서평단리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외생활들 - 내 나라를 떠나 사는 것의 새로움과 외로움에 대하여 들시리즈 5
이보현 지음 / 꿈꾸는인생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바둑을 두던 아이가 법대에 갔다가 악기를 시작했고, 독일, 유럽과 미국에서 10여년 간 해외생활을 하다가 임시 종료하고 잠시 머물고 있는 이보현 작가의 <해외 생활들>은 꿈꾸는 인생 출판사의 5번째 들 시리즈이다.

* 애증하는 외국어들

독일로 유학을 떠난 작가는 학교 수업 첫 시간에 책상에 앉아서 눈물을 쏟아낸다.

'아침에 눈을 뜨면 다시 밤이길, 아직 잠들지 않은 어제의 밤이길 얼마나 바랐는지 모른다.' 한국에서는 슬그머니 피하기라도 하면 되겠지만, 영어도 아니고 독일어 첫 수업을 듣는 작가의 심정이 오죽했을까 싶다. 독일에서 10년을 이어 온 한국인 철학 모임에서 작가 보다 서른 살은 많은, 작가의 엄마보다 더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프랑스어로 쓰인 학술서를 읽는 것을 보고 외국어에 대한 편견을 버리게 된다.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난생처음 보는 꼬부랑 글씨도 읽을 수 있다. 나이 60이 넘엇도 말이다.' 우리 나라에서도 70-80대 어르신들이 뒤늦게 한글을 깨우쳐 창작활동을 하면서 책도 내시는 경우가 있다. 한글을 배울 수 있으면, 외국어도 배울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논리인 것 같다. 외국어 공부를 나이를 핑게로 피하기는 어렵게 되버렸다.

* 코레아너와 아이스 커피

독일의 베트남 레스토랑에서 쌀국수 한 그릇을 주문했을 때, 사장님의 질문 Koreaner?(코레아너?)에 예스라고 대답한 작가에도 돌아온 것은 고수가 산처럼 잔뜩 올려진 쌀국수였다. 사장님의 질문은 Koriander!(코리안더) 즉, 고수였다.

독일 카페에서 아이스 커피를 주문했을 때, 나온 커피는 아이스크림이 올려져있는 뜨거운 커피였다. 독일어로 아이스크림이 아이스(Eis)였던 것이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한국에서는 아이스크림을 줄여서 '아이스'라고 부른다.

독일에서는 화장실에서 양치질을 하지 않는 것, 길을 건널 때 차가 오면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먼저 지나가는 것이 규칙이라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문화는 직접 체험해봐야 생생하게 알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 비 오던 날에 비 오던 날들

힘든 유학생활에 울며겨자먹기로 계약한 방 두칸 짜리 작가의 집에 세들어 살게 된 한국 여학생 두 명의 인터넷 불법 사용과 무책임한 도주는 작가의 유학생활을 무너뜨렸다. 외국에 가면 가장 조심해야 하는 사람들은, 외국인이 아니라 어쩌면 같은 나라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서글퍼진다.

* 마음을 듣는다

독일어가 늘었다고 생각한 시기에 친구의 동료와 소통이 잘 안되었을 때, 그 동료가 말한다. "미안해요. 나는 당신이 말하는 것을 알아들을 수가 없어요." 충격을 받은 작가에게 친구가 건넨 말이 감동적이다.

"누군가는 너의 발음을 알아듣지 못할 수 있어. 하지만 우리는, 나는 알아들어. 친구인 우리는 마음으로 듣나 봐. 귀보다는 마음. 그 마음이 너에게 전해지길 바라."

* 독일 책방 노랑

현재 읽고 좋은 책만 건네는 큐레이션 서점인 김포 책방 노랑을 운영하는 작가는 독일에 돌아가서 '독일어책' 없는 서점을 운영하는 것이 소망이다. 한국어, 영어, 프랑스어, 중국어, 일본어, 아랍어 등의 책을 가져다 두고 창문에는 이렇게 적어 놓을 계획이다. '마음으도 듣는 사람이 있어요.'

현재 우리나라의 재외동포는 75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이주민은 2019년 기준 252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해외생활자들을 읽으면서 우리는 과연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이주민들을 마음으로 듣고 있는지 아니면 반대로 편견과 혐오의 감정으로 눈과 귀를 막고 있는지 자문해본다. 솔직히 부끄러움이 앞선다. 재외동포를 생각하는 것처럼,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이주민들을 대한다면 우리사회가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작가의 바람처럼 독일어책 없는 독일 노랑 책방이 독일에서 운영되었으면 좋겠다. 마찬가지로 한국책 없는 책방 검정, 한국책 없는 책방 흰색 등 다양한 책방이 우리나라에서 운영되어도 좋을 것 같다. 창문에는 이렇게 적혀 있을 것이다. '마음으로 듣는 사람이 있어요.'

#해외생활들 #들시리즈 #이보현 #김포책방노랑 #꿈꾸는인생 #서평단리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