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어떻게 발명하는가 - 시행착오, 표절, 도용으로 가득한 생명 40억 년의 진화사
닐 슈빈 지음, 김명주 옮김 / 부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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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착오, 표절, 도용으로 가득한 생명 40억 년의 진화사를 다룬 <자연은 어떻게 발명하는가>은 고생물학 현장 연구에 최첨단 분자유전학 기술을 접목시킨 진화학자의 연구성과를 집대성한 집대성한 역작이다.

* 변칙의 발견

1798년 나폴레옹 보라파르트이 이집트 원정에서 발견한 물고기는 놀랍게도 아가미와 공기 호흡 기관을 둘 다 갖추고 있었다. 그 후에 세계 곳곳에서 이와 유사한 물고기가 발견되었다. 폐로 공기 호흡하는 물고기는 전 세계에 있었고 게다가 수억 년 동안 지구에 살았다는 이야기다. 변칙의 발견이 우리가 세계를 보는 방식을 바꾸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

* 진화적 혁명

1997년 뉴욕에서 선보인 깃털 공룡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후에도 중국 동북부에서 새로운 화석이 쏟아졌다. 약 20년 동안 12종 가량의 깃털 공룡이 중국에서 발굴되어 육식 공룡이 다양한 깃털을 지니고 있었음을 알렸다.

깃털은 새에서 하늘을 날기 위해 탄생했으며 폐는 동물이 땅에서 살 수 있도록 진화했다는 것이 그동안의 통념이었다. 그러나 큰 변화는 새로운 기관의 탄생이 아니라, 오래된 형질을 새로운 용도나 기능으로 전용함으로써 일어났다.

생명사에 길이 남을 변화는 곧게 뻗은 탄탄대로를 걷지 않았다. 그 길은 우회로, 막다른 골목, 좋은 않은 시기에 출현하는 바람에 실패한 방법들로 가득하다.

* 유령이 득실대는 묘지

"우리가 생명의 비밀을 알아냈다!"는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클릭은 인류를 DNA 시대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럼에도 여전히 생명의 영역은 신비에 둘러쌓여 있으며, 생물학은 그러한 신비의 영역에 끊임없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게놈은 유령이 득실대는 묘지와 비슷하다. 게놈 안에서는 끊임없이 투쟁이 일어나고 있다. 어떤 유전물질은 자신의 사본을 늘리기 위해 존재한다. 유전적 돌연변이는 게놈 전체로, 혹은 다른 종으로 퍼질 수 있다. 게놈의 변화는 빠르게 일어날 수 있고, 유사한 유전적 변화가 여러 생물종에서 각기 독립적으로 일어날 수도 있으며, 여러 종의 게놈이 섞이고 결합해 생물학적 발명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 진화는 현실 가능한 세계 중 최선

진화는 무작위적인 변화를 연료로 삼아 계속 한길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다. 여러 종이 흔히 서로 다른 길을 통해 같은 장소에 도달한다. 진화의 결과는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세계'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가능한 세계들 중 최선'이라고.

--- 진화는 창조자라기보다 수십억 년에 걸쳐 베끼고 훔치고 변형한 모방자이지만, 그 모방은 현실 가능한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내용이 의미심장하다.

개인적으로는, 연제식 신부님께서 써주셨던 '최선의 하느님은 최선의 길로 이끄신다'는 내용과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인류가 초래한 환경오염과 기후위기는 신과 자연이 합작한 최선의 세계를 인간이 살아갈 수 없는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자연의 발명은 어떤 혁명적인 변화를 일으킬까? 그 길이 인류를 포함하는 것인지, 아니면 인류를 배제하는 변화일지 모르겠다. 최선의 길이 후자가 아니기를..


#자연은어떻게발명하는가 #부키 #닐슈빈 #진화 #진화론 #유전자 #과학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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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세계에서 이 눈물이 사라진다 해도
이치조 미사키 지음, 김윤경 옮김 / 모모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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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의 스핀오프(기존의 영화, 드라마, 게임 따위에서 등장인물이나 설정을 가져와 새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작품.)로 출간된 <오늘 밤, 세계에서 이 눈물이 사라진다 해도>는 절절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 인생에서 처음 한눈에 반한 사람

나루세 도루는 내세울 만한 개성이 없다.그런 그가 인생에서 처음으로 한눈에 반한 사람을 만났다. 상대는 같은 대학교의 한 학년 위 선배였다. 이름은 와타야 이즈미. 처음 만난 날을 선명히 기억한다. 어쩌면 평생 잊지 못할지 모른다. 나루세에게 와타야는 밝으면서도 쓸쓸함이 감도는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 날 정말로 좋아하지 말 것

나루세는 자신의 감정을 속이지 못하고 고백한다. "선배를... 좋아해요." 나루세의 고백에 와타야는 "사귀어도 되지만 조건이 있어. 날 정말로 좋아하지 말 것, 지킬 수 있어?" 사귀어도 되지만 정말로 좋아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한다니 가능한 일일까?

망설임은 한순간이었다. 어찌 됐든 내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나는 선배가 좋았다. 선배에 대해 더 알고 싶었다.

* 미안. 사귀는 거 그만두자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 사랑은 죽을 것 같은 애절함이며 상대의 손을 잡아보고 싶다고 갈망하는 마음이라고. 그리고 연애의 가장 큰 행복은 거기에 있다고. 옆에 있던 선배가 나를 쳐다본다. 미소를 지으며. 아차....., 싶었을 땐 이미 선배의 손이 빠져나갔다.

나는 줄곧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가짜를 반복하다가 진짜가 될지도 모르니까.

그러니까...

"미안, 사귀는 거 그만두자."

순간 세상이 무거워졌다. "왜, 어째서요?"

"넌 나를 정말 좋아하잖아. 게다가 처음에 내가 말했지? 다정한 남자가 싫다고."

"다정한 사람이 왜 싫어요?"

"다정한 사람은 좋은 사람이잖아. 그런 사람은....., 일찍 죽으니까."

나 홀로 그곳에 남겨졌다. 선배의 진짜 모습을 하나도 모르는 내가 있었다.

* 사랑과 기침은 숨길 수 없다

고등학교 때, 밤에 자고 일어나면 기억이 리셋되는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앓는 히노 마오리의 절친이었던 와타야는 마오리의 남자친구 가미야 도루에게 묻는다. "가미야, 어떻게 그렇게까지 노력할 수 있어?" "히노를 좋아하니까."

괴로웠다. 다른 사람의 웃는 얼굴을 보면서 괴로워질 수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왜일까. 어째서 나는 가슴이 죄어오늘 걸까.

* 혹시 내가 죽으면

생각도 하지 못했다. 도루가, 그런 슬픈 말을 꺼낼 줄은.

"혹시 내가 죽으면 히노 일기에서 날 지워주면 좋겠어."

"이즈미는 아직도 도루를 좋아하는구나." 한순간 내 세계가 고요해졌다.

나는 여전히 도루를 좋아했다. 도루만을 좋아한다.

* 사람이 사라진다 해도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을 때,

그 사람을 향한 사랑과 감정은 어때야 하는 걸까.

그리고 그 사람을 여전히 사랑하는 남겨진 사람 이즈미

그 남겨진 사람을 사랑하는 나루세

--- 사랑 참 어렵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이 사라진다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가슴 떨리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처럼, 이별 또한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분명한 것은,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갔을 때 화장실에서 몰래 웃는다는 잔인한 농담은 사랑이 아니라는 뜻이다.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람이 사라진다 해도, 오늘 밤, 세계에서 내가 사라진다 해도 사랑은 남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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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para Writing Passion Lv.1 Parapara Writing Passion 1
변선호 지음 / 마치모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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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춘추시대 사상가인 공자께서는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했는데, 이는 영어학습에서도 마찬가지다. 종이를 넘긴다는 의미의 PARAPARA를 제목으로 출판된 PARAPARA WRITING은 마법같은 주문 파라파라를 흥얼거리면서 책장을 넘기다보면 어느새 리딩, 단어 익히기, 문장 어순을 익히면서 스스로 영작까지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교재다. 게다가 어학을 배우기에 최적인 초등 1-2학년부터 중2-3학년까지 6단계로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 영어가 어려운 이유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영어에 매달렸으면서도 막상 외국인을 만나면 몸이 얼어붙고 한 문장을 말하고 쓰는 것도 힘든 이유는, 우리말과 다른 영어 어순에 익숙하지 않고 말하고 쓰는 연습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이다. 영어는 공부가 아니라 연습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어렸을 때부터 이런 방식으로 공부했더라면 영어에 대한 부담이 훨씬 줄어들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기대효과

PARAPARA WRITING은 학생들을 실제로 가르치면서 검증이 된 교재라는 특징이 있다. 주 3회 PARAPARA WRITING 형식으로 공부를 했을 경우에 94퍼센트 이상의 학생들이 1년 정도 지나면 단문으로 2년 정도가 지나면 영작이 가능하다고 하니 충분히 믿고 자녀들에게 권할 수 있을 것 같다. 가능하면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익히면 일거양득일 듯 하다.

게다가 다루는 내용도 사운드 디자이너( Sound Desinger), 특수분장사(Special Effect Make-up Artist) , 조향사(Perfumer), 범죄 심리 분석가(Profiler), 로봇 공학자(Robotics Engineer), 우주 개척자(Space Pionier) 등 자라나는 학생들이 꿈꿀 수 있는 새로운 직업군이 망라되어 있어서 영어와 함께 직업에 대한 정보와 흥미까지 제공하고 있다.

* 영어 즐기기

결코 즐겁지 않게 느껴지는 영어 학습을 파라고 댄스라는 형식으로 '땅파기 - 박수 - 점프' 형식으로 같은 단어를 반복해서 익힐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처음에는 어색하게 느껴지겠지만, 친구나 가족과 함께 게임처럼 즐기면서 할 수 있는데다가, 좀 더 익숙해지면 인스타그램, 틱톡에 올리는 파라고 댄스 콘테스트에도 참가할 수 있다. 언제 그 날이 오려나.

* 반복학습의 극대화

낯설게 느껴지는 조향사(Perfumer) 의 경우에는 직업에 대한 12가지 설명을 세도우 리딩으로 따라하면서 세모 두더지 다섯 마리에 색칠을 하게 되어 있다. 총 5번은 읽어보고 녹음도 해보게 된다. 그 다음에는 파라고 댄스와 파라팡팡 게임으로 중요 단어를 반복해서 말해본다. 그리고 영어 문장과 번역 내용을 따라 써보면서 어순을 익히고 나면 최종적으로 영작하기까지 이어진다. 솔직히 한술 밥에 배부를 수는 없는 것처럼 원어민도 아니라서 영작까지는 쉽지 않다. 아참 주 3회 1년을 꾸준히 해서 94퍼센트에 속하면 단문 영작은 어렵지 않겠지. 아마 이런 식으로 꾸준히 하면 94퍼센트가 아니라 100퍼센트 가능할 것 같다. 동일한 문장을 반복해서 읽고 단어를 말하면서 암기하고 문장 어순을 익혔는데 영작이 안된다면 그게 이상한 일일 것이다. 게다가 영작의 경우에는 페이지 맨 아래쪽에 힌트를 참고할 수 있다. 힌트가 필요 없어질 때가 오겠지.

영어는 공부가 아니라 연습이다.

초등학생이 가장 궁금해하는 직업 이야기 특허 출원 Brick Build-up English 페이지 중간 중간의 QR 코드를 통해서 부가자료와 게임 동작 등을 참고할 수 있어서 유익하다. 영어 공부에 왕도는 없다지만, 지름길은 보인다.

#PARAPARAWRITING #파라파라라이팅 #초등영작 #초등영어 #영작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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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런 벽지 - 샬럿 퍼킨스 길먼 단편선 에디션F 4
샬럿 퍼킨스 길먼 지음, 임현정 옮김 / 궁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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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여성 해방을 위해 평생을 바친 개혁가이자 작가로서 버지니아 울프, 케이트 쇼팽 등과 함께 페미니즘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미국 코넷티컷 출신 샬럿 퍼킨스 길먼의 단편집은 신선하고 읽는 재미가 있다. 이 작품의 제목이자 첫 번째 작품인 누런벽지는 심리소설을 읽는 것처럼 난해했다. 산후 우울증을 앓았던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어서 그런지 현실과 주인공인 나의 심리적 현실이 공존하고 있다. 누런 벽지는 우울증을 앓는 주인공을 처지를 대변하는 듯하다. 그리고 남성 우위의 당시 분위기 속에서 진정한 자아를 찾아 나서는 여성들이 처한 입장이기도 했다.

'내가 말했다. "당신과 제니가 막았지만 결국 난 나왔어요. 내가 벽지를 거의 따 뜯어냈으니 이제 나를 다시 들여보낼 수 없을걸요!"'

* 전혀 다른 문제로 바뀔 때

가장 흥미롭게 문제의 정곡을 찌르는 작품이다. 세 명의 신사에게 실제 사례를 들어주면서 솔직한 의견을 말해달라는 힐다의 말에 신사들은 이구 동성으로 여성을 비난한다.

"그 여성이 잘못했다는 이 신사들의 의견에 동조할 수밖에 없군요. 그 여성은 혹독한 비판을 면할 수 없어요." 백작이 차분하면서도 장중하게 한 마디 한 마디를 내뱉었다.

힐다 워드는 몇 분 동안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렇다면 클라크 씨는요?"

"물론 내 의견도 같아요. 여자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그녀는 이기적인 철면피예요!"

힐다가 길게 한숨을 쉬었다.

그녀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자, 여러분, 모두가 솔직해길 바라요. 사실 제가 이야기를 할 때 한 가지 실수를 저질렀어요. 사소한 실수일 뿐이에요. 사실들은 모두 그대로인데 성별이 뒤바뀌었거든요."

힐다가 이야기를 들은 남성들은 갑자기 입장을 바꾸기 시작한다. "그렇군. 완벽한 올가미였군!"

"그렇다면 평가도 분명히 똑같아아죠. 그 남자가 틀림없이 범죄자예요!"

"미안하오만 당신에게 작별을 고해야겠소."

허를 찌르는 반전이지만, 사실이 분명하다면 평가도 똑같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임에도 남성들은 급히 자리를 피하기 시작한다. 100년 전 작가의 통찰이 놀라울 뿐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100년이 지난 현재도 그러한 상황을 본질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 멸종된 천사

한때 이 세상에는 충돌하거나 대립하는 인생의 모든 요소들을 '척척 해결해주는' 천사들 한 부류가 살았었다. 이 빛나는 영혼의 소유자에게 요구되는 가혹하면서 모멸적인 육체노동의 양은 놀랄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가장 먼저, 엄격하게 지켜야 할 의무 중 하나는 그녀가 입은 천사 같은 옷을 티끌 하나 없이 청결하게 유지하는 일이었다. 천사들이 하는 일이 주로 먼지를 닦는 일인데 이들에게 그런 옷을 입도록 하다니 참으로 기이한 일이다.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인 것 같지만 그들은 받아들였다. 천사는 천사였고 그런 일은 바로 천사의 일이었다.

읽는 내내 부끄러움에 낯이 뜨거워지고 있다. 하루 종일 가사노동에 시달리거나, 아니면 맞벌이로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집에서는 천사처럼 온갖 집안일을 도맡아야 하는 여성의 역할이 얼마나 달라졌을까 싶다. 지금도 여전히 여성들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들을 받아들이는 천사들이다.

* 세 번의 추수감사절

가장 짜릿한 내용의 작품이다. 남편을 잃고 혼자 살아가는 모리슨 부인은 자녀들의 함께 살자는 제안도 거절하고 남편과 살던 집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그 집은 어린 시절 모리슨 부인을 연모하던 버츠 씨에게 담보로 잡혀있고, 버츠 씨는 집을 지키려면 자신이 구애를 받아들이라고 강요한다. 막무가내이며 집요하고 답답할 정도로 다정한 버츠 씨는 부인에게 시간을 허락하지 않았다.

"알겠지만 대출은 추숙감사절로부터 2년이 되면 만기야."

"그래요. 잊지 않고 있어요."

피터 버츠와 결혼이라니! 절대 그럴 수 없어! 모리슨 부인은 여전히 남편을 사랑했다. 신이 허락한다면 저 세상에서 그를 다시 만날 것이다. 그때 남편에게 쉰 살에 피터 버츠와 결혼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모리슨 부인은 세 번째 추수감사절에 대출금을 갚을 수 있을까?

* 동업관계

"친구들도 있고 , 옷가지들도 있잖소? 그래도 하루를 보내는 데 부족해?"

"그래요. 내게 친구도 있고, 옷가지들도 있어요.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예요. 그렇지만 당신에겐 그것들이 일이 아니에요. 당신에게는 당신 일이 있죠. 하지만 내 일은 사라져버렸다구요!"

--- 성별을 바꾸어서 첫 번째 질문을 부인이 남편에게 했다면 남편은 뭐라고 답했을까? 작가의 문제의식이 날카롭다. 남성과 여성은 성별이 다르고 역할이 다른 뿐, 다른 성별이 차별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100년 전 작품임에도 지난 시절의 이야기처럼 읽히지 않는다.

#궁리 #누런벽지 #샬럿퍼킨스길먼 #페미니즘소설 #서평단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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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행복 대신 불행을 택하기도 한다
김진명 지음 / 이타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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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출판 역사에서 최고의 판매 부수를 기록한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쓴 김진명 작가의 첫 에세이 <때로는 행복 대신 불행을 택하기도 한다>는 자전적인 이야기로 또 수십 편의 단편소설을 읽는 느낌이었다.

* 인간이 쓴 책이라면 모두 읽어보자

작가 지망생도 아니고 습작을 해 본 일도 없던 작가는 600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첫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세 권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의 마지막 권은 일주일 만에 다 썼다고 고백한다. 작가의 그러한 놀라운 필력의 원천은 바로 엄청난 독서이다.

'나는 만화, 문학, 사회 과학, 철학, 종교, 자연 과학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책을 읽기 시작했고 가장 어려운 책 한 권 읽어보자던 나의 목표는 인간이 쓴 책이라면 모두 한 번 읽어보자는 목표로 바뀌게 되었다.'

* 내면의 힘과 외면의 힘

힘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외면의 힘. 바로 지식, 지위, 돈, 외모, 소질, 빽 등 눈에 바로 보이는 것으로 인간은 누구나 이 힘을 가지려 태어나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처절한 경쟁 대열 속에서 몸부림친다. 하지만 이 힘은 가지면 가질수록 자신을 상실한다는 단점이 있다.

내면의 힘은 이와는 전혀 다른 갈래에서 출발한다. 내면의 힘이 외면의 힘과 가장 크게 다른 것은 가지면 가질수록 점점 더 커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단 이 내면의 힘을 가지면 어떠한 외면의 힘에 대해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 안중근의 어머니

한국 근현대사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로 작가가 안중근을 꼽는 이유는 '행동하는 지식인'이기 때문이다.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는 단 한 번도 자식 면회를 가지 않았다. 남아있는 형무소로 보낸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나라를 위해 딴 맘 먹지 말고

죽어라!

어미는 현세에서

너와 재회하기를

기대하지 않으니

다음 세상에는 선량한 천부의

아들이 돼 이 세상에 나오거라!"

지성이 인간을 짐승에서부터 멀어지게 하는 것이라면, 이토록 생생하게 인간과 짐승의 거리를 보여주는 일화가 또 있을까.

* 존재 자체로 인류 역사에 기여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제자가 던진 "스승님, 파도는 왜 치는 겁니까?"라는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하여 파도에 뛰어들었다가 갑자기 몰려온 커다란 파도에 목숨을 잃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2,000년이 지난 현재 '파도는 달이 지구를 잡아당기기 때문에 일어난다."는 답변을 다 알고 있다. 이처럼 인간의 숙제에는 기나긴 시간이 필요하다. 인간의 근원적 숙제를 푸는 열쇠는 바로 시간이다. 인간의 삶도 그냥 사는 것, 즉 징검다리의 돌맹이 하나처럼 세대를 끊지 않고 먼 미래로 이어주는 게 우리 인간에게는 최고의 의미요, 보람인 것이다.

* 행복의 비결 세 가지

하나는 무조건 남을 위해 사는 것이다. 인간은 46억 년이라는 오랜 역사를 거치는 동안 뭉쳤을 때 생존했고 흩어졌을 때 점멸되었다는 사실을 유전자 속에 깊이 담아두고 있다.

또 하나는 내면의 세계를 가지는 것이다. 마지막 방법은 자신만의 파라다이스를 개발하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 그게 취미이든 행위이든 믿음이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걸 찾아내 그것을 평생 간직하고 실행하며 이 거친 세상을 천국으로 바꾸는 것이다.

* 역사 속 이야기를 찾아서

천부적 이야기꾼인 작가의 손을 거치면 다 같은 소재라도 전혀 달리 보인다. 똑 같은 사건이나 현상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것이 작가의 남다른 재능으로 보인다. 함흥차사 이야기를 이성계의 관점이 아니라, 권력을 장악한 이방원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내용, 명성황후 살해 현장의 모습을 생생하게 기록한 에조 보고서, 광개토대왕비의 진실과 김재규가 남산을 버리고 육본을 향한 배후에 미국 정보기관이 개입했다는 내용 등은 자못 흥미진진하다.

--- 첫 소설로 우리나라 출판계를 뒤흔들었던 김진명 작가는 첫 에세이를 통해서, '어두울수록 그대의 삶은 빛난다'는 말로 지치고 힘든 우리들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전하고 있다.

#이타북스 #때로는행복대신불행을택하기도한다 #김진명에세이 #이타북스독자평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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