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도 초능력이 필요해
민제이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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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슈퍼맨, 원더우먼, 배트맨, 스파이더맨이 유행했던 시절이 있다. 답답한 현실을 벗어날 수는 없지만 인간이지만 인간을 초월한 초능력자를 통해서 대리만족을 느꼈던 것 같다. 민제이 작가의 <회사원도 초능력이 필요해>는 제목과 표지만 보면 한 편의 그래픽노블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막상 내용을 읽어보니 실감나는 직장생활 묘사에 씁쓸한 느낌이 들었다.

신입사원 김가현, 주임 이나정, 과장 김다영, 대표 최라희에게서 초능력만 빼면 우리가 매일 마주치는 직장의 모습이 그대로 그려진다. 요즘은 맞벌이 가정이 대세라서 직장생활의 고달픔은 여과 없이 가정생활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도 생긴다. 작가가 준비한 야심찬 초능력은 실수가 많은 신입사원 김가현에게는 과거를 되돌릴 수 있는 세 장의 명함이었다.

* 신입사원과 실수

직장생활 초기에는 누구나 이런저런 실수를 하게 마련이다. 실수만 되돌릴 수 있다면 다 잘 할 수 있을까?

'사람도 싫고, 사무실에 있는 볼펜 한 자루까지도 이제 징글징글하다. 세상 사람들 모두 이런 시간을 버티며 하루를 산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버틸 수 있을까.' 신입사원 김가현의 심각한 고민은 비단 신입사원만의 고민은 아닐 것 같다.

* 비정규직의 비애

비정규직 주임 이나정은 녹초가 되면 3초만에 출퇴근이 가능한 초능력 보유자다. 이나정의 초능력은 서글프기 그지 없다. 야근에 지쳐 체력이 바닥 난 순간에 생기는 초능력이라니 눈물겹기만 하다. 역설적이게도 이나정에게는 초능력이 없는 것이 정상적인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하루에도 몇번씩이나 이 회사에서 안정을 찾기 위해 발버둥 치다가도, 내 의지와 상관없이 타인의 평가로 한순간에 온 그라운드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 회사에서 그런 사람 찾지 말아요

타인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는 초능력 보유자 과장 강다정은 남다른 능력으로 상사들의 의중을 알아차려 과장까지 승진하지만, 그러한 능력이 때로는 독이 되기도 한다. 끊임없이 들려오는 직장인들의 속마음이 결코 편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고 오히려 고통스러울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직장인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다면 아마 단 하루도 서로를 견딜 수 없을 것이다.

'나 그렇게 좋은 사람은 아니예요. 착한 사람은 더 아니고. 회사에서 그런 사람 찾지 말아요. 회사는 좋거나 착하거나 멋있는 사람 찾는 데 아니니까.'

* 험난한 창업의 길

팔로워 백만 명을 보유한 인풀루언서 최라희는 야심차게 창업을 하여 대표가 되었지만, 당초 기대와 달리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게 되고 급기야 팔로워를 팔아서 급한 자금을 마련하게 되지만 그에 따른 팔로워수의 급감으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다.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든, 보이는 사람에게든 크게 신뢰를 잃었던 경험이 있으니 내 사업의 남은 자산은 이제 사람뿐이다.'

---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건 도무지 초능력이 아닌 것 같다. 실수를 언제까지고 되돌리기만 할 수 있으며, 극도로 피곤에 지쳤을 때 발휘되는 순간 이동이 무슨 초능력이란 말인가. 게다가 직장인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많은 불평과 불만과 욕을 들어야할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마지막으로 자신을 따르는 팔로워를 팔아서 돈을 만들어야 한다는 대목에서는, 팔로워를 늘리기 위해 위험천만한 행동이나 비도덕적인 언행도 불사하는 유튜버들이 떠오를 뿐이다.

서로가 서로를 힘들게 하는 직장생활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누구도 원하지 않는 이런 비정상적인 직장문화는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 그런데도 직장을 퇴직하고 나면 또 다른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 좌불안석하는 우리들의 현실이 서글프다.

우리 인생에서 직장이란 어떤 의미일까? 부디 초능력도 없는 직장인들이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해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몸도 마음도 탈탈 털리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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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척
레이철 호킨스 지음, 천화영 옮김 / 모모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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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고전 <제인에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레이철 호킨스의 <기척>은 인간의 욕망에 관한 이야기다. 부유층이 모여 사는 손필드 주택단지에서 개산책 아르바이트를 하는 제인은, 어두운 과거와 가난이 일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자신과 너무나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는 부유층 여성들에 대한 부러움과 시기심 등으로 그녀들이 기억조차 못하는 귀중품들을 몰래 훔치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제인은 사랑하는 부인 베를 사고로 잃은 에디를 운명처럼 만나게 되고 사랑에 빠진다. 제인은 악몽같은 과거와 가난을 벗어날 수 있을까?

* 당신이 재앙이기 때문에 결혼하려는 거야

제인은 어느 사이에 진심으로 에디를 원했다.

"확신하는 거지?" 에디가 물었다. "나랑 결혼하는 거 말이야. 내가 재앙이어도?"

제인은 몸을 일으켜 에디의 입술에 스치듯 키스했다. "당신이 재앙이기 때문에 결혼하려는 거야." 재앙과 재앙의 만남. 제인과 에디의 재앙은 깊어질까 극복이 될까 궁금해진다. 제인은 이제 에디와 약혼한 로체스터 부인이다.

* 늘 남편이 범인이지

개 산책을 시키면서 신세를 졌던 존으로 부터 협박을 받던 제인은 에디 몰래 현금을 건네면서 사건을 무마하려고 했고, 베와 함께 사망한 블랜치의 남편 트립을 몰래 만났다. 그런데 에디는 그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다.

'눈빛은 너무나 차가웠고 말투 또한 무미건조했다. 두 눈에 그를 담으면서도 전혀 그를 알아볼 수 없었다. 카페에서 여인들이 나누던 말이 다시 들리는 듯했다. 늘 남편이 범인이지. 그리고 처음으로, 진심으로,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왜냐하면 당신도 위험하니까요

트립의 아내 블랜치를 모방해 거부가 된 베는 진짜 죽은 것일까 아니면 사람들이 죽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가끔씩 에디의 집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런 의문에 사로잡혀 있는 제인에게 살인 용의자로 곤경에 처한 트립의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나는 죽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왠지 당신이라면 내 말을 믿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당신도 위험하니까요."

* 벽장문이 열리고 있었다

'뭔가, 무언가가 있어야만 해. 사람을 두 명이나 죽이면서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았을 리가 없어. 불가능한 일이야. 영수증이 있거나, 숨겨둔 살인 무기가 있거나, 피 묻은 옷이 있을 거야. 내가 찾아낼거야. '그것'을.'

불운한 과거를 숨기고 살아가는 제인의 욕망, 부유한 아내 베의 사망으로 거액을 상속 받은 의문의 사나이 에디의 욕망. 그리고 집 안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기척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 작품의 후반부에는 놀라운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 욕망의 끝

우리는 늘 현재의 자신과는 다른 미래를 꿈꾸고 있다. 어쩌면 우리의 삶은 영화 제목처럼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고 끝임없이 질주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난하고 힘든 시절을 지낸 베는 블랜치를 모방해 부와 명성이라는 욕망을 달성하고, 에디는 베를 만나면서 욕망을 이루고 제인은 베를 잃은 에디를 통해서 개 산책 아르바이트 인생에서 로체스터 부인으로 극적인 욕망을 달성한다. 그러나 삶이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은 것 같다. 베는 블랜치와 함께 사망하고, 에디는 베를 살해한 혐의를 받게 되고 제인도 위협을 느낀다. 그리고 극적인 반전.

욕망이 없을 수는 없지만, 우리의 욕망이 타인과 스스로의 인생을 재앙으로 몰고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욕망의 끝은 재앙이 아니라 행복이기를.

욕망을 포기하고 사람들이 아는 죽음을 택한 작품 속의 인물들을 보면서, 욕망 없이 평범한 삶이 얼마나 행복한 인생인지 어려풋이 알 것만 같다. 가장 행복한 인생은 가장 평범한 인생이라는 진실을 평범한 사람들만 모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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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울수록 풍요로워진다 - 삶을 회복하는 힘, 팬데믹 이후 우리에게 필요한 세상
목수정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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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목수정 작가의 <시끄러울수록 풍요로워진다>는 프랑스에 살면서 저자가 느끼는 소비, 교육, 시민운동, 팬데믹 전체주의 등 스스로 표현한 불온한 생각에 관한 내용이다.

* 시민의식과 정치의 힘

스크린 독점 없이 티켓 값이 절반인 공공영화관 멜리에스에 관한 내용을 읽으면서, 상업주의에 매몰되어 갈수록 치솟는 우리나라 극장 관람료가 떠오른다. 도서정가제 확립으로 온라인 서점의 판매 비율 20퍼센트, 동네 서점의 비율 22퍼센트인 프랑스와 달이 우리나라는 온라인 서점의 판매 비율 53.1퍼센트, 동네 서점의 구입 비율은 10.6퍼센트이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가져오는 것일까? 성숙한 시민의식과 그러한 시민의식을 뒷받침하는 정치제도의 힘이 이러한 차이를 불러오는 것 같다. 못먹고 못살던 시대에 우리나라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잘 살아보겠다고 몸부림을 친 결과, 이제는 선진국의 대열에 진입했다고 자화자찬을 하고 있지만 정치적 분열과 양극화가 심화되는 현실 속에서 삶의 질의 갈수록 낮아지는 느낌이 든다.

* 짓는 대신 고쳐 쓰는 프랑스 주택, 단명하는 우리나라 아파트

2008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아파트 수명은 26.9년이라고 한다. 영국의 아파트 수명이 128년이라고 하니 비교 불가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주택보급율이 100퍼센트를 넘어선 지 20년쯤 되었고, 인구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개인과 정치집단의 경제적인 이유를 제외하면 계속해서 아파트를 허물고 또 짓는 이유가 타당해보이지 않는다.

'파리에서도 허구한 날 공사가 끊이질 않지만, 그 대부분은 개조공사다. 20세기말 이 늙은 대륙으로 건너온 후, 파리 시내에 서 있던 멀쩡하던 건물이 파괴되고, 그 위에 새 집을 짓는 광경을 목격한 경우는 흔치 않다. 시골마을 사유지에서조차 자유롭게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은 불만이지만, 작은 마을 지자체장의 의지로도 부동산 투기를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는 사실에서 왜 집값이 30년 동안 변함없는지를 알 수 있었다.'

사람이 사는 집이 투기의 대상이 되어버린지 오래인 우리의 현실과 비교하면 영 뒷맛이 씁쓸하기만 하다.

'뿌리 뽑힌 삶은 역사가 전하는 지혜를 흡수할 수도, 정주하여 내 후세의 삶까지를 설계하는 사치를 꿈꿀 수도 없다. 그것은 사회 성원 전체를 지속적인 트라우마 속에서 살게 한다.'

* 출산대국을 빚어낸 프랑스

'여성이 자신의 삶을 결정하고, 자신의 직업적 성공에 몰두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억압들이 서서히 수그러들자 비로소 출산을 강제된 의무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는 행복의 요소로 받아들였다.' 오랜 카톨릭 국가이지만 가장 먼저 '낙태 금지'라는 금기를 벗어던지고, '혼외 출생'에 대해서도 차별 없이 지원해주는 제도적 뒷받침이 가능한 나라. 정말 다른 세상 이야기 같다. 하지만 정치적 구호만 요란하고 여전히 출산율이 최저 수준인 우리나라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지점이 아닐까 싶다. 스스로 금기를 깨지 못하면 출산율 저하를 막을 길은 없어 보인다.

'한국의 저출산을 염려하는 10대 한국 소녀에게 나는 "결국 헬조선이란 단어가 사라지는 날, 저출산의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답했다. 세상의 어떤 엄마도 지옥 속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지는 않은 법이니, 우리 사회를 지옥으로 만드는 핵심은 무궁무진한 차별의 제도화다.'

저자의 실랄한 지적과 비판에 딱히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 진실을 가리는 의료는 환자를 살릴 수 없다.

'WHO는 2020년 마지막 정례 브리핑에서 "코로나의 현재 치명률은 다른 신종 질병들에 비해 상당히 낮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세상은 약속이나 한 듯, 백신으로 가는 마차를 정신없이 몰아가고 있다. 백신은 인류가 빠진 이 수렁으로부터 모두를 구할 수 있을까? <코로나 미스터리>의 저자 김상수는 아리라고 말한다. 세상에 생각보다 많은 의사, 과학자, 시민들이 그와 같은 판단을 하고 있다.'

코로나는 오래전부터 인류와 공생해온 바이러스, PCR 테스트는 전능한가? 같은 도발적이고 불순한 질문은 보이지 않는 단일사고의 강요에 맞서며 진실을 추구하고 있다.

"백신에 관하여 지금처럼 비상식적인 상황을 일찍이 접해본 적이 없다. 어떤 위험에도 노출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백신을 투여하는 법은 없다."(화이지 전 부사장 마이클 이든)

'우리를 지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백신은 우리 몸에 꽂히는 바늘과 그 안에 들어 있는 정체불명의 약물이 아니라, 우리가 밖으로 나가 정상적인 활동을 하고, 동료들과 어울리며 자유를 만끽하는 것, 바로 그것이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백신이다.(코로나 미스터리 저자 김상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란 노래가 생각난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해서 사고까지 통일되어서는 내실있는 사회의 발전과 질적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 것 같다. 시끄럽지만 진실을 추구하고 의식이 성장한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정치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힘이 있는 프랑스 사회가 솔직히 부럽다. 그런데 그런 사회는 하루 아침에 주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숱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발전해왔으리라 생각한다. 우리 나라도 다양한 생각들이 여기저기에서 시끄럽게 들려오기를 기대해본다.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는 함석헌 선생의 말씀은 여전히 유효하다.

#시끄러울수록풍요로워진다, #목수정,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4기_시끄러울수록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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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의 우주 살기 - 달 기지부터 화성 테라포밍까지, 과학자들의 지구 이전 프로젝트! 인싸이드 과학 1
실뱅 채티 지음, 릴리 데 벨롱 그림, 신용림 옮김 / 풀빛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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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원자력위원회의 천체물리학자 실뱅 체티(sylvain Chaty)의 <지구인의 우주 살기>는 198쪽 분량에도 불구하고 인간과 우주에 대해서 깊은 고민을 하게 만드는 의미 있는 작품이다.

* 우주에 대한 환상

토끼가 살고 있다는 보름달을 바라보면서 소원을 빌었던 것처럼, 프랑스의 천문학자 카밀 플라마리옹은 과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미래에는 다른 세계 사이에 다리를 건설하여 행성 간의 여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천문학자의 예상이라 기대감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달나라에 토끼가 살고 있다는 환상보다 더 비현실적이다.

* 태양계에서 유일하게 생명체가 번성한 지구

거대한 먼지구름 속에서 태양이 탄생한 지 45억 7천만 년이 흘렀다. 태양이 탄생하고 얼마 안 되어 지구가 생기고, 지구의 위성인 달이 생겨났다. 원시 지구에는 물이 전혀 없었지만, 소행성과 혜성의 파편들과 끊임없이 충돌하면서 물이 만들어지고 생명도 탄생시켰다. 태양의 수명을 약 100억 년으로 추정하면, 태양은 수명의 절반을 산 것이다. 아, 가까운 미래의 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영원한 나의 태양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분명한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바로 우리가 별들의 집합체, 먼지, 항성에서 떨어져 나온 '잔재'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놀라운 사실은 우리가 태양이 태어나기도 전에 죽은 거대한 항성에 의해 만들어진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즉 우리의 원자 나이는 45억 년을 훌쩍 넘었다.'

--- 길어도 100년을 넘기 힘든 인간의 수명을 생각해 보았을 때, 태양이 탄생한 지 45억 7천만 년이 흘렀고, 인간은 항성의 충돌로 만들어진 원자로 구성되어 원자 나이가 45억 년을 훌쩍 넘었다고 하니 상상이 가지 않는다. 도대체 이런 사실을 어떻게 알아냈으며, 얼마나 정확한지 의문이 들지만 그럼에도 인간의 수준에서는 지구도, 태양도 인간의 원자 나이도 영원에 가깝게 느껴진다. 영원이란 무엇일까.

* 우리는 지구를 떠나야만 할까?

지난 5억 년 동안 지구에서 총 다섯 번의 대멸종이 발생했으며, 그 기간에 동식물을 포함해 살아 있는 종의 75퍼센트 이상이 매번 사라졌다. 거대한 운석과의 충돌로 인한 지금까지의 대멸종과 달리 여섯 번째 대멸종은 지구 온난화을 초래한 인간이 원인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따라서 현재 지구 표면을 지배할 만큼의 지능을 가진 '슈퍼 포식자' 종인 인간은 태양이 적색 거성이 되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멸종시키기 훨씬 전에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자업자득이라고 하겠지만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미래다. 인간이 지구를 떠나야 한다면 생존이 가능할까?

'지구는 거대한 우주의 암흑 속에 있는 외로운 하나의 점이다. 그 광대한 우주 속에서 우리가 얼마나 보잘것 없는 존재인지 안다면, 우리가 스스로를 파멸시켰을 때 우리를 구원해 줄 외부의 도움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지구가 생명이 살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다.'

* 달, 수성, 금성, 화성까지

달은 극한 온도(밤에는 -170도에서 낮에는 130도까지 14일간 지속)를 보이고 있고, 태양과 가장 가까운 암석 행성인 수성의 표면온도는 -150도에서 450도 사이다. 태양과 두 번째로 가까운 암석 행성인 금성의 표면 평균 온도는 470도이다. 태양에서 4번째 위치에 있는 화성은 -63도인데, 적도 부근은 -100도에서 0도로 낮과 밤의 온도 차가 극심하다. 게다가 대기는 우리가 전혀 숨을 쉴 수 없는 상태이다.

* 테라포밍(Terraforming)

지구화라고 칭하는 이 용어는 행성이나 위성에 적용할 수 있는데, 그곳의 대기, 온도, 표면, 생태를 인위적으로 변화시켜 지구 환경과 유사하게 만들고 지구와 같은 생명체, 이상적으로는 인간이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인류 차원에서는 아주 오랜 시간이 더 필요하다. 적어도 몇 만 년의 시간, 시간 그리고 시간이 필요하다.

* 트랜스 휴머니즘

유전 공학, 생명 공학 또는 사이버네틱스를 통해 인간을 변형시켜 적대적인 환경에 완전히 인공적인 방식으로 적응시키는 방법이다. 식민지로 삼을 행성에 해당하는 중력, 온도, 압력, 대기 구성에서 생존할 수 있는 유전자 변형 인간 유기체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인간 변형이 어디까지 가능할까, 그리고 이런 인간 변형이 바람직한 것일까?

80억 인류가 더 이상 지구를 훼손하지 않고 공존하면서 푸른별 지구에서 살아갈 수 있기를 보름달을 바라보며 빌어본다. 그러나 유한한 인간이 죽으면서 다른 형태로 변화하는 것처럼, 언젠가는 인류도 그 동안 지구상에서 사라진 수많은 생명체처럼 종말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우주 차원에서 인간의 생존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것은 우리의 소리, 우리의 과학, 우리의 이미지, 우리의 음악, 우리의 생각 및 감정의 표시로, 작고 먼 세상에서 온 선물입니다. 우리는 당신의 집에서 살기 위해 우리의 시간에서 살아남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보이저 1호, 2호 탐사선에 담긴 외계인에게 보내는 메시지)

#지구인의 우주 살기 #인사이드과학 #실뱅채티 #지구인의우주살기서평단 #신용림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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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동남아 - 30개의 주제로 읽는 동남아시아의 역사, 문화, 정치
강희정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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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겨레신문에 ‘랜선 동남아’라는 제목으로 2020년 10월부터 2022년 2월까지 '한겨레'에 연재된 글을 바탕으로 저술되었고, 저자는 서강대 동아연구소의 강희정 교수 등 6명에 이른다. 

특성상, 하나의 주제를 둔 긴 호흡의 글이 아니라 모두 30개의 키워드를 갖고 있어 키워드에 따라서 자유롭게 골라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30개의 키워드는 크게 역사-문화-정치라는 세 개의 작은 보따리에 묶여 있다. 먼저 동남아시아 역사상의 중요한 사건들을 살피고 나라와 종족마다 무엇이 닮았고, 어디가 다른지 각자의 문화적 특성을 드러낸다. 종교와 음식 등에서 문화를 끄집어내고. 다채로운 음악과 영화를 통해 저마다의 사회상도 엿본다. 이어 민주주의를 향한 태국의 사회운동과 정치지형도 훑어보고, 동남아 외교의 특수성을 탐색하기 위한 약도도 제시한다.”


동남아시아는 모두 11개국인데, 동티모르를 제외한 10개국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을 결성해 서로 협력하고 있으나, 하나의 공동체로, 혹은 일반적인 특징을 공유한 단일한 세계로 여기기에는 정치, 경제, 종교적으로 너무나 다양하다. 이에 대해 30개 키워드는 동남아로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한 것으로 정치, 역사, 인류학, 미술사를 전공한 개별 연구자의 자세하고 쉬운 길잡이가 되는 것 같다.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

그 1~2위가 인도네시아 음식이라는 것은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른당’과 ‘나시고렝’이 CNN에서 진행한 인기투표에서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으로 선정되었다 한다. 베트남과 타이의 음식이 한국인에게 깊숙이 자리한 것에 비하면 이름조차 낯설기만하다. 그이유가 무엇보다 재료로 돼지고기를 쓰지 않고 있고, 할랄 등의 이유로 현지 요리사가 채용되어야 되는 점도 들고 있다. 


희극과 비극이 교차하는 신의 선물 : 향신료

소 7마리 값어치에 해당하는 향신료 무역의 가파른 상승세로, 네덜란드, 스페인, 포르투갈, 영국 등에 의해 정향과 육두구의 주요생산지인 인도네시아 말루쿠 군도의 반다제도는 각축장이 되었다.

“1603년 12월 18일 로테르담에서 출항한 18척의 배는 인도네시아 식민역사의 시작이었다.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에서 ‘네덜란령 동인도’로 이어진 350년 식민통치는 신의 선물인 향신료가 가져온 비극이었다.”

“‘른당’은 마늘, 생강, 샬롯, 홍고추, 코리앤더 씨, 정향, 백색통후추, 갈랑갈, 육두구 등 다양한 종류의 향신료가 사용되는 대표적인 요리다”


호커센터 

“여성들을 주방으로부터 해방시켜준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싱가포르 전역세서 값싸고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는 호커센터와 푸드코트다. 아침에는 동네의 호커센터에서, 점심에는 직장근처의 푸트코트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것이 싱가포르인들의 일상이다.” 


베트남 커피

“현재 하일랜즈가 300개, 더커피하우스가 16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쭝응우옌은 100개 정도 매장을 운영한다. 다른 커피전문점들에 밀려 쭝응우옌의 명성은 사라지고 있다. 

스타벅스는 좀 늦게 2013년에 베트남에 들어와 2020년말에 67개 매장을 가지고 3위로 선전하고 있는 편이다”

이밖에 공산주의를 뜻하는 ‘꽁’카페가 복고풍으로 전국에 56개이며, 한국에도 7곳이나 매장이 꾸려지고 있다고 한다. 


신들이 모이는 땅

동남아시아는 종교의 천국이다. 타이,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에서는 불교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에서는 이슬람교가 주류다. 필리핀과 동티모르는 카톨릭을 오랬동안 믿어왔다. 특정종교가 주류로 잡지 않은 국가는 싱가포르와 베트남이다. 

“동남아시아는 종교의 용광로, 신들의 대지이다”


현지 태생 혼혈 페라나칸, 선의의 접대 베텔씹기, 문화의상으로 승무원복으로 각광받는 사롱 크바야와 긴웃옷 바주판장, 남성 셔츠 바롱 등 흥미진진 다양한 동남아를 소개받게 되어 감사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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