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22.9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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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샘터 9월호의 주제는 '노래'다. 결코 짧지 않은 인생에 우여곡절이 없는 순간이 어디 있을까. 우리는 태어나서 이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음악과 함께 살고 있는 것 같다. 태교음악부터 시작해서 마지막 장송곡까지. 그 중에서 우리가 듣기도 하고 나름대로 따라할 수도 있는 노래는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 모두 제자리

사랑선교원에서 오후 수업이 시작되기 15분 전에 들려나오는 <모두 제자리>라는 노래는 노랫말이 '모두 제자리'가 전부라고 한다. 아이들이 정리정돈을 모두 마칠 때까지 반복되는 모두 제자리. 단순하지만 아이들에게 즐겁게 정리할 수 있게 하는 노동요라니 흥미로웠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더욱 필요한 노래 가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 제자리, 모두 제자리, 모두 모두 제자리......"

* 내 삶을 눈물로 채워도

폐활량이 정상인의 20퍼센트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근육병을 앓는 남편이 힘든 순간에 부르는 내 삶을 눈물로 채워도는 가사 만큼이나 애절하기만 하다.

"우리의 만남이 인연이었다면, 그 인연 또 한 번 너였음 좋겠어. 어쩌면 우리 언젠가 또다시, 우연을 핑게로 만날지 몰라. 내 삶의 전부를 눈물로 채워도, 널 기다리면서 살른지 몰라." 장애를 지닌 채 살아가는 이들 부부의 인생이 눈물 만큼이나 사랑도 가득 찬 듯 느껴진다.

* 고등어 예찬

온 동네 방네 냄새를 피우면서 좀체 냄새가 가시지도 않는 고등어가 우리 민족이 400년 부터 먹어온 '국민 생선'이라니 더욱 친근하게 느껴진다. 아파트에서 살다가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가서 고등어를 마음 편히 구워 먹을 수 있게 된 글쓴이가 부러워진다.

* 해남 땅끝마을

첫사랑에 실패하고 찾아 나선 땅끝마을에서 위로를 받고 고단한 시기를 견디었다는 내용이 마음에 와 닿았다. 김지하 시인도 자살을 결심하고 찾아갔다가 살아야 한다는 희망을 안고 돌아섰다니 기회가 되면 한 번 찾아가고 싶어진다. 게다가 가볼 만한 명소가 지천이라니 꼭 고단한 시간이 아니더라도 때때로 가보고 싶어지는 마을이 생겼다.

사람이 살아가는 것은 다들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나만 힘든 것 같지만 나보다 더 힘들고 절망적인 사람들이 결코 적지 않은 세상살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또 힘을 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리라. 월간 샘터를 읽으면 목마른 가슴에 맑은 생수를 마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샘터 #월간샘터 # 잡지 #매거진 #9월잡지 #잡지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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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미술관 - 이유리의 그림 속 권력 이야기
이유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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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리 작가의 <기울어진 미술관>를 읽으면서, 기울어진 것이 미술 뿐일까하는 의구심이 든다. 무용계도 그렇고 체육계도 학계도 그렇고 약육강식의 구조는 어느 세상이나 비슷한 것 같다. 단지 인간의 본성이 드러나는 세상이 다른 것일 뿐이리라.

* 돈과 권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예술

'예술이 돈과 권력을 떠나 독립하기는 너무나 힘들다. 예로부터 화가가 자신을 후원해주는 권력자와 그림을 구입해주는 재력가들의 도움을 외면한다는 것은, 직업 화가가 되지 않겠다는 선언과도 같았다.'

'그 시대가 배태한 예술 작품을 지금의 관점으로 평가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는 반론도 가능하겠다. 그러나 당대가 떠안아야 했던 시대적 한계가 과연 오늘날에는 시원하게 끊어졌는지, 우리에게 고민거리를 던져주고 도전 과제를 제시한다.'

--- 동양미술에 비해서 서양미술이 화려한 꽃을 피웠다는 장점이 있지만, 산수화나 풍속화 속에서는 노골적인 자본과 권력의 개입이 적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 막달라 마리아와 로절린드 프랭클린

성경에서 성모 마리아 다음으로 자주 등장하는 성인 막달라 마리아를 '시기하고 질투하던' 베드로는 예수의 죽음 이후 철저히 배제한다. 그런 흐름은 프랑스의 화가 쥘 르페브르의 '동굴 속의 막달라 마리아' 는 관능적인 모습의 막달라 마리아를 표현하는 것에까지 이른다. 교회 안에서 여성의 권한을 제한시키고 남성에게만 사도적 권위를 부여한 정통파 교부들은 막달라 마리아의 자리마저도 효과적으로 도둑질했다. 마찬가지로 DNA 구조를 밝히는 데 결정적 단서가 될 '사진 51'을 동료 모리스 윌킨스에게 도둑질당한 프랭클린의 사례도 끔찍하기만 하다. 우리가 익히 아는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 그리고 도둑질한 윌킨스는 노벨 생리학상까지 수상했다. 우리는 왜 이런 사실들을 교과서에서난 학교 수업을 통해서 배울 수 없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작가의 주장처럼 지난날의 한계가 현재도 결코 무관하지 않기때문은 아닐까 싶다.

* 우리가 아는 진실은 어디까지 인가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화가 미켈란젤로가 성소수자였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죽음의 순간, 사랑과 존경과 슬픔이 뒤섞인 표정으로 미켈란젤로의 손을 잡고 있던 사람은 중년 남성 톰마소 데이 카발리예리였다. 당연했다. 톰마소는 미켈란젤로의 예술을 위한 영감의 원천이었으며, 무엇보다 '불멸의 연인'이었기 때문이다.'

제대로된 미술 교육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소수자임을 떳떳히 밝혀도 미술작품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지 않을 정도의 수준이 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할 것 같다. 우리는 절반의 진실이라도 알고 있는 것일까 계속 의문이 생긴다.

고등학교 미술시간에 가장 인상 깊었던 화가는 젝슨 폴록이었다. 페인트를 마구 뿌려대는 것이 추상표현주의 예술이라니 신선하기도 하고 의아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아 있다. 그런데 그 잭슨 폴록의 그림이 CIA의 '기다란 목줄'이라는 공작으로 선전의 도구로 활용되었다고 하니 혼란스럽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애초부터 추상표현주의가 각관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순수성' 때문이 아니라 뚜렷한 '정치성'때문이었다.'

* 기울어진 여성

'현대의 일하는 엄마들 다수에게 직장에 다닌다는 것은 한 군데가 아니라 두 군데에서 자신을 혹사시키는 영광을 부여받았다는 의미다.'는 표현은 극단적인 표현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여전히 여성은 최후의 식민지라는 말은 유효하게 들린다.

시대가 달라졌지만 여전히 여성에 대한 차별과 약육강식의 구조는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면 나라도 변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불편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진실은 밝혀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원주민을 학살하고 세계 최강대국 행세를 하는 것도 그렇고 도둑질한 사진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것도 모든 사람들이 알아야 정당한 평가가 가능해질 것 같다. 모르는 것이 너무 많은 세상이다.

#기울어진미술관, #이유리,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4기_기울어진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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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소리 내어 읽다 - 말하는 대로 원하는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시간
이지현 지음 / 치읓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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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소리내어읽다>를 운영하고 있는 이지현 작가의 <마음, 소리 내어 읽다>를 마음으로 읽었다.

* 당연한 건 없다

'두 번의 출산을 경험했지만 내 곁에 있는 아이는 하나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두 번의 출산, 죽음과 탄생을 모두 경험하면서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됐다. 이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는 것이다.'

---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평범하게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고 축복받은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마찬가지로 남들 눈에는 당연하게 보여도 실상 당연한 것은 없을지도 모르겠다. 작가가 새벽 유튜브 방송을 통해서 힘든 상황을 극복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 각자 자신만의 탈출구가 필요해 보인다. 단지 그 탈출구로 인해서 또다른 힘든 상황을 만들지 않을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 소리 내어 읽는 이유

'낭독은 눈으로만 읽는 묵독보다 20% 이상 인지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감명 깊게 읽은 책이어도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마는 기억력의 한계를 낭독을 통해 넘어설 수 있었다.'

--- 글로 썼을 때는 잘 몰랐는데, 소리 내어 읽다보면 오타나 어색한 문장들이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읽고 쓰고 말하기의 삼박자가 갖추어져야 제대로 된 읽기, 쓰기, 말하기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읽기만 하고 쓰기만 하고 말하기만 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읽지도 않고 쓰지도 않고 말만 하는 사람들은 넘쳐나는 것 같다. 그래서 그렇게 의미 없는 말들이 난무하는가 보다.

"나는 기계가 인간처럼 생각하는 것을 걱정하지 않는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인간이 기계처럼 생각하는 것이다."(팀쿡, 애플 CEO)

* 내가 보고 경험하는 현실은 내가 수없이 내뱉은 말과 생각의 결과물이다

'지금 이 순간 내 삶이 만족스럽지 않고 절망적인 현실에 빠져 있다면 오늘 하루 자신이 내뱉은 말들을 점검해 보자. 우리는 자신에 대한 믿음에 따라 행동한다. 내가 반복적으로 하는 말, 혹은 습관처럼 내뱉는 혼잣말 속에 나의 정체성이 담겨 있다.'

---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평소 나의 생각이 나의 말로 표현되고 그런 말들이 내 행동과 현실로 나타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데도, 우리는 그런 사실을 모르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지 않은지 되돌아봐야겠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나는 것처럼, 아름다운 생각과 아름다운 말을 해야 아름다운 인생이 펼쳐지는 것이 당연하리라.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게되는 갖가지 희로애락을 피할 길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즐겁고 아름다운 순간에 아름다운 말을 하고 아름답게 행동한는 것은 어렵지 않겠지만, 그 반대의 순간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하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사람들로도 가득하다.'(헬렌 켈러)

* 내 마음이 향하고 있는 곳

'지금 혼자 있는 시간이 외롭다면, 타인과 있는 시간보다 더 힘들게 느껴진다면,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자. 혹시 내 안에 나는 없고 타인만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 최백호의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라는 노래가사가 생각난다. 우리의 마음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일까. 바쁜 일상에 쫓기다 보면 내면을 들여다 볼 여유도 찾기 힘들지만, 그나마 들여다보면 온통 세상에서 겪게되는 근심과 걱정으로 가득차 있는 것 같다. 도대체 나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세상을 떠날 수도 없고 떠나서도 안 되겠지만 결국은 죽음을 맞이하고 혼자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닌 존재임을 깨닫는다면 진정한 내면의 나와 만나는 것을 미루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임종을 앞둔 이들에게 "가장 후회하는 일이 무엇인가요?"라고 물으면 '남을 의식하며 살아온 것'이라는 대답이 가장 많다고 한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우리는 이 세상을 살아가야만 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긍정적으로 살아갔으면 좋겠다. 살다보면 감당하기 어려운 순간도 적지 않겠지만, 그 순간에만 사로잡혀서 한 번뿐인 삶을 허비하기에는 너무나 아깝지 않은가? 그리고 정말로 어렵고 힘들다면 그 힘든 마음을 소리내어 보면 어떨까? 나 정말 힘들다고. 그 마음의 소리에 누군가는 응답해주기를 기대하면서.

#마음,소리내어읽다 #이지현 #치읓 #내꿈소생카페 #내꿈소생서평단

내꿈소생 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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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를 쓰고 밥을 짓는다
김민 지음 / 도서출판이곳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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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앞에 진실하게, 그러나 평이로운 마음을 갖자는 것일까. 죽음을 뒤에 두고 살아보지 않을 삶이란 없기에, 이렇게 살 수는 없지만 살고 싶다라는 간절함을 담아 수많은 고통속의 사람들에게 속사포같은 말을 뿜어낸다.


가난마저도 사랑의 실패마저도 여기까지 온 동력이었다고, 운명이 이끄는 곳은 언제나 ‘생각했던 멋진 곳’이거나 ‘상상하지도 못할 근사한 곳’이라고 풀어내는 ‘충실한’ 인생의 태도에 내내 기립박수를 보낸다.


“반짝이던 순간들이 있었다. 빛나는 것들을 향해 겁 없이 다가갔던 순간만이 생의 하이라이트가 되었다. 때로 텅빈 듯 느껴지는 건 마음을 모두 내어준 까닭이겠지.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아낌없이 내어줬으니까. 그들에게 준 마음이 세상에 다녀간 흔적이다. 아직 남아있는 마음은 세상을 붙잡는 중력이 되어줄 거다. 여전히 인생을 모르지만 사랑하는 마음만은 잃지 않았으니. 그저 그렇게 한 생을 살아낸다면 그 또한 나쁘지 않을 테지. 사랑했던 사람을 떠나 보낸 게 아니라 그에게 사랑을 주어 보낸 거였다. 에일 듯 아팠던 날은 그의 이름을 새기기 위한 시간이었다.”


“죽고 못살 것 같던 사람을 떠나 보내고도 사는데, 평생 소망한 꿈을 이루지 못해도 살 수 있는데, 그 까짓게 뭐라고. 그래도 죽지 않는다.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 그저 새로운 무대가 시작될 뿐이다.”


“어떻게 이런 일만 생기는 건지 원망했던 시련이, 내가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었던 힘겨운 시절이 나를 여기까지 데리고 왔다. 그래야만 했던 거겠지, 그대는 알지 못했지만 이곳으로 오기 위해서였다. 이곳이 올 수 있는 유일한 장소는 아니지만 모든 선택이 가리키는 단 하나의 결론이었다. 그래 여기여야만 했던거다.”


처음부터 끝까지 초지일관 보여준 것은 “인간에게는 자신이 살아갈 세상을 스스로 결정할 힘이 있다.”는 것과 “어디로 가더라도 길이 되고, 어느 곳에 있어도 삶이 된다.”는 달관적 모습이었다.


“어찌될 지 모를 내일을 위해 오늘을 포기하지 않기로 하자. 길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듯이 형체 없는 길은 삶과 자신을 잇는다. 길은 마음 안에 있다. 그러면 이해할 수 없어도 납득할 수 있고, 때로 납득하지 못할 일이 생겨도 삶을 사랑할 수 있을테니까.”


냉정한 현실을 대하면서도 스스로 “다정한 사람”이고자 노력한 저자는 세상에 대한 인식 또한 더할 것 없이 매우 간명하다.


“세상은 재화와 재화를 연결하는 자가 부를 얻는 시대에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 시키는 사람이 부를 얻는 시대로 변하는 듯하다. 하지만 마음과 몸이 연결된 사람이 온전한 자신으로 산다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았다.”


“타고난 것은 없어도 타고 남은 것이 없도록 살아갈 수 있다면....”, “나는 나를 받아들였다. 홀로이지만 모든 것과 함께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몸으로 기록한 것들은 잃어버릴 수 없다. 마음에 기억된 것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 ‘눈물 어린 나’로 출발하여 따뜻한 세상을 일구어내는 수많은 문장이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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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직 의사 - 어느 보통 의사의 생존기
닥터 키드니 지음 / 파지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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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인플루언서로 활약하고 있는 내과 전문의 닥터 키드니의 <봉직 의사>를 읽으면서 멀게만 느껴졌던, 그리고 우리와는 다르다고 생각했던 의사들의 삶을 실감나게 느낄 수 있었다. 환자만 아픈 것이 아니라 의사도 아프다는 것도 새삼스럽게 알게 되었다.

* 환자가 된 의사

작가 스스로 평한 '무엇을 하든 무던히도 애쓰는 안타까운 인간'이라는 말처럼, 작가는 의사가 되기 위해 치른 댓가는 혹독했다.

'의사가 되려고 이곳에 온 것인지 환자가 되려 한 것인지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꿈을 이룬 댓가를 톡톡히 치렀다. 이제 막 의사가 되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환자가 되어 있었다.'

의사는 환자를 고쳐주기만 하는 전지전능한 존재인 줄만 알았는데, 의사도 아픈 존재이고 의료현장에서 과로사하기도 하는 힘든 직업군이었다.

'이제야 나를 보살피는 일을 허투루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의 가족, 환자를 위해 나의 건강을 확실하게 지켜야 한다. 그들을 위한 일은 동시에 나를 위한 일이다. 마지막 재발을 통해 얻게 된 깨달음이다.'

* 언제까지 봉직 의사로 있을거야?

대학병원에 남아 교수가 될 사람이 아니면 의사는 두 갈래로 나뉜다. 봉직 의사 아니면 개업 의사.

'봉직 의사. 언제든 떠날 수 있고, 밀려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나를 성장시켰다. 어디서든 변하지 않는 건 나 자신뿐이다. 봉직의사의 영원한 숙제는 병원을 차리는 것이다. 개업이 반드시 성공만을 의미할 수 없지만, 한 번쯤은 도전하고 싶다. 개업을 하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봉직 의사뿐 아니라, 개업 의사에 대한 글도 쓰고 싶기 때문이다.'

봉직 의사 닥터 키즈니의 개업 의사에 대한 글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봉직 의사와는 얼마나 달라질까 자못 기대가 된다.

* 환자의 삶은 견디는 것이다

'환자의 삶은 견디는 것이다. 치료를 받는 것도, 치료를 거부한 환자도 견디지 않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환자뿐 아니라, 사랑하는 이의 상실에 대해 남겨진 사람이 할 수 있는 것 또한 견디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배워야 하는 것은 잘 견디는 법일지도 모른다.'

아프고 나면 후회를 하고, 완치를 꿈꾸지만 아프기 전으로 완벽하게 돌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환자의 삶도 우리의 인생도 견디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무엇을 위해서 견디는 것일까?

* 이 세상에 이별하지 않는 관계란 없다

'기대수명(83세)까지 생존할 경우 남자는 다섯 명 중 두 명, 여자는 세 명 중 한 명꼴로 암에 걸린다. 암에 걸리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불가능하다.'

'제 명대로 살다 가는 환자는 없다. 아무리 의학적으로 이해되는 죽음이라도 가족, 연인, 친구과 같이 개인적으로 얽히면 그 객관성은 잔혹하기만 하다. 이 세상에 이별하지 않는 관계란 없다. 단지 저마다 이별이 오는 시간이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 누구도 영원한 이별을 피할 방법은 없다.'

닥터 키즈니, 의사의 식탁, 워킹 닥터라는 부케로 활동하는 작가의 진솔한 조언.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운명을 지닌 존재. 그런 운명에 더해서 살아 가면서 아프기까지 하다면 너무나 가혹한 운명이 아닐까? 살면서 암에 걸리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이 비수처럼 꽃힌다. 그럼에도 나만은 제발 피해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숨길 수 없다. 의료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해서 평생 질병 없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일까. 만약 그런 세상이 온다면 마지막 죽음을 받아들이기가 더 힘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어쩌면 우리의 질병은 죽음을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과정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다들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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