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미술관 - 이유리의 그림 속 권력 이야기
이유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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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리 작가의 <기울어진 미술관>를 읽으면서, 기울어진 것이 미술 뿐일까하는 의구심이 든다. 무용계도 그렇고 체육계도 학계도 그렇고 약육강식의 구조는 어느 세상이나 비슷한 것 같다. 단지 인간의 본성이 드러나는 세상이 다른 것일 뿐이리라.

* 돈과 권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예술

'예술이 돈과 권력을 떠나 독립하기는 너무나 힘들다. 예로부터 화가가 자신을 후원해주는 권력자와 그림을 구입해주는 재력가들의 도움을 외면한다는 것은, 직업 화가가 되지 않겠다는 선언과도 같았다.'

'그 시대가 배태한 예술 작품을 지금의 관점으로 평가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는 반론도 가능하겠다. 그러나 당대가 떠안아야 했던 시대적 한계가 과연 오늘날에는 시원하게 끊어졌는지, 우리에게 고민거리를 던져주고 도전 과제를 제시한다.'

--- 동양미술에 비해서 서양미술이 화려한 꽃을 피웠다는 장점이 있지만, 산수화나 풍속화 속에서는 노골적인 자본과 권력의 개입이 적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 막달라 마리아와 로절린드 프랭클린

성경에서 성모 마리아 다음으로 자주 등장하는 성인 막달라 마리아를 '시기하고 질투하던' 베드로는 예수의 죽음 이후 철저히 배제한다. 그런 흐름은 프랑스의 화가 쥘 르페브르의 '동굴 속의 막달라 마리아' 는 관능적인 모습의 막달라 마리아를 표현하는 것에까지 이른다. 교회 안에서 여성의 권한을 제한시키고 남성에게만 사도적 권위를 부여한 정통파 교부들은 막달라 마리아의 자리마저도 효과적으로 도둑질했다. 마찬가지로 DNA 구조를 밝히는 데 결정적 단서가 될 '사진 51'을 동료 모리스 윌킨스에게 도둑질당한 프랭클린의 사례도 끔찍하기만 하다. 우리가 익히 아는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 그리고 도둑질한 윌킨스는 노벨 생리학상까지 수상했다. 우리는 왜 이런 사실들을 교과서에서난 학교 수업을 통해서 배울 수 없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작가의 주장처럼 지난날의 한계가 현재도 결코 무관하지 않기때문은 아닐까 싶다.

* 우리가 아는 진실은 어디까지 인가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화가 미켈란젤로가 성소수자였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죽음의 순간, 사랑과 존경과 슬픔이 뒤섞인 표정으로 미켈란젤로의 손을 잡고 있던 사람은 중년 남성 톰마소 데이 카발리예리였다. 당연했다. 톰마소는 미켈란젤로의 예술을 위한 영감의 원천이었으며, 무엇보다 '불멸의 연인'이었기 때문이다.'

제대로된 미술 교육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소수자임을 떳떳히 밝혀도 미술작품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지 않을 정도의 수준이 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할 것 같다. 우리는 절반의 진실이라도 알고 있는 것일까 계속 의문이 생긴다.

고등학교 미술시간에 가장 인상 깊었던 화가는 젝슨 폴록이었다. 페인트를 마구 뿌려대는 것이 추상표현주의 예술이라니 신선하기도 하고 의아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아 있다. 그런데 그 잭슨 폴록의 그림이 CIA의 '기다란 목줄'이라는 공작으로 선전의 도구로 활용되었다고 하니 혼란스럽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애초부터 추상표현주의가 각관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순수성' 때문이 아니라 뚜렷한 '정치성'때문이었다.'

* 기울어진 여성

'현대의 일하는 엄마들 다수에게 직장에 다닌다는 것은 한 군데가 아니라 두 군데에서 자신을 혹사시키는 영광을 부여받았다는 의미다.'는 표현은 극단적인 표현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여전히 여성은 최후의 식민지라는 말은 유효하게 들린다.

시대가 달라졌지만 여전히 여성에 대한 차별과 약육강식의 구조는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면 나라도 변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불편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진실은 밝혀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원주민을 학살하고 세계 최강대국 행세를 하는 것도 그렇고 도둑질한 사진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것도 모든 사람들이 알아야 정당한 평가가 가능해질 것 같다. 모르는 것이 너무 많은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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