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학생(1939년): 삶은 고통스럽지만 아름다운 것
학교에서 배운 도덕과 세상의 법칙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나이가 들면서 점점 깨닫게 되었다. 지금이라는 순간은 참 신기하다. '지금, 지금, 지금' 하고 손가락으로 붙잡으려는 사이에도, 지금은 이미 멀리 날아가 버리고 새로운 '지금'이 다가온다.
(본문 84쪽)
* 사랑과 미에 대하여(1939년): 로맨스에 갇힌 희망이란 환영
나, 지금 확실히 알았어요. 당신과 나는 남이었어요. 아니, 예전부터 남이었죠. 마음이 사는 세계가, 천 리도, 만 리도 떨어져 있었던 거예요.(190쪽)
* 인간실격(1948년 작품): 나약자 자의 삶은 누가 위로할 것인가
지금의 나에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다. 그저 모든 것이 흘러갈 뿐이다. 내가 지금까지 아비규환 속에서 살아온 이른바 '인간' 세계에서, 단 하나 진실처럼 느껴졌던 것은 그것뿐이었다.(50쪽)
* 앵두(1948년 작품): 당신의 연약함은 나의 죄
사는 일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이곳저곳에서 사슬이 얽혀 있어서,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피가 터져 나온다.(136쪽)
* 비용의 아내(1947년 작품): 희생이라는 촛불의 심지 끝
나는 별로 기쁘지도 않았고, 그저 "인간답지 못하면 어때. 우리, 살아있기만 하면 되는 거야."라고 말했다.(205쪽)
여러 차례 자살 시도를 하며 생존과 죽음, 존재와 부재 사이에서 고민했던 다자이는, 1948년 '굿바이'라는 장편소설을 연재하던 중에 마지막 연인 야마자키 도미에와 살고 싶지만 살 수 없었던 고통스러운 인간의 삶을 마감한다.
김훈 작가는 '밥벌이의 지겨움'이라는 책을 냈지만, 이 세상에 태어나 밥을 먹고 살아야 한다는 것은 지겹기만 한 것이 아니라 감당하기 힘든 것일 수도 있다. '인간답지 못하면 어때, 살아있기만 하면 되는 거야.'라고 생의 의지를 이야기했던 작가는 그 다음 해에 '나는 인간으로서 실격되었다.'고 절망한다.
어렵다. 이 세상에서 생존한다는 것도, 언젠가는 이 세상을 떠나야 한다는 것도. 더 어려운 것은 스스로 이 세상을 떠나고 싶을 정도로 이 세상과 자신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이 결코 적지 않다는 것이다.
'사회가 어떻게든 우리 삶을 통제하려 들어도 각자 정하는 것이든 죽음도 마찬가지 아닐까.' 라는 톰의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 우리가 어떻게든 법과 질서를 피해서 자유롭게 살아가려 해도 사회가 법과 질서로 통제하는 것처럼, 이 세상을 감당하기 힘든 사람들도 자유롭게(?) 이 세상을 떠나가지 않도록 우리 모두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기적이고 축복인 것처럼, 이 세상을 떠나가는 것도 또 다른 축복이고 존엄한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사람이 온다는 것은
온 우주가 오는 것이다.
그는 그의 세계 전부와 함께 온다
- 정현종 시인 '방문객' 중에서
온 우주와 함께 온 사람을 그냥 사라지게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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