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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없던 감각 - 보는 법을 배운 소년, 듣는 법을 배운 소녀 그리고 우리가 세계를 인식하는 방법
수전 배리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24년 5월
평점 :
제목 : 내게 없던 감각
보는 법을 배운 소년, 듣는 법을 배운 소녀 그리고 우리가 세계를 인식하는 방법
지은이 : 수전배리 / 옮긴이 : 김명주 / 펴낸 곳 : 김영사 / 출간연도 : 2024. 5
■ 지은이 : 수전 배리 (Susan R. Barry) : 마운트홀리요크 칼리지 생명과학과 명예교수. 신경가소성과 입체시 전공. 생물학 박사학위. 미시건대학교 의과대학 재활의학과 조교수. 1992년부터 마운트홀리요크 칼리지에서 가르쳤다. 어렸을 때부터 교대성 내사시로 세상을 입체가 아닌 평면으로 보게 되었다. 40대 중반에 새로운 시훈련 치료로 마흔여덟 살의 나이에 입체시를 처음으로 경험하였다. 저서로는 《3차원의 기적Fixing My Gaze》, 《친애하는 올리버에게Dear Oliver》가 있다.
신경 생물학자가 들려주는 감각과 지각의 본질
(표지 글)
“명료하고 명쾌하며 종종 시적으로 쓸 뿐만 아니라 과학자로서 설명과 해석에도 많은 공을 들이는 작가”
- 올리버 색스
리엄은 태어날 때부터 심한 근시와 사시, 백색증으로 자신의 코에서 약 7.5cm까지만 또렷하게 볼 수 있었다. 15세에 인공수정체 이식 수술을 받고 거의 정상에 가까운 시력을 획득하게 된다.
조흐라는 90dB 이하의 소리는 듣지 못했다. 12세에 인공와우 이식 수술을 받고 들을 수 있게 된다.
‘거의 보지 못했던 소년, 듣지 못했던 소녀는 보고 듣게 되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동화 같은 결말을 기대하고 싶지만, 현실은 잔인한 법!!!
소년과 소녀의 새로운 세상 생존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된다.
이 책은 태어날 때부터 시력이 거의 없었던 소년 리엄과 청각장애를 안고 태어난 소녀 조르라가 수술을 통해 시각과 청각을 새롭게 얻고 적응해가는 생존기이다. 생명과학자이자 새로운 감각을 획득한 저자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보고 듣는다는 것은 저절로 일어나는 일일까?’라는 물음을 쫓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리엄과 조흐라는 각각 시력과 청력이라는 장애를 극복하고 수술로 새 감각 얻었지만 혼란스러웠다. 다른 감각들로부터 얻은 정보와 통합과정이 필요했다. 새 감각은 단순 선명이 아닌 질적 변화를 주었지만 새로운 존재 방식을 배워야만 했다.
<살던 세상과 새로운 세상과의 합체 과정은 얼마나 지난했을지 짐작이 가는지?>
리엄은 수술 후 날카로운 선과 모서리로 이루어진 세상에 내던져진 색들이 섞여 뭉개져 보였던 수술 전이 그리웠다고 한다. “빛은 어떤 표면에든 선을 추가할 수 있는데(저는 그것을 ‘거짓말’이라고 불러요.), 저는 그 선이 무얼 뜻하는지 알아내야 할 뿐만 아니라, 어떤 선을 무시해도 되고 어떤 선을 무시하면 안 되는지도 판단해야 해요.”
미술관에서 한 시간 이상 있으면 급속도로 피곤해진다. 전시된 모든 것을 유심히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었다. 이런 현상을 ‘미술관 피로’라고 한다. 리엄에게는 세상 전체가 미술관과 같았다고 한다.
조흐라는 인공와우 이식으로 소리는 들렸지만 남성과 여성의 말마저도 구별해야 했고 가르쳐 주던 나즈마와 함께 눈물범벅이 되었다고 하니 ‘지각의 운동선수’가 되어야만 했다는 코로스트의 말이 이해가 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새로운 입체시를 얻으며 보던 세상을 확인시켜주고 나아가확장시켜 주어서 혼란보다는 기쁨이 컸다고 말한다.
조흐라가 좋아하는 소리는 ‘웃음소리’다. 소리는 “눈이 하나 더 생긴 것” 이라고 말한다. 소리는 조흐라에게 소속감을 주었다. (귓속말로 속삭이는 행동들이 의사소통이고 유대감을 형성해준다는 것도 알게 해줬다. 인공와우 이식으로 속삭이는 소리는 잘 듣지 못한다고 한다.)
신디(리엄의 어머니)는 리엄이 해 뜰 때 일어나 새벽 이슬을 처음 본 어느 날 아침 “잔디밭에 크리스마스 등이 켜진 것 같다.”고 말한 것을 기억했다.
【발췌】
아기는 생후 4개월이 되며 동작 기반 단서를 잘 감지하는데, 생후 7개월이 될 때까지는 음영과 그림자를 활용하는 능력이 발달하지 않는다. 175
청소년기는 모험과 새로움을 추구하는 시기인데, (...) 덕분에 리엄과 조흐라는 새로운 감각의 공세를 성인이었을 경우보다 잘 감당할 수 있었을 것이다. 279
- 선천적 시각장애인에게 시각을 되찾아주는 것은 외과 의사의 일이라기보다는 교육자의 일에 가깝다. 292
【읽은 후】
몇 해 전에 읽은 헬렌 켈러의 『만약 내가 사흘만 볼 수 있다면』이 생각났다. 첫째 날에, 앤 설리번 메이시 선생님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싶다고 했던 헬렌 켈러. 리엄과 조흐라 뒤에도 든든한 선생님이자 보호자였던 신디와 나즈마가 있었다. 저자도 자주 언급하지만 그들이 있었기에 새로운 감각을 얻고 적응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책을 읽다 보면 이야기 구성이 어머니로 이모로 보호자로서 혹은 새로운 감각에 고군분투하는 리엄, 조흐라로 이입하게 되어 몰입하게 한다.
장애와 다름이 도움과 배려보다는 혐오가 되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살아가며 누구나 장애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당연히 보고 듣고 말하는 것들이 당연할 수 없을 때 어떤 일들을 겪어야 할까? 과학자이자 경험자로서 저자가 담은 이야기는 지금의 당연함을 소중하게 해준다.
*플래그 할 부분이 너무 많았다.
#내게없던감각 #감각 #수전배리 #김영사 #과학 #기초과학 #교양과학 #뇌과학 #인체의 이해 #인문학 #심리학 #정신분석학 #교양 심리학 #인지심리학
리엄이 인공수정체를 삽입한 직후 본 장면들과 그 후 겪은 어려움은 그런 시각 네트워크가 무슨 일을 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시각을 얼마나 당연하게 여기는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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