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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는 모두 피해자라 말한다
릴리 출리아라키 지음, 성원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7월
평점 :

패해자성은 어떻게 권력자의 무기가 되었나
<책소개>
‘모두’가 자기 고통을 호소하는 ‘고통의 민주주의‘ 시대에,
가해자는 모두 피해자라고 말한다며 ‘피해자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오늘날 피해자가 가해자로 몰리고 가해자가 피해자로 바뀌는 현상을 짚으며, 과거와 현재의 피해자는 누구인지 ’피해자성‘의 역사도 돌아본다. 자본은 감정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빼앗긴 피해자성은 어떻게 되찾을 수 있는지 통찰한다.
<읽은 후>
피해자성은 당사자가 처한 취약한 구조와 무관하게 “나는 억울한 피해자다”라고 강하게 주장할 때 생긴다고 한다.
자신의 고통에 대한 목소리가 넘쳐나는 시대에, ‘고통’ 자체에만 특권을 부여할 경우 ‘고통배틀’ 에서 권력자들이 승리하고 피해자가 되어 잘못은 삭제 축소된다. 권력자들의 목소리는 커지고 다른 피해자도 발생한다. 반면 자원이 부족한 사람은 가해자로 몰리기 쉽다. 피해자성은 왜곡되고 정치인, 포퓰리스트, 극우 세력들의 무기가 될 수 있다. 발화되는 플랫폼의 파급력에 따라 피해자성은 역전·오용될 수 있다.
인상적이었던 예로 힘퍼시’(himpathy)를 볼 수 있는데, 힘퍼시는 남성의 이익을 위해 동원되는 기득권의 공감 논리로 여성의 거짓 성폭력 고발에 무고한 남성이 피해를 입는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약자의 고통과 특권층의 고통을 어떻게 분리할 것인가?
저자는 사회 구조적 원인으로 비롯된 고통을 개인의 고통으로 축소 삭제시키고, 강자에게 유리한 ‘피해자성’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피해자성 탐문법’을 제시한다.
역전된 피해자성이 구조적 정의로 다가가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저자는 영국과 미국에서 두 백인 남성 정상인 트럼프와 존슨이 팬더믹 시기에 벌인 일들을 예로 든다.
149p 과잉남성화된 담론에 의지해 흔들림 없는 회복력에 특권을 부여함으로써 슬픔의 소리를 억누르고 국민의 “적들”을 향한 분노의 소리를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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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p ”우리는 누구를 믿어야 할까? 자신이 강간 당했다고 말하는 백인 여성? 아니면 자기 아들이 함정에 빠졌다고 주장하는 유색 인종 여성? 캐롤린 브라이언트인가? 아니면 메이미 틸인가?
<1955년 흑인을 상대로 한 린치가 횡행하던 미시시피주에서 식료품 가게 계산원으로 일하던 21세 백인 여성 캐롤린 브라이언트는 자신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며 14세 흑인 소년 에멋 틸을 비난했고, 며칠 뒤 틸은 백인 남성들에게 납치와 구타를 당한 뒤 사망했다.>
잔인함의 시대에 집단주의적 정의의 서사가 시급히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
성폭력을 당한 여성의 피해자성 비판 글에서
피해자를 ‘이상화’ 시킨다고 말한다.
193p 피해자에게 지나치게 높은 도덕성 기준을 설정하고 고난에 처한 여자들을 향해 정당한 고난인으로 인정받고 싶으면 이 기준에 맞춰 살라고 요구한다.
내가 그랬다.
예) 늦은 밤까지 술 마시고 길바닥에 정신을 놓고 누워있다가 성폭력을 당한 여성.
예) 낯선 남자를 따라 모텔에 들어갔다가 성폭력을 당한 여성.
기사를 읽으며 그녀들도 잘못이 있다고 생각해왔다.
가해자의 잘못을 덮고 피해자에게 높은 도덕성 기준을 들이대 완벽한 피해자가 아니라고 비판했다.
사건 사고 기사를 읽으며 꼭 붙는 댓글이 “그래도 싸다.” 인데
그래도 싼 피해자는 없다.
*서평단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 받아서 쓴 솔직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