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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조각 난 아이는 어떻게 자라는가 - 교육이 답이라는 거짓말
롭 헨더슨 지음, 김은지 옮김 / 푸른숲 / 2026년 8월
평점 :


산산조각난 아이는 어떻게 자라는가? ❙ Troubled ❙ 롭 헨더슨 ❙ 김은지옮김 ❙ 푸른숲
(서평) 어른들이 아이를 실망시키면, 아이들은 스스로를 실망시키는 법을 배운다.
이 책은 저자의 회고록이다. 그는 역경을 이겨내고 성공할 수 있었던 힘은 ‘수많은 책 읽기’였다고 말한다. 첫 책이지만 엄청난 글맛과 빠져드는 스토리텔링은 고전 소설을 읽는 것 같았다. 슬프지만 그의 삶이 비현실적인 현실이기도 해서.
아동기 불안정성 척도를 제시했다. 나도 호기심에 해 봤다. 검사지는 얼마나 자주 이사를 다녔는지, 살던 집에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자주 들락날락했는지, 일상이 얼마나 예측하기 어려웠는지 따위를 물었다. 나는 미국에서 가장 불안정한 유년기를 보낸 아이로, 상위 1퍼센트에 속했다. 16p
읽을수록 미국 드라마 <쉐임리스>의 둘째 아들 ‘립’과 저자 ‘롭’이 겹쳐 보였다. <쉐임리스>의 립은 빈민가에서 태어났다. 립은 알콜과 마약 중독자 아버지와 조울증 엄마 밑에서 버려지듯 자랐다. 립과 롭이 겹쳐 보인 이유는 둘 다 환경에 비해 엄청나게 똑똑하다는 것이다. 립은 우여곡절 끝에 좋은 대학에 들어간다. 하지만 자주 자기 파괴적 행동을 보인다. 단지 '술'에 그치지 않는다. 물건을 다 부수고, 폭력을 휘두르고, 극단적인 위험에 몸을 던진다. 《산산조각 난 아이는 어떻게 자라는가》의 롭은 갓난아기 때 엄마와 차에서 살았다. 임신했다는 것을 안 친아빠는 엄마를 버리고 떠났다. 마약 하는 엄마는 방해받지 않으려고 아기를 목욕 가운 허리띠로 의자에 묶어 놓았다. 아기는 계속 울었다. 이웃이 신고했고, 엄마는 아동 학대로 한국으로 추방됐다. 이후 롭은 일곱 번의 위탁, 아홉 개의 가정, 두 번의 파양을 거쳐 예일대와 케임브리지대에 간다.
《산산조각 난 아이는 어떻게 자라는가》의 저자 롭 헨더슨의 생애는 드라마 속 립의 삶을 실사판으로 옮겨놓은 듯 닮아있다. 이들이 그토록 과도한 자극을 좇았던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내면의 견딜 수 없는 감정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다. 감당하기 힘든 불안과 무기력, 상처를 직면하는 것이 너무나 괴롭기에, 뇌에 강렬한 아드레날린을 주입해 그 고통을 잠시 마비시키려는 것이다. 위험한 게임이나 폭력, 알코올은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지 못한 아이들이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도망치기 위해 선택한 가장 비극적인 회피의 수단이다.
"태어나서 첫 기억이요? 세 살 무렵에 경찰들이 엄마를 데려갔어요."
세 살 때 마약 중독자인 한국인 생모에게 방치되다 엄마가 한국으로 추방된 후, 롭은 아홉 살 때까지 7곳 이상의 위탁가정을 전전했다. 위탁가정에서 그는 방임은 기본이고 보호받을 아동이 아니었다. 한 위탁가정에서 그는 일곱 살 청소부였다. 수영장에 빠져도 보호받지 못했고, 38도가 넘는 트랙에서 "심장이 터질 때까지 뛰라"라는 학대도 받았다.
350P 위탁 보호는 마지막 수단이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이동 횟수에도 제한을 둬야 한다.
롭이 마침내 한 가정에 입양되었을 때, 비로소 삶의 온기를 느낀다.
"새롭게 생긴 내 방, 내 침대에 앉아 나는 생각했다. 더는 떠나지 않아도 돼." (65p)
"안정감은 성적에도 곧장 반영됐다." (71p) 그러나 그 안도는 오래가지 않았다. 입양 1년 만에 양부모는 이혼했고, 의지했던 양아버지는 그를 버렸다.
어른들의 끊임없는 배신 속에서 아이들이 배운 것은 자기 파괴와 감정의 마비였다. 동네 아이들과 "이건 목 조르기 게임이야. 다음은 누가 할래?"라며 위험천만한 일탈에 몰두하고, 술과 담배, 마약에 빠져들었다. "너는 좋겠다. 엄마가 집에 아무 남자나 들이지 않아서"라는 잔인한 위로가 일상이던 동네, 아이들은 스물한 살이 되어도 여전히 열다섯 살로 살아갔다.

살아남기 위해서
절망의 늪에서 그를 건져 올린 것은 역사 선생님과 복싱장에서 만난 상담 교사 조의 말 한마디와 군 복무였다. "그건 운명 같은 게 아냐, 네가 선택하는 거야." “롭, 난 네가 뭘 하든 잘할 거라는 감이 와.” 선생님의 이 한마디는 롭의 내면에 강렬한 희망의 불씨를 지폈다. 미 공군에 입대하고 비로소 규칙과 질서라는 가드레일을 얻었지만, 어린 시절의 상흔은 알코올 중독과 우울증으로 삶을 마비시켰다. 군 병원 치료 과정에서 의사가 술을 마시는 이유를 묻자, 그는 담담하게 고백한다. "술 왜 마셨냐고요? 감정 차단하려고요. 살려고요." "제가 어릴 때 아무한테도 사랑받지 못해서 그런 건가요?"
어릴 적 타인과 세상으로부터 버려진 아이는 생존을 위해 모든 감정 스위치를 꺼버리는 법을 배운다. 감정을 무디게 만드는 법을 습득한 롭은, 예일대에 입학한 후 완전히 다른 차원의 충격과 맞닥뜨린다.

'사치 신념(Luxury Beliefs)'이라는 폭력
모든 고통을 뚫고 들어간 예일대, 그리고 케임브리지대. 그러나 그곳은 교묘하고 우아한 위선이 가득했다. 그들 대부분은 남매간 근친상간이 가능하다고 여겼고, 부모의 교육 수준에 따라 계급이 달라진다고 생각했다. 예일대의 상류층 학생들은 전통적 가족 해체, 마약 비범죄화, 경찰 예산 삭감, 국경 개방 등 진보적이고 도덕적인 슬로건을 외치며 자신의 높은 사회적 지위를 과시했다. 저자는 이를 '사치 신념'이라 정의한다. 사치 신념이란 상층 계급에는 거의 아무런 비용 없이 지위를 부여하는 반면, 하층 계급에는 종종 대가를 치르게 하는 아이디어나 의견이다.
상류층은 사회적 진보성을 과시하기 위해 일부일처제나 가족 제도가 구시대의 유물이라 주장하지만, 정작 자신은 부유한 친부모 밑에서 자랐으며 자신 역시 안정된 일부일처제 결혼을 택한다. 그들은 재정과 사회적 자본이 풍부하여 자유로운 관계가 실패하더라도 즉시 회복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신념은 울타리가 없는 하층 계급에 퍼지면 가정이 산산조각이 난다.
"사치 신념 계급"
"선호하는 브랜드는 구찌, 샤넬? 아니고요. MIT, 옥스퍼드, 스탠퍼드에요. 사치재는 최고 대학 교수나 행정가고요." 그들은 과시적 소비 대신 과시적 신념을 소비한다.
"미국엔 두 나라가 존재해. 부유한 아이들의 나라, 가난한 아이들의 나라.“
부유한 이들은 자신의 성공에 대해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며 겸손을 떠는 사치를 부리지만, 정작 자신의 자녀들에게는 피나는 노력과 규율을 강요한다.
교육이 다라고요? 아이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요.
이 책이 던지는 핵심 질문은 바로 "교육만이 계층 이동의 사다리인가?"라는 점이다. 엘리트들은 교육을 통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이는 또 다른 형태의 사치 신념이다. "불안정한 환경과 신뢰할 수 없는 보호자가 아이에게 나쁜 이유는 아이들의 대학 진학 가능성을 낮추고 자립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 아니다. 바로 아이들이 고통을 겪기 때문에 나쁜 것이다."
성공한 어른이 된 롭 헨더슨은 이렇게 단언한다. 만약 선택권이 있다면, 자신이 이룬 상위 1퍼센트의 성취(예일대, 케임브리지대 학위, 뉴욕타임스 기고, 명성)를 모두 포기하더라도 따뜻하고 안정적인 가정에서 사랑받으며 자란 보통의 어린 시절과 맞바꾸겠다고.
성공은 유년기의 트라우마와 상처를 결코 없애 주지 못한다. 아이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뛰어난 교육 자본이나 명문대 진학권이 아니라, 매일 학교에 잘 다녀왔는지 진심으로 물어봐 주는 안정적인 부모와 따뜻한 가정환경이다.

《산산조각 난 아이는 어떻게 자라는가》는 '사치 신념'을 적나라하게 폭로하는 사회 비평서다.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던진 상류층의 말 한마디, 정책 하나가 밑바닥 아이들의 삶을 어떻게 산산조각 내는지, 그리고 우리는 과연 아이들에게 무엇을 빼앗고 있는지를 뼈아프게 성찰하게 만든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살아남아 계층의 사다리를 한 계단 한 계단 올라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준 롭 K 헤더슨에게 감사를 전한다. 당신의 목소리가 제2, 제3의 <쉐임리스>의 립, 롭, 《힐빌리의 노래》를 쓴 현재 미국 부대통령 ‘J.D. 밴스’와 같은 환경에 놓인 아이들에게 힘과 용기를 줄 것이다.

이 책은 ‘사치 신념’이라는 것으로 주목받기도 했지만, 일부 비판받기도 했다. 가장 많이 비판받은 부분은 원인의 단편화다. 가족의 해체가 가난을 만들었다고 주장하지만, 반대로 "실제로는 빈곤과 불평등, 노동 환경 악화가 가족을 해체하게 만든 원인일 수 있다"라는 복잡한 경제적 인과관계를 지나치게 단순화했다는 비판 받기도 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저자 롭의 용기 있는 회고록으로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모두 생각하게 됐다는 점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받아 쓴 글입니다.
제대로 된 가족을 갖지 못했던 나는 가족의 중요성을 옹호하기에는 가장 부적합한 사람일지 모른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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