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단맛을 보여주마
김영민 지음 / 김영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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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단맛을 보여주마 김영민 김영사



인생의 단맛을 보여주마는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추석이란 무엇인가 되물어라〉등의 칼럼으로 유명한 문장가이자 서울대 교수인  김영민의 첫 소설집이다.




(서평울면서 달리기

 

인생의 단맛을 보여주마는 정교한 문장과 유머를 도구 삼아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를 전방위적으로 해체한다


뇌수가 녹아내리도록 아부하는 전문가와 독재자의 대립부터, 사라진 혁명가 장길산을 추적하는 전단, 내향인들의 은밀한 반달리즘, 노벨문학상에 국운을 건 K. 산속으로 들어간 동어 스님, 삼천포로 향하는 사람, 머리 감겨 줄 사람을 구하는 이, 오래된 책을 처음 읽어준 필멸자, 파일의 사랑, 벌거벗고 질주하는 사람들까지 책 속에 등장하는 열두 편의 이야기에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은은하게 미쳐 있는' 인물들이 차고 넘친다. 한 문장 한 문장 읽을 때마다 참았던 웃음이 터져 나오지만, 책장을 덮고 나면 뜻밖에 깊은 사유가 남는다.

 



이 책에서 거듭 변주되는 핥는다라는 표현은 세상과 타인을 향한 인간의 생존 방식이자 관계 맺기를 상징함으로 읽힌다. 권력자의 전두엽을 살살 핥아대는 아부의 테크닉과 기성의 권위를 핥아 안전을 도모하는 모습에서 권력과 욕망 앞에서 인간이 보여주는 하찮고도 절박한 태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심지어 애인이나 개가 상대를 핥는 일상의 애착을 묘사하기도 한다



여기서 '핥음'이란 인간이 타인이나 세상을 향해 뻗치는 욕망과 비굴함, 그리고 애정이 엉킨 가장 본능적인 접촉 행위다. 작가는 특유의 해학으로 인간은 거창한 명분이나 대의가 아니라, 서로의 결함을 핥고 비비며 안락함이나 인정을 구하는 지극히 사적인 존재다.”라는 사실을 비틀어 보여준다.

 

 

읽다 보면, 잊기 힘든 명문장과 기발한 상황이 쉼 없이 쏟아진다.

속세를 떠나 종교에 귀의했으나 이곳에도 사리사욕이 만발하더라. 사리를 많이 남기려고 하는 것, 그것이 사리사욕이다. 사리가 몇 개 나왔는지 판단하는 게 사리 판단이다.”

아주 소중한 것을 자청해서 잃어버린 적이 있나요?”

"외향인이 죽창으로 상대를 쑤실 때, 내향인은 이쑤시개로 상대를 쑤신다."

"울지 않는 사람이 강한 게 아니라 울면서도 일하는 사람이 강한 거예요.“


아부는 궁극의 겉절이다.에서는 기발한 비유에 웃지 않을 수 없다. 누가 출마 의사를 밝히는 순간 그는 이미 자격이 없다. 왜냐고? 나댔기 때문이다.에서 내향인 이야기는 오늘날 나댐이 미덕이 된 세상에 일침을 날린다. 예송 논쟁을 두고 지랄들 하지 마라.라고 정리하는 장면에서는 학창 시절 한국사를 읽으며 속으로 했던 말을 누군가 대신해 준 것 같아 통쾌하다. "속세를 떠나 종교에 귀의했으나 사리사욕이 만발하더라"라며 동어반복을 내뱉는 스님의 독설과 삼천포로 가는 택시 안에서 기대인관계와 능률과 섹스로귀결되는 기사의 황당한 만담은 언어유희의 절정에 이른다



한편으로, 혁명을 꿈꾸다 언론 고시를 준비하고 강남 입시학원의 일타 강사로 승승장구하며 학생들에게 기이한 심리적 안식처를 제공하는 혁명가 장길산의 이야기는, 궁금증을 유발하며 몰입하게 한다. 이처럼 책 속에 배치된 문장 폭탄들은 읽는 이의 감각을 깨운다.

 

작가는 인간이 서로를 사랑하지 않으면서도 정치적으로 부대끼며 살아갈 수밖에 없음을, 그리고 사랑이란 완성된 매끄러움이 아니라 "상대에게 오염되고 부서지는 일"임을 짚어낸다. 오타를 교정하는 파일의 목소리를 빌려 "사랑은 결함을 포함한다"라고 나지막이 고백하듯, 이 소설집은 결함투성이인 우리 일상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인생의 단맛을 보여준다고 하여 단맛을 쫓았지만, 오히려 세상이 쓰기 때문에 더 간절해지는 맛이 아닐까. 이 책은 인생이라는 지옥 같은 낙하 과정에서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단맛을 얘기한다


어린 자식의 머리를 감겨주고 이웃과 솜털 같은 잔정을 붙이고 살아가는 일상, 사랑하는 사람과 부대끼는 시간

폭풍우를 몰아내듯, 번뇌를 씻겨주듯, 갈증 난 두피에 오아시스를 끼얹듯이 머리를 감겨주는 것처럼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시간은 단 10분 정도와 가능한 한 다정하게 말해주십시오.라는 친절한 말 한마디에 있음을 깨닫게 한다.



 인생의 단맛을 보여주마는 미친 세상에서, 은은하게 미친 사람들에게 피눈물이 나더라도 삶의 뒤통수를 직시하며 울면서도 일해 나가자. “너도 그래? 나도 그래.” 그러니 정신 승리 만세!”를 외치며 오늘을 살아내자는 용기를 건넨다.

 

 

<발췌>

그래도 저 사바세계보다는 이곳이 낫겠지요.” “만화 베르세르크에서 그러지 않더냐 도망쳐 도달한 곳에 천국은 없다고. 속세를 떠나 종교에 귀의했으나 이곳에도 사리사욕이 만발하더라. 사리를 많이 남기려고 정진하는 것, 그것이 사리사욕이다. 사리가 몇 개 나왔는지 판단하는 게 사리판단이다. 요로결석 환자나 이석증 환자가 사리가 나왔다고 우겨대는 게 이곳 현실이다.” 136~137p

어느 의상실에서 베옷을 맞출 거냐를 두고 예송 논쟁이 벌어지자, 선생의 수제자이자 후계자인 그가 한마디로 상황을 정리했다. “지랄들 하지 마라.” 199p


그리고 그에게 고백했다. (...) 사랑한다고, 오랫동안 사랑했고 더 오랫동안 사랑할 거라고. 단물이 다 빠져도 당신을 퉤 내뱉지 않겠다고, 입속의 금니처럼 간직하겠다고. 227p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쓴 솔직한 리뷰입니다. 책 보내주신 김영사 감사합니다.

 

 





잘 지내니?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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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단맛을 보여주마
김영민 지음 / 김영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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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전방위적으로 시대를 해체한다. 도구는 정교한 문장이며, 유머다. 한 문장 한 문장마다 웃음이 터지지만 읽고 나면 사유가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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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조각 난 아이는 어떻게 자라는가 - 교육이 답이라는 거짓말
롭 헨더슨 지음, 김은지 옮김 / 푸른숲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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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조각난 아이는 어떻게 자라는가? Troubled 롭 헨더슨 김은지옮김 푸른숲



(서평) 어른들이 아이를 실망시키면, 아이들은 스스로를 실망시키는 법을 배운다

 





이 책은 저자의 회고록이다. 그는 역경을 이겨내고 성공할 수 있었던 힘은 수많은 책 읽기였다고 말한다. 첫 책이지만 엄청난 글맛과 빠져드는 스토리텔링은 고전 소설을 읽는 것 같았다. 슬프지만 그의 삶이 비현실적인 현실이기도 해서.

 




아동기 불안정성 척도를 제시했다. 나도 호기심에 해 봤다. 검사지는 얼마나 자주 이사를 다녔는지, 살던 집에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자주 들락날락했는지, 일상이 얼마나 예측하기 어려웠는지 따위를 물었다. 나는 미국에서 가장 불안정한 유년기를 보낸 아이로, 상위 1퍼센트에 속했다. 16p

 




읽을수록 미국 드라마 <쉐임리스>의 둘째 아들 과 저자 이 겹쳐 보였다. <쉐임리스>의 립은 빈민가에서 태어났다. 립은 알콜과 마약 중독자 아버지와 조울증 엄마 밑에서 버려지듯 자랐다. 립과 롭이 겹쳐 보인 이유는 둘 다 환경에 비해 엄청나게 똑똑하다는 것이다. 립은 우여곡절 끝에 좋은 대학에 들어간다. 하지만 자주 자기 파괴적 행동을 보인다. 단지 ''에 그치지 않는다. 물건을 다 부수고, 폭력을 휘두르고, 극단적인 위험에 몸을 던진다. 산산조각 난 아이는 어떻게 자라는가의 롭은 갓난아기 때 엄마와 차에서 살았다. 임신했다는 것을 안 친아빠는 엄마를 버리고 떠났다. 마약 하는 엄마는 방해받지 않으려고 아기를 목욕 가운 허리띠로 의자에 묶어 놓았다. 아기는 계속 울었다. 이웃이 신고했고, 엄마는 아동 학대로 한국으로 추방됐다. 이후 롭은 일곱 번의 위탁, 아홉 개의 가정, 두 번의 파양을 거쳐 예일대와 케임브리지대에 간다.

 



산산조각 난 아이는 어떻게 자라는가의 저자 롭 헨더슨의 생애는 드라마 속 립의 삶을 실사판으로 옮겨놓은 듯 닮아있다. 이들이 그토록 과도한 자극을 좇았던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내면의 견딜 수 없는 감정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 감당하기 힘든 불안과 무기력, 상처를 직면하는 것이 너무나 괴롭기에, 뇌에 강렬한 아드레날린을 주입해 그 고통을 잠시 마비시키려는 것이다. 위험한 게임이나 폭력, 알코올은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지 못한 아이들이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도망치기 위해 선택한 가장 비극적인 회피의 수단이다.

 

 



"태어나서 첫 기억이요? 세 살 무렵에 경찰들이 엄마를 데려갔어요."

세 살 때 마약 중독자인 한국인 생모에게 방치되다 엄마가 한국으로 추방된 후, 롭은 아홉 살 때까지 7곳 이상의 위탁가정을 전전했다. 위탁가정에서 그는 방임은 기본이고 보호받을 아동이 아니었다. 한 위탁가정에서 그는 일곱 살 청소부였다. 수영장에 빠져도 보호받지 못했고, 38도가 넘는 트랙에서 "심장이 터질 때까지 뛰라"라는 학대도 받았다.

 

350P 위탁 보호는 마지막 수단이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이동 횟수에도 제한을 둬야 한다.

 

롭이 마침내 한 가정에 입양되었을 때, 비로소 삶의 온기를 느낀다.

"새롭게 생긴 내 방, 내 침대에 앉아 나는 생각했다. 더는 떠나지 않아도 돼." (65p)

"안정감은 성적에도 곧장 반영됐다." (71p) 그러나 그 안도는 오래가지 않았다. 입양 1년 만에 양부모는 이혼했고, 의지했던 양아버지는 그를 버렸다.

 

어른들의 끊임없는 배신 속에서 아이들이 배운 것은 자기 파괴와 감정의 마비였다. 동네 아이들과 "이건 목 조르기 게임이야. 다음은 누가 할래?"라며 위험천만한 일탈에 몰두하고, 술과 담배, 마약에 빠져들었다. "너는 좋겠다. 엄마가 집에 아무 남자나 들이지 않아서"라는 잔인한 위로가 일상이던 동네, 아이들은 스물한 살이 되어도 여전히 열다섯 살로 살아갔다.

 


 

살아남기 위해서

절망의 늪에서 그를 건져 올린 것은 역사 선생님과 복싱장에서 만난 상담 교사 조의 말 한마디와 군 복무였다. "그건 운명 같은 게 아냐, 네가 선택하는 거야." “, 난 네가 뭘 하든 잘할 거라는 감이 와.” 선생님의 이 한마디는 롭의 내면에 강렬한 희망의 불씨를 지폈다. 미 공군에 입대하고 비로소 규칙과 질서라는 가드레일을 얻었지만, 어린 시절의 상흔은 알코올 중독과 우울증으로 삶을 마비시켰다. 군 병원 치료 과정에서 의사가 술을 마시는 이유를 묻자, 그는 담담하게 고백한다. "술 왜 마셨냐고요? 감정 차단하려고요. 살려고요." "제가 어릴 때 아무한테도 사랑받지 못해서 그런 건가요?"


 

어릴 적 타인과 세상으로부터 버려진 아이는 생존을 위해 모든 감정 스위치를 꺼버리는 법을 배운다. 감정을 무디게 만드는 법을 습득한 롭은, 예일대에 입학한 후 완전히 다른 차원의 충격과 맞닥뜨린다.




 

'사치 신념(Luxury Beliefs)'이라는 폭력

모든 고통을 뚫고 들어간 예일대, 그리고 케임브리지대. 그러나 그곳은 교묘하고 우아한 위선이 가득했다. 그들 대부분은 남매간 근친상간이 가능하다고 여겼고, 부모의 교육 수준에 따라 계급이 달라진다고 생각했다. 예일대의 상류층 학생들은 전통적 가족 해체, 마약 비범죄화, 경찰 예산 삭감, 국경 개방 등 진보적이고 도덕적인 슬로건을 외치며 자신의 높은 사회적 지위를 과시했다. 저자는 이를 '사치 신념'이라 정의한다. 사치 신념이란 상층 계급에는 거의 아무런 비용 없이 지위를 부여하는 반면, 하층 계급에는 종종 대가를 치르게 하는 아이디어나 의견이다.


 

상류층은 사회적 진보성을 과시하기 위해 일부일처제나 가족 제도가 구시대의 유물이라 주장하지만, 정작 자신은 부유한 친부모 밑에서 자랐으며 자신 역시 안정된 일부일처제 결혼을 택한다. 그들은 재정과 사회적 자본이 풍부하여 자유로운 관계가 실패하더라도 즉시 회복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신념은 울타리가 없는 하층 계급에 퍼지면 가정이 산산조각이 난다.


 

"사치 신념 계급"

"선호하는 브랜드는 구찌, 샤넬? 아니고요. MIT, 옥스퍼드, 스탠퍼드에요. 사치재는 최고 대학 교수나 행정가고요." 그들은 과시적 소비 대신 과시적 신념을 소비한다.


 

"미국엔 두 나라가 존재해. 부유한 아이들의 나라, 가난한 아이들의 나라.“

부유한 이들은 자신의 성공에 대해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며 겸손을 떠는 사치를 부리지만, 정작 자신의 자녀들에게는 피나는 노력과 규율을 강요한다.


 

교육이 다라고요? 아이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요.

이 책이 던지는 핵심 질문은 바로 "교육만이 계층 이동의 사다리인가?"라는 점이다. 엘리트들은 교육을 통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이는 또 다른 형태의 사치 신념이다. "불안정한 환경과 신뢰할 수 없는 보호자가 아이에게 나쁜 이유는 아이들의 대학 진학 가능성을 낮추고 자립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 아니다. 바로 아이들이 고통을 겪기 때문에 나쁜 것이다."


 

성공한 어른이 된 롭 헨더슨은 이렇게 단언한다. 만약 선택권이 있다면, 자신이 이룬 상위 1퍼센트의 성취(예일대, 케임브리지대 학위, 뉴욕타임스 기고, 명성)를 모두 포기하더라도 따뜻하고 안정적인 가정에서 사랑받으며 자란 보통의 어린 시절과 맞바꾸겠다고.


 

성공은 유년기의 트라우마와 상처를 결코 없애 주지 못한다. 아이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뛰어난 교육 자본이나 명문대 진학권이 아니라, 매일 학교에 잘 다녀왔는지 진심으로 물어봐 주는 안정적인 부모와 따뜻한 가정환경이다.

 



 

산산조각 난 아이는 어떻게 자라는가'사치 신념'을 적나라하게 폭로하는 사회 비평서다.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던진 상류층의 말 한마디, 정책 하나가 밑바닥 아이들의 삶을 어떻게 산산조각 내는지, 그리고 우리는 과연 아이들에게 무엇을 빼앗고 있는지를 뼈아프게 성찰하게 만든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살아남아 계층의 사다리를 한 계단 한 계단 올라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준 롭 K 헤더슨에게 감사를 전한다. 당신의 목소리가 제2, 3<쉐임리스>의 립, , 힐빌리의 노래를 쓴 현재 미국 부대통령 ‘J.D. 밴스와 같은 환경에 놓인 아이들에게 힘과 용기를 줄 것이다.





 

 


이 책은 사치 신념이라는 것으로 주목받기도 했지만, 일부 비판받기도 했다. 가장 많이 비판받은 부분은 원인의 단편화다. 가족의 해체가 가난을 만들었다고 주장하지만, 반대로 "실제로는 빈곤과 불평등, 노동 환경 악화가 가족을 해체하게 만든 원인일 수 있다"라는 복잡한 경제적 인과관계를 지나치게 단순화했다는 비판 받기도 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저자 롭의 용기 있는 회고록으로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모두 생각하게 됐다는 점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받아 쓴 글입니다.


제대로 된 가족을 갖지 못했던 나는 가족의 중요성을 옹호하기에는 가장 부적합한 사람일지 모른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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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조각 난 아이는 어떻게 자라는가 - 교육이 답이라는 거짓말
롭 헨더슨 지음, 김은지 옮김 / 푸른숲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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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의 회고록이다. 그는 역경을 이겨내고 성공할 수 있었던 힘은 ‘수많은 책 읽기’였다고 말한다. 첫 책이지만 엄청난 글맛과 빠져드는 스토리텔링은 고전 소설을 읽는 것 같았다. 슬프지만 그의 삶이 비현실적인 현실이기도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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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20 - 박경리 대하소설, 5부 5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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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20 박경리 대하소설, 55지은이 : 박경리펴낸 곳 : 다산책방



<책소개>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는 한국 근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들이 기록되어 있다. 오늘날까지 대중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한국 장편소설이다.

시대적 배경은 한 말부터 일제강점기까지다. 우리 민족이 가장 참혹했던 시기에 겪었던 상처들을 등장인물들의 삶을 통해 생생하게 그려낸다.




마침내 만세!

 

<인과응보>

착한 일에는 좋은 결과가, 악한 일에는 나쁜 결과가 응당 돌아온다. 불교에서 말하는 인과응보이자 카르마, 곧 업()의 섭리다. 내가 아는 어떤 어머니는 자신의 행동이 훗날 아이에게 불운으로 돌아갈까 봐, 절대로 다른 사람과 싸우거나 험하거나 독한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어떤 경우에도 자식을 위해서 조금 손해 보는 쪽을 택한다는 그 어머니의 이야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다짐처럼 보이지만, 자기의 삶이 타인과 연결되어 있음을 아는 지혜이자 윤리의식이다. 이 삶의 자세는 토지 20권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와 맞닿아 있다.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 20권은 이러한 업의 굴레와 인간 삶의 섭리를 깊이 있게 조명한다. "한복이 며느리에게 악행을 하면 자손들한테 안 좋다는 얘기, 그거는 빈말이 아니더구마. 악한 일에는 나쁜 결과가 응당 돌아온다."라는 목소리는 그냥 미신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작가는 여러 인물을 통해 개인이 저지른 악행과 폭력, 타인에게 입힌 상처는 당대의 삶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공간을 넘어 자손의 삶에까지 어두운 그늘을 드리우며 결국 자기 자신과 후대를 파멸로 이끄는 업보가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시대의 악마는 누구인가." "그들의 역사는 거짓으로 반죽한 생명 없는 토우다." 진실을 왜곡하고 생명을 도륙하는 일본 제국주의 또한 인과응보의 틀 안에서 보면 결코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제강점기말 끝이 보이지 않는 기다림은 한민족에게 더 큰 고통을 준다. 작가는 남희가 아이를 떨어트리는 사건을 넣는다. ‘아기의 부러진 팔은 붙여 놓고 기다리면 회복된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기다림의 끝에는 해방이 있다.’라는 암시로 읽힌다.

 

 




<어둠의 사슬 속에서>

삶이 지속되고 해방을 맞이하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선의와 용서, 인간애 그리고 연대 의식이다. 일제 강점기 말기, "빛이라고는 한 줄기 찾아볼 수 없는 캄캄한 밤과도 같았던 그 시절." "사방은 갈 곳 없는 절벽"과 같았고, 민중의 삶은 절망 그 자체였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사람들은 서로를 향한 온정과 감사를 포기하지 않는다. "옛적부터 성님 맘은 넓고 공평했제요.“ 지독했던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비뚤어지고 이지러진 인간 본성들은 서로를 받아주지 못한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남을 돕고자 하는 한 사람의 마음이 있었기에 누군가는 살아남을 수 있었다. "남 줄 것이 있으니 고맙고 줄 동무가 있으니 얼마나 좋노……."라는 한복의 말에도 알 수 있다.


또한, 절망의 순간에도 인간애의 희망을 놓지 않는다. "거 희한하구마. 일본사람이 자네를 구해주었다 그 말인가?"라는 몽치의 말과, "선생님, 죽지 말고 꼭 살아서 돌아오세요."라는 상의의 간절한 염원은 악랄했던 일본이었지만 그들 모두가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볼 수 있다.

 

 


토지 20에서는 여러 인물을 통해 미움과 저주의 연쇄를 끊어내는 진정한 구원의 길이 어디에 있는지 제시한다. "내 마음속에는 저주와 미움밖에 없어!"라며 괴로움에 울부짖던 두수는 자신만의 지옥 속에서 악이 악인 줄 모르고 살아간다. 환국은 "그런데 그는 나를 용서했다."라는 고백을 통해 자기 잘못을 아프게 뉘우친다. 명희가 "조찬하 씨를 만났어요." "용서해달라고 빌었어요."라며 고개 숙이는 장면은 타인을 향한 악행은 자신을 갉아먹지만, 진심 어린 참회와 용서는 어두운 업보를 타파하는 빛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일제의 압제가 가혹해지고, "공부를 한다기 보다 학교는 병영과 같은 곳이었다." "식량이야말로 전쟁상태에 들어갔다 할 수 있었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최악의 순간을 건너 민중은 살아남았다. 그래서 마침내 "만세! 우리나라 만세! 아아 독립 만세! 사람들아! 만세다."라는 끝맺음은 통쾌하기까지 하다. 각자의 지옥에서 서로를 건져 줌으로써 지켜낸 삶과 이뤄낸 독립이다. 토지에서는 거짓과 악행을 일삼아 역사를 더럽힌 자들은 결국 안 좋게 생을 마감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악이 악인 줄 아는 것은 배움의 깊이도 신분의 높이도 소용없다. 그것을 경계하며 살아낸 민중이 있었기에 마침내 독립이라는 위대한 결실을 맞이할 수 있었다. 토지 20은 선의와 용서, 인간애와 연대 의식이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 해방을 통해 보여준다.

 

 

 

이 글은 실비아님과 채성모님을 통해 다산북스에서 책을 받아 쓴 서평입니다.

그에게서 청백리의 자손으로 오기에 가득 차 있던 지난날 그 미소년 이상현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세상에 일본사람 중에도 그런 사람이 다 있나? 하 참." 한복은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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