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재테크 제로금리 사용설명서
매일경제 금융부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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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되어야지!" 부푼 기대감을 안고 첫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지난 3월 즈음이었을겁니다. 주가가 바닥을 쳤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왔고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개미들의 공격적인 투자가 시작되었음이 알려졌죠. 위기는 곧 기회입니다. 팔랑거림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잔망스런 귀를 가진 저에게도 이 소식은 들려왔습니다. "그래, 투자를 해봐야겠다." 평생 수수료가 무료라는 유인나씨의 춤사위에 팔랑거리며 S증권사에 계좌를 개설했고, 같은 그룹사의 대한민국 대표 전자회사 주식을 매수했습니다. 43000원 언저리였습니다. 몇 천원이 금새 벌리더군요. 기분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계좌에 파란불이 들어오자 이내 무서워졌습니다. 허겁지겁 약간의 손해를 보고 팔아버렸죠. 그것이 저의 첫 주식 거래였습니다. 이후 본격적으로 주식을 시작하며 제법 재미를 보았습니다. 네이버, 카카오, JYP같은 잘 알려진 주식을 매매하며 차곡차곡 수익을 쌓았죠. 자신감이 생겼죠. 초보치고는 꽤 괜찮은 투자자였습니다. 그것을 알게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일명 곱버스, 'kodex 200선물인버스2x' 입니다. 네이버 금융 페이지에서 거래량 상위에 랭크된 이 종목을 보고 호기심을 갖게 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지수가 하락할 때 수익을 얻는 상품이라니. 토론방에 들어갔더니 확신에 찬 대화들이 가득했죠. "거품이다", "실물경제가 무너지는데 주가가 이렇게 오르는 것은 비정상적이다", "조만간에 급격한 하락과 조정이 올 것이다", "빅 쇼트가 도래할 것이다!" 눈이 확 떠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가만히 있어서는 안될 것 같았습니다. 굳은 결심으로 즉시 매수에 돌입했습니다. 3개월에 걸친 긴 악몽의 시작이었습니다. 이제는 그 손실을 모두 회복했지만 떠나간 돈과 기회이익이 아쉬운 것은 사실입니다. 값진 수업료를 지불한 셈이죠. 공부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책 <코로나 재테크 제로금리 사용설명서>의 독서를 통해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곱버스는 달릴 수 없었구나."

책 <코로나 재테크 제로금리 사용설명서>는 코로나 시대의 재테크 전략을 다룬 책입니다. 그런데 재테크면 재테크지 굳이 코로나 시대의 재테크일 이유는 무엇일까요? 재테크에 관한 책은 많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에는 기존의 투자전략을 고수해서는 안됩니다. 우리가 믿어온 삶의 원칙이 송두리째 뒤바뀌는 시대에 살고있기 때문입니다. 그 핵심이 바로 '유동성'입니다. '제로금리'가 불러온 결과죠. 저의 곱버스가 달리지 못했던 이유도 제로금리가 불러온 유동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책의 PART2는 주식투자와 관련된 내용이 담겨있는데요, '코로나 충격, 금융위기 때와 어떻게 다른가'라는 챕터를 통해 2020년의 코로나 충격과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비교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코로나 충격때는 금융위기에 비해 주가가 급격하게 하락하고, 또 급격하게 회복하였다고 합니다. 외국인 자금 역시 규모와 속도 면에서 더욱 크고 빠르게 움직였죠. 시장에 풀린 풍부한 유동성 때문입니다. 제로금리는 이미 국제적인 추세가 되었고 광의통화를 뜻하는 'M2'는 2020년 3월 기준 3,000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역대 가장 풍부한 유동성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오늘은, 반드시 이를 염두에 두고 재테크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책은 '1부-위기의 법칙, 모든 상식이 깨지다'에서 코로나가 시장에 가져온 충격을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특히 제로금리가 가져올 금융환경의 변화를 조명합니다. '2부-주식투자의 내일: 코로나를 역이용하라'에서는 코로나 시대의 현명한 투자전략을 짚어봅니다. 유망한 산업분야와 ETF상품을 살펴보기도 하죠. '3부-부동산 투자의 내일: 대박 꿈 계속될까'에서는 6.17 부동산 대책의 면면을 자세히 살펴보고 과거의 정부정책과 시장의 반응을 돌아봅니다.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부동산시장을 예측해보기도 하죠. 과거의 역사를 바탕으로 현재를 점검하고 미래를 점쳐본다는 점에서 가장 흥미로은 파트였습니다. '4부-제로금리의 기억, 선진국이 먼저 간 길'에서는 금융시장을 넘어서, 제로금리가 가져올 일상의 변화를 선진국의 사례를 통해 내다봅니다. 제로금리가 부동산 상승에도 깊이 관련되어있다는 사실이, 또 선진국들 역시 값비싼 부동산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게 다가온 챕터였습니다. 요약하면, 코로나 시대의 특성을 고려한 재테크 전략을 담은 책입니다. 특히 주식과 부동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죠.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평범한 독자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시장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유용한 대중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동산에 투자하기에는 돈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지금까지 해오던대로 재테크의 수단으로 주식투자에 전념하려고 합니다. 여전히 초보 투자가이지만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또 이번 독서를 통해 절절히 깨달은 원칙이 있습니다. 결국 돈이 몰리는 종목의 주식이 오른다는 사실입니다. 유동성이 공급되는 현장이죠. 투자를 복기하다보면 단순하게 생각해다면 더 큰 익을 올릴 수 있었던 상황에서 복잡하게 고민하다가 제 꾀에 걸려넘어졌음을 알아차리게 되는 때가 자주 있습니다. 앞으로는 더욱 기본에 충실하며 종목을 선정하고 투자전략을 세워볼 생각입니다. 한편 ETF에도 흥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당장 'KODEX 헬스케어'상품을 검색해보니 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더라고요. 유망한 섹터를 선별하여 투자함으로써 새로운 투자경험을 해볼 계획입니다. 그리고 미국의 경우에는 ETF가 굉장히 다양하더라고요. 클라우드 컴퓨팅, 로봇 및 인공지능, 글로벌 핀테크 등 다양하게 세분화된 펀드들이 운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개인의 철학을 반영하는 ETF도 있다는데요, 여성임원이 높은 기업들에 투자하는 여성평등 ETF, 가톨릭교 신념을 바탕으로 하는 ETF, 트럼프의 정치구호인 'Make America Great Agait'에 부합하는 기업들에 투자하는 ETF도 있다고 하네요. 금융상품에도 얼마든지 창의성이 활용될 수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참 흥미로운 이야깃거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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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의 심리학 - 온전한 나로 살기 위한
박선웅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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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겨울 저는 깊은 절망에 빠져 있었습니다. 반복되는 수험실패와 인간관계의 단절속에 자기혐오는 극에 달했고, 스스로를 비난하고 저주하는 자기학대의 나날들이 매일같이 반복되었습니다. 몸은 무기력했고 정신은 혼란스러웠으며 마음은 피폐해졌죠. 더 큰 문제는 그 혐오가 오로지 나 자신을 향하는데만 그치지 않았다는겁니다. 나의 힘듦을 제대로 알아주지 못하는 주변 사람들을 향한 미움, 나아가 세상과 삶 자체를 향한 염세와 냉소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삶이 이토록 고통스러운 것이라면 굳이 아등바등 억지로 살아가야 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관건은 '의미'였죠. "이 고통을 감수할 만큼 삶은 의미있는 것일까?" 의미를 찾아야 했습니다. 허나 이미 학습된 무기력에 단단히 지배당한 당신의 저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았죠. 합격을 향한 조급함과 강박속에 '내가 좋아하는 것'을 잊고 살아갔던 탓에 당장 원하는 것이 떠오르지도 않았습니다. 다행이도 그와중에 자발성을 일깨울 작은 불씨가 살아있었습니다. 바로 '호기심' 입니다. 어린시절부터 저를 자발적으로 만들고, 저로 하여금 '살아있다'는 느낌을 체험하도록 이끌었던 '내면의 힘'입니다.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마음과 심리에 관한 책들이 시작이었죠. 뇌와 인지과학, 철학에 관한 책으로 관심을 확장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느순간 입이 근질근질해지기 시작하더군요. 말하고 떠들고 싶어졌지만 이런 딱딱하고 재미없는 이야기를 공유할만한 사람은 없었죠. 그래서 쓰기 시작했습니다. 마음이 한결 개운하고 맑아졌습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쓴다는 것은 저에게 있어 아주 즐거운 취미가 되었죠. 무의미한 삶에 하나의 의미가 시작된 것입니다. 읽고 써나가는 과정에서 의식은 점점 또렷해졌습니다. 묵혀뒀던 감정들이 드러났고 생기를 되찾아갔죠. 그렇게 저는 삶의 의미를 하나씩 하나씩 더해나갈 수 있었습니다. 저에게 있어 '읽기'란 무엇이었을까요? 또 '쓰기'란 무엇이었을까요? 이제와 돌이켜보니 그 모든 순간에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쓰기'는 단지 책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있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책을 읽은 저 자신에 대해 더 많은것을 보여주었죠. 책은 단지 마중물이었을 뿐, 저는 저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 모든 치유와 회복의 과정 속에 '이야기'가 있었던 것입니다. 책 <정체성의 심리학>이 저에게 일깨워준 오래된 사실입니다.

<정체성의 심리학>은 진정한 자신을 찾는 방법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왜 그래야 할까요? 정체성을 획득한 뒤에야 비로소 삶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결정하고, 그 결과를 책임있게 받아들이며, 이 모든 과정을 통해 깊어진 자기이해를 바탕으로 더 나은 선택을 하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정체성을 갖춤으로써 우리는 자유로운 선택을 하고 그 책임 또한 받아들이는 진정한 삶의 주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정체성'을 획득할 수 있을까요? 저자는 자신의 삶을 '이야기'로 바라볼 것을 제안합니다. 누구나 살다보면 마음갖지 않은 시절을 경험하곤 합니다. 고난이 반가울리 없습니다. "도대체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이 닥치는거지?"라고 한탄하며 세상을 비난하고 자신을 비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삶을 '이야기'로 바라본다면 관점은 극적으로 달라집니다. 도전이 없는 모험을 상상할 수 있을까요? 고난이 없는 성장을 떠올릴 수 있을까요? 이야기 속 주인공이 도전과 고난에 맞닥뜨리는 장면을 보았다면, 관객들은 비난과 야유를 보낼까요? 아니면 극복과 성장을 응원할까요? 우리와 타인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또한 그렇습니다. 특히 우리 자신의 삶을 하나의 '이야기'로 인식하고 해석할 때 우리는 스스로를 더욱 깊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으며 확고부동한 정체성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삶의 주체로서 적극적이며 명랑하게 삶을 이끌어나갈 수 있게됩니다. 저자는 이처럼 우리의 삶에서 정체성이 중요한 이유를 설명하고, 정체성을 갖춘 인간으로 거듭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합니다. 

우리가 가져야 할 삶을 향한 태도와, 구체적 실천방법을 통해서 말입니다. 삶의 의미를 찾기위해 방황하는 분들께, 더 나은 자신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하는 분들께, 자신을 이해하고 수용하고 사랑하기를 바라는 분들께, 자기사랑을 넘어 타인과 삶을 향한 사랑으로까지 나아가기를 기대하는 분들께 강력히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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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오류들 - 고장 난 뇌가 인간 본성에 관해 말해주는 것들
에릭 R. 캔델 지음, 이한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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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알지 못했죠. 우리가 무얼 누리는지. 거릴 걷고 친굴 만나고 손을 잡고 껴안아주던 것. .... 우리가 살아왔던 평범한 나날들이 다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버렸죠. 당연히 끌어안고 당연히 사랑하던 날 다시 돌아올 때까지 우리 힘껏 웃어요"
이적의 노래 <당연한 것들>가사 중 일부입니다. 우연히 흘러나오는 노랫말을 듣게 되었고, 어떤 상황을 의미하는지 금새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당연히 거릴 걷고, 당연히 친구를 만나고, 손을 잡고 껴안고 소소한 일상과 애정을 나누는 것이 조심스러워지는 상황을 맞게 돼서야 우리는,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깨닫곤 합니다.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게 되었을 때 비로소, 그것이 가진 의미를 알아차리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이 모든 아쉬움에 공감하는 우리의 마음, 그 마음은 과연 당연한 것일까요?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게 만드는, 우리 안의 작은 우주 '마음'. 그 마음의 소중함을 우리는 너무 간과하며 살아온 것 아닐까요?

11 자의식은 우리가 누구이며 왜 존재하는가 하는 질문으로 우리를 이끈다. 각 사회의 기원을 설명하는 수많은 창조 신화들은 우주와 그 속에서 우리의 위치를 설명하기 위해 발명되었다. 존재에 관한 이런 질문들에 답하려는 행위야말로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다.

'에릭 캔델' 박사는 뇌과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만큼 유명한 세계적인 뇌과학자입니다. 뇌와 신경세포, 기억과 무의식 연구에 평생을 바쳤으며, 2000년에는 학습과 기억의 신경학적 매커니즘을 밝힌 공로로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대표작인 <기억을 찾아서>는 인간 삶을 구성하는 핵심요소인 '기억'의 기원과 매커니즘을 밝힌 책으로, 정재승교수님을 비롯 국내외의 많은 전문가들이 강력하게 추천하는 저서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 과거에 애릭 켄델 박사님의 책을 비롯한 뇌과학에 관한 책을 읽고 지식을 넓히며,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의 폭을 확장시킬 수 있었습니다. 나와 타인과 세상을 바라보는 이해의 가능성을 넓힘으로써, 세상과 삶을 한껏 관대하게 포용할 수 있게 되었죠. 뇌과학의 배움은 저의 독서 여행에 있어서 가장 유익하고 의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뇌를 연구함으로써 사람과 마음에 관한 지식을 전해주던 저자가 이번에는, 겉으로 보이는 마음 이면의 세계를 관찰한 기록을 들고 찾아왔습니다. 책 <마음의 오류들>입니다. '고장 난 뇌가 인간 본성에 관해 말해주는 것들'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이번 연구의 과제는 정신질환입니다. 자폐증, 우울증, 양극성장애, 조현병, 치매, 파킨슨병, 불안,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중독과 같은 질환들이 이 책에서 다루는 영역입니다. 흔히 '뇌 질환'이라고 하면 극복해야 할 장애에 불과한 것으로만 여겨집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삶의 소소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되었듯, 첨단 기술을 활용해 뇌의 문제들을 섬세하게 살펴보는 과정에서 '뇌'와 '인간'과 '삶'에 관한 새로운 통찰을 이뤄낼 수 있지 않을까요? 코로나가 언택트 기술의 새로운 활용 가능성을 제시했듯, 당장은 불편하기만한 뇌질환이지만 생긱지못한 새로운 능력의 활용 가능성을 열어주지는 않을까요? 책 <마음의 오류들>, 그런 책입니다. 나날이 발전해가고 있는 최신 뇌과학기술을 활용해 각종 정신질환의 뇌과학적 매커니즘을 살펴봅니다. 이를 통해 인간에 대한 이해를 확장할 수 있는 여지를 살펴보죠. 한편 이러한 질환들이 의외의 능력일 키워줄 수 있음 또한 밝힙니다. 바로 '창의력'입니다. 무의식과 의식의 경계가 상대적으로 흐릿한 조현병 환자들이 무의식을 반영한 창의적 예술작품을 창작할 수 있듯이 말입니다. 에릭 캔델의 저서가 늘 그랬듯 무척 흥미롭습니다. 재밌습니다. 그리고 유익합니다. 사람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인 에릭 캔델은 유대인입니다. 히틀러 치하의 빈에서 굴욕적인 어린시절을 보냈죠. 이후 인간에 대한 깊은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어떻게 인간이 그렇게 쉽게 악의 구렁텅이에 빠져들 수 있는지 의문스러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저자의 책에서는 늘 인간을 향핸 깊은 애정과 진심어린 연민이 묻어납니다. 뇌과학에 관심이 있는 분들, 인간을 향한 애정과 호기심을 가진 분들, 스스로와 타인을 향한 이해의 폭을 확장하기를 기대하는 분들께 강력하게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캔델의 책을 읽고나면 늘 스스로와 타인을 향해 한 걸음 더 관대해진 저 자신을 발견하고는 합니다. 여러분께도 그랬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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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치료 그 30년 후의 이야기 - 심리치료는 과연 내담자들의 인생을 변화시키는가?
로버트 U. 아케렛 지음, 이길태 옮김 / 탐나는책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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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받는 한 인간이 있습니다. 삶은 고통스럽고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사실만큼은 어렴풋이 짐작하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는 지금 삶의 방향성도, 삶을 주도할 의지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런 그가 힘을 내어 단 하나의 작지만 위대한 작업을 시작합니다. 비참한 자신을 마주보는 것이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직시하고, 인정하고, 이해하기 위한 긴 여정을 시작합니다. 물론 쉽지 않은 작업입니다. 깊은 자기혐오와 수치심에 빠져있는 사람이 자신을 마주본다는 것은 대단히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굉장힌 용기가 필요한 작업이죠.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로버트 U. 아케렛', 심리치료사입니다. 각자의 사연과 상처를 간직한 다섯 내담자는 아케렛 박사와 함께 치유의 여정에 나섭니다. 그리고 긴 대화의 끝에서 상처입은 내면의 어린 아이를 만나게 되죠. 그 자신조차 이해할 수 없었던 강박적 행동의 원인을 파악하고, 그동안 자신의 삶이 왜 그토록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합니다. 과거에 대한 이해와 수용을 바탕으로, 더 나은 현재와 미래를 만들어야겠다는 의지를 다잡게 되죠. 지금 여기에서, 새로운 삶의 여행을 떠날 준비를 시작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과연,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을까요? 그렇다면 더할나위 없겠죠. 하지만 삶은 동화가 아닌 현실입니다. 사람은 고쳐쓰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통용될만큼,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믿음입니다. 그래서 아카렛 박사가 나섭니다. 무려 30년만에, 과거의 내담자들을 찾아나서는 새로운 여행을 시작한 것입니다. 심리치료가 끝난지 30년, 내담자들은 과거의 상처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었을까요? 아니면 또 다시 과거의 강박적 패턴에 장악당하고 삶의 주도권을 잃어버린 채 고통받고 있을까요? 30년 전의 심리치료는 그들의 삶에 어떤 흔적을 남겼을까요? 책 <심리치료 그 30년 후의 이야기>에 담긴 이야기입니다.

책 <심리치료 그 30년 후의 이야기>는 다섯 내담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자신을 스페인 백작부인이라고 생각한 여자 나오미, 북극곰을 사랑한 남자 찰스, 가학피학성애 공상에 시달리는 남자 세스, 자신이 아버지를 죽였다고 믿는 여자 메리, 작품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한 작가 샤샤, 이렇게 다섯 내담자가 등장합니다. 치료사 아케렛은 그들의 이야기와 함께하며 때로는 온화하게, 때로는 단호하게 대화를 이끌어갑니다. 내밀한 깊은 곳에서 그들을 옭아매고 있는 마음의 쇠사슬을 발견하고 그것을 풀어내기 위해 분투합니다. 그렇게 그들은 조금씩 조금씩 자유와 기쁨을 향해 다가서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상담의 끝에서 그들은 미지의 영역을 향해 모험을 떠납니다. 익숙한 삶을 떠나 새로운 일상을 시작하는 것이죠. 아카렛 박사와 내담자들의 만남은 30년 뒤에 이어집니다. 30년 전의 상담이 어떤 영향을 미쳤고 자신의 삶에 어떤 의미가 되었는지 진솔하게 털어놓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내담자는 3부에서 다뤄지는 '가학피학성애 공상에 시달리는 남자 세스'의 이야기였습니다. 세스는 심각한 고민이 있습니다. 결혼한 지 3개월만에 '발기불능'이 찾아온 것입니다. 이에 아내는 성기능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으면 세스를 떠나겠다고 협박하고 있었습니다. 25살의 나이에 영화계에서 알아주는 젊은 제작장였던 세스에게 선뜻 어울리지 않는 고민이었죠. 하지만 사실은 더욱 심각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오래된 비밀입니다. 세스는 종종 가학과 피학에 관련된 성적 공상에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여성을 괴롭히는 가학적 공상, 그리고 자신이 오르가즘에 이르렀을 때 기계에 의해 죽게되는 피학적 공상의 두 가지입니다. 이러니 발기불능이 오는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발기가 되면 세스는 죽을 수도 있었으니까요. 세스의 고민을 듣던 아케렛은 이렇게 말합니다. "대단한 어머니를 두었을 것 같군요." 치료사의 직관입니다. 실제로 세스의 어머니는 굉장했습니다. 아들을 정서적·신체적으로 완전히 장악하고 통제했습니다. 세스의 의붓아버지가 세스를 추행하는 것도 교육을 명목으로 방조했죠. 어린 세스의 마음속에는 이런 메세지가 선명하게 각인되었습니다. "너는 아주 특별한 아이야. 하지만 너는 나 없이는 아무것도 아니야." 그렇게 무력함과 수치심에 매몰된 세스는, 발기부전을 전능으로 치환하며 보상받기 위해 가학성애에 빠져들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후 세스와 아카렛은 힘겹지만 꼭 필요한 작업에 뛰어듭니다. 세스의 마음 속 '어머니'를 직면하는 것입니다. 어머니가 보낸 편지를 반복해서 읽어나가며 어머니의 광기 속에서 함께 헤엄칩니다. 그렇게 자신의 몸속에 있는 독을 서서히 배출하며 생기를 되찾아갑니다. 

책을 읽어가는 내내 '심리학 서적'이라기보다는 한 인간의 위대한 성장과 해방을 다룬 '소설'을 읽는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고통받는 한 인간이 자신을 직면하고 이해하고 수용하고 해방되어가는 모습은, 그들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한 인간으로서 축복의 박수를 보내고 싶어짐과 동시에, 읽는이에게도 마찬가지의 짜릿한 해방감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다섯 내담자들이 가진 고통의 근원을 들여다보는 여정을 함께하며, 저 역시 제 마음 속 깊은 구석의 유사한 상처와 고통을 인식하고 수용하고 해방시킬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30년 전 세스를 해방시켰던 아케렛이, 30년 후에 만난 세스로부터 영감을 얻고 치유되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했습니다. 한 인간이 또 다른 인간에게 선한 영향력을 건네며 치유와 회복과 해방의 희망을 열어젖히는 광경은, 종교가 없는 저에게도 신성하고 황홀한 감정으로 벅차오르게 만들었습니다.

심리학을 공부하는 분들이라면 무조건 권합니다. 책에는 치료사로서 느꼈던 아카렛의 고민과 걱정과 책임감과 부담감도 진솔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공감되는 구석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마음의 아픔을 경험하고 있기에 심리상담을 받고 있거나 알아보고 있는 분들께도 강력 추천하고 싶습니다. 위대한 다섯 영웅의 치유, 회복, 성장의 여정이 여러분들께도 귀한 영감과 희망을 전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충분히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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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KBS 한국어능력시험 한 권으로 끝내기 - KBS 한국어능력시험 전문 강사 집필 도서로 한 번에 끝내기
노수경 엮음 / 시대고시기획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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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는 제법 합니다. 학창시절에도 좋아하는 과목이었고 수능 성적도 괜찮았습니다. 지금도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을 참 좋아하죠. 코로나 시국을 맞아 활동의 폭이 줄어들면서 남는 시간에 무엇을 하면 알차게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이런 생각이 이르렀습니다. "자격증을 따보자!" 제가 잘 하거나 좋아하는 영역에서 취득할 수 있는 자격증들을 찾기 시작했고 그 중 반가운 자격증을 만났습니다. "이거다." 바로 'KBS 한국어능력시험'입니다. 이에 시험에 도전하기로 결정했고 간단한 공부계획을 앞서서 이미 포스팅한 바 있습니다.

취업 및 승진에도 활용하며 대학입시에도 활용 가능하다고 합니다. 부사관 모집에도 가산점이 부여되더라고요. 채용 가산점 부여회사로는 언론사와 공기업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구체적인 채택기관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시험의 경우 5지선다형 객관식 100문제가 출제되며 2시간동안 진행됩니다. 다량의 문제가 출제되는 만큼 몇 가지 영역으로 구분해볼 수 있습니다. 읽기, 어휘, 듣기·말하기, 창안, 국어문화, 아법, 쓰기가 그것입니다. 국어를 공부한다는 것은 굉장히 막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시험이라면 말이 달라지죠. '시험', 그것도 '객관식 시험'인 만큼 전략적이고 효율적인 공부가 필요합니다. '시험에 나오는 것'을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학습계획입니다.

8월 16일 시험을 접수하고, '시대고시기획'에서 출간된 <2121 KBS 한국어능력시험 한 권으로 끝내기>로 4일째 공부중입니다. 처음에는 꽤 막막했는데, 기본서를 정하여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한 이후로는 만족스럽게 시험준비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은 '강약조절'입니다. 이 책은 분권 가능한 2개의 책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두꺼운 1권과 상대적으로 얇은 2권인데요, 그 기준은 '시험에 나오는 비중'이라고 합니다. 적당한 점수를 원하는 수험생이라면 1권만 공부해도 좋지만 고득점을 원하는 수험생이라면 2권까지 공부하면 된다고 합니다. 또한 전반적인 구성 또한 '시험에 나오는 것' 위주로 선별하여 구성하였다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이에 '중요한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의욕적으로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각 챕터의 구성은 심플합니다. 먼저 기본이론을 설명하고 암기할 목록을 중요도 표시와 함께 보여줍니다. 이후에 4~10문제의 예제를 풀어보며 배운 내용을 확인하고 연습할 수 있죠. 구성이 좋았습니다. 중요한 내용을 별표시로 강조해줘서 선별적으로 암기할 수 있었고, 이론과 문제의 연계성도 뛰어났습니다. 공부하는 재미가 느껴졌죠. 자격증 취득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배우고 익힘으로써 '더 잘 말하고', '더 잘 쓰는' 사람이 될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더욱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2개의 분권 뿐만 아니라 '30분만에 정리하는 어휘·어법'이라는 이름의 작은 소책자도 제공됩니다. 시험장에 들어갈 때 마지막 복습용으로 챙겨기가 딱 좋은 소책자였습니다. 특히 이 소책자를 대상으로 저자직강 강의도 제공됩니다. 이 점이 이 책이 가진 또 하나의 장점입니다.

강의는 요기↑에서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KBS 한국어능력시험을 준비하는 초심자를 위한 가독성 좋고 구성이 효율적인, 훌륭한 기본서입니다. 이 책으로 이론을 공부한 후, 적당한 기출문제집을 구해서 익힌다면 충분히 고득점 달성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요즘 수험서에 흔히 제공되는 'X일 완성'과 같은 수험가이드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꼭 필요한 것은 아니고 수험생 각자의 상황에 따라 정하면 되는것이기는 하지만, 나름의 기준으로 삼고 탄력적으로 조절해서 공부계획을 수립했던 저로서는 살짝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시간 당 15~20페이지씩 하루 2시간씩 공부하여, 15~20일간 풀어나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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