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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오류들 - 고장 난 뇌가 인간 본성에 관해 말해주는 것들
에릭 R. 캔델 지음, 이한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7월
평점 :
"그때는 알지 못했죠. 우리가 무얼 누리는지. 거릴 걷고 친굴 만나고 손을 잡고 껴안아주던 것. .... 우리가 살아왔던 평범한 나날들이 다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버렸죠. 당연히 끌어안고 당연히 사랑하던 날 다시 돌아올 때까지 우리 힘껏 웃어요"
이적의 노래 <당연한 것들>가사 중 일부입니다. 우연히 흘러나오는 노랫말을 듣게 되었고, 어떤 상황을 의미하는지 금새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당연히 거릴 걷고, 당연히 친구를 만나고, 손을 잡고 껴안고 소소한 일상과 애정을 나누는 것이 조심스러워지는 상황을 맞게 돼서야 우리는,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깨닫곤 합니다.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게 되었을 때 비로소, 그것이 가진 의미를 알아차리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이 모든 아쉬움에 공감하는 우리의 마음, 그 마음은 과연 당연한 것일까요?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게 만드는, 우리 안의 작은 우주 '마음'. 그 마음의 소중함을 우리는 너무 간과하며 살아온 것 아닐까요?
11 자의식은 우리가 누구이며 왜 존재하는가 하는 질문으로 우리를 이끈다. 각 사회의 기원을 설명하는 수많은 창조 신화들은 우주와 그 속에서 우리의 위치를 설명하기 위해 발명되었다. 존재에 관한 이런 질문들에 답하려는 행위야말로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다.
'에릭 캔델' 박사는 뇌과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만큼 유명한 세계적인 뇌과학자입니다. 뇌와 신경세포, 기억과 무의식 연구에 평생을 바쳤으며, 2000년에는 학습과 기억의 신경학적 매커니즘을 밝힌 공로로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대표작인 <기억을 찾아서>는 인간 삶을 구성하는 핵심요소인 '기억'의 기원과 매커니즘을 밝힌 책으로, 정재승교수님을 비롯 국내외의 많은 전문가들이 강력하게 추천하는 저서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 과거에 애릭 켄델 박사님의 책을 비롯한 뇌과학에 관한 책을 읽고 지식을 넓히며,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의 폭을 확장시킬 수 있었습니다. 나와 타인과 세상을 바라보는 이해의 가능성을 넓힘으로써, 세상과 삶을 한껏 관대하게 포용할 수 있게 되었죠. 뇌과학의 배움은 저의 독서 여행에 있어서 가장 유익하고 의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뇌를 연구함으로써 사람과 마음에 관한 지식을 전해주던 저자가 이번에는, 겉으로 보이는 마음 이면의 세계를 관찰한 기록을 들고 찾아왔습니다. 책 <마음의 오류들>입니다. '고장 난 뇌가 인간 본성에 관해 말해주는 것들'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이번 연구의 과제는 정신질환입니다. 자폐증, 우울증, 양극성장애, 조현병, 치매, 파킨슨병, 불안,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중독과 같은 질환들이 이 책에서 다루는 영역입니다. 흔히 '뇌 질환'이라고 하면 극복해야 할 장애에 불과한 것으로만 여겨집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삶의 소소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되었듯, 첨단 기술을 활용해 뇌의 문제들을 섬세하게 살펴보는 과정에서 '뇌'와 '인간'과 '삶'에 관한 새로운 통찰을 이뤄낼 수 있지 않을까요? 코로나가 언택트 기술의 새로운 활용 가능성을 제시했듯, 당장은 불편하기만한 뇌질환이지만 생긱지못한 새로운 능력의 활용 가능성을 열어주지는 않을까요? 책 <마음의 오류들>, 그런 책입니다. 나날이 발전해가고 있는 최신 뇌과학기술을 활용해 각종 정신질환의 뇌과학적 매커니즘을 살펴봅니다. 이를 통해 인간에 대한 이해를 확장할 수 있는 여지를 살펴보죠. 한편 이러한 질환들이 의외의 능력일 키워줄 수 있음 또한 밝힙니다. 바로 '창의력'입니다. 무의식과 의식의 경계가 상대적으로 흐릿한 조현병 환자들이 무의식을 반영한 창의적 예술작품을 창작할 수 있듯이 말입니다. 에릭 캔델의 저서가 늘 그랬듯 무척 흥미롭습니다. 재밌습니다. 그리고 유익합니다. 사람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인 에릭 캔델은 유대인입니다. 히틀러 치하의 빈에서 굴욕적인 어린시절을 보냈죠. 이후 인간에 대한 깊은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어떻게 인간이 그렇게 쉽게 악의 구렁텅이에 빠져들 수 있는지 의문스러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저자의 책에서는 늘 인간을 향핸 깊은 애정과 진심어린 연민이 묻어납니다. 뇌과학에 관심이 있는 분들, 인간을 향한 애정과 호기심을 가진 분들, 스스로와 타인을 향한 이해의 폭을 확장하기를 기대하는 분들께 강력하게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캔델의 책을 읽고나면 늘 스스로와 타인을 향해 한 걸음 더 관대해진 저 자신을 발견하고는 합니다. 여러분께도 그랬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