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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한 게 아니라 섬세한 겁니다 - 뇌과학자가 말하는 예민한 사람의 행복 실천법
다카다 아키카즈 지음, 신찬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8년 3월
평점 :
품절
예민한 뇌과학자가 말하는 예민함 이야기
여기 한 뇌과학자가 있다. 이름은 다카다 아키카즈. 1935년 시즈오카현 출생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주립대 조교수, 하마마츠의과대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동 대학 명예교수로 있으며 혈액학, 생리학, 대뇌생리학의 전문가이다. 그리고 외부 자극에 쉽게 반응하고 타인의 반응을 지나치게 신경쓰며, 심지어 종종 3살 때의 일을 떠올리며 자책하던 예민한 사람이다. 즉 예민한 뇌과학자이다. 그런 그가 예민함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민망하고 부끄러울 수 있는 자신의 기질과 에피소드를 담담하게 고백하고 뇌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예민함을 해석하며, 예민함을 바탕으로 삶을 긍정적으로 가꿔나갈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한다. 그리고 말한다. 예민한 게 뭐 어때서요? 예민한 게 아니라 섬세한 겁니다!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
이 책 '예민한 게 아니라 섬세한 겁니다' 는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굴어?', '나는 왜 이렇게 예민할까' 처럼 흔히 예민함은 부정적인 성향으로 타인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받아들여지고는 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관점을 뒤집는다. 1장 '당신은 예민한가요?'에서는 예민함의 일반적 특징을 짚어본다. '한 번에 많은 일을 감당하기 힘들다', '항상 자신을 탓하기 바쁘다', '마음이 남들보다 잘 흐트러진다', '스트레스로 컨디션을 망치기 쉽다'등 예민한 사람들이 경험하는 일반적인 문제 상황들을 짚어본다. 2장 '예민하다는 것은 무엇일까요'에서는 예민함을 뇌과학적 관점으로 짚어보고, 예민함에 대한 통념적 관점을 뒤집는다. 3장 '예민하다는 게 뭐 어때서요?'에서는 예민함으로 인해 흔히 경험하는 문제 상황에 대한 대응방법을 제시하고, 나아가 예민함을 수용하고 활용함으로써 자기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음을 주장한다. 평소 스스로 예민하다고 느끼는 분들께, 그래서 고통을 경험하고는 하는 분들께 이 책의 독서는, 자신의 특별함을 사랑하고 행복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색다르고 유익한 경험이 될 것이다.
쉽게 흔들리는 사람들
28 일이 잘 풀려도, 생각보다 최악의 경우가 아니어도 사소한 잘못을 들춰내어 자신을 탓하기 바빴다. 걱정을 사서 한 것도 모자라 불려서 한 셈이다. 그러다 보니 상대에게 화를 드러내지 못했다. 감정의 칼날은 항상 나 자신을 향해 있었고 모든 고민을 마음속에 쌓아두는 나날을 보냈다.
40 예민한 사람은 남이 볼 때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일에도 신경을 즉각적으로 곤두세우고 격하게 반응한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자극에 쉽게 반응하는 것은 아니다. 자극에 쉽게 반응해서 정신적으로 피로함을 자주 호소하니 모든 자극에 일일이 반응할수는 없다. 다만 느껴도 반응하는 모습을 안 보일 뿐이다. 그러나 마음은 항상 까맣게 타 있다.
62 나처럼 예민한 사람은 주변의 끊임없는 자극이 일종의 공격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다소 독선적이고 일방적으로 일을 매듭짓곤 했다. 나름의 대책이었지만 이런 방식은 마음에 부담을 주기 마련이다.
'긍정적인 마음을 가져', '좀 웃어봐.' 말은 참 쉽다. 하지만 마음의 반응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이미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기 마련이다. 예민하지 않은 사람들의 무심한 한마디와는 달리, 예민한 사람들의 마음은 그렇게 간단하게 뒤집기가 어렵다. 그리 나쁘지 않은 상황에서도 자신의 잘못과 아쉬움을 발견하고 후회와 자책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또 주변의 자극에 쉽게 반응하며 그만큼 정신력이 고갈되어 피로감을 느끼는 경우도 잦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자신을 타인과 다르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예민함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게 되는 것이다.
관점의 전환, 예민함이라는 선물
40 예민함은 자극에 대한 뇌의 처리능력이 높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생각의 각도만 바꿔도 느낌이 확 달라진다. 즉, 예민한 사람은 사소한 차이도 느낄 수 있어 위험을 잘 감지하며 그 상황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바로 간파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79 힘들어하는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누군가를 탓하거나 후회하는 일이 아니다. 오랫동안 봉인되었던 실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따뜻하게 감싸주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84 예민한 사람은 사소한 차이에도 잘 반응하며 그것을 표현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예민하지 않은 사람은 느낄 수 없는 것, 보이지 않는 세계가 예민한 사람한테는 잘 보인다. 아름답고 맛있는 것을 남들보다 몇 배 더 잘 느낄 수 있는 능력이다. 남들보다 인생을 더 즐길 수 있는 선물이다. 거짓말 약간 보태서 눈을 뜬 것과 감은 것의 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예민함은 부정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당장의 부정적 관점으로 위험을 예민하게 자각함으로써 문제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즉 단기적 부정이 장기적 긍정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편으로 외부세계를 향한 예민함을 내면세계로 돌림으로써 자신을 보다 섬세하게 돌볼 수 있다.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자신을 보듬으며 상처입은 마음을 돌봐줄 수 있다. 예민한 감각으로 세계를 바라봄으로써 삶을 다채롭고 풍성한 감각으로 채워나갈 수 있다. 남들은 알아차리지 못하는 작은 것 속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그것을 일상의 구석구석에 차곡차곡 쌓아나갈 수 있다. 그렇게 자신의 세계를 아름답게 가꿔나갈 수 있다.
예민한 나의 무기, 쓰기
98 남들과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고통은 어쩌면 감수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고통이 있었기 때문에 오사무가 있었고 반 고흐가 있었다. 그들에게 예민함이나 섬세함이 없었다면 그런 감동적인 작품도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111 당신이 무엇에 예민하게 반응하는지 찾았다면 어디서 어떤 식으로 예민하게 반응하는지 분석해보자. 나는 그 날 일어났던 일과 자신의 상태를 적어보기를 추천한다. 갔던 장소, 먹은 음식, 만난 사람 등 그때의 상황이나 기분을 일기나 메모 형식으로 남기는 것이다.
142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어떻게 하면 자극을 외부로 잘 배출할 수 있을지 여러 방법들을 찾아보았다. ... 그 중 바로 실행이 가능하고 시간 대비 효율이 좋은 방법이 있다. 바로 그때마다 떠오르는 생각들을 메모하는 것이다.
저자는 3부에서 예민한 사람이 스스로를 돌보기 위한 여러가지 실천법을 제안한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이 바로 '메모'였다. 저자는 메모의 두 가지 장점을 제시하는데 '자기이해'와 '배출'이 그것이다. 우선 예민한 반응이 나타날 때마다 스스로 자각하고 구체적인 상황과 내용을 기록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조건과 반응을 포착하고 불편한 상황을 예방하거나 선제대응하는 등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관리가 가능해진다. 메모의 또 다른 기능은, 빈번하게 포착되는 자극으로 인한 내면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자극으로 인한 '느낌'이나 '생각'이 일어났을 때 이를 즉각적으로, 적극적으로 기록하기를 권한다. 이를 통해 자극의 찌꺼기를 배출하고 내면의 평온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이 책을 읽기 전부터 내가 해오고 있는 생활이기도 하다. 나는 자극으로 인한 생각이 빈번하게 나타나며 일상의 목표를 지속적으로 추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는 한다. 그런데 메모를 시작한 이후로 이러한 문제를 상당부분 개선할 수 있었다. 떠오른 생각을 간략하게 기록하는 것 만으로도 일종의 '해방감'을 느꼈고 다시금 당면한 목표로 되돌아올 수 있었다.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나의 경험을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고,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쓰기를 통한 해방을 이어나가야겠다고 다짐했다.
나의 예민함으로
176 '예민함'은 '주의 깊은, 섬세한, 배려심 깊은' 등의 의미와 통한다. 예민한 당신은 주의 깊은 사람, 배려 깊은 사람, 섬세한 사람이다.
이 책의 8페이지에는 스스로 예민한 사람에 해당하는지 확인해볼 수 있는 22개의 체크리스트가 있다. 나는 그 중 21개에 체크를 했고, 1가지 항목에만 체크를 하지 않았다. <"예민하다", "내성적이다"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가 그것이다. 아마 내가 스스로 이러한 성향을 드러내지 않도록 애쓰며 살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오랫동안 나는 나의 예민함을 부정해왔다. 아니, 회피해왔다. 이를 소멸시켜야 할 '질병'처럼 여겼고 타인에게 이러한 기질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썼다. 하지만 이제는 당당하게 말하고자 한다. 나는 예민하다. 누구의 시선에도 관계없이 나는, 이런 내가 온전하게 좋다. 나의 보석같은 예민함으로, 나를 돌봐주고 타인을 이해하고 세상을 발견할 것이다. 나답게 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