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의 심리학 - 온전한 나로 살기 위한
박선웅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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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겨울 저는 깊은 절망에 빠져 있었습니다. 반복되는 수험실패와 인간관계의 단절속에 자기혐오는 극에 달했고, 스스로를 비난하고 저주하는 자기학대의 나날들이 매일같이 반복되었습니다. 몸은 무기력했고 정신은 혼란스러웠으며 마음은 피폐해졌죠. 더 큰 문제는 그 혐오가 오로지 나 자신을 향하는데만 그치지 않았다는겁니다. 나의 힘듦을 제대로 알아주지 못하는 주변 사람들을 향한 미움, 나아가 세상과 삶 자체를 향한 염세와 냉소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삶이 이토록 고통스러운 것이라면 굳이 아등바등 억지로 살아가야 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관건은 '의미'였죠. "이 고통을 감수할 만큼 삶은 의미있는 것일까?" 의미를 찾아야 했습니다. 허나 이미 학습된 무기력에 단단히 지배당한 당신의 저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았죠. 합격을 향한 조급함과 강박속에 '내가 좋아하는 것'을 잊고 살아갔던 탓에 당장 원하는 것이 떠오르지도 않았습니다. 다행이도 그와중에 자발성을 일깨울 작은 불씨가 살아있었습니다. 바로 '호기심' 입니다. 어린시절부터 저를 자발적으로 만들고, 저로 하여금 '살아있다'는 느낌을 체험하도록 이끌었던 '내면의 힘'입니다.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마음과 심리에 관한 책들이 시작이었죠. 뇌와 인지과학, 철학에 관한 책으로 관심을 확장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느순간 입이 근질근질해지기 시작하더군요. 말하고 떠들고 싶어졌지만 이런 딱딱하고 재미없는 이야기를 공유할만한 사람은 없었죠. 그래서 쓰기 시작했습니다. 마음이 한결 개운하고 맑아졌습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쓴다는 것은 저에게 있어 아주 즐거운 취미가 되었죠. 무의미한 삶에 하나의 의미가 시작된 것입니다. 읽고 써나가는 과정에서 의식은 점점 또렷해졌습니다. 묵혀뒀던 감정들이 드러났고 생기를 되찾아갔죠. 그렇게 저는 삶의 의미를 하나씩 하나씩 더해나갈 수 있었습니다. 저에게 있어 '읽기'란 무엇이었을까요? 또 '쓰기'란 무엇이었을까요? 이제와 돌이켜보니 그 모든 순간에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쓰기'는 단지 책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있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책을 읽은 저 자신에 대해 더 많은것을 보여주었죠. 책은 단지 마중물이었을 뿐, 저는 저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 모든 치유와 회복의 과정 속에 '이야기'가 있었던 것입니다. 책 <정체성의 심리학>이 저에게 일깨워준 오래된 사실입니다.

<정체성의 심리학>은 진정한 자신을 찾는 방법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왜 그래야 할까요? 정체성을 획득한 뒤에야 비로소 삶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결정하고, 그 결과를 책임있게 받아들이며, 이 모든 과정을 통해 깊어진 자기이해를 바탕으로 더 나은 선택을 하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정체성을 갖춤으로써 우리는 자유로운 선택을 하고 그 책임 또한 받아들이는 진정한 삶의 주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정체성'을 획득할 수 있을까요? 저자는 자신의 삶을 '이야기'로 바라볼 것을 제안합니다. 누구나 살다보면 마음갖지 않은 시절을 경험하곤 합니다. 고난이 반가울리 없습니다. "도대체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이 닥치는거지?"라고 한탄하며 세상을 비난하고 자신을 비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삶을 '이야기'로 바라본다면 관점은 극적으로 달라집니다. 도전이 없는 모험을 상상할 수 있을까요? 고난이 없는 성장을 떠올릴 수 있을까요? 이야기 속 주인공이 도전과 고난에 맞닥뜨리는 장면을 보았다면, 관객들은 비난과 야유를 보낼까요? 아니면 극복과 성장을 응원할까요? 우리와 타인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또한 그렇습니다. 특히 우리 자신의 삶을 하나의 '이야기'로 인식하고 해석할 때 우리는 스스로를 더욱 깊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으며 확고부동한 정체성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삶의 주체로서 적극적이며 명랑하게 삶을 이끌어나갈 수 있게됩니다. 저자는 이처럼 우리의 삶에서 정체성이 중요한 이유를 설명하고, 정체성을 갖춘 인간으로 거듭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합니다. 

우리가 가져야 할 삶을 향한 태도와, 구체적 실천방법을 통해서 말입니다. 삶의 의미를 찾기위해 방황하는 분들께, 더 나은 자신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하는 분들께, 자신을 이해하고 수용하고 사랑하기를 바라는 분들께, 자기사랑을 넘어 타인과 삶을 향한 사랑으로까지 나아가기를 기대하는 분들께 강력히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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