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를 읽는 시간 - 나의 관계를 재구성하는 바운더리 심리학
문요한 지음 / 더퀘스트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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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럴줄 알았다. 그 날의 발표는 시작부터 조짐이 좋지 않았다. 이런저런 과제로 해야할 일들이 쌓여있었고 중간고사 준비로 분주했다. 팀발표가 아닌 개인발표였기에 완성도에 대한 부담감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래서 미뤘다. 대강의 초안만 미리 짜두고 발표 전 날 밤을 새서 준비하기로 계획했다. 자료조사와 PT 작성을 서둘렀고 대강의 그림이 그려졌다. 이제 세부내용을 다듬고 발표 흐름을 익히기만 하면 끝난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술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굳이 꼭 갔어야만 하는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전 몇차례의 거절이, 그 날 친구의 상황이 나를 거절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갑작스런 술자리가 끝나고, 그렇게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허겁지겁 발표흐름을 짚어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조급한 마음과 부족한 잠은 정신을 뒤흔들었다. 아무것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게 발표가 시작되었다. 호흡은 가빠오고 동공은 커지고 손은 떨리며 땀은 뻘뻘 흘렀다. 호흡을 가다듬고 내용에 집중하려 마음을 다잡을 무렵, 청중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타과 수업이었기에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평가적이고 부정적인 시선이 느껴졌다. 마음은 더 긴장되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10월의 힘빠진 모기처럼, 바들바들 떨며 겨우 발표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왔다. 그 날의 충격은 생각보다 커서, 한동안 발표를 앞둘 때마다 걱정과 불안에 시달리기도 했다. 지금은 괜찮다. 그 날의 실패는 뼈저린 교훈을 주었고, 성장의 계기가 되었다. 성공의 경험이 쌓였고 더는 무대가 두렵지 않다.

나의 원형, 나의 바운더리
244 최초의 관계는 하나의 '원형'이 되어 끊임없이 비슷한 관계를 찍어낸다.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비슷한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 것이다. 이러한 관계의 틀을 애착이론가들은 '내적작동모델'이라고 한다. 같은 벽돌을 찍어내는 벽돌의 틀이 있는 것처럼 관계 역시 비슷한 관계를 만들어내는 관계의 틀이 있는 셈이다. 그러므로 틀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유사한 관계를 만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말이다. 나는 왜 그 술자리를 거절하지 못했을까? 돌이켜 보면 그랬다. 나는 지나칠정도로 거절을 하지 못하며 살아왔다. 거절을 함으로써 내가 겪을 몸의 불편보다는 상대가 느낄 마음의 불편을 더 걱정했다. 다른 한편, 나는 왜 청중의 평가적 시선에 그렇게도 불안해했을까? 누구나 그렇긴 하다. 하지만 나는 정도가 심했다. 10명의 호의적 시선에 기뻐하지 못하고 1명의 부정적 시선에 흔들렸다. 그 한 명이 부정적이라는 것도 순전히 나의 추측에 불과한데 말이다. 사건을 경험한 뒤에도, 10개의 긍정적 에피소드를 자랑스러워하기보다 1개의 속상한 에피소드를 아쉬워했다. 대화를 나누더라도 10개의 적절한 말을 기억하기보다 1개의 말실수를 자책했다. 왜 그랬을까? 왜 거절하지 못하고 눈치를 보았을까? 내가 좋은 사람이어서 그럴수도 있다. 상대의 입장을 헤아리는 거다. 상대의 마음을 걱정하는 거다. 그러니 나의 마음보다 상대의 마음을 앞세우며 감정을 소모했을 거다. 그런데 과연, 나는 상대의 마음을 더 걱정했을까? 내가 걱정했던 것은 상대방의 마음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에 비친 나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그것이 우리의 '관계'에 미칠 영향이 두려웠던 것은 아닐까?

EBS 스페이스 공감 - 989회, 김창기 - 내 머릿속의 게임(시인 김경주 추천곡)

자아의 경계, 바운더리
63 바운더리는 '인간관계에서 나타나는 자아와 대상과의 경계이자 통로'를 말한다.

<관계를 읽는 시간>은 정신과 전문의가 바라본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고민하고 있을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과학적 근거와 창의적 해석으로 풀어냈다. 핵심 키워드는 '바운더리boundary'다. 인간관계에서 '나'와 '나 아닌 것'을 구분하게 하는 자아의 경계이자, 관계의 교류가 일어나는 통로다. 바운더리의 핵심 기능은 '보호'와 '교류'다. 자신을 돌보면서도 상대의 친밀해줄 수 있는 든든한 힘은, 건강한 바운더리로부터 시작된다. 저자는 이 '바운더리'를 바탕으로 자신을 돌보고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구체적 방향을 제시한다. 1부에서는 바운더리의 개념과 발생과정을 설명한다. 2부에서는 바운더리의 문제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현실적 문제들을 4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살펴본다. 3부와 4부에서는 건강한 바운더리를 위한 다섯가지 구성요소와 구체적 개선방법을 제안한다. 가족, 친구, 애인, 조직생활에서의 건강한 인간관계를 바라는 분들께 의미있는 배움의 시간이 될 것이다. 중요한 한 가지를 빼먹었다. '나 자신과의 관계'다. 적어도 나에게는, 이 부분에서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

무기력한 순응속에 놓쳤던 자아
133 거절이나 자기 주장을 잘 못하는 것보다 심각한 문제는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 기호, 취향을 '잘 모른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자아의 분화'를 기준으로 순응, 돌봄, 방어, 지배형의 4가지 '역기능적 관계'를 제시한다. 이는 절대적이고 고정적인 것은 아니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또는 상대를 바꿔가며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지난 관계를 돌이켜보며 모두 다 일정부분 경험해본 적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특히 와닿았던 것은 '순응형'이다. 나는 거절을 잘 하지 못한다. 상대의 힘들어하거나 실망해하는 표정을 마주하는 것이 굉장히 불편하다. 누군가와 불편해지는 상황 자체가 불편하기도 하다. 이는 '사고'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반사적으로 일상의 여러 부분에서 영향을 미쳐왔다. 가장 큰 단점은 몸이 힘들다는 것이다. 지나친 업무량을 떠맡거나, 상대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 과도한 완성도를 추구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체력이 고갈되기 일쑤였다. 여러명의 의견을 절충하고 결단을 내려야만 하는 상황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머리에 과부하가 오기도 했다. 이 모든 일상의 불편함보다 큰 문제는 '자아'의 경계를 세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나의 감정, 기호, 취향을 쫓기보다는 타인의 의견을 우선시하다보니, '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실천하지 못했다. 아니,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했다. 나의 '우리'에서 '너'는 있되, '나'는 없었다. 이를 희미하게 깨달은 얼마 전부터 스스로와 대화하는 기회를 늘려가고 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하는지, 원하는지를 발견하고 행동하는 경험에 뛰어들고 있다. 자연스레 '자아의 경계'가 또렷해지는 것을 느끼며 삶의 기쁨 또한 늘어가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이번 독서는, 나의 과거를 수용하고 현재와 통합하며 미래를 희망할 수 있게된 의미있는 성장의 계기가 되었다.

상처가 선물해줄 우리의 단단함
91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에게는 '적절한 애착손상'이 필요하다. ... '적절한 애착욕구의 좌절'은 세상을 헤쳐나갈 독립심을 주고, 자아 중심성에서 벗어나 상호적인 관계를 맺어갈 기초가 되고, 대상의 좋은 면과 안 좋은 면을 바라보고 통합할 수 있는 시야를 준다. 좌절은 발달의 중요한 요소다.

저자의 '바운더리'이론은 '애착이론'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어린 시절에 형성된 애착이 건강한 바운더리를 형성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애착. 심리학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보고 읽어봤을 것이다. 3세 이전 양육자와의 애착관계가 개인의 인격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긴 삶에서 개인의 성격과 대인관계를 좌우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저자는 애착이론을 인정한다. 그렇다면 3세 이전에 결정된 우리의 인격은 영원불변한 것일까? 손상된 애착은 치유될 수 없는 것일까?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누구도 '완벽한 부모'가 될 수 없으며, 오히려 '적절한 애착손상'이 필요하다고까지 말한다. 안정적 애착이란 끝없는 '단절-회복'의 경험으로 만들어지는 동아줄이지, 부모의 초인적 인내와 정성으로 한 번도 금가지 않고 빚어낸 도자기가 아니라고 말한다. 깨지고 회복되는 과정을 통해서 담금질되는 굳건한 중심이라는 이야기다. 애착이 회복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있다. '어렵지만 가능하다'정도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처럼 단호하고 분명한 은유로 희망을 이야기하는것은 처음 만나보았다. 가만 생각해보면 인간의 성장이란 그런 것이다. 무균실에서 자라난 아이의 면역이 세균에 쉽게 무너지듯, 실패와 좌절의 경험이 없이 자란 이가 회복탄력성을 갖추기 어렵듯 말이다. 고대부터 이어져 온 신화와 전설 속 영웅들의 서사가, 반드시 시련과 고난의 과정을 담고있듯 말이다. 이 책에 담긴 순응, 돌봄, 방어, 지배의 역기능적 요소에 공감하는 이들이라면 축하한다. 우리는 남들보다 많은 '성장의 자원'을 갖고 있는 셈이다. 무질서하게 흩어졌던 상처의 조각들이 '의미'라는 이름아래 통합될 때, '회복'과 '성장'의 모험은 시작될 것이다. 

용감한 '세계의 상실'을 위하여
아이는 순진무구요 망각이며, 새로운 시작, 놀이, 제 힘으로 돌아가는 바퀴이며 최초의 운동이자 신성한 긍정이다.
그렇다. 형제들이여, 창조의 놀이를 위해서는 신성한 긍정이 필요하다. 정신은 이제 자기 자신의 의지를 의욕하며, 세계를 상실한 자는 자신의 세계를 획득하게 된다.
-프리드리히 니체, 정동호 역,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p. 41


익숙치 않을 것이다. 익숙한 방식을 내려놓고 새로운 관계에 뛰어든다는 것이 두려울수도 있다. 미분화된 자신을 독립시키고 스스로 우뚝 서는 일, 과분회된 자신의 단절을 인정하고, '우리'로 연결되는 일 모두 말이다. 하지만 저자의 말대로, 무언가에 도전하는 사람은 두렵지 않아서가 아니라 두려움보다 더 큰 가치를 만났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기 자신이 되는데 늦은 때는 없다. 내면의 욕구, 재능, 가치에 귀를 기울이며 건강한 '자기 세계'를 조각해나갈 수 있기를, 그렇게 건강한 '너의 세계'와 마주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하며 응원한다. 용감하게 세계를 상실하기를, 반갑게 세계를 획득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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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 콘서트 (개정증보판) - 우리가 살면서 한 번은 꼭 읽어야 할 천문학 이야기
이광식 지음 / 더숲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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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설악산에 다녀왔다. 교통체증을 피하기 위해 자정을 갖 넘은 이른 새벽에 일찌감치 집을 나섰고 해 뜨기 전의 늦은 새벽, 산 아래 주차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차 문을 열자마자 예상치 못한 한기에 깜짝 놀라 움츠러들었지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 뒤에는 경외감에 휩싸였다. 수 많은 별들이 하늘을 빛내고 있는 광경은 살을 찌르는 추위를 잊게 만들었다. 아름다웠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늘 그자리에 있었으나 알아보지, 알아차리지 못했던 별들. 나의 과거, 소중한 관계, 연결된 세계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확장된 관점은 이내 우주로 뻗어 나갔다. 우주, 나의 우주. 하나뿐인 나의 우주.

<천문학 콘서트>는 제목 그대로 우주에 관한 책이다. 코페르니쿠스, 케플러, 갈릴레오, 뉴턴, 아인슈타인 등 익히 알려진 천문학계 영웅들의 이야기에서부터 기본적 물리이론과 광활한 천문역사까지, 흥미로운 우리 우주와 관련된 방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개인적으로 우주에 관해서는 문외한에 가깝다. 그래서인지 모든 내용을 소화시키지는 못했다. 하지만 독서의 과정은 내내 흥미로웠다. 사례와 이야기 중심의 전개가, 용어에 대한 낯설음이 주는 불편감을 대폭 낮춰주었기 때문이다. 우주의 이야기임과 동시에 삶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읽는 내내 기대감과 호기심과 인간적 공감을 경험할 수 있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우주를 향한 '사람'의 근원적 호기심이었다. 고대의 신화에서부터 현대의 우주론에 이르기까지, 치열한 탐구를 통해 세상를 향한 물음표를 던지고 가설이라는 상상력의 꽃을 피우던 영웅들의 이야기다. '올베르스의 역설'이라는 것이 있다. "밤 하늘은 왜 어두운가?"라는 질문이다. 너무나 당연하게 들리겠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꼭 그래야한다는 법은 없다. 오히려 어둡지 않은것이 이상할수도 있다. 우리는 우주가 무한히 넓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곳곳에는 별들이 가득 차 있다. 그렇다면 우리 눈에 비친 2차원의 하늘은 별들로 가득해야 한다. 그리고 그 별들로 밝게 빛나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눈에 비친 별과 별빛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상하지 않은가? 이것이 바로 독일의 천문학자이자 의사인 하인리히 올베르스가 제기한 '올베르스의 역설'이다. 물론 여기에는 물리학적 원인이 존재한다. 다만 놀라웠던 것은, 이 문제를 최초로 해결한 사람이 미국의 작가인 '에드거 앨런 포'였다는 것이다. 작가이며 동시에 아마추어 천문가이기도 했던 포는 1848년, "광활한 우주공간에 별이 존재할 수 없는 공간이 따로 있을 수는 없으므로, 우주공간의 대부분이 비어 있는것처럼 보이는 것은 천체로부터 방출된 빛이 우리에게 도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삶을 탐구하던 작가의 상상력이 우주와 만났을 때 피어난 영감이 아름답게 느껴졋다.  

이 책은 우주에 관한 책이다. 하지만 우주만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한 축에서 '인간'을 다룬다. 긴 우주사를 따라가는 과정에 '인간과 우주의 관계'가 녹아있다. 하나의 점에서 시작된 우주는 오늘도 팽창하고 있다. 먼 훗날 우주의 물질들은 빛으로 증발해 사라질 것이나, 우리는 그 전에 죽는다. 그러니, 조금은 덜 심각해져도 되지 않을까? 조금은 힘을 빼고 살아가도 되지 않을까? 잠깐, 그러다가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는 허무주의에 빠지고 마는 것 아닌가? 글쎄, 우리 우주가, 그 안의 행성과 지구와 물질들이, 생명과 인간과 우리 자신이, 나아가 지금 이 순간을 알아차리는 우리 의식이 얼마나 기적적인 확률로 존재할 수 있는지 알게된다면 그럴 수 없을 것이다. 새벽의 빛나는 별이 나에게 선물해준, 삶의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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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 스트롱 - 정전 상태에 빠진 두뇌를 리부트하자!
데이브 아스프리 지음, 정지현 옮김 / 지식너머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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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HF. 저탄수화물 고지방 다이어트를 의미한다. 몇 해 전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며 전문가들의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지방의 누명'이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처음 접했고 1~2년 전부터 나름의 방식으로 실천해오고 있다. 나름의 방식이라고 해봤자 코코넛 오일과 MCT오일을 활용하고 육류 섭취를 늘리며 글루텐을 제한하는 정도다. 탄수화물을 제한하는 것은 생활의 제약이 너무 심하기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내가 LCHF를 열심히 실천하지 않는 것은 성실함의 부족과 현실적 어려움 때문인 이유도 있지만, 사실 나는 저체중이다. 다이어트를 한다기보다는 체중을 늘리기를 기대한다. 내가 LCHF를 실천하기 시작한 것은 체중 때문이 아니다. '인지기능'과 '면역'의 개선을 기대한 이유다. 다니엘 에이맨, 존 레이티, 데이비드 펄머터 등 인지신경 전문가들의 저서를 읽고 식단-몸-뇌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믿게 되었고, 그들의 제안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운동, 양질의 지방 섭취, 글루텐 제한, 명상, 충분한 수면, 유산균의 복용 등이 그것이다. 그래서 효과가 있었냐고 묻는다면 그렇게 믿고 있다. 위의 실천 '만'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그렇게 믿고 있다. 만성적인 비염이 개선되었고 소화기능도 한결 좋아졌다. 몸의 에너지와 컨디션이 좋아졌으며 머리도 한결 맑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있다. "이러한 실천을 조금 더 미리 시작해왔라면" 하는 미련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기대감도 있다. "나의 몸과 뇌는 성장의 과정에 있으며 나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헤드 스트롱>은 나에게 보물과 같은 책으로 다가왔다. 앞서서 언급한 인지신경 전문가들의 이름은 이 책에서 종종 등장하며 인용된다. 저자 역시 그들의 이론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실리콘벨리의 기업가 출신이다. 원래부터 건강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 날 의사로부터 건강에 대한 심각한 경고를 받고난 이후 '바이오해커'의 길에 뛰어든다. IT전문가로서의 기질을 십분 발휘하여,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치열하게 분석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나름의 솔루션을 개발하게 되고 자신의 건강을 회복하기에 이른다. 체중은 50kg이나 감량하고 아이큐를 20이나 향상시키기도 했다. 그런 저자가 창시한 것이 바로 그 유명한 '방탄커피'다. 저자가 제안하는 솔류션을 따라가다 보면 몸과 마음과 감정이 가볍게 협동해, 기대 이생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고 한다. Bulletproof, 완전무결한 방탄의 상태다. 저자의 전작 <최강의 식사>가 '체중감량'에 중심을 두고 쓰여졌다면, 이 책은 몸의 효율적 상태, 특의 뇌의 최적화에 주안점을 두고 쓰여졌다. 몸의 기능과 인지능력을 극대화함으로써 실력과 성과를 끌어올리기를 바라는 분들께 흥미로운 독서의 시간이 될 것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키워드는 '미토콘드리아'였다. 우리 몸 속에서 약 1,000조개의 숫자에 이르며 생명 유지에 필요한 ATP를 생산하는 세포의 일부다. 사람의 일반적 세포이는 1,000~2000개의 미토콘드리아가 들어 있는 반면, 뇌와 망막과 심장처럼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기관에는 세포당 10,000개의 모토콘드리아가 존재한다. 생명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호흡마저 미토콘드리아가 ATP를 만드는 과정에서 요구되는 산소를 공급하기 위한 활동으로 보아야 한다. 우리 몸에서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는 미토콘드리아인 만큼, 미토콘드리아의 상태와 기능을 최적화하는 것이 '헤드 스트롱'의 관건이다. 저자는 다양한 과학적 근거를 들어 미토콘드리아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최적화를 위한 구체적 실천방법을 제안한다. 특히 식당과 라이프스타일과 보충제로 구성된 '헤드 스트롱 2주 프로그램'은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지침을 담고 있어, 당장의 적용을 위한 유용한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

개인적으로 명상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얻고 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명료한 사고와 중십잡힌 판단을 이끌어내는데 명상이 큰 힘이 되었다. 명상이 뇌의 기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이미 많은 과학적 근거를 통해 알려져 있다. 이 책에서도 명상이 복잡한 사고와 신체적 자각, 집중, 문제 해결과 관련 있는 뇌의 영역인 피질과 섬을 두껍게 만들어줌을 설명한다. 체네 염증을 줄이고 집중력과 안정적 정서를 지켜준다고 말한다. 여기까지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으나 이어지는 설명은 굉장히 흥미로웠다. 2013년 하버드 의대가 실시간 연구에 따르면, '이완반응'을 20분 동안 실시한 사람들이 고혈압, 불입, 우울증 증상이 개선되는 효과를 경험했고, 그 이유가 '미토콘드리아 에너지 생산과 활용이 개선되어 미토콘드리아 회복력이 촉진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분명히 짧은 명상을 하고 나면 몸에 생가기 도는 것 같은 자각을 경험한다. 그것이 미토콘드리아에 에너지를 주었기 때문이라니, 한결 기분이 좋아지고 힘이 생기는 느낌이었다. 앞으로의 명상에서 더욱 큰 에너지 상승을 경험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식단에서부터 운동, 수면, '미토콘드리아 명상'에 이르기까지 당장 삶에 적용하고 싶은 요소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몸과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어줄, 2주간의 프로그램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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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8-19 0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오해하지 않는 연습, 오해받지 않을 권리 - 타인이라는 감옥에서 나를 지키는 힘
김보광 지음 / 웨일북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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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당연하지. 당연한걸 왜 물어. 당연한데 이유가 어딨어. 당연한게 당연한거지."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을 만날때면 답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더욱이 상대의 당연함으로 나의 당연함을 부정하며, 그의 생각을 강요하려 들 때는 화가 치밀기도 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나의 당연함으로 상대의 당연함을 설득하려 하지만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답답함과 속상함을 느끼기도 한다. 단순한 '의견'의 차이를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은 '관계'의 문제다. 갈등을 적극적으로 다루려는 사람이 있고, 서둘러 자리를 피하는 사람이 있다. 자극에 대해 빠르고 강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있고, 느리고 섬세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있다. 애정을 갈구하며 끊임없이 사랑을 확인하려는 사람이 있고, 애정과 관계가 깊어지는 것에 대해 저항감과 불편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 이러한 기본적 반응의 차이는 관계의 다양한 순간속에서 갖가지 갈등으로 이어진다. 부부간에, 친구사이에, 사회와 조직에서 나타나는 관계문제의 배후에 이것이 숨어있다. 바로 '기질'과 '애착유형'의 차이다.

기질과 애착유형, 차이의 시작
이 책  <오해하지 않는 연습, 오해받지 않을 권리>는 관계의 갈등을 다룬 책이다. 젊은시절 학생운동을 함께 하며 만난 남편과 결혼생활을 이어가며 긴 오해와 갈등을 경험한 저자는, 남편과 함께 상처치유를 위한 공부를 시작하게 되고 3년여의 심리상담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관계를 회복하기에 이른다. 이 책에는 치유와 회복의 과정에서 저자가 배우고 깨달은 내용이 담겨 있다. 관계회복의 시작은 갈등의 원인을 이해하는데서부터 출발한다. 근본적 다름을 구분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기질'과 '애착유형'의 차이다. 저자는 '기질'의 차이를 '확대형'과 '축소형', '애착유형'의 차이를 '저항형'과 '회피형'으로 나누어 구분한다. 기질과 애착유형이 결합됨으로써 4가지 유형이 조합될 수 있다. 확대-저항, 축소-회피처럼 말이다. 저자의 경우에는 정반대의 성향을 갖고 있는 남편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이를테면 책을 보고 있는 저자에게 남편은 호감을 담아 "책 재미있어?"라고 묻지만 저자는 '책을 재미있게 봐야 한다'는 부담감과 불편감을 느꼈다. 저자는 책을 보고있는 자신을 그냥 지나치는 것이 도와주는 것인 반면, 남편에게 그것은 상대방에 대한 무시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이처럼 일상의 곳곳에서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 성향의 차이다. 자신을 수용하고 상대방을 이해함으로써 '건강한 관계'를 향한 첫 걸음을 내딛을 수 있다.

제한이 아닌 이해의 시작
17 남자라고 해서 남성 호르몬만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확대형은 확대적으로 발현될 유전적 요인을 더 많이 갖고 있을 뿐 축소적인 유전적 요인들이 없는 것이 아니다. 기질, 애착 성향은 같은 유형이라도 양육 환경에 따라 조금은 다른 양상으로 형성될 수 있으며, 더욱이 상대적이라는 관계의 특성상 드러내는 모습에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사람의 성향을 4사분면으로 구분한다는 것이 조금은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지나친 단순화와 일반화가 아닌가?"하는 의문이다. 사실 나는 이러한 구분 방식에 일정부분 불편함을 느낀다. 바로 사람을 '한계 짓는 경우'에 한해서다. "저 사람은 원래 저래. 나랑 안맞아." 라며 상대를 함부로 규정짓고 판단하거나, "나는 원래 이래. 거봐, 또 이렇잖아. 평생 이럴거야." 처럼 자신을 제한하고 자기연민에 빠지게될 우려 때문이다. 이는 관계를 쉽게 단절하게 만들고 관계의 지속과 자신의 성장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구분을 일반화하지 않는다. 특정한 성향을 갖고 있더라도 그것은 영속적이지 않으며 충분한 노력을 통해 변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특정 성향이 우월하다는 것이 아니라, 불안정 애착을 안정 애착으로 다듬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관계를 세우는 '반영'의 대화법
책의 2장은 '대화로 풀 수 없는 오해는 없다'는 주제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대화법을 다룬다. 상대의 마음을 반영하지 않고 방어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소통을 이루지 못하는 사례들을 나열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뜨끔했던 항목이었다. / 첫째, 질문하기다. "우리 부모님은 공부 잘하는 형만 쳐다보셨어..."라며 소외받았던 자신의 아픔을 이야기하는데 "아주버님이 그렇게 공부를 잘했어요?"라며 반문하는 식이다.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정보를 교환하려 드는 것이다. / 둘째, 일반화하기다. "우리 엄마는 오빠만 챙겼어"라는 투덜거림에 "그 세대 어머니들은 남아선호사상에 물든 세대라서 보통 그랬잖아"라는 식으로 일반화하는 것이다. 돌이켜보니 나도 종종 그랬던 것 같다. 나쁜 뜻은 아니었다. "너만 그런거 아니야"라고 일반화 함으로써 상대방이 불편한 마음을 벗어나기를 기대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치면 일반적이지 않은 일이 어디있을까. 특별한 일이 어디있을까. 나에게 일어난 모든 사건은 특별하다. 나에게 소중한 사람에게 일어난 모든 일 역시 나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나는 좁은 시야에 갇혀 황급히 모범답안을 제시하고 싶어했다. 책의 내용과 나의 기질에 비추어보건대, 상대의 감정을 받아들이기가 버거워 '회피' 성향이 발동했던 것 같기도 하다. / 셋째, 조언하기다. 시험에 떨어졌다며 속상해하는 친구에게 다른 학원을 추천하는 식이다. 감정의 버거움을 경험하고 있는 상대에게 새로운 과제를 안겨주고, 실패가 마치 상대의 잘못된 판단 때문인것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 얼굴이 달아오른다. 이것도 참 많이 했다. 고민을 들으면 해결사 이승엽이라도 된 양 해결책을 고안하기 위해 두뇌를 풀가동했다. 의견에 대해 상대가 개운치 않은 표정을 짓기라도 하면 "나는 상대방을 위해 애써 고민했는데.."라며 속으로 서운해하기도 했다.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좁은 시야와 습관적 패턴에 갇혀 대화하던 나를 돌아보며, '무엇이 중한지', 그래서 '어떻게 대화해야할지'에 대해서 깊이 고민해보게 되었다.

나의 그랬던 기질과 애착
224 축소 회피형들이 사람 만나기를 재미없어하는 건 '난 이렇게 하고 싶다'라는 말을 그때그때 솔직하게 못하기 때문이다. 가고 싶을 때 가겠다 말하고 보내고 싶을 때 그만 가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세상살이가 낯설고 관계가 어색한 축소 회피형은 그 서먹함을 극복하고자 애를 쓴다는 것이 또한 서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하기 싫은 일의 구분이 모호하고, 해야 할 일과 안해도 되는 일의 구분도 어렵다. 어떤 경우에는 달라져보겠다는 의욕으로 안 해도 되는 일인데 해야 하는 일로 알고 덤빈다. 겨우 해내고 나면 수고에 비해 성과가 없으니 허탈한 기분이 든다. 애썼음에도 실패했다는 좌절감과 수치심의 경험이 더 이상 시도하지 않을 구실이 돼버린다.

개인적으로 가장 근접하다고 느껴진 것은 '축소 회피형'이었다. 물론 확대형의 성향도 일정부분 갖고 있고 저항형의 반응도 많이 보여왔지만 지난 삶을 되돌아봤을 때 가장 긴 텀을 차지했던 것은 축소 회피형이라고 생각되었다. 나는 거절을 잘 하지 못한다. 나의 감정보다 타인의 기분을 더 많이 고려한다. 그렇게 살다보니 '내가 원하는 것'의 경계조차 흐릿해졌고 '내가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도 당연히 모호해졌다. 사람들을 만나서 왁자지껄한 시간을 가져도 해방감이나 시원함보다는 소진되는 느낌, 몸의 피로감이 더 컸다. 자연스레 모임과 만남의 기회도 줄어갔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나'에 주의를 기울이며 중심을 잡기 위해 애쓰고 있다. 타인과 나의 경계를 분명히 하며 내 안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찾아가고 있다. 기준과 기분에 따라 적절하게 거절하고 양해를 구하고 나중을 기약하려 한다. 눈치를 보며 휘둘리기보다는 나의 신념과 원칙에 따라 주장을 표하려 한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즐거워지기 시작했고, 좋은 사람들과 연결되는 기쁨을 늘려가는 과정에 있다. 저자의 사례들을 읽어나가며 나의 과거를 이해하고 공감했고, 인정과 수용을 통해서 더 나은 삶을(나의 기준에 따른) 가꿔나가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우리의 오해받지 않을 권리
회피로 가득했던 나의 삶을 직시한다. 아쉬움과 두려움을 떠올린다. 그러나 비난하거나 자책하지 않는다. 그럴수밖에 없었던 그 시절의 나를 이해하고 수용하고 사랑한다. 인정은 수용을 의미한다. 인정은 한계를 의미하지 않는다. 나의 상처를 수용했기에 너의 상처를 이해할 수 있고, 나의 불완전함을 기억하기에 너의 불완전함을 떠올릴 수 있다. 나의 성장을 믿어 의심치 않기에 너의 삶을 함부로 단정짓지 않는다. 때문이라며 자책하지 않는다. 덕분이라며 감사할 뿐이다. 나도 당신도 오해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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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우 지음 / 책들의정원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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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을 배우기 시작한 닥터 스트레인지는 자신의 학습능력에 마법을 더하여 놀라운 속도로 스스로를 성장시켜 나간다. 수도원 도서관의 책들을 놀라운 속도로 읽어나가는 장면은, 수험생들의 부러움을 자아냈을 것이다. 만약 그처럼 무시무시한 속도로 책장을 넘겨나가며 배움을 넓히고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능력을 배울 수 있다면, 당장 나부터 그의 앞에 무릎을 꿇으며 말할 것이다. "Teach me!"

그러나 그것은 판타지 영화 속 마법세계의 이야기다. 현실공부는 엉덩이로 하는 것이다. 진득하니 끈기있게 오래 붙들고 앉아있는 사람이 승리할 수 있는 곳이 수험의 세계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저자의 견해에 따르면 이는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끈기있게 공부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이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것이다. 무작정 꼼꼼히 정독하는 것은 학습효율도 떨어질 뿐더러 수험생 본인을 지치게 한다. '몰입독서'가 필요한 이유다.

이 책 <지금 혼자 몰입공부>는 '효율적 공부'를 다룬 책이다. '무의미한 육체노동'이 아닌, 적은 에너지로 많은 분량의 학습을 이뤄낼 수 있는 구체적 방법론을 담았다. 그 중 핵심이 바로 '빠르게 읽기'다. 학습은 보통 텍스트을 읽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같은 분량이라도 빠른 속도로 더 많이 이해할 수 있다면, 수험생활이 훨씬 가벼워질 것이며 합격 가능성 또한 높아질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효율적 읽기 전략'을 설득력 있는 근거와 구체적 활용방법으로 풀어낸다. 저자는 실제로 자신의 방법을 바탕으로 대입 수험생이나 고시생 등에게서 성적을 대폭 끌어올리고 합격으로 이끈 경험이 있다고 말한다. 더 잘 읽는 방법을 배우고, 합격을 향해 나아가기를 기대하는 수험생 분들께 유익한 독서의 시간이 될 것이다.

15 첫째, 가속학습은 자연스럽게 집중력을 유발하고 우리를 몰입의 세계로 안내한다. ... 둘째, 가속학습은 인지 능력을 증가시키고 기억력의 향상을 가져온다. ... 셋째, 가속학습은 이해력을 증진시킨다.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은 '정독'이 아닌 '속독'에 가깝다. '빠르게 자주 읽는 것'이다. 다만 무작정 자주 읽는것이 능사는 아니다. 각 회독마다 다른 전략을 갖고 독서에 임해야 한다. 최소 4회독에 걸쳐 이러한 단계적 과정이 결합되어, 빠르게·이해하며·기억하는 독서가 완성되는 것이다. 특히 '이미지'를 결합하여 좌뇌와 우뇌를 동시에 활용하는 기술이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 전적으로 동의하는 독서방법이었다. 나부터 두 가지 독서방법을 모두 경험해봤기 때문이다. 올해를 기점으로 나는, 진득하게 꼼꼼하게 읽는 독서방법에서 빠르게 여러번 읽는 독서방법으로 변화의 과정을 거쳤다. 책을 받으면 첫장부터 정직하게 읽어나갔던 과거와 달리 목차와 서문을 바탕으로 전체 내용을 예측하는 단계를 반드시 거친다. 그것이 '효율적인'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것이 '재미'있다. 이러한 방법의 전환은 다독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따라서 단계적으로 정교하지 못했던 면이 있다. 하지만 이번 독서를 바탕으로 나의 독서를 가다듬게 되었다. 나무와 숲을 동시에 바라보는 독서를, 잘 짜여진 하나의 틀로 조각할 수 있었다. 앞으로의 독서를 기대하게 만드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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