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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 콘서트 (개정증보판) - 우리가 살면서 한 번은 꼭 읽어야 할 천문학 이야기
이광식 지음 / 더숲 / 2018년 9월
평점 :
얼마 전 설악산에 다녀왔다. 교통체증을 피하기 위해 자정을 갖 넘은 이른 새벽에 일찌감치 집을 나섰고 해 뜨기 전의 늦은 새벽, 산 아래 주차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차 문을 열자마자 예상치 못한 한기에 깜짝 놀라 움츠러들었지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 뒤에는 경외감에 휩싸였다. 수 많은 별들이 하늘을 빛내고 있는 광경은 살을 찌르는 추위를 잊게 만들었다. 아름다웠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늘 그자리에 있었으나 알아보지, 알아차리지 못했던 별들. 나의 과거, 소중한 관계, 연결된 세계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확장된 관점은 이내 우주로 뻗어 나갔다. 우주, 나의 우주. 하나뿐인 나의 우주.
<천문학 콘서트>는 제목 그대로 우주에 관한 책이다. 코페르니쿠스, 케플러, 갈릴레오, 뉴턴, 아인슈타인 등 익히 알려진 천문학계 영웅들의 이야기에서부터 기본적 물리이론과 광활한 천문역사까지, 흥미로운 우리 우주와 관련된 방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개인적으로 우주에 관해서는 문외한에 가깝다. 그래서인지 모든 내용을 소화시키지는 못했다. 하지만 독서의 과정은 내내 흥미로웠다. 사례와 이야기 중심의 전개가, 용어에 대한 낯설음이 주는 불편감을 대폭 낮춰주었기 때문이다. 우주의 이야기임과 동시에 삶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읽는 내내 기대감과 호기심과 인간적 공감을 경험할 수 있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우주를 향한 '사람'의 근원적 호기심이었다. 고대의 신화에서부터 현대의 우주론에 이르기까지, 치열한 탐구를 통해 세상를 향한 물음표를 던지고 가설이라는 상상력의 꽃을 피우던 영웅들의 이야기다. '올베르스의 역설'이라는 것이 있다. "밤 하늘은 왜 어두운가?"라는 질문이다. 너무나 당연하게 들리겠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꼭 그래야한다는 법은 없다. 오히려 어둡지 않은것이 이상할수도 있다. 우리는 우주가 무한히 넓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곳곳에는 별들이 가득 차 있다. 그렇다면 우리 눈에 비친 2차원의 하늘은 별들로 가득해야 한다. 그리고 그 별들로 밝게 빛나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눈에 비친 별과 별빛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상하지 않은가? 이것이 바로 독일의 천문학자이자 의사인 하인리히 올베르스가 제기한 '올베르스의 역설'이다. 물론 여기에는 물리학적 원인이 존재한다. 다만 놀라웠던 것은, 이 문제를 최초로 해결한 사람이 미국의 작가인 '에드거 앨런 포'였다는 것이다. 작가이며 동시에 아마추어 천문가이기도 했던 포는 1848년, "광활한 우주공간에 별이 존재할 수 없는 공간이 따로 있을 수는 없으므로, 우주공간의 대부분이 비어 있는것처럼 보이는 것은 천체로부터 방출된 빛이 우리에게 도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삶을 탐구하던 작가의 상상력이 우주와 만났을 때 피어난 영감이 아름답게 느껴졋다.
이 책은 우주에 관한 책이다. 하지만 우주만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한 축에서 '인간'을 다룬다. 긴 우주사를 따라가는 과정에 '인간과 우주의 관계'가 녹아있다. 하나의 점에서 시작된 우주는 오늘도 팽창하고 있다. 먼 훗날 우주의 물질들은 빛으로 증발해 사라질 것이나, 우리는 그 전에 죽는다. 그러니, 조금은 덜 심각해져도 되지 않을까? 조금은 힘을 빼고 살아가도 되지 않을까? 잠깐, 그러다가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는 허무주의에 빠지고 마는 것 아닌가? 글쎄, 우리 우주가, 그 안의 행성과 지구와 물질들이, 생명과 인간과 우리 자신이, 나아가 지금 이 순간을 알아차리는 우리 의식이 얼마나 기적적인 확률로 존재할 수 있는지 알게된다면 그럴 수 없을 것이다. 새벽의 빛나는 별이 나에게 선물해준, 삶의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