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관으로 간 뇌과학자 - 실험실에 갇혀 살던 중년 뇌과학자의 엉뚱하고 유쾌한 셀프 두뇌 실험기
웬디 스즈키 지음, 조은아 옮김 / 북라이프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깊은 무기력에 빠졌던 적이 있다. 한 번 늪에 빠진 상태에서 삶의 자발적 중심을 되찾는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가능한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했고 그 중 가장 큰 힘이 된 두 가지 축이 바로 운동과 명상이다. 먼저 달리기. <운동화 신은 뇌>라는 책에서 아이디어를 얻었고 활발한 운동이 체네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촉진하여 균형을 맞춰준다는 이야기에 마음이 움직여 규칙적인 달리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명상. <8주, 나를 비우는 시간>의 프로그램에 따라 명상했고 김정호 교수님의 저서들도 적극적으로 참조했다. 이 두 가지 축은 몸과 마음의 건강을 이끌며 자발적 의지와 삶의 방향을 되찾는데 큰 힘이 되었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두 축이 개별적인 축인것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상호 보완하며 순환하는, 몸과 마음을 연결하는 '역동의 축'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책 <체육관으로 간 뇌과학자>를 읽고 떠오른 생각이다.

10 나는 뇌를 깊이 사랑하고 존중했지만, 인간은 뇌 이상의 존재이며 뇌와 연결된 몸이 세상과의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동안 방치되어온 것은 뇌의 일부만이 아니었다. 나는 몸 전체를 소흘히 하고 있었다. 황폐해진 뇌 일부를 자극하는 것보다 몸 전체를 작동시키는 것이 더 시급했다. 다시 말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뇌 전체를 균형 있게 사용해야 할 뿐 아니라 뇌와 몸을 연결해야 한다.

책 <체육관으로 간 뇌과학자>의 저자 '웬디 스즈키'는 뉴욕 대학교 신경과학센터 신경과학 및 심리학 교수이자 대중과학 커뮤니케이터다. 화려한 이력이 말해주듯 그녀의 삶은 치열했다. 40세 이하 과학자에게 수여되는 트롤랜드 연구상을 포함, 다수의 권위적인 상을 수상했고 뉴욕 대학교 종신 교수로 임명되기까지 했다. 그런 그녀가 40세 즈음 문득 삶의 방향성을 잃어버렸음을 깨닫게 된다. 과학분야의 화려한 경력과는 다르게 일상의 삶은 엉망이었다는 사실이다. 신체적 건강, 인간관계, 사랑 등의 생활에서 말이다. 그래서 그녀는 결심한다. 지금껏 쌓은 신경과학에 대한 자신의 지식을 스스로에게 적용하는 긴 실험을 시작하기로 말이다. 그렇게 10년이 흐른 지금, 그녀는 건강하고 행복하며 놀라울 정도로 재미있고 활동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동시에 그 어느때보다 본엄에 전념하면서 말이다. 이 책은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그동안 저자가 발견한 방법들이 집약되어 있다. 충분한 과학적 근거와 해설의 부연과 함께 말이다. 구체적 방법제시가 좋았고, 충분한 근거제시가 좋았으며, 저자의 과정을 진솔하게 풀어내는 진정성이 좋았다. 뇌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꿔나가기를 기대하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 특히 운동과 명상에 관심이 많은 분들께 더욱 유용할 것 같다.

108 이 수업을 만든 강사 퍼트리샤 모레노는 인텐사티intenSati라는 단어가 두 단어를 조합해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텐은 인텐션(의도intention)에서 따온 것이며, 사티는 알아차림awareness 또는 마음챙김mindfulness을 의미하는 고대 인도어다. 퍼트리샤는 알아차림 또는 마음챙김을 자신의 의도로 가져가는 것이 인텐사티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앞으로 킥복싱, 댄스, 요가, 여러 무술에서 차용한 다양한 동작을 할 것이며, 동작을 할 때마다 긍정적인 확언을 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동작과 확언의 조합은 구체적인 메시지를 상징했다. 메시지는 정신적인 힘, 긍정적인 행동의 힘, 신체의 힘, 부정적 사고를 넘어선 긍정적 사고의 힘을 부여하는 수단이었다. 그것은 메시지가 있는 운동이었다.

인텐사티는 굉장히 흥미로운 방법론으로 다가왔다. 동작과 확언을 결합시키는 운동법이다. 정해진 동작을 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확언을 외친다. 이를테면 "나는 탁월하다.", "나는 감사하다.", "나는 자신 있다.", "내 몸은 건강하다.", "나는 매일 내 안전지대를 확장한다."처럼 말이다. 나는 달리기를 좋아한다. 그 동안은 구체적으로 이유를 생각해보지 않고 마냥 좋아했는데, 이제와 돌이켜보니 몸의 개운함과 마음의 해방감이 특히 좋았던 것 같다. 이러한 특유의 느낌들을 운동과 동작에 접목시켜서 구체적으로 선언한다면, 나아가 내가 바라는 점들까지 덧붙일 수 있다면 운동의 활력을 한층 더할 수 있지 않을까? 한편 '동작 마음챙김 명상'이 떠오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김정호 교수님의 MPPT를 실천하면서 가벼운 스트레칭 형식의 요가 동작을 할 때 특히 주의가 집중되는 경험을 했다. 명상 후의 개운함과 해방감,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도 가장 좋았다. 그리고 이제와 돌이켜보니 그 개운함은 달리기 과정과 달리기 이후에 느껴지는 긍정적 느낌과 매우 닮아 있었다. '그저 달리는'과정에서 내 나름대로 명상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달리기와 명상, 겉으로 볼 때는 전혀 접점이 없어보이는 행위가 하나의 지점에서 만나고 있었다. 바로 '지금 여기'에서 '깨어서' '온전히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달리듯 명상할 수 있기를, 명상하듯 달릴 수 있기를 희망하며 앞으로의 명상과 운동을 기대하게 만드는 독서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방탄 사고 - 걱정, 무기력, 질병으로부터 당신을 지킬 해독제
에카르트 폰 히르슈하우젠 지음, 박규호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신이 먹는 것이 바로 당신을 만든다." 라는 말이 있다. 언뜻 직관적으로 봐도 옳은 말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우리 몸을 구성하며 좋은 음식은 몸을 건강하게 만들고 나쁜 음식은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 복통이 발생한 이후 지난 식사를 돌아보며 '뭘 잘못먹은거지?'라며 반추하는 습관은 이러한 우리의 인식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그런데 '생각'은 어떠한가? 우리는 몸으로 이루어져 있기도 하지만 정신으로 이루어져있기도 하다. 겉모습은 우리와 똑같지만 전혀 다른 생각과 기억을 갖고 있는 존재를 '나'라고 부를 수 있을까? 오히려 몸은 다를지언정 기억과 생각이 일치하는 존재야말로 진정한 '나'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생각'을 몸만큼 챙기지 않는다. "당신이 먹는 것이 바로 당신을 만든다."라는 문장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당신이 생각하는 것이 바로 당신을 만든다."라는 명제다. 그러니 이제는 몸이 아닌 생각을 돌볼 차례다. 건강한 식단을 스스로에게 제공하듯 건강한 사고를 스스로에게 선사할 순서다. 저자가 말하는 걱정, 무기력, 질병으로부터 당신을 지킬 해독제, <방탄사고>를 배워보는 것은 어떨까?

16 최고의 영약은 우리가 매일같이 반복하는 일상의 소소한 생각과 행동입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건강한 습관을 몸에 익히는 방법을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내 안의 나약한 녀석은 왜 채찍질을 원할까요? 늙어간다는 게 그렇게 나쁜 일일까요? 유머나 음악, 이야기가 우리를 치유하는 힘은 뭘까요? 어떻게 하면 위기를 극복할 힘을 축적해 기쁨이 넘치는 삶을 만끽할 수 있을까요?

<방탄사고>는 '생각'에 관한 통념적 생각을 뒤집는다. 우리가 흔하게 챙겨먹는 '비타민'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생각'이며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의 소소한 생각과 행동이야말로 최고의 영약이라고 강조한다. 저자가 제안하는 '방탄사고'를 습관화함으로써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꾸어나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책의 전반부에서는 '플라시보'효과가 얼마나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지 근거와 사례를 통해 증명함으로써 '생각'이 몸과 마음의 건강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을 확인한다. 그리고 의사의 관점에서 건강에 대한 일반적이지만 잘못된 통념들을 짚어본다. 그리고 책의 후반부인 '6부-기쁨이 넘치는 삶을 만끽하고 싶으세요?'에서 '7부-유머와 이야기가 정말 삶을 바꾼다니까요'에 걸쳐서 저자가 제안하는 '방탄사고'의 구체적인 방햐을 제시한다. 저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나 의학과 언론학을 공부한 의사로 마술사, 웃음 트레이너, 베스트셀러 저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책의 전반에 걸쳐 저자는 '유머'를 강조하는데 이러한 저자의 사고방식이 반영되어서인지 빈번하게 드러나는 유머 포인트가 읽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364 자기 마음에 관한 글쓰기는 놀라울 정도로 효과가 좋습니다. ... 5일 동안 매일 15분씩 집중적으로 글을 쓰는데, 좋았던 여행 경험 같은 것이 아니라 반대로 이제껏 했던 가장 바보같았거나 아팠거나 화났던 일을 적어보는 겁니다. 너무 고민하지 말고 그냥 생각나는 대로 써 내려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 글을 쓰기 전까지는 흐릿한 장면들만 머릿속에 혼란스럽게 떠돌다가, 글쓰기를 하면서 정돈되고 형태를 갖춘 이야기가 됩니다. 우리는 이제 그 일을 통제할 수 있게 되고, 그 안에서 의미를 발견하기 시작합니다. 특히 치유 효과가 좋은 것은 사건의 원인과 결과와 이해가 암시되어 있는 글입니다. 반복적인 글쓰기를 통해 새로운 시각도 생겨납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표현적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였다. 나 스스로 표현적 글쓰기를 통해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를 경험한 바 있기에 더욱 공감가는 이야기였다. 저자가 제안하는 글쓰기는 부담이 없다. 양식도 없고 평가도 없다. 유일한 규칙이라면 '5일간 매일 15분'이 전부다. 내용은 오히려 편안하고 자유롭게 물 흐르듯 적어내리기를 권한다. 나의 글쓰기도 그랬다. '잘 써야겠다' 내지는 '이 글 쓰기를 통해 이러이러한 효과를 봐야지'라고 생각했을 때는 긍정적 효과를 자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무런 부담도 목적도 당위도 없이 쏟아져나오는 생각과 감정을 적어내렸을 때 해방감과 고양감과 자유로움과 기쁨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 이유는 뭐였을까? 저자의 부연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회피적 성향을 갖고 있던 나는 부정적 기억이나 감정을 반사적으로 피하고는 했다. 피하지 않더라도 강박적으로 책임이나 재발방지 방법을 찾으며 스트레스를 받고는 했다. 그러니 원인과 사건과 결과의 흐름이 객관적으로 보일리 없었다. 하지만 표현적 글쓰기는 이 혼란스러운 기억을 정돈시켜 주었다. 형태와 의미를 갖춘 하나의 이야기로 재구성해 주었다. 이러한 글쓰기를 통해 나는 '불안'이라고 하는 미지의 공포를 벗어나 해방과 자유와 의미를 향해 한 걸음 다가설 수 있었다. 한동안 분주하고 글을 쓰던 나였지만 어느덧 이 좋은 '표현적 글쓰기'를 놓고 살아왔던 것 같다. 이번 독서를 계기로 매일, 15분씩 규칙적으로 일상을 정리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381 단기 스트레스는 진화론적 측면에서 우리에게 대단히 호의적입니다. 스트레스 상황이 닥치면 우리 몸의 경보기들이 작동합니다. 아드레날린이 분비되고, 기관지가 확장되고, 땀이 흐릅니다. 스트레스는 짧은 순간에 우리가 아주 민첩하게 움직이고, 판단하고, 싸울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스트레스는 신체 조직을 지원하여 도전에 잘 대처하고 다시 균형을 회복하고 새로운 상황에 빨리 적응하게 만들어줍니다. 단기 스트레스는 주의력을 높이고, 면역 체계를 활성화하고, 상처 치유력을 가속시키고, 암세포와 더 잘 싸울 수 있게 하고, 신체 노화를 지연시킵니다.

얼마 전 어느 TV프로그램에서 보았는데 김영하작가는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짜증나'라는 말을 사용하지 말라고 가르쳤다고 한다. '짜증나'안에 내포되어 있는 수만가지 감정들을 자세히 들여다볼 기회를 놓치게 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언어를 사용하여 삶과 감정을 표현하는 작가 지망생이라면 스스로의 감정을 세세하고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고 그에 걸맞는 섬세한 언어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였던걸로 기억한다. 나는 작가가 되려는 사람은 아니지만 좋은 글을 쓰고싶은 욕심을 갖고 있기에 최근들어 이를 실천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나는 생각지도 못한 긍적적 효과를 경험했다. 사건이나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스스로의 중심을 잡는 힘이 더 커진 것이다. 특히 '짜증나는' 상황에서 그렇다. 짜증나는 상황에서 즉시 짜증난다고 말하지 않고, 보다 구체적인 언어를 섬세하게 고민하다보면 나의 감정을 들여다볼수밖에 없게 된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식할수밖에 없게 된다. 객관적 상황 인식과 주관적 감정 인식. 두 가지 경로의 접근은 묘한 시너지를 이끌어내며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주었다. '외적경험'보다 중요한 '내적경험'의 힘을 느낄 수 있게된 발견의 기회였다.

이 책의 '스트레스'에 관한 이야기는 '중심'을 넘어 '추진'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했다. 저자에 따르면 스트레스는 우리의 생존과 번식을 위해 장착된 호의적 반응이다. 신체적 능력은 강화되고 정신적 능력은 각성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당면한 위협에 더욱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스트레스를 과도한 부담이나 장애물로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그 긍정적 효과를 활용할 수 없다. 하지만 '자극'으로 받아들인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도피 본능은 긍정적 '공격성'으로 발전한다. 스포츠경기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는 이들이 대표적이다. 한편 무대공포증이 있는 배우들 역시 '때문에'가 아닌 '덕분에' 더 나은 집중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스트레스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받아들일 때 얻을 수 있는 기회다. 나 역시 꽤 심한 발표불안을 갖고 있던 사람이지만 요즘은 사람들 앞에 서는 기회를 늘려가고 있고, 성과 또한 점점 좋아지고 있다. 하지만 신체적 반응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심장은 뛰고 몸은 떨리며 호흡은 가빠진다. 하지만 과거 불안이 심할때와는 달리 머릿속이 하얘지거나 공포감이 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기분좋은 흥분'이라고 할만한 느낌이 든다. 같으면서도 묘하게 달랐던 신체적 반응을 돌이켜보며 저자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었다. 또한 저자가 말한 스트레스의 긍정적 반응을 기억하며 앞으로 더욱 강력한 플라시보를 활용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0분 영어 리얼 패턴
edu TV 언어교육연구소 지음 / 보고미디어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어를 잘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모든 공부가 만만치 않겠지만 특히 영어, 그 중에서도 영어 회화의 어려움은 이것이다. 너무 방대하다는 것, 그래서 막막하다는 것,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갈피를 잡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복잡한 상황일수록 꼼수보다 정수가 빛을 발하는 법이다. 모든 공부의 왕도, 바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실력을 쌓는 것이다. 영어회화의 기초,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패턴부터 배우고 이해하고 몸에 익히는 것이다.

<10분 영어 리얼패턴>은 영어 초보자를 위한 회화 교재다. 일상에서 가장 흔하게 쓰이는 60개의 패턴을, 패턴당 하루 10분의 시간을 투자하여 연습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을 할 것이다"(be going to), "나는~하고 싶다"(I'd like to), "과거에~했었다"(used to), "나는~하러 여기에 왔다"(I'm here to), "제가~해도 될까요?"(May I) 등 60개의 패턴을 담고 있다. 각 세부챕터의 경우 해당 패턴 소개, 패턴의 특징, 예문 제시, 추가 예문, 대화문을 통한 연습으로 구성되어 있다.

<10분 영어 리얼패턴>은 '말하자닷컴'의 강의 교재이기도 하다. 제목 그대로 하루 10분의 안팎의 강의로 구성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강의와 함께 공부를 했는데, 밝은 선생님과 함께 부담없는 10분 동안 공부하는 과정이 재미있고 유익했다. 책을 빠르게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강의와 함께 청각 학습을 병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https://www.malhaza.com/ssVOD/lecture_detail.php?lid=4&listURL=%2FssVOD%2Flecture_list.php%3Fc1id%3D1

 

돌이켜보면 우리가 일상에서 한국어로 대화할 때의 패턴도 거기서 거기인 경우가 많다. 생각과 경험을 말로서 표현한다는 점에서 영어 또한 다를 바 없다. '정확한' 패턴이 떠오르지 않더라도, '적절한' 표현을 끌어와 활용하는 과정에서 영어실력과 자신감이 늘어갈 수 있지 않을까? 60개의 패턴과 300개의 문장으로, 영어회화에 초보에서 탈출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존엄하게 산다는 것 - 모멸의 시대를 건너는 인간다운 삶의 원칙
게랄드 휘터 지음, 박여명 옮김, 울리 하우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짧은 서평]

글이 아무래도 길어질 것 같아 먼저 짧은 소개글로 정리합니다. 최근 읽었던 책 중 손에 꼽을만큼 좋은 책입니다. 절대적 가치를 상실한 시대입니다. 여기저기의 집단과 단체에서 저마다의 신념과 가치를 주장하지만, 열린마음에 기반한 대화와 절충이 아닌 독단과 편협함에 기댄 대립과 독선으로 변질되기도 합니다. 종교가 있다면 훌륭한 나침반이 되겠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종교는 '희망' 밖에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독일의 뇌과학자 게랄트 휘터가 너무나 당연하지만 너무도 어이없이 우리가 놓치고 살아왔던 하나의 숭고한 가치를 서랍 깊숙한 곳에서 꺼내옵니다. 바로 '존엄'입니다. 얼마나 당연하냐하면 심지어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습니다. '헌법 제10조-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대목을 통해서죠. 그런데 우리는 존엄을 기억하고 있나요? 스스로를 존엄하게 대하고 있나요? 곁에 있는 사람을 존엄하게 대하고 있나요? '우리'의 존엄 속에서 '유대감'을 발견하고 있나요? 가치와 방향성을 상실한 시대, 모멸의 시대를 건너기 위해 저자가 제안하는 삶의 나침반이 바로 '존엄'입니다. 독특한 점은 앞서 말했듯 저자가 철학자가 아닌 뇌과학자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저자의 주장에는 뇌과학적 근거가 함께합니다. 뇌과학이 부연하는 '가능성'이 제시됩니다. 이기적유전자를 극복할 수 있는 '뇌가소성'이 그것입니다. 그렇다고 과학 이야기만 담긴것은 아닙니다. 칸트의 정언명령이나 키케로의 의무론 등 철학적 이야깃거리도 담겨있으며 누구보다 존엄한 삶을 살았던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의 경험도 함께합니다. 프리드리히 니체의 명언을 발견했을 때는 너무나 반가워서 입가에 미소가 번졌습니다. 저자는 이처럼 철학과 과학을 넘나들며 흥미롭게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책은 하나의 질문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아가 우리를 인간답게 하는 가치, "존엄을 어떻게 우리 삶에 되살릴 것인가"라는 의문에 다다르며, 존엄을 삶에 뿌리내리기 위한 실천전 방법을 제시합니다. 알면 뭐하냐고요? 실천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글쎄요. 마지막으로 존엄에 대한 확신에 찬 저자의 말을 소개합니다. "자신의 존엄성을 인식하게 된 인간은 결코 현혹되지 않는다." "당신이 어느 날 갑자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깨달았다면, 그 순간 이후로 당신은 결코 이전에 살아왔던 방식대로 살지 못한다." 삶을 사랑하는 당신께, 자신을 사랑하는 당신께, 삶과 자신을 사랑하기를 희망하는 당신께, 존엄한 당신께 권합니다.

[긴 서평]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이 무엇이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얼마 전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읽던 중 한동안 읽기를 멈추고 숨을 고르게 만들었던 구절이다. 1980년 광주의 참혹한 현장은 우리에게 인간의 존재 의미에 대해, 인간으로서 지켜야만 하는 가치를 잃지않기 위해 무엇을 지향해야 할지에 관한 질문을 남겼다. 그런데 오늘, 나는 어느 독일 뇌과학자의 책을 읽으며 한동안 잊고있던 위의 구절을 다시금 떠올려보게 되었다. 책 <존엄하게 산다는 것>의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구절을 통해서다. 책 제목을 통해 손쉽게 유추할 수 있듯이 저자가 내놓은 해답은 바로 '존엄'이다. 여기서 존엄은 법적권리로서의 의미에 한정되지 않는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나침반, '삶의 양식'으로서의 존엄이다. 존중을 잃어버린 시대, 모멸의 시대, 단절의 시대, 신체적 탈진의 시대, 회의주의의 시대, 불신과 혐오의 시대, 경쟁과 상대적 우월함이 중시되는 시대. 그 안에서 무력해진 개인의 자유와 창의성을 일깨우고, 공동체의 유대감을 복원하며, 스스로 존엄한 존재가 되어 스스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살아있음을 느끼는 세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불변의 가치이자 삶의 절대적 지향점. 그것이 바로 저자가 말하는 존엄이다. 나의 행위로 이해 고통을 느낄 것임이 자명할 타인을 눈 앞에 두고 그의 존엄을 떠올렸다면, 그러한 가해행위로 인해 손상될 자신의 존엄을 기억했더라면, 우리의 아픈 역사도 조금은 달라질 수 있지 않았을까??

13 그 사실을 '인지하는 것'과 그로 인해 '마음이 움직이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기 때문이다.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데 행동의 변화가 일어날리 만무하다.

반면 단순히 아는 것, 인지하는 것을 넘어 정말로 '이해'하기 시작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우리가 진정으로 이해한 지식이나 깨달은 사실은 두뇌의 감정적인 영역을 활성화시켜 우리를 깨우고 움직인다. 당신이 어느 날 갑자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깨달았다면, 그 순간 이후로 당신은 결코 이전에 살아왔던 방식대로 살지 못한다.

고지식하고 뻔한 이야기라고 고개를 젓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존엄을 몰라서 지켜내지 못하겠냐고, 현실적은 상황들이 그렇지 못하게 만들고있지 않냐고 말이다.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이야말로 잘 모르는 이야기다. 스스로 존엄하게 살고있지 않다면 그것은 존엄을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존엄함을 자각한 이는 결코 존엄하지 않게 살아갈 수 없다. 불가역적인 깨달음이라는 의미다. 뇌의 감정적인 영역을 활성화시키며 마음 속 깊이 자리잡은 존엄은 삶의 또렷한 방향성을 일깨우는 소중한 나침반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렇게 살아갈 삶은 뇌의 에너지 소모를 줄여주며 몸의 에너지는 충전된 듯한 느낌을 갖게 해준다. 매 순간 살아있음을 느끼는 삶으로 나아가게 해준다. 서로의 존엄함을 존중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공동체 역시 유대감과 생동감으로 가득하다. 존엄은 방향성을 상실한 현대인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어 줄 숨겨진 내면의 보석이다.

책 <존엄하게 산다는 것>의 저자는 뜻밖에도 철학자가 아닌 뇌과학자다. 저자는 뇌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인간 내면에 선험적으로 존재하는 존엄의 씨앗을 발견하며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세계를 재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핵심은 바로 '뇌가소성'이다. 인간의 뇌는 경험과 인식에 따라 평생에 걸쳐 변화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인간은 유전체에 담겨진 동물적 본능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결정론과 달리 뇌가소성은, 인간 존재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지금까지 반사적으로 이끌려온 신념과 패턴을 스스로 깨부수고, 깨어있는 통찰과 경험을 바탕으로 발견한 새로운 가치체계와 신념체계로 구성된 내면의 질서를 스스로 창조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쯤에서 떠오르는 철학자가 있는 분들이 있다면 참 반갑겠다. 바로 '프리드리히 니체'다. 신이 죽은 시대, 스스로의 삶을 사랑하며 삶의 창조자가 되어야 한다고 몸으로 호소했던 철학자다. 책에는 "어린 아이는 순진무구하며, 망각이며, 새로운 시작, 놀이, 스스로의 힘에 의해 돌아가는 바퀴, 최초의 운동, 거룩한 긍정이다."라는 니체의 유명한 격언이 발췌되어 있다. 이 외에 니체의 사상을 깊이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저자 역시 니체를 좋아하고 영향을 받은것 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뇌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니체의 사상을 연결할 수 있다는 것, 정말이지 재미있고 흥미로운 생각 경험이었다.

123 흥미로운 것은, 이와 같은 사고방식과 태도 역시 우리 뇌에 뿌리를 내린 상위 행동 패턴에 다라 조정되고 형성된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 또한 유년기에 이루어지는 과정이다. 이를 '자아상'이라고 표현한다. 넓은 의미로 자아상이란 한 사람이 어떤 존재인지를 결정하는 개념으로, 이와 동시에 한 사람이 어떤 존재가 되기를 원하는지, 어떠한 삶의 방향을 따르고 있는지, 어떤 가치를 토대로 결정을 내리는지를 나타내는 개념이기도 하다.

125 반면 자신이 어떤 존재로 살아가고 싶은지 기준을 만들어내지 못한 사람은 내적 질서를 세울 방향성을 갖는 데에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결국 그 사람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많은 것이 뇌와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무질서를 낳을 수밖에 없으며, 필연적으로 에너지 소비량이 증가하는 결과를 낳는다.

개인적으로 가장 고개를 끄덕거렸던 대목이다. 나는 좋게 말하면 타인을 배려하는 편이었고 나쁘게 말하면 스스로 줏대가 없는 편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모색하고 실현하기보다는, 같이 있는 사람이 '좋아할만 한 것'을 맞춰주기 위해서 주의를 기울였다. 이러한 태도로 누적된 삶 속에서 나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실현하지 못했으며 심지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고민하지 못하고 살아왔다. 작년에 김정호교수님의 MPPT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스스로를 기쁘게 하는 행동'의 리스트를 작성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남들은 미소띈 표정으로 신나게 이런 저런 것들을 적어내리는 사이에 나는 머리를 쥐어짜며 마치 수학문제를 풀듯 하나씩 목록을 늘려갔던 기억이 난다. 이처럼 스스로 '기준'을 세우지 못한 때문인지 늘 나의 마음 한 켠에는 정신적인 피로감과 회의감의 자리잡고 있어싿. 하지만 이보다 더욱 분명하게 자각되었던 것이 바로 '몸의 피로감'이다. 최근 스스로의 가치체계와 신념체계를 비롯한 내면의 질서를 바로세우기 위한 일련의 노력을 이어온 이후 가장 분명하게 자각되는 것 또한 '몸의 피로감'이 줄었다는 사실이다. 상식적으로도 그렇다. 기준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만족할 수 있을까? 기준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만족하지 못하고 늘 후회에 머무는 사람의 몸이 어떻게 충만한 에너지를 유지할 수 있을까? 건강함과 생명력으로 가득할 나의 몸을 위해서라도 내면의 질서를 세워나가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겠다고, 그 모든 과정에서 '존엄의 나침반'을 손에 쥐고 있어야겠다고 다짐했다.

153 이미 알고 있듯이 우리 아이들이 자라는 세상은 결코 정상적이지만은 않다. 아이들이 마주하는 것은 오히려 사람들이 목적과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만들어낸 세상이다.

이러한 세상에서는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것이 결코 주요한 일이 아니다. 타인을 짓밟아 자신의 이익을 지키는 행위에 의해 많은 이의 삶과 공존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타인을 마치 도구나 기계, 가축을 여기듯 자신의 목적과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면서도 거리낌이 없다. 이것이 성인들만 겪는 경험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나마 성인들은 자신을 지키고 저항할 능력이라도 있으니 말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사람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되는 아이들이다.

153 다른 사람에게 이용당하고, 타인의 목적과 목표, 기대와 평가, 지시와 지도, 더 나아가 전략과 명령의 대상이 되는 경험. 그것은 한 개인이 갖고 있는 주체성과 존엄성에 위협을 가한다. 이는 매우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경험이다. 그 자체로 목적이어야 할 인간이 하나의 수단으로 취급받을 때, 그 것은 애정과 소속감뿐 아니라 주체성과 자유를 원하는 인간의 기본 욕구를 무너뜨린다. 놀랍게도 이러한 환경에 처했을 때 활성화되는 뇌의 영역은 우리 몸에 문제가 생겼을 때 활성화되는 곳과 같은 영역이다.

가장 의미있었던 대목은 '6장-타인의 존엄을 지켜야 하는 까닭'에서 '교육'과 '존엄'을 연결지은 대목이었다. 아이들은 태이날때부터 이미 알고 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자신이 어떤 대우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이다. 그리고 이것에 위배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울음을 통해 분명하게 감정을 전달한다. 미세한 감정의 형태를 띈 이 감각은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너무 많은 것에 무방비로 노출되지 않도록 돕는다. 그리고 저자는 이것이 '존엄'과 관련된 감각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존엄의 감각은 선험적인 요소도 있지만 태어난 후의 경험도 영향을 미친다. 하나가 타인과의 관계에서 형성되는 아주 친밀한 소속감이고, 다른 하나는 이 소속감을 기반으로 한 인간으로서 성장하고 발전하는 경험, 그리고 자신의 창의력에 대한 경험이다. 나아가 아이는 다양한 경험과 특별한 만남을 통해 인생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주체로 성장한다.

문제는 이러한 과정이 순조롭게 흘러가지 않는 경우이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는 개인을 조건화하고 대상화하며 주체성과 존엄성에 손상을 가하는 일이 벌어지기 쉽다. 이렇게 상처받은 아이가 선택하게 되는 안좋은 해결책으로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상대가 했던 그대로 타인을 바라보고 수단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애정과 소속감을 향한 기본 욕구를 억누를수밖에 없다. 이는 관계의 존엄성을 해치며 나아가 자신의 존엄성마저도 해치게 된다. 두 번째 방법은 자신이 나쁜 사람이며, 사랑받을 자격조차 없이 부족하고 능력이 없다는 말을 하며, 스스로를 타인의 평가 대상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타인에게 부정적 평가를 받기 전에 스스로 그렇게 인정해버리는 것이 덜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자기 존엄성에 대한 감정과 사고를 스스로 억눌러야만 한다. 결국 아이는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없는 어른으로 자라나게 된다.

조건없는 애정과 사랑, 아이가 자신을 사랑하는 건강한 마음을 가진 어른으로 자라나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키워드가 떠오른다. 바로 '자존감'이다. 작년 한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던 심리학 키워드다. 비교와 경쟁속에서 소진되어버리기 십상인 세상, 조건없는 자기사랑의 기둥인 자존감을 세울 수 있기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러한 이야기를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자신의 모습이 이토록 한심하고 별로인데 어떻게 조건없이 사랑할 수 있겠냐는 반문이었다. '자기사랑'이라는 것이 너무나 생경한 감정이라 몸으로 받아들이기가 어색하고 낯설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런데 '존엄'은 '자존감'과 비슷한 의미이면서도 다른 느낌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자존감이 '느낌'이라면 '존엄'은 '질서'처럼 말이다. "조건없는 사랑에는 조건이 없지만, 나를 조건없이 사랑해야 할 이유를 묻는다면 내가 '존엄'하기 때문이다."라고 대답할수도 있지 않을까? 같은듯 다른 두 개의 단어를 연결지으며 나 자신을 사랑하며 존중해야 할 당위를 좀 더 단단히 세울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 뜻깊은 읽기였다.

130 결국 새로운 경험은 우리의 전두엽에 형성되어 있는 자아상 형태의 경험에 추가되고 연결된다.

130 아이들은 두 살 즈음에 이와 같은 자아상을 갖게 된다. 자아상이 형성된 아이는 더이상 "이건 마리예요"라는 말을 하지 않고 "이건 나예요"라는 표현을 사용하게 된다. 물론 초반에는 '나'라는 관념이나 이를 통해 형성되는 주체성이 매우 불안정하다. 하지만 아이가 자라 성인이 되는 과정에 쌓는 모든 경험은 자신의 자아상을 견고하게 하고, 추가하고 확장하며, 또한 수정한다. 이를 통해 마리라는 아이가 체험하고 경험한 것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아이는 순진무구요 망각이며, 새로운 시작, 놀이, 제 힘으로 돌아가는 바퀴이며 최초의 운동이자 신성한 긍정이다.

그렇다. 형제들이여, 창조의 놀이를 위해서는 신성한 긍정이 필요하다. 정신은 이제 자기 자신의 의지를 의욕하며, 세계를 상실한 자는 자신의 세계를 획득하게 된다.

-프리드리히 니체, 정동호 역,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p. 41

인간은 '보편적인 존재로서' 존재하지 않는다. 이른바 인간적 특성들은 다른 모든 인간과 공유하지만, 항상 독립된 개인이며, 그 밖의 모든 존재와 다른 유일무이한 개체다. 지문이 다른것처럼 성격과 기질, 재능과 성향의 결합도 제각각이다. 자기만의 개성을 드러내는 경우에만 인간으로서 자신의 잠재력이 확인된다. 살아 있어야 한다는 책무는 본래의 자신이 된다는 뜻이며, 결국 잠재된 능력을 발휘하는 개체로 성장한다는 뜻이다.

-에리히 프롬, 강주헌 역, 『자기를 위한 인간』, p.44

존엄한 인간은 수단으로 살지 않는다. 오로지 그 자신이 목적이 되어 스스로 삶을 창조한다.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이끌어줄 확고한 내면의 나침반을 갖고 있기에 어떠한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방향을 응시한다. 존엄은 자신과 삶을 지켜줄 소중한 나침반이다. 참으로 소중한 나침반이다. 그러나 나침반만큼이나 소중한 것이 또 하나있다. 바로 '여행'이다. 이 소중한 나침반을 손에 쥐고 고이고이 모셔두기만 한다면 그 진가는 제대로 발휘될 수 없을 것이다. 존엄의 나침반을 손에 쥐고 떠나는 자유로운 삶이라는 여행, 어쩌면 그것이 존엄의 발견보다 더 중요한 도약이 아닐까? 존엄한 자신으로서 존엄한 삶을 펼쳐나가는 삶의 여행, 존엄한 삶의 여정에서 존엄한 자신을 조각해나가가는 자기조각의 여행. 최초의 운동이자 신성한 긍정이라는 순환의 여행을 이어나갈 모든 존엄한 이들을 응원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누가 창의력을 죽이는가 - 표준화가 망친 학교교육을 다시 설계하라 학교혁명 2
켄 로빈슨.루 애로니카 지음, 최윤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2014년, 9집 활동을 위해 컴백한 서태지가 예전과 달리 활발한 방송활동을 이어가자 어떤 팬들은 우스갯소리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서태지도 집에서 애 보기 힘들어서 밖으로 도나보다." 설마 그럴리가 있겠냐만, 아이를 양육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 일인지 경험해본 사람들이 공감하는 농담일 것이다. 독립적 생존능력이 없는 영유아의 감정신호를 해석하여 온갖 보챔을 감당하며 먹이고 치우고 재운다는 것. 정말이지 많인 체력과 인내가 요구되는 일이다. 아이가 어느정도 자라서,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행위를 스스로 수행할 수 있게 되면 좀 편해질까? 몸안 좀 편해질지 모른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의 문제다. 최소한의 생존을 넘어 '삶의 방향'에 관한 문제다. 부모로서, 교사로서, 교육의 시스템과 관련된 종사자로서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교육해야 할까? 어떠한 가치를 강조해야 할까? 어떠한 기술을 익히도록 도와야할까? 어떤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는것이 좋을까? 어떤 태도와 방식으로 아이를 대해야 하는걸까?

22 나는 획일화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 똑같은 아이는 결코 없으며, 여러분의 자녀 역시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23 요컨대 나는 이 책에서 좋은 교육이 갖추어야 할 요건과 자녀가 좋은 교육을 받도록 하기 위해 부모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제시하고자 한다. 여기에는 현재의 교육 시스템이 지원할 수 있는 부분, 또 가능하다면 시스템 밖에서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이 포함된다.

정보가 너무 없어서, 정보를 가진 사람이 중요한 시대를 지내 정보가 차고 넘치는 시대에 이르렀다. 이제 중요한 것은 넘치는 정보 속에 숨어있는 '양질의 정보'다. 책 <누가 창의력을 죽이는가>는 우리시 대에 필요한 교육의 방향에 대한 고민과 호기심에 빠져있는 모든 이들을 위한 반가운 책이다. 저자인 켄 로빈슨은 영국 워릭대학교의 명예교수다. 창의성 계발과 혁신, 인적자원 분야의 세계적인 선구자이며, 세계 각국 정부가 국가 교육제도 개선에 관해 자문을 구하는 글로벌 교육 석학이다. 이 책에는 그런 자자의 교육에 관한 철학과 방향성, 구체적 실천 방법들이 담겨있다. 책은 크게 3가지의 핵심 주제로 구성된다. 첫째, 부모의 전반적인 역할과 교육과의 상관관계에 관한 이야기다. 둘째, 출생부터 성인이 될 때 까지의 발달 과정이다. 아이의 성장과 발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아이에게 필요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기에 중요한 주제다. 셋째, 아이의 재능, 흥미, 성격을 인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이야기다. 넷째, 오늘날의 자녀세대에게 필요한 교육과 부모세대가 경험한 교육이 왜 다른지에 관한 이야기다. 다섯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이 변화하지 않는 이유와 변화를 위해 부모로서 실천해야 할 일들에 관한 이야기다. 즉, 최신 연구결과를 토대로 아이의 건강하고 행복한 성장을 위해 양육자에게 필요한 지식과 지혜들이 구체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오늘날의 교육이 지향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있는 분들께, 특히 부모와 교사에게 유용한 독서가 될 것 같다.

136 많은 부모들은 어떻게 하면 자녀를 세계적인 인재로 키울 수 있을지 고민한다. 이에 대한 나의 조언은 매우 간단하다. "더 많이 놀게 하라."

139 그렇다면 참된 놀이와 오늘날 보편적인 다른 두 종류의 놀이를 비교해보자. 첫째는 부모가 주도하고 감독하는 구조화된 놀이, 둘째는 스크린 중심의 게임이다. 이들 놀이는 모두 나름의 가치를 지닌다. 하지만 아이들의 사회성 발달이나 정서적, 인지적, 신체적 발달에 도움이 되는 활동적이고 신체적이며 상상력이 풍부한 사회적 놀이 기회는 제공하지 못한다.

140 창의적이고 주도적인 놀이활동이 성장과 발달에 매우 효과적이라는 사실은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입증되었다. 참된 놀이는 아이의 행복은 물론 독립적인 어른으로 성장하는 데에도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140 놀이와 신체적 발달 사이에는 매우 깊은 관계가 있다. 한창 자라나는 아이에게는 활발한 신체활동과 충분한 영양공급, 안전한 환경으로부터 오는 자극이 필수적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제4장-자녀를 강하게 키워라'에 담긴 '놀게 하라'는 소제목의 이야기다. 이는 앞 챕터인 '움직이게 하라'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운동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사실은 누구나 경험으로 알고 있다. 여기에는 놀라운 과학적 근거가 있다. 하버드대학교 정신의학과 부교수 '존 레이티'의 견해에 따르면 혈액순환이 될 때 기분이 좋은 이유는 뇌의 기능이 최대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신체활동은 당연히 근육을 키우고 심장과 폐를 튼튼하게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이 '뇌'에 미치는 영향이다. 운동을 하면 신경화학물질과 생장요인이 마치 폭포수처럼 쏟아져, 우리 뇌의 구조 자체를 한층 강화시킨다. 몸은 마음에 영향을 미치며 마음은 몸에 영향을 미친다. 활동적인 놀이는 우리 아이를 몸과 마음이 건강한 독립적 존재로 성장하도록 돕는다.

놀이는 신체적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 활발한 신체활동이 운동능력을 키워주며 건강한 몸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줌은 상식적으로 해볼 수 있는 추론이다. 그런데 저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놀이의 또 다른 효과를 강조한다. 바로 아이들의 '정서적 발달'이다. 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탐색하고 표현하며, 다른 사람은 어떻게 느끼고 반응하는지 학습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으로서의 능력을 발달시키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함께' 함으로써 더 많은것들을 이뤄낼 수 있다. 놀이를 통해 건강한 몸과 정서와 사회성을 발달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가진 아이는, 더욱 적극적이며 자유롭게 자신의 잠재력을 펼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개인화와 단절이 점점 깊어가고 있는, 이로 인한 병폐들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요즘의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