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창의력을 죽이는가 - 표준화가 망친 학교교육을 다시 설계하라 학교혁명 2
켄 로빈슨.루 애로니카 지음, 최윤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2014년, 9집 활동을 위해 컴백한 서태지가 예전과 달리 활발한 방송활동을 이어가자 어떤 팬들은 우스갯소리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서태지도 집에서 애 보기 힘들어서 밖으로 도나보다." 설마 그럴리가 있겠냐만, 아이를 양육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 일인지 경험해본 사람들이 공감하는 농담일 것이다. 독립적 생존능력이 없는 영유아의 감정신호를 해석하여 온갖 보챔을 감당하며 먹이고 치우고 재운다는 것. 정말이지 많인 체력과 인내가 요구되는 일이다. 아이가 어느정도 자라서,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행위를 스스로 수행할 수 있게 되면 좀 편해질까? 몸안 좀 편해질지 모른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의 문제다. 최소한의 생존을 넘어 '삶의 방향'에 관한 문제다. 부모로서, 교사로서, 교육의 시스템과 관련된 종사자로서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교육해야 할까? 어떠한 가치를 강조해야 할까? 어떠한 기술을 익히도록 도와야할까? 어떤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는것이 좋을까? 어떤 태도와 방식으로 아이를 대해야 하는걸까?

22 나는 획일화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 똑같은 아이는 결코 없으며, 여러분의 자녀 역시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23 요컨대 나는 이 책에서 좋은 교육이 갖추어야 할 요건과 자녀가 좋은 교육을 받도록 하기 위해 부모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제시하고자 한다. 여기에는 현재의 교육 시스템이 지원할 수 있는 부분, 또 가능하다면 시스템 밖에서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이 포함된다.

정보가 너무 없어서, 정보를 가진 사람이 중요한 시대를 지내 정보가 차고 넘치는 시대에 이르렀다. 이제 중요한 것은 넘치는 정보 속에 숨어있는 '양질의 정보'다. 책 <누가 창의력을 죽이는가>는 우리시 대에 필요한 교육의 방향에 대한 고민과 호기심에 빠져있는 모든 이들을 위한 반가운 책이다. 저자인 켄 로빈슨은 영국 워릭대학교의 명예교수다. 창의성 계발과 혁신, 인적자원 분야의 세계적인 선구자이며, 세계 각국 정부가 국가 교육제도 개선에 관해 자문을 구하는 글로벌 교육 석학이다. 이 책에는 그런 자자의 교육에 관한 철학과 방향성, 구체적 실천 방법들이 담겨있다. 책은 크게 3가지의 핵심 주제로 구성된다. 첫째, 부모의 전반적인 역할과 교육과의 상관관계에 관한 이야기다. 둘째, 출생부터 성인이 될 때 까지의 발달 과정이다. 아이의 성장과 발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아이에게 필요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기에 중요한 주제다. 셋째, 아이의 재능, 흥미, 성격을 인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이야기다. 넷째, 오늘날의 자녀세대에게 필요한 교육과 부모세대가 경험한 교육이 왜 다른지에 관한 이야기다. 다섯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이 변화하지 않는 이유와 변화를 위해 부모로서 실천해야 할 일들에 관한 이야기다. 즉, 최신 연구결과를 토대로 아이의 건강하고 행복한 성장을 위해 양육자에게 필요한 지식과 지혜들이 구체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오늘날의 교육이 지향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있는 분들께, 특히 부모와 교사에게 유용한 독서가 될 것 같다.

136 많은 부모들은 어떻게 하면 자녀를 세계적인 인재로 키울 수 있을지 고민한다. 이에 대한 나의 조언은 매우 간단하다. "더 많이 놀게 하라."

139 그렇다면 참된 놀이와 오늘날 보편적인 다른 두 종류의 놀이를 비교해보자. 첫째는 부모가 주도하고 감독하는 구조화된 놀이, 둘째는 스크린 중심의 게임이다. 이들 놀이는 모두 나름의 가치를 지닌다. 하지만 아이들의 사회성 발달이나 정서적, 인지적, 신체적 발달에 도움이 되는 활동적이고 신체적이며 상상력이 풍부한 사회적 놀이 기회는 제공하지 못한다.

140 창의적이고 주도적인 놀이활동이 성장과 발달에 매우 효과적이라는 사실은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입증되었다. 참된 놀이는 아이의 행복은 물론 독립적인 어른으로 성장하는 데에도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140 놀이와 신체적 발달 사이에는 매우 깊은 관계가 있다. 한창 자라나는 아이에게는 활발한 신체활동과 충분한 영양공급, 안전한 환경으로부터 오는 자극이 필수적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제4장-자녀를 강하게 키워라'에 담긴 '놀게 하라'는 소제목의 이야기다. 이는 앞 챕터인 '움직이게 하라'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운동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사실은 누구나 경험으로 알고 있다. 여기에는 놀라운 과학적 근거가 있다. 하버드대학교 정신의학과 부교수 '존 레이티'의 견해에 따르면 혈액순환이 될 때 기분이 좋은 이유는 뇌의 기능이 최대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신체활동은 당연히 근육을 키우고 심장과 폐를 튼튼하게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이 '뇌'에 미치는 영향이다. 운동을 하면 신경화학물질과 생장요인이 마치 폭포수처럼 쏟아져, 우리 뇌의 구조 자체를 한층 강화시킨다. 몸은 마음에 영향을 미치며 마음은 몸에 영향을 미친다. 활동적인 놀이는 우리 아이를 몸과 마음이 건강한 독립적 존재로 성장하도록 돕는다.

놀이는 신체적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 활발한 신체활동이 운동능력을 키워주며 건강한 몸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줌은 상식적으로 해볼 수 있는 추론이다. 그런데 저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놀이의 또 다른 효과를 강조한다. 바로 아이들의 '정서적 발달'이다. 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탐색하고 표현하며, 다른 사람은 어떻게 느끼고 반응하는지 학습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으로서의 능력을 발달시키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함께' 함으로써 더 많은것들을 이뤄낼 수 있다. 놀이를 통해 건강한 몸과 정서와 사회성을 발달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가진 아이는, 더욱 적극적이며 자유롭게 자신의 잠재력을 펼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개인화와 단절이 점점 깊어가고 있는, 이로 인한 병폐들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요즘의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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