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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 사고 - 걱정, 무기력, 질병으로부터 당신을 지킬 해독제
에카르트 폰 히르슈하우젠 지음, 박규호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6월
평점 :
"당신이 먹는 것이 바로 당신을 만든다." 라는 말이 있다. 언뜻 직관적으로 봐도 옳은 말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우리 몸을 구성하며 좋은 음식은 몸을 건강하게 만들고 나쁜 음식은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 복통이 발생한 이후 지난 식사를 돌아보며 '뭘 잘못먹은거지?'라며 반추하는 습관은 이러한 우리의 인식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그런데 '생각'은 어떠한가? 우리는 몸으로 이루어져 있기도 하지만 정신으로 이루어져있기도 하다. 겉모습은 우리와 똑같지만 전혀 다른 생각과 기억을 갖고 있는 존재를 '나'라고 부를 수 있을까? 오히려 몸은 다를지언정 기억과 생각이 일치하는 존재야말로 진정한 '나'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생각'을 몸만큼 챙기지 않는다. "당신이 먹는 것이 바로 당신을 만든다."라는 문장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당신이 생각하는 것이 바로 당신을 만든다."라는 명제다. 그러니 이제는 몸이 아닌 생각을 돌볼 차례다. 건강한 식단을 스스로에게 제공하듯 건강한 사고를 스스로에게 선사할 순서다. 저자가 말하는 걱정, 무기력, 질병으로부터 당신을 지킬 해독제, <방탄사고>를 배워보는 것은 어떨까?
16 최고의 영약은 우리가 매일같이 반복하는 일상의 소소한 생각과 행동입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건강한 습관을 몸에 익히는 방법을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내 안의 나약한 녀석은 왜 채찍질을 원할까요? 늙어간다는 게 그렇게 나쁜 일일까요? 유머나 음악, 이야기가 우리를 치유하는 힘은 뭘까요? 어떻게 하면 위기를 극복할 힘을 축적해 기쁨이 넘치는 삶을 만끽할 수 있을까요?
<방탄사고>는 '생각'에 관한 통념적 생각을 뒤집는다. 우리가 흔하게 챙겨먹는 '비타민'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생각'이며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의 소소한 생각과 행동이야말로 최고의 영약이라고 강조한다. 저자가 제안하는 '방탄사고'를 습관화함으로써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꾸어나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책의 전반부에서는 '플라시보'효과가 얼마나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지 근거와 사례를 통해 증명함으로써 '생각'이 몸과 마음의 건강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을 확인한다. 그리고 의사의 관점에서 건강에 대한 일반적이지만 잘못된 통념들을 짚어본다. 그리고 책의 후반부인 '6부-기쁨이 넘치는 삶을 만끽하고 싶으세요?'에서 '7부-유머와 이야기가 정말 삶을 바꾼다니까요'에 걸쳐서 저자가 제안하는 '방탄사고'의 구체적인 방햐을 제시한다. 저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나 의학과 언론학을 공부한 의사로 마술사, 웃음 트레이너, 베스트셀러 저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책의 전반에 걸쳐 저자는 '유머'를 강조하는데 이러한 저자의 사고방식이 반영되어서인지 빈번하게 드러나는 유머 포인트가 읽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364 자기 마음에 관한 글쓰기는 놀라울 정도로 효과가 좋습니다. ... 5일 동안 매일 15분씩 집중적으로 글을 쓰는데, 좋았던 여행 경험 같은 것이 아니라 반대로 이제껏 했던 가장 바보같았거나 아팠거나 화났던 일을 적어보는 겁니다. 너무 고민하지 말고 그냥 생각나는 대로 써 내려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 글을 쓰기 전까지는 흐릿한 장면들만 머릿속에 혼란스럽게 떠돌다가, 글쓰기를 하면서 정돈되고 형태를 갖춘 이야기가 됩니다. 우리는 이제 그 일을 통제할 수 있게 되고, 그 안에서 의미를 발견하기 시작합니다. 특히 치유 효과가 좋은 것은 사건의 원인과 결과와 이해가 암시되어 있는 글입니다. 반복적인 글쓰기를 통해 새로운 시각도 생겨납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표현적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였다. 나 스스로 표현적 글쓰기를 통해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를 경험한 바 있기에 더욱 공감가는 이야기였다. 저자가 제안하는 글쓰기는 부담이 없다. 양식도 없고 평가도 없다. 유일한 규칙이라면 '5일간 매일 15분'이 전부다. 내용은 오히려 편안하고 자유롭게 물 흐르듯 적어내리기를 권한다. 나의 글쓰기도 그랬다. '잘 써야겠다' 내지는 '이 글 쓰기를 통해 이러이러한 효과를 봐야지'라고 생각했을 때는 긍정적 효과를 자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무런 부담도 목적도 당위도 없이 쏟아져나오는 생각과 감정을 적어내렸을 때 해방감과 고양감과 자유로움과 기쁨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 이유는 뭐였을까? 저자의 부연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회피적 성향을 갖고 있던 나는 부정적 기억이나 감정을 반사적으로 피하고는 했다. 피하지 않더라도 강박적으로 책임이나 재발방지 방법을 찾으며 스트레스를 받고는 했다. 그러니 원인과 사건과 결과의 흐름이 객관적으로 보일리 없었다. 하지만 표현적 글쓰기는 이 혼란스러운 기억을 정돈시켜 주었다. 형태와 의미를 갖춘 하나의 이야기로 재구성해 주었다. 이러한 글쓰기를 통해 나는 '불안'이라고 하는 미지의 공포를 벗어나 해방과 자유와 의미를 향해 한 걸음 다가설 수 있었다. 한동안 분주하고 글을 쓰던 나였지만 어느덧 이 좋은 '표현적 글쓰기'를 놓고 살아왔던 것 같다. 이번 독서를 계기로 매일, 15분씩 규칙적으로 일상을 정리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381 단기 스트레스는 진화론적 측면에서 우리에게 대단히 호의적입니다. 스트레스 상황이 닥치면 우리 몸의 경보기들이 작동합니다. 아드레날린이 분비되고, 기관지가 확장되고, 땀이 흐릅니다. 스트레스는 짧은 순간에 우리가 아주 민첩하게 움직이고, 판단하고, 싸울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스트레스는 신체 조직을 지원하여 도전에 잘 대처하고 다시 균형을 회복하고 새로운 상황에 빨리 적응하게 만들어줍니다. 단기 스트레스는 주의력을 높이고, 면역 체계를 활성화하고, 상처 치유력을 가속시키고, 암세포와 더 잘 싸울 수 있게 하고, 신체 노화를 지연시킵니다.
얼마 전 어느 TV프로그램에서 보았는데 김영하작가는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짜증나'라는 말을 사용하지 말라고 가르쳤다고 한다. '짜증나'안에 내포되어 있는 수만가지 감정들을 자세히 들여다볼 기회를 놓치게 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언어를 사용하여 삶과 감정을 표현하는 작가 지망생이라면 스스로의 감정을 세세하고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고 그에 걸맞는 섬세한 언어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였던걸로 기억한다. 나는 작가가 되려는 사람은 아니지만 좋은 글을 쓰고싶은 욕심을 갖고 있기에 최근들어 이를 실천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나는 생각지도 못한 긍적적 효과를 경험했다. 사건이나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스스로의 중심을 잡는 힘이 더 커진 것이다. 특히 '짜증나는' 상황에서 그렇다. 짜증나는 상황에서 즉시 짜증난다고 말하지 않고, 보다 구체적인 언어를 섬세하게 고민하다보면 나의 감정을 들여다볼수밖에 없게 된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식할수밖에 없게 된다. 객관적 상황 인식과 주관적 감정 인식. 두 가지 경로의 접근은 묘한 시너지를 이끌어내며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주었다. '외적경험'보다 중요한 '내적경험'의 힘을 느낄 수 있게된 발견의 기회였다.
이 책의 '스트레스'에 관한 이야기는 '중심'을 넘어 '추진'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했다. 저자에 따르면 스트레스는 우리의 생존과 번식을 위해 장착된 호의적 반응이다. 신체적 능력은 강화되고 정신적 능력은 각성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당면한 위협에 더욱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스트레스를 과도한 부담이나 장애물로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그 긍정적 효과를 활용할 수 없다. 하지만 '자극'으로 받아들인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도피 본능은 긍정적 '공격성'으로 발전한다. 스포츠경기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는 이들이 대표적이다. 한편 무대공포증이 있는 배우들 역시 '때문에'가 아닌 '덕분에' 더 나은 집중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스트레스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받아들일 때 얻을 수 있는 기회다. 나 역시 꽤 심한 발표불안을 갖고 있던 사람이지만 요즘은 사람들 앞에 서는 기회를 늘려가고 있고, 성과 또한 점점 좋아지고 있다. 하지만 신체적 반응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심장은 뛰고 몸은 떨리며 호흡은 가빠진다. 하지만 과거 불안이 심할때와는 달리 머릿속이 하얘지거나 공포감이 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기분좋은 흥분'이라고 할만한 느낌이 든다. 같으면서도 묘하게 달랐던 신체적 반응을 돌이켜보며 저자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었다. 또한 저자가 말한 스트레스의 긍정적 반응을 기억하며 앞으로 더욱 강력한 플라시보를 활용해봐야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