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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관으로 간 뇌과학자 - 실험실에 갇혀 살던 중년 뇌과학자의 엉뚱하고 유쾌한 셀프 두뇌 실험기
웬디 스즈키 지음, 조은아 옮김 / 북라이프 / 2019년 6월
평점 :
깊은 무기력에 빠졌던 적이 있다. 한 번 늪에 빠진 상태에서 삶의 자발적 중심을 되찾는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가능한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했고 그 중 가장 큰 힘이 된 두 가지 축이 바로 운동과 명상이다. 먼저 달리기. <운동화 신은 뇌>라는 책에서 아이디어를 얻었고 활발한 운동이 체네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촉진하여 균형을 맞춰준다는 이야기에 마음이 움직여 규칙적인 달리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명상. <8주, 나를 비우는 시간>의 프로그램에 따라 명상했고 김정호 교수님의 저서들도 적극적으로 참조했다. 이 두 가지 축은 몸과 마음의 건강을 이끌며 자발적 의지와 삶의 방향을 되찾는데 큰 힘이 되었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두 축이 개별적인 축인것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상호 보완하며 순환하는, 몸과 마음을 연결하는 '역동의 축'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책 <체육관으로 간 뇌과학자>를 읽고 떠오른 생각이다.
10 나는 뇌를 깊이 사랑하고 존중했지만, 인간은 뇌 이상의 존재이며 뇌와 연결된 몸이 세상과의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동안 방치되어온 것은 뇌의 일부만이 아니었다. 나는 몸 전체를 소흘히 하고 있었다. 황폐해진 뇌 일부를 자극하는 것보다 몸 전체를 작동시키는 것이 더 시급했다. 다시 말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뇌 전체를 균형 있게 사용해야 할 뿐 아니라 뇌와 몸을 연결해야 한다.
책 <체육관으로 간 뇌과학자>의 저자 '웬디 스즈키'는 뉴욕 대학교 신경과학센터 신경과학 및 심리학 교수이자 대중과학 커뮤니케이터다. 화려한 이력이 말해주듯 그녀의 삶은 치열했다. 40세 이하 과학자에게 수여되는 트롤랜드 연구상을 포함, 다수의 권위적인 상을 수상했고 뉴욕 대학교 종신 교수로 임명되기까지 했다. 그런 그녀가 40세 즈음 문득 삶의 방향성을 잃어버렸음을 깨닫게 된다. 과학분야의 화려한 경력과는 다르게 일상의 삶은 엉망이었다는 사실이다. 신체적 건강, 인간관계, 사랑 등의 생활에서 말이다. 그래서 그녀는 결심한다. 지금껏 쌓은 신경과학에 대한 자신의 지식을 스스로에게 적용하는 긴 실험을 시작하기로 말이다. 그렇게 10년이 흐른 지금, 그녀는 건강하고 행복하며 놀라울 정도로 재미있고 활동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동시에 그 어느때보다 본엄에 전념하면서 말이다. 이 책은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그동안 저자가 발견한 방법들이 집약되어 있다. 충분한 과학적 근거와 해설의 부연과 함께 말이다. 구체적 방법제시가 좋았고, 충분한 근거제시가 좋았으며, 저자의 과정을 진솔하게 풀어내는 진정성이 좋았다. 뇌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꿔나가기를 기대하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 특히 운동과 명상에 관심이 많은 분들께 더욱 유용할 것 같다.
108 이 수업을 만든 강사 퍼트리샤 모레노는 인텐사티intenSati라는 단어가 두 단어를 조합해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텐은 인텐션(의도intention)에서 따온 것이며, 사티는 알아차림awareness 또는 마음챙김mindfulness을 의미하는 고대 인도어다. 퍼트리샤는 알아차림 또는 마음챙김을 자신의 의도로 가져가는 것이 인텐사티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앞으로 킥복싱, 댄스, 요가, 여러 무술에서 차용한 다양한 동작을 할 것이며, 동작을 할 때마다 긍정적인 확언을 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동작과 확언의 조합은 구체적인 메시지를 상징했다. 메시지는 정신적인 힘, 긍정적인 행동의 힘, 신체의 힘, 부정적 사고를 넘어선 긍정적 사고의 힘을 부여하는 수단이었다. 그것은 메시지가 있는 운동이었다.
인텐사티는 굉장히 흥미로운 방법론으로 다가왔다. 동작과 확언을 결합시키는 운동법이다. 정해진 동작을 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확언을 외친다. 이를테면 "나는 탁월하다.", "나는 감사하다.", "나는 자신 있다.", "내 몸은 건강하다.", "나는 매일 내 안전지대를 확장한다."처럼 말이다. 나는 달리기를 좋아한다. 그 동안은 구체적으로 이유를 생각해보지 않고 마냥 좋아했는데, 이제와 돌이켜보니 몸의 개운함과 마음의 해방감이 특히 좋았던 것 같다. 이러한 특유의 느낌들을 운동과 동작에 접목시켜서 구체적으로 선언한다면, 나아가 내가 바라는 점들까지 덧붙일 수 있다면 운동의 활력을 한층 더할 수 있지 않을까? 한편 '동작 마음챙김 명상'이 떠오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김정호 교수님의 MPPT를 실천하면서 가벼운 스트레칭 형식의 요가 동작을 할 때 특히 주의가 집중되는 경험을 했다. 명상 후의 개운함과 해방감,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도 가장 좋았다. 그리고 이제와 돌이켜보니 그 개운함은 달리기 과정과 달리기 이후에 느껴지는 긍정적 느낌과 매우 닮아 있었다. '그저 달리는'과정에서 내 나름대로 명상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달리기와 명상, 겉으로 볼 때는 전혀 접점이 없어보이는 행위가 하나의 지점에서 만나고 있었다. 바로 '지금 여기'에서 '깨어서' '온전히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달리듯 명상할 수 있기를, 명상하듯 달릴 수 있기를 희망하며 앞으로의 명상과 운동을 기대하게 만드는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