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빛 - 제11회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작
임재희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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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직 한국인인가? / p.18

이 책은 임재희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종종 수상작을 읽는 편인데 처음 접한 문학상이어서 관심이 갔다. 사실 역사적인 사건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다루지 않을까 하는 예상이 들기도 했었는데 자주 듣기는 했지만 정작 잘 아는 내용은 아니다 보니 걱정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미셸이라는 인물이다. 중학교 때 미국으로 건너간 이민자이다. 낯선 사회에서 동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남다른 아픔을 느껴온 듯하다. 그곳에서 노아라는 인물과 가까워졌으며, 둘은 그렇게 연인이 됐다. 노아는 미셸과 다르게 미국의 한 가정에 입양이 되었다. 한국인으로서의 생김새를 가졌기에 백인들 사이에서의 소외감이나 차별들을 겪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될 수 있었지만 미국에 정착한 환경에서의 차이점이 있었다.

미셸과 노아가 버지니아에서 벌어진 총기난사사건을 뉴스로 접하게 된 이후부터 둘 사이가 조금 다른 분위기로 흘러간다. 특히, 노아는 어렸을 때 총기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기에 그 사건이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거기에 총기난사사건의 범인이 한국인이기에 백인들의 시선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노아는 그 아픔을 이겨내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이후 미셸은 노아의 흔적을 따라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한국에 남겨진 노아를 찾아가는 미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반적으로 내용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버지니아 총기난사사건을 뉴스로 접하기도 했었다. 또한, 미셸과 노아처럼 한국인이 다른 나라에 정착한 이들은 아니라는 점에서 조금 차이는 있겠지만 반대로 대한민국에 정착한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한때 가까운 곳에서 들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두 시간 정도에 완독할 수 있을 정도로 푹 빠져서 읽었다.

개인적으로 세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정체성에 대한 생각이다. 미셸은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온 노아의 뿌리를 찾아서 대한민국으로 건너왔고, 자신조차도 한국인으로서의 혼란스러움을 겪는다. 그런 지점에서 정체성을 크게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특히, 겉모습이 누가 봐도 미국 사람인 지인이 캐나다에서 온 이민자라는 사실에 당황하는 모습이 되게 인상적으로 와닿았는데 이민자라면 경험했을 뿌리와 정체성 혼란에 대한 생각들이 절실히 이해가 되었다.

두 번째는 양가감정이었다. 사실 이 감정은 책을 덮은 지금까지도 느껴지고 있기도 하다. 중후반부에 버지니아 총기난사사건을 저지른 가해자 역시도 피해자라고 언급하는 내용들이 등장한다. 그 지점이 마치 뭔가 탁 막히는 듯 불편한 감정으로 와닿았다. 가해자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멸시를 받았던 것이 하나의 폭력이라는 점을 무시할 수는 없기에 그들의 시선이 이해가 되면서도 과연 그게 면죄부가 될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세 번째는 연대에 대한 생각이다. 미셸이 한국으로 와서 현진의 도움을 받아 노아의 흔적을 밟는다. 또한, 미순 언니라고 불리는 이민자를 만나 친해지기도 한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연인의 죽음으로부터의 아픔을 치유해나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인간 사이의 연대가 무엇보다 큰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그러면서 세 개의 빛이라는 제목의 뜻을 두 가지로 추측이 되기도 했었는데 하나는 노아의 이름이며, 또 하나는 미셸이 만난 세 사람이 아닐까 싶었다. 어쩌면 그게 빛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방인으로 살아본 경험도, 연인의 죽음도, 더 나아가 사회 안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크게 겪지 않은 사람이지만 작품을 읽는 내내 온전히 미셸이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만큼 몰입이 되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민자에 대한 차별과 인권, 인간의 정체성 등 가까운 듯하면서도 그동안 놓치고 살았던 것들을 다시 생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웠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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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그드라실의 여신들 안전가옥 쇼-트 22
해도연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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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은 깨졌습니다. / p.8

이 책은 해도연 작가님의 단편집이다. 늘 믿고 보는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여서 신작이 나온다고 하면 무조건 선택을 하는 편이다. 특히, 이번 작가님은 SF 앤솔로지 소설집에서 단편 작품으로 접했던 분이어서 더욱 관심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예전에 로켓을 주제로 했던 작품을 읽었기에 나름 기대를 가졌다.

작품은 크게 두 편, 그리고 후일담 형식의 이야기 한 편이 수록되어 있다.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의 매력이라고 하면 짧은 시간 내에 후루룩 읽을 수 있다는 점이었는데 이번 신작은 그 장점이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통하지 않았던 것 같다. 페이지 수가 다른 작품들에 비해 두꺼운 편이면서 소재가 조금은 어려웠기 때문이다.

첫 번째 작품인 <위대한 침묵>의 주인공인 미후는 태양계에서 큰 기업 인텍의 자회사에서 근무하는 홍보부 직원이다. 홍보부이기는 하지만 정작 홍보와 관련된 전문적인 업무보다는 남의 글을 대신 적는 대필을 중점적으로 하는 듯하다. 그러다 직원들과 말도 잘 섞지 않는 이사 크로포드로부터 부름을 받는다. 인텍의 자회사를 노리는 회사 내 인물들을 조사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처음에는 긴가민가했지만 크로포드가 지목한 인물들이 주는 이상한 느낌을 받던 미후는 크로포드의 지시에 따라 수행하던 중 진실을 알게 된다.

두 번째 작품인 <위그드라실의 여신들>은 해저 생물을 연구하던 세실리아, 수미, 마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느 날, 제론이라는 사람이 그들을 찾아와 외부 바이러스로 지구가 위험에 처해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헬족의 샘플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미 화석을 가지고 있기는 했지만 살아 있는 샘플이 필요하기에 이들은 그것을 구하려고 하지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나름의 묘책을 사용해 헬족 샘플을 채취하고, 다른 생물체들을 확인하게 된다. 그러다 하나의 사건을 마주한다.

읽으면서 두 작품이 조금 다른 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 작품이 인간의 탐욕과 욕심으로 파멸을 이끄는 내용으로 인류애가 소멸이 될 뻔했다면 두 번째 작품을 읽으면서 오히려 지구의 멸망을 막기 위해 세실리아, 수미, 마야의 고군분투하는 내용으로 다시 원상복구가 되는 듯했다. 인간이라는 게 다면적인 존재이기는 하지만 냉탕과 온탕을 왔다갔다 마음이 움직였다는 점에서 색다른 매력을 느꼈던 작품이었다.

SF 소설 자체를 조금 더디게 읽는 편인데 유독 이번 작품은 더욱 어렵게 느껴졌다. 전반적으로 과학에 대한 전문적인 용어들이 자주 등장하는 편인데 거기에 북유럽 신화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고 있다. 과학과 북유럽 신화라는 낯선 소재 안에서 내용을 머릿속으로 그려야 하는데 그 지점이 너무나 어려웠다. 아무래도 과학과 담을 쌓고 살았던 전형적인 대한민국의 문과형 인간이기에 더욱 버겁게 느껴진 것 같다. 우주나 SF 소설을 선호하는 독자들이라면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그 지점에서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이지 않을까.

책을 덮고 나니 앤디 위어의 '프로젝트 헤일메리'라는 소설이 떠올랐다. 사실 그 작품 역시도 우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SF소설의 재미와 함께 인간이 가지고 있는 따스함을 주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도 꽤 인상적으로 남아 있다. 이 작품 역시도 과학적인 지식은 버겁게 느껴졌지만 등장 인물들 사이의 연대나 인간애를 느꼈다는 점에서 감성적인 부분은 오래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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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다잉 프로젝트 - SF, 판타지, 블랙코미디 본격 장르만화 단편집
봉봉 지음 / 씨네21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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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아나를 가질 수 있습니다. / p.15

어렸을 때부터 만화에는 크게 흥미가 없었던 편이었다. 그게 꼭 책뿐만 아니라 매체 역시도 그렇다. 당시에 유행했던 TV 만화도 거의 본 적 없었으며, 청소년 시기에 유행했던 순정 만화도 옆에서 몇 페이지 읽다가 덮는 스타일이었다. 성인이 되어서는 더욱 만화와 담을 쌓고 살았던 것 같다.

그러다 만화라고 하기에는 조금 애매하지만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가장 크게 영향을 주었던 작품이 주토피아인데 이후로 코코는 인생 애니메이션이 되었고, 이후로 지브리에서 나온 작품들도 종종 봤었다. 그러나 종이로 된 만화는 크게 접할 일이 없었다.

이 책은 봉봉 작가님의 만화 단편집이다. 얼마 전에 즐겨 보는 북 크리에이터의 영상을 보고 책으로 나오는 만화에 호기심이 생겼다. 바로 구매해 읽을 계획이었지만 아직까지는 먼지가 쌓이고 있는 중에 이 작품을 알게 되어 읽게 되었다. 단편소설을 선호하다 보니 단편 만화라면 더욱 흥미를 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작품집에서는 총 여섯 편의 만화 단편이 실려 있다. 표지에 언급이 된 것처럼 SF부터 블랙코미디까지 다양한 장르의 만화인데 인공 자궁으로 임신과 출산을 하는 내용, 같은 얼굴을 가지고 있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 죽음 서바이벌, 손톱을 먹는 쥐로부터 시작된 설화를 각색한 이야기 등 조금 멀게 느껴지면서도 은근히 현실감이 와닿았던 만화여서 쉽게 읽힐 수 있었고, 그만큼 와닿았던 지점도 많았다.

개인적으로 표제작인 <웰다잉 프로젝트>라는 작품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죽음을 중계하는 서바이벌 방송에 참여한 세 사람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각자 죽기 전에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또는 어떻게 죽고 싶은지 등 방송으로 이들의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이 송출되는데 생각보다 사람들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보인다. 결국 세 명은 자신들이 원하는 방법으로 생을 마감한다.

내용 자체는 어떻게 보면 뻔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만화를 보는 내내 들었던 생각이 머릿속에 강하게 자리를 잡았기에 더욱 기억에 남았다. 요즈음 댄스, 노래 등 방송으로 다양한 종류의 오디션을 하는데 죽음을 소재로 잡는 이야기라는 게 불쾌하면서 기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명인이 생을 마감하는 뉴스조차도 조심스럽게 접근하는데 실존 인물이 죽는 것을 어떻게 방송으로 구성할 수 있을까. 마음 한구석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삼키면서 하나하나 책장을 넘기다 결론에 이르러 머리를 맞은 듯했다. 무엇보다 인간의 아이러니가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그밖에도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이중적인 면모와 탐욕을 풍자하는 내용들 하나하나가 너무 공감이 되었다. 인공 자궁이라는 소재는 종종 상상했었지만 그로부터 다가오는 문제점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고, 평범을 원하면서도 그 안에서 조금 더 잘나게 보이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새삼스럽게 떠올렸으며, 쥐가 손톱을 먹으면 같은 사람으로 변한다는 설화를 각색한 이야기가 너무나 흥미로웠다. 작품을 읽으면서 만화의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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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 츠나구 2 - 인연이 이어주는 만남과 마음 사자 츠나구 2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오정화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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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과 산 사람을 만나게 해주는 창구. 제가 바로 츠나구라고요. / p.10

이 책은 츠지무라 미즈키의 장편소설이다. 시리즈 1편을 알고 있었는데 원래 계속 이어지는 작품에 큰 흥미가 없다 보니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작품이었다. 그러다 주변에 친한 지인들이 재미있다고 추천해 주어서 이렇게 읽게 된 책이다. 사실 작품에 대한 정보가 없기에 개인적인 기대보다는 그들의 안목을 믿었다.

이 작품은 1편에 등장했던 츠나구의 성인 시기를 다루고 있다. 츠나구는 사람 한 개인이 아닌 죽은 자와 산 자를 연결해 주는 하나의 역할이자 칭호를 뜻한다. 다섯 편의 이야기가 하나로 묶여 있으며, 츠나구가 아버지와 딸, 어머니와 딸 등 의뢰인이 원하는 사자와 연결해 주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각자 하나의 독립된 스토리를 다룬 듯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츠나구라는 중심 인물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하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선, 1편을 아직 읽지 않은 사람으로서 어떻게 보면 이해가 될 듯하면서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츠나구라는 인물이 어떤 성향을 띄고 있는지는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지만 전편을 읽었더라면 더욱 풍부하게 재미를 느낄 수 있었을 텐데 줄거리뿐만 아니라 정보조차도 없는 상황에서는 그 부분이 조금 반감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 스토리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독자라면 미리 1편을 읽고 이 작품을 읽는 것이 더욱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사람과의 인연을 크게 연연하지 않는 성향을 가지고 있기에 걱정이 되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묘한 감정이 느껴지는 것을 느꼈다. 아무래도 인연에 대한 변화인 듯했다. 증오를 가지고 있는 아버지를 만나는 딸에 대한 감정이라든지, 자녀를 잃은 어머니가 츠나구를 통해 만나게 되면서 느끼는 애틋함이 그랬다. 어떻게 보면 크게 상상이 되지 않을 일처럼 느껴지지만 공감이 많이 되었던 듯하다.

읽는 내내 1편을 읽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되었다. 조만간 1편을 구매해서 재독을 하고 싶을 정도였는데 책을 덮고 나니 소재가 되게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은 누군가와 연결한다는 내용의 작품들이 꽤 있었음에도 말이다. 2편 자체로도 재미있었지만 1편을 다 읽고 난 이후에 느낀 감정을 다시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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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펫로스 상담실입니다 - 이별이 힘든 이들을 위한 특별한 심리 상담
조지훈 지음 / 라곰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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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의 죽음은 가족과 사별하는 경험이에요. / p.21

키웠던 강아지가 하늘 나라에 떠난 지도 어느덧 칠 년이 다 되어가는 중이다. 이제는 곧 키웠던 시간보다 보낸 시간이 더 길게 느껴지는 순간을 지나가고 있기도 하다. 예전에 비해 그리움도 옅어지고, 일상생활에 집중할 수 있을 정도로 나름 회복이 되어 있는 상태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드문드문 힘든 시간마다 가장 먼저 떠올렸던 것은 강아지였고, 지금도 강아지가 있는 곳을 찾아 많이 울기도 한다. 옅어질지언정 지워지지는 않을 것 같다.

이 책은 조지훈 선생님의 심리학에 대한 도서이다. 강아지가 하늘 나라에 갈 때까지만 해도 펫로스 증후군이라는 말이 지금처럼 크게 입에 올릴 수 있는 단어가 아니었다. 그래서 갑작스럽게 들었던 그 순간에도 미처 아르바이트로 근무하고 있던 회사를 나오지 못하고 울음을 참으면서 일했던 기억이 있다. 그렇다 보니 이 단어가 참 반갑기도 하면서 궁금증이 생겨 선택하게 된 책이다.

저자는 최초로 펫로스로 힘들어하는 이들을 위한 상담실은 운영하고 계신다. 역시 어렸을 때에 다롱이라는 강아지를 하늘 나라로 보낸 기억이 있으며, 현재는 아롱이라는 이름의 반려묘를 키우고 계신다. 반려 동물을 떠나 보냈을 때에 겪는 심리적인 문제에 대해 심리학적으로 풀어보고, 사례를 통해 함께 나누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두 가지 내용이 인상 깊게 와닿았다. 첫 번째는 <모든 게 제 탓 같아요>라는 제목의 내용이었다. 반려견을 떠나 보내고 과거에 못한 일들이 떠올라 고통스럽다는 의뢰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마치 나의 내용인 것처럼 느껴졌다. 특히, 대학교 공부와 취업 준비 등 바쁘다는 이유로 그렇게 좋아하는 산책을 마음껏 해 주지 못했던 과거의 모습들이 떠올라 고통스러웠다. 책을 읽기 전까지 들었던 생각이기도 했는데 정신적 여과라는 용어와 비합리적인 사고로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바로 잡는다. 나에게 쓰는 돈을 아껴가면서 강아지를 챙겼고, 제때 식사를 주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은 보호자였다고 믿음을 주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많은 위로가 되었다.

두 번째는 <반려인 친구를 위로하고 싶어요>라는 제목의 내용이었다. 의뢰인은 비반려인이지만 친구가 키우던 반려동물을 하늘로 보내고 힘들어하는데 어떻게 위로해 줄 수 있는지를 물었다. 사실 내용 자체는 크게 예상과 빗나가지는 않았지만 옆에서 힘들어하는 친구를 두었던 비반려인 입장에서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저자의 세심함을 느꼈던 파트였다.

그밖에도 어린 자녀에게 반려동물의 죽음을 설명한다거나 안락사를 제의받은 반려인의 고민들이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초반에 하늘 나라로 보낸 반려동물에게 글을 쓰는 것도 치유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을 읽으면서 많이 울컥했었다. 그런 생각을 했었지만 정작 하늘 나라로 떠난 나의 반려동물에게는 적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지점에서 예전 생각이 많이 들었던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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