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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 도쿄 하우스
마리 유키코 지음, 김현화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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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에 딱 한 번 드리는 부탁입니다. / p.6
조선시대 이후의 사회를 다룬 드라마를 보면 그 시기가 궁금해진다. 안재모 배우님 주연의 드라마 <야인시대>를 보면서 당시 경성 사회가, 혜리배우님과 박보검 배우님 주연의 드라마 <응답하라 1988>를 보면서 88 올림픽을 실제로 경험하고 싶다는 호기심이 들었다. 물론, 드라마와 주변어르신들께 들었던 일화들이 있지만 그것만으로도 부족하다.
이 책은 마리 유키코의 장편소설이다. 그런 점에서 너무 궁금했다. 1961년도의 도쿄 중산층을 체험하는 내용이 흥미로울 듯하다. 사실 일본 사회는 직접적으로 경험할 일이 없고, 앞으로도 없을 예정이지만 가족들이 과거 사회의 생활을 하면서 벌어질 일들이 기대됐다. 마치 시대물의 드라마를 활자로 읽는 듯한 느낌을 예상하면서 읽었다.
소설은 한 작가의 아이디어로부터 시작된다. 100년 전의 사회로 돌아가서 체험하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었다. 방송국에서 채택 후 기획하면서 여러 가지 수정됐다. 1961년도, 그리고 가족들에게 특유의 설정을 주어 리얼 프로그램을 빙자한 예능을 만든 것이다. 작가는 수정하는 내용들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하청을 받는 회사의 직원이라는 점에서 어쩔 수 없이 수용해 프로그램의 뼈대를 잡아간다.
3개월 간 1961년도를 체험하면 500만 엔을 준다는 홍보를 보고 서류와 면접을 거쳐 두 가족이 선정된다. 평범한 회사원의 남편과 전업 주부의아내, 그리고 아이 두 명이 있는 고이케 가족. 백수 남편과 인플루언서 아내, 아이 두 명이 있는 나카하라 가족. 두 가족은 처음 설정부터 가난한 집과 부잣집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조금씩 사이가 틀어진다. 거기에 방송국은 각 가족의 부인들에게 말도 안 되는 디렉팅을 하면서막장으로 흘러간다. 그러다 한 아이가 살인되는 일이 벌어지자 절정으로 치닫는다.
전반적으로 너무 동적인 분위기의 작품이었다. 두 가족 여덟 명과 방송국 직원들까지 많은 등장인물과 쏟아지는 사건들로 산만하게 전개가 되었던것은 사실이지만 손에 땀을 쥐는 일들이 하나하나 몰입하게 됐다. 긴장감 넘치는 추리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흥미를 줄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반대로 차분한 분위기를 선호하는 독자들에게는 정신을 빼놓을 듯했다. 조금 어렵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재미 위주로 보기에는 딱 좋았다.
개인적으로 하나의 생각이 들었다. 복수라는 이름 하에 여러 사람을 희생시켜도 되는지에 대한 불쾌함이다. 중반까지는 너무 평범한 시대극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후반부에 이르러 하나씩 비밀이 밝혀지는데 복수가 복수를 낳는 형태라는 점이 읽는 내내 찝찝했다. 마치 불편한진실을 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과연 사적인 이유로 다른 가족들을 불행에 빠트려도 되는가. 그것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가정을 말이다. 가질 수있는 분노와 의문은 충분히 이해하는 바이지만 방송이라는 수단으로 행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면에서는 시청자까지 기만하는듯했다.
요즈음 유행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대한 의문도 남았다. 물론, 모든 작품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시청자들의 기억에 남을 법한 자극적이고도 인위적인 프로그램들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현대와 맞물려 생각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단순하게 재미를 위해 선택했는데 결론적으로놓고 보자면 소설에서 벌어진 상황들을 읽으면서 여러모로 답답하고 부정적인 감정이 남았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