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세상이여, 그대는 어디에 아르테 오리지널 24
샐리 루니 지음, 김희용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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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앨리스인가요? 그가 물어보았다. / p.9

이 책은 샐리 루니의 장편소설이다. 전작이었던 '노멀 피플'을 영상으로 보았던 기억이 있다. 소설로 보면 더욱 크게 와닿는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하던데 영화로도 나름 큰 인상을 받았다. 특히, 주인공들의 연기를 통해 느꼈던 허무감이나 감정 자체가 너무 고스란히 와닿았던 탓에 언젠가 작품으로 꼭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신작이 나왔다는 이야기에 입문을 하고자 선택하게 된 책이다.

소설에는 두 사람이 등장한다. 억만장자 앨리스와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으로 만난 소개팅 남자인 펠릭스이다. 초반에 두 사람은 그렇게까지 잘 맞는다는 느낌이 아니다. 앨리스는 작가로서 성공한 인물인데 책과 담을 쌓는 펠릭스는 그녀의 인지도 자체를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망한 소개팅이라고 볼 수 있을 텐데 이상하게 앨리스와 펠릭스는 묘하게 만남을 이어가는 듯하다.

그리고 또 두 사람이 등장한다. 앨리스의 친구인 아일린과 사이먼이다. 아일린은 자신의 삶에 크게 만족하지 못하는 듯하다. 아니, 더 나아가 자신이 실패했다고 느낀다. 남자 친구와 이별까지 하다 보니 더욱 바닥을 치고 있다. 또한, 사이먼은 누가 봐도 잘생긴 외모를 지녔고, 좋은 직업을 가지고 있는데 여러 여자들과 만남을 가진다. 적당한 선을 지키면서 사이먼과 거리를 유지하던 아일린은 그에게 마음을 두게 된다.

개인적으로 청춘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무엇보다 등장 인물들이 비슷한 나이 또래이기 때문에 느끼고 있는 문제와 고민들이 마치 나의 고민처럼 와닿았다. 물론, 앨리스처럼 억만장자의 작가도 아니고, 네 인물처럼 이성을 만나는 등의 일은 아니겠지만 그밖에 가지고 있는 이야기들은 공감이 되지 않을까 싶다. 현실을 살아가면서 느꼈던 불안정감과 문제들, 친구와 나누는 일상 등이 그렇다. 불안한 청춘의 이야기처럼 와닿았다.

전반적으로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아일린처럼 스스로 패배했다는 생각으로 우울감이 바닥을 찍고 올라올 때도 있었고, 지금까지도 온전히 삶을 제대로 살아오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으로 가득하다. 또한, 앨리스처럼 무언가의 허무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이메일로 나누는 두 사람 사이에 내가 한 명의 친구로서 들어가 이야기를 나누는 듯했다. 너무나 공감이 되었던 작품이었다.

책을 덮고 나니 전작이었던 노멀 피플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영상으로 보았던 그 느낌과 활자로 읽은 신간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지지 않았을까. 왜 비슷한 연령대의 지인들로부터 강력 추천을 받았는지 이해가 되는 작품이었다. 나름 읽으면서 친구들의 우정을 다루었던 드라마 한 작품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뭔가 너무 나의 이야기처럼 와닿았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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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생활자
황보름 지음 / 열림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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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단순하게 잘 살았다. / p.11

누구보다 새로 무언가를 만드는 일보다는 기존에 있던 루틴을 지키는 일을 선호하는 사람으로서 단순함을 가장 우선적으로 뽑는 편이다. 일상생활에서는 최대한 움직이는 동선을 짧게 가지며, 휴일에는 집에서 거의 나오는 일이 없다. 생활 루틴 자체가 단순하게 흘러가기도 한다. 이를 보면서 누군가는 참 재미가 없게 산다면서 의문을 표하기도 하지만 만족하면서 살고 있다.

이 책은 황보름 작가님의 에세이이다. 꽤 오랜 시간 베스트셀러 자리에 올랐던 전작 소설을 다른 사람들에 비해 늦게 읽었는데 그 시기의 인생 소설로 뽑을 수 있을 정도로 너무 좋은 감정으로 남았다. 잔잔한 스토리에서 느껴지는 공감, 주인공 '영주'로부터 서점 주인으로서의 나름의 꿈을 이룬 듯한 기분, 누구나 고민은 가지고 살고 있다는 연대 등 다양한 감정으로 와닿았다. 작가님의 이야기를 읽고 싶어 선택하게 된 책이다.

작가님께서는 전업 작가로서 준비하셨지만 그것이 마음처럼 되지 않았고, 다시 직장인의 삶으로 가셨다. 그러다 우연히 썼던 소설 작품의 수상 소식을 듣게 되고 퇴사 후 현재는 작가로서의 삶을 살고 계시는 분이다. 그동안 있었던 일들과 가치관들이 에세이라는 책에 농축 있게 담겨져 있다.

전체적으로 공감이 많이 되었던 이야기이다. 읽으면서 요즈음 유행하는 MBTI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할 정도로 나의 감정을 그대로 표현한 듯했다. 상황 자체도 비슷했다는 점에서 너무나 술술 읽혀졌다. 에세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중간 내용마다 감정적으로 이입이 되기는 했지만 이렇게 유독 내용 자체가 나의 삶처럼 감정적으로 느껴졌던 책은 드물었다. 조금은 특별하게 와닿았던 책이었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지점이 더욱 인상 깊게 느껴졌다. 첫 번째는 독립이다. 작가님께서는 마흔이 넘어 처음으로 독립하셨다. 물론, 지금 내 나이와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주변 사람들에 비해 비교적 늦은 나이에 자취를 하는 입장으로서 가장 큰 공감이 됐다. 특히, 혼자 살지만 청소를 하는 부분이나 독립된 공간을 가지게 되면서 자신을 살핀다는 부분이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주변에 독립한다고 했을 때 굶어 죽지 않을까 염려했었는데 정작 자취를 하고 나니 나름 규칙을 만들어 단순하고 깔끔하게 잘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작가님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두 번째는 관계이다. 사람을 만나기는 하지만 그 안에서 에너지를 얻기보다는 빼앗기는 타입이 아니신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싫어하지는 않지만 막상 시간을 보내고 나면 기가 빠진다고 할까. 오히려 혼자 공원을 걷는 것이 더욱 익숙하신 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이가 들수록 인간관계의 가지 치기로 남는 사람들만 있다는 내용이 너무나 와닿았다. 그래도 어렸을 때에는 대학생활과 직장생활로 많은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술을 마셨지만 정작 삼십 대에 이르러 한정적인 관계에서 가끔 유지하는 정도가 되었다. 그런 점에서 작가님과 통하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며, 무엇보다 혼술에 대한 내용은 가장 큰 공감이었다.

소설은 휴남동이라는 가상의 세계가 있을 것 같은 확신을 주었던 작품이라면 에세이는 마치 현재의 나의 마음을 들킨 것 같은 의심을 주었던 책이었다. 내내 비슷한 느낌을 남기는 듯하다는 생각에 그게 오히려 조심스러워질 정도로 통했다. 그런 지점에서 지금 가지고 있는 고민을 작가님께서 밟아오신 길에 대한 해답을 얻었다는 측면에서 용기를 얻었던 에세이이다.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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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조선부동산실록 - 왜 개혁은 항상 실패할까? 2023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박영서 지음 / 들녘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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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문제는 저출생 문제처럼, 한 국가가 가진 총체적 문제의 원인이면서 결과입니다. / p.11

요즈음 가지고 있는 고민 중 하나가 주택청약 해지 여부이다. 부모님을 비롯한 어른들의 의견에 따라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주택청약을 신청해 지금까지 계속 유지하고 있지만 비슷한 또래 지인들의 상황을 비교했을 때에는 이것을 유지하는 게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결혼에 대한 큰 생각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인데 신혼부부와 자녀를 두고 있는 가족들에게 집중이 되어 있다 보니 이게 의미가 있을까 싶다.

이 책은 박영서 작가님의 부동산에 대한 역사 도서이다. 복지를 다루었던 전작을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아마 전공이 복지학이었고, 현재는 관련 직종에서 근무하고 있다 보니 아는 부분이 많아 더욱 기억에 남았을지도 모르겠다. 내용을 떠나 전체적으로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아 이번 신작도 나름 기대가 되었다. 물론, 전작을 읽을 때와 마음가짐이 조금 다르기는 했다.

간단하게 내용을 이야기하자면 현재 남아 있는 사료를 바탕으로 조선시대의 부동산 역사를 다루었다.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토지와 집에 대한 역사이다. 아무래도 지금처럼 쉽게 알 수 있는 정보가 아니다 보니 현재 남아 있는 사료를 토대로 당시 조선에서는 어떤 부동산 정책을 보였으며, 이에 대한 문제점과 계급에 따라 경험했던 부동산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전체적으로는 술술 읽혀졌다. 학창시절 역사 시간에 다루었던 과전법 등의 용어 자체가 익숙했다. 그리고 작가님의 이야기 자체가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기술해 주시고, 다양한 사료들을 언급해 주시다 보니 이해하는 것 자체가 그렇게 어렵지도 않았다. 사실 부동산에 대한 지식 자체도 별로 없을뿐만 아니라 평소 가지고 있는 관심도 낮았기에 전작에 비해 더디게 읽히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공화국이다. 아무래도 지방에 거주하고 있다 보니 주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울에서 태어나 자라는 것도 하나의 스펙이다.'라는 말을 하고 또 듣는다. 그만큼 상경하는 것 자체가 지방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큰 문제가 되는데 조선시대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정약용이 후손들에게 전하는 이야기만 하더라도 서울 밖으로는 벗어나지 않을 것을 주문했으며, 친척들과 사채업을 하는 이들에게 돈을 빌려서라도 서울에 집을 얻고자 했던 이들이 있었다. 지방으로 간 이들은 배우자의 집안 자체가 그 지역의 유지라는 점에서 씁쓸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서울공화국'은 여전했다.

두 번째는 욕심이다. 가장 기본적으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보는 입장이다. 지금은 돈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당장 평생 먹고 살 돈이 떨어진다고 하면 남에게 이를 베푸는 것보다는 배를 불릴 수 있는 여건을 찾지 않을까 싶은데 이는 조선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현대 부동산 부자들처럼 갭투자를 한다거나 정부의 정책을 이용해 자신들의 재산을 늘릴 수 있는 방법들을 실행에 옮겼다. 전세금은 줄 수 없으나 당장 집을 빼라는 식의 몰상식한 주인들과 누구보다 청렴을 지켜야 할 공무원들이 헛점을 노려 토지로 부를 축척했다. 최근에 자주 이슈가 되는 전세 사기 범죄자들, 그리고 LH 이슈들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조선시대의 부동산 정책을 실패했다. 다양한 이유가 있었겠지만 몰락의 원인 중 하나가 부동산 정책의 실패이지 않을까 싶다. 책에서도 드러나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내용들이 현재도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 또 하나의 문제이다. 처음에는 공부하는 느낌으로 읽었지만 결론적으로 공감을 가지게 된 이유도 딱 그 지점에 있었다. 너무나 비슷한 양상을 띄고 있다는 것. 역사 이야기를 읽으면서 현실성을 느낀다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 말이다. 여러 모로 무거운 마음이 들었다.

저자는 마지막에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앞으로 관심을 가지고 바꾸다 보면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을 담는데 더욱 생각이 많아졌다. 부디 평등한 세상을 원하고 있으며, 그렇게 노력하고 있지만 그게 이루어질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는 점에서 복잡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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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끌로이
박이강 지음 / 북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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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책을 읽는 사람은 서로 아는 사이나 마찬가지라던데. / p.9

이 책은 박이강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최우수상 수상작이라는 문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전에 읽었던 작품들이나 단편 수상 공모전 작품집도 꽤 인상 깊게 읽었던 터라 이제는 믿고 보는 수상작 중 하나이기에 더욱 기대가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지유라는 인물이다. 그동안 어머니의 기대에 부응하면서 살아오기도 했다. 착실하게 공부했고 뉴욕에 유학을 떠나 외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뉴욕에서 끌로이라는 인물을 만나게 되면서 지유는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다. 끌로이는 지유와 다르게 자유분방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유의 뉴욕 생활은 잿빛 우울함에서 무지개빛 활력으로 바뀌었다. 끌로이를 룸메이트로 불러들이기까지 한다.

지유가 끌로이에게 사람으로서의 소유욕을 가지기 시작하면서부터 조금 삐걱거리게 된다. 끌로이에게 지유는 유일한 친구이자 단 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지만 끌로이는 친구들 사이에 따로 차등을 두지 않는 듯했다. 그저 친구일 뿐이었는데 지유는 끌로이에게 단순한 친구 사이를 넘어 집착을 보인다. 결국 끌로이는 지유의 바뀐 행동에 지치게 되어 집을 나가기에 이른다. 이후 지유는 어머니의 건강이 나빠지면서 입국하게 되었고, 끌로이를 그리워한다.

읽으면서 두 가지의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반대 관계이다. 더 확실하게 이야기하자면 초반에는 지오디 노래인 '반대가 끌리는 이유'가 떠올랐다. 지유는 착실한 모범생 타입으로 전형적인 대한민국의 학생 역할을 가진 인물로 보였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이 있었지만 어머니의 기대에 어긋나는 일이라면 애초부터 시도하지 않는 유형인 듯했는데 자유롭게 살아가는 끌로이에게 이끌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니었을까. 지유가 끌로이에게 영향을 받으면서 긍정적으로 변화가 되는 모습은 참 보기 좋았다.

두 번째는 과유불급이다. 아무래도 지유는 친구 사이에 거리를 유지하는 법을 잘 배우지 못한 듯했다. 어머니와 자신의 관계에 빗대어 모든 인간 관계를 그렇게 유지하고자 하는 느낌이었다. 어머니에게 전부가 지유였기에 집착과 관심으로 그렇게 살아왔던 것처럼 지유 역시도 다른 누군가에게 어머니가 자신에게 했던 것을 그대로 하지 않았을까. 조금 뭔가 모르게 짠한 느낌이 들면서 역시 사람 사이에는 거리감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그 거리마저도 과하면 깨지기 마련이다.

아마 학창시절에 읽었더라면 조금 더 공감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학교를 다닐 때에는 친구들이 마치 나의 소유인 것처럼 관심과 집착을 보였던 때가 있었다. 친구가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면 질투가 나기도 했었고, 답장이 느리면 속으로 앓았던 것 같다. 그러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인간관계에 대한 미련을 조금씩 버리고 쿨하게 지내왔는데 지유의 모습들을 보면서 그런 시기를 많이 떠올리게 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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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돌보다 - 의무, 사랑, 죽음 그리고 양가감정에 대하여
린 틸먼 지음, 방진이 옮김 / 돌베개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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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저분한 집 꿈을 꾼다. / p.10

이 책은 린 틸먼의 에세이다. 제목을 보자마자 든 생각은 현실감이었다. 저자의 성별을 제목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는 점에서 어머니를 돌보는 딸의 이야기인지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미래에 경험할 일이기에 알고 싶은 마음에 선택한 책이다. 돌봄 노동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독자 중 한 명이기에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저자에게 어머니께서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이기 시작하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후 11년간 간병인, 언니 두 명과 함께 어머니를 돌보게 되었다. 처음 만난 신경과 전문의는 어머니를 알츠하이머 치매로 진단했다. 그러나 치매의 초기 증상과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었는데 다른 내과 전문의를 소개받아 다시 어머니의 질병을 듣게 된다. 조금은 생소한 질병인 '정상뇌압수두증'이었다.

이후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들을 시도하지만 어머니의 증세는 나아지기는커녕 안 좋아진다. 가끔 정신을 잃으시다가 다시 제정신으로 돌아오는데 전체적인 에세이의 내용들은 돌봄 노동으로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 어머니를 스쳐지나간 간병인들과의 일화 등을 다루고 있다.

질병의 이름과 내용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술술 읽혀지는 내용이었다. 특히, 어머니를 간병하는 딸로서의 양가감정이 큰 공감이 되어서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거기에 얇은 페이지 수의 책이다 보니 이틀 정도 퇴근 시간 이후에 두 시간씩만 투자하면 금방 완독이 가능할 정도의 분량이어서 좋았다. 머릿속으로는 돌봄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고, 감정적으로는 미래의 내 모습들을 그렸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첫 번째는 정상뇌압수두증이라는 질병명이다. 사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등장하는 하나의 장면이 떠올랐다. 극중 한 주인공의 어머니께서 집 비밀번호를 잊는다거나 아끼는 조카의 결혼식을 깜빡하는 등 증상을 보여 스스로 치매로 착각한다. 주인공의 친구이자 다른 주인공인 신경과 의사에게 수두증이라는 진단을 받고 다행이라고 우는 에피소드이다. 드라마이기 때문에 나름의 해피엔딩이었겠지만 병명조차 생소한 가족들에게는 이것 또한 결말이 어떻게 와닿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는 간병인의 존재이다. 저자는 상주 간병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듯하다. 간병인이 이주하면서 조카를 소개시켜 주었는데 안 좋게 떠났다. 읽으면서 내내 의문이 드는 내용이기도 했다. 어머니와 간병인 사이의 관계는 좋은 듯했지만 주변 지인을 아무렇지 않게 집에 초대한다거나 물건이 사라진다거나 등 조금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물론, 둘 사이의 소통이나 합이 맞는다는 게 가장 중요하겠지만 그것만 빼면 과연 좋은 간병인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읽고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 동료분과 나누었던 대화가 있었다. 과연 부모님께서 아프시다면 간병할 것인지 아니면 요양원에 모실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자녀의 상황이 안 된다면 좋은 요양원에 모시는 게 더 나은 선택일 것 같다고 대답하자 MZ 세대와 기성 세대는 조금 다른 듯하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러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는데 이 작품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남았다. 유교 문화가 예전에 비해 조금 흐려진 듯하지만 자녀이기 때문에 부모를 돌본다는 게 어떤 면에서는 의무감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저자의 어머니에 대한 양가감정이 가장 잘 드러난 이야기라는 느낌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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