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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조품 ㅣ 아르테 오리지널 25
커스틴 첸 지음, 유혜인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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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비행기부터 지옥이라는 거 당신도 잘 알 거야. / p.62
평소 세심한 편이 아니어서 그런지 진품과 가품을 구별할 수 있는 눈썰미가 없다. 알아챈다면 다른 사람들은 보자마자 바로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허접하다는 뜻일 것이다. 사실 명품 자체에도 큰 관심이 없어서 가지고 다니는 가방이나 잡화들은 전부 보세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니 진품이라고 한다면 거액의 돈을 지불해 사기를 당하지 않을까.
이 책은 커스틴 첸의 장편소설이다. 내용 자체가 흥미로워서 선택하게 된 책이다. 모조품에 얽힌 두 여자의 이야기가 궁금해졌고, 그 안에서 주는 시사점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들었다. 물론, 어떻게 보면 뻔하게 와닿을 수 있는 지점이겠지만 지금까지 그런 내용의 작품들을 접하지 못해서 더욱 흥미로울 것 같다는 기대가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에이바 라는 이름의 여성이다. 겉으로만 보면 전직 변호사이면서 성형외과 의사 남편을 둔 아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녀까지 남들이 부러워하는 모습을 갖춘 인물이다. 그러나 현재 에이바는 배경에 비해 불행한 삶을 살고 있는 듯하다. 자녀 양육으로 변호사 커리어를 유지하지 못하는 상황이며, 남편과도 그렇게 좋은 분위기는 아니다.
에이바에게 위니라는 친구가 등장하면서부터 크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위니는 조용한 성격을 가진 대학교 동창이었는데 십 년만에 나타난다. 그 사이 위니는 많은 것이 바뀌었다. 명품을 휘감고 화려하게 등장한 위니. 현실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에이바는 위니의 비밀스러운 제안에 넘어간다. 위니가 하고 있는 모조품 관련 사업에 발을 들이게 된 것이다. 초반은 에이바가 형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야기 자체도 그렇게까지 어렵지 않은 터라 후루룩 완독이 가능했는데 에이바의 시점에서 몰입되어서 읽게 되었다. 에이바를 보면서 사람은 저마다 사연을 가지고 산다는 진리가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부족할 것 없는 인간도 불법적인 일에 휘말릴 수 있으며, 그들 역시도 사람이기 때문에 남들처럼 자녀 양육과 부부 관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겉만 보고는 판단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지점에서 에이바가 명품이지만 속은 모조품이지 않을까. 사람의 인생을 물건의 진품과 가품으로 나눌 수 없겠지만 비슷한 맥락으로 보였다.
그밖에 겉으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 내면을 채울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건과 살아가는 가치를 정리할 수 있었다. 사실 줄거리만 보고 예상할 수 있는 내용과 생각이었다. 알고 읽는 작품이었지만 그 안에서 다시금 되새기는 기회가 되었던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독서가 되지 않았나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