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
캐런 조이 파울러 지음, 서창렬 옮김 / 시공사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들은 다들 자기들이 비밀의 존재라는 것을 모른다. / p.15

이 책은 캐런 조이 파울러의 장편소설이다. 사실 한국의 역사가 배경인 소설들도 잘 안 읽는 편이기는 하지만 이상하게 눈길이 갔다. 아마 부커상 후보작이었다는 띠지의 내용이 가장 결정적이지 않았나 싶다. 거기에 역사적 배경이 궁금해지는 내용이어서 더욱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부스 가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버지는 셰익스피어 연극 배우로, 열 명의 자녀를 두었는데 네 명은 잃었다. 여섯 명의 자녀들 중 일부는 아버지의 직업을 이어받아 연극을 했는데 나름 성공했던 듯하다. 그렇게 연극 배우 가문으로서는 대외적으로 명성을 얻었지만 알코올의존증을 앓고 있는 아버지, 출산과 양육을 반복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가문은 그렇게까지 좋은 집안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부스 가문이 역사적으로 언급이 된 것은 링컨 암살 사건 이후이다. 링컨을 암살한 범죄자로 아홉째 아들인 존 윌크스 부스이다. 그 역시 배우로서 활동했었던 인물이기도 하다. 소설의 이야기는 존 윌크스 부스에 대한 내용보다는 부스 가문의 다른 사람들을 조명하고 있다.

더디게 읽혀진 작품이었다. 링컨 암살 사건 자체만 알고 있을 뿐 언제 벌어진지, 어떤 이유인지조차도 모르는 상황이다 보니 줄거리를 온전히 받아들이기에는 지식이 너무 부족했다. 초반 스토리를 이해하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활용해 사전 정보를 같이 찾아가면서 읽었고, 어느 정도 이해가 된 이후부터는 등장인물들의 심리에 몰입할 수 있었다. 우선, 벽돌책이라고 불릴 정도로 무시무시한 페이지 수가 또 하나의 장벽이기도 했다.

링컨 암살이라는 역사적 사건이라는 점만 흥미로울 뿐 소설로 만나고 싶지 않은 내용이어서 아마 처음부터 끝까지 링컨 암살 사건에 대한 내용과 존 윌크스 부스의 심리를 다루었다면 중간에 멈췄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충분히 긴장감과 속도감을 가진 다양한 추리 스릴러 대체 작품들을 읽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끝까지 완독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나름의 생각할 수 있는 지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작품의 이야기 자체가 존 윌크스 부스와는 거리를 두는 대신 다른 형제들의 시선으로 전개가 된다. 그 지점에서 과연 가족이 범죄를 저지른다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질문과 답변을 찾아가면서 읽었다. 단순하게 범죄자라는 이유만으로 물보다 진한 피를 내칠 수 있을까. 단지 개인으로서 끝날 문제가 아닌 다른 가족 구성원들에게 미치는 변화, 더 나아가 그 구성원들이 사회에 나갔을 때에 꽂히는 대중의 시선까지 다양한 관점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페이지 수만큼이나 많은 질문과 답변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역사적 사건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인간과 가족에 대한 의미가 더 크게 다가왔던 작품이었다는 측면에서 흥미로웠다. 책을 덮은 이후에도 스스로 완벽한 대답을 내리지는 못했지만 한동안 이 이야기가 내내 마음을 무겁게 짓누를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