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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맥공주
이지연 지음 / 황금가지 / 2025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영험한 무당이시여, 가슴이 허전하여 견딜 수가 없습니다. / p.11
이 책은 이지연 작가님의 유고 단편소설집이다. 기본적으로 SF나 판타지 장르와 거리를 두고 있는 편인데 황금가지 출판사의 작품들은 그래도 믿고 읽는다. 스티븐 킹을 비롯해 서양 작가의 작품들도 발간하지만 다카노 가즈아키의 <건널목의 유령>, 현이랑 작가님의 <새들의 집>, 연여름 작가님의 <달빛수사> 등 특이하게도 나는 한국과 동양 작가의 작품들이 좋았다. 한국 작가님의 작품집이어서 고민도 없이 바로 선택했다.
소설집에는 표제작 <산맥공주>를 비롯해 총 여덟 편의 단편이 실렸다. 거기에 엮은이의 말, 그리고 편집자의 말이 함께 있는데 작가의 말은 없다. 그게 당연한 것이 언급한 것과 같이 유고 단편소설집이기 때문이다. 이지연 작가님께서는 2023년 8월에 세상을 떠나신 분인데 오랫동안 황금가지 출판사의 편집자로 근무하셨다고 한다. 새로 실린 작품들과 과거 다른 출판사에서 발간되었던 작품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펴내었다.
조금 어렵게 다가왔던 작품이었다. 그동안 스토리가 머릿속으로 그려지지 않아 재독한 적은 없었다. 재독은 무조건 인상 깊은 작품일 때만 가능한 일이었다. 이 작품집이 바로 그 개인의 생각을 깼다. 내용은 어렴풋이 알겠는데 부족한 상상력으로는 도저히 세계관이 머릿속으로 그려지지 않았다. 완독 이후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읽기 시작했다. 일주일이 꼬박 걸렸다. 그럼에도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개인적으로 <만찬: 콴 행성 라마 지역 상층부, 우위디야마구>라는 작품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세즈라는 인물이다. 세즈가 살고 있는 곳은 콴 행성이라는 곳이고, 콴 행성에 거주한 이들은 조금 특이한 식성을 가지고 있다. 바로 죽은 사람들을 먹는다는 것이다. 세즈는 이러한 식성에 불쾌함을 느끼면서도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먹는다. 세즈의 친구인 맥다이는 이러한 식성에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인다.
살고 있는 지구라는 행성은 사람이 죽으면 땅이나 바다 등 자연으로 그대로 돌아간다. 타인이 먹는다는 것은 생각하기 싫을 정도로 끔찍한데 읽는 내내 흥미로웠다. 죽는다고 과격하게 표현한 것이지만 소설에서는 인간이 쓰임을 다 했을 때에 먹을 수 있는 형태로 가공해 다른 인간들에게 공급이 된다. 맥다이가 인간에게 존엄성이 없다는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다른 이들의 몸속에 들어가는 이 행위가 존엄성을 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전반적으로 어려운 작품이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이게 어디까지나 개인 차이에 따른 결과인 듯하다. 상상력의 차이, 그리고 깊은 뜻을 내포하는 작가의 의도. 이 두 가지를 모두 이해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 아직 독서인으로서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광활한 평야를 달리는 듯한 착각을 주었던 <산맥공주>, 신비로운 설산에 갇힌 듯한 느낌을 주었던 <눈 속의 요정>까지 역사, 동화, SF, 판타지까지 어느 하나 빠질 것 없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