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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외로움은 삶의 방패가 된다 - 타인에게 상처받지 않고 나를 지키는 고독의 힘
에노모토 히로아키 지음, 장은주 옮김 / 북플레저 / 2025년 10월
평점 :


시간을 낭비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면 오히려 더 충실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 p.242
고독을 견디는 역치가 높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주변 지인으로부터 외로움을 느낀 적이 있냐는 물음을 받을 정도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외로움이라는 감정 자체를 잘 모르겠다. 이 정도면 고독을 즐기는 수준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고독을 느끼는 것도 좋다. 이때만큼 오롯이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없기 때문에 자주 가지려는 노력도 하는 중이다.
이 책은 에노모토 히로아키라는 작가의 책이다. 주제부터 흥미가 생겨 선택한 책이다. 보통 우리나라 사회에서 고독이라는 것은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듯하다. 그런데 고독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향했다. 고독에 대한 인사이트뿐만 아니라 즐기는 나름의 합리화도 필요했다. 이 부분에서 더욱 기대감을 가지고 페이지를 넘겼다.
책의 내용은 총 다섯 장으로 나누어져 고독에 대해 설명한다. 첫 번째는 스마트폰의 등장과 고독이 무슨 연관을 가지고 있는지, 두 번째는 스마트폰에 집중하면서 깊이 생각하지 않으려는 현대인, 세 번째는 스마트폰이 초래하는 인간 단절의 두려움, 네 번째는 고독을 즐길 수 있는 방법, 다섯 번째는 고독이 주는 이로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급했던 것처럼 공통 주제는 고독이다.
술술 읽혀졌다. 평소 긍정적으로 생각했던 주제이기 때문에 마음은 열려 있는 상태이다. 거기에 내용 하나하나가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저자가 말하는 이야기가 그대로 머릿속으로 그려졌는데 어느 측면에서 나름 공감이 되기도 했었다. 통계나 문화가 일본 위주로 흘러가고 있기는 하지만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했다. 300 페이지가 되지 않은 책이었고,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이면 충분히 완독이 가능하다.
개인적으로 스마트폰이라는 기기에 대해 깊게 생각하면서 읽었다. 단순하게 인터넷 중독이 아니라 스마트폰에서 맺어진 관계나 SNS의 부정적인 면이 고독과 연결된다는 게 흥미로웠다. 다른 이의 댓글과 반응에 즉각적으로 반응한다거나 이들과의 관계에 전전긍긍하는 모습들, 스마트폰을 붙들면서 짧은 매체에 익숙해져 책처럼 긴 문장이나 내용을 읽지 못하는 끈기 부족 등 당연하고도 뻔하지만 이 부분들이 새삼스럽게 와닿았다.
고독의 역치가 높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읽다 보니 그 시간을 스마트폰으로 채웠던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온전히 혼자로서 보낸 시간이 많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독서하는 시간에 스마트폰을 멀리하게 되지만 조금 더 멀리 두고 책과 친해지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내 나름의 다짐도 하게 되었다. 여러 모로 재미있게 다가왔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