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오브 도어즈
개러스 브라운 지음, 심연희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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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중요해요. / p.15

책을 통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기술은 종종 상상해 볼 법하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나라면 책을 가지고 어디로 떠나고 싶을까. 굳이 고르자면 이를 비행기처럼 이용해 가보고 싶은 나라이거나 과거로 돌아갈 수 있으면 한다. 전자는 비행기값 아껴서 이것저것 여행 다니는 게 좋고, 후자는 사랑했지만 떠나보냈던 이들에게 조금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미지의 세계는 조금 아닌 것 같다.

이 책은 게러스 브라운이라는 영국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제목부터가 마음에 들었다 직역을 하자면 '문의 책' 정도로 읽혀지는데 책을 주제로 하는 판타지 소설들이 생각보다 흥미로웠다. 물론, 상상하기 어려운 지점들이 꽤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늘 옳기 때문에 그 역시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신작으로 선택하게 된 것이다. 판타지 세계가 기대가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캐시라는 인물이다. 캐시는 서점에서 근무하는 직원으로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서점 단골인 존 웨버와 평소와 다름없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웨버는 <몬테 크리스토 백작>을 읽고 있었다. 서점 문 닫을 시간이 될 무렵, 웨버의 자세가 이상하다. 가까이 가서 확인해 보았는데 웨버의 눈은 생기가 없으며, 누가 봐도 죽은 사람의 모습이었다.

구조대와 경찰이 떠나고 난 후 캐시는 웨버가 있었던 곳 근처에서 'Book of doors'라는 이름의 책을 발견한다. 안을 열어보니 마치 웨버가 이 사실을 알고 있기라도 한 듯 캐시에게 남긴 편지가 함께 들어 있었다. 의문을 가지고 집에 와 친구인 이지와 책을 펼쳐 보았고, 다른 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캐시와 이지가 누군가에게 쫓기면서 책을 지키고,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반적으로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사실 두께가 꽤 있는 편이어서 초반에는 걱정을 많이 했다. 또한, 요즈음 판타지 장르의 소설을 거의 읽지 않았던 것도 하나의 이유였는데 그 걱정과 부담이 무색하게 금방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판타지 요소를 가장 크게 담고 있지만 그 안에 벌어지는 일들이 약간 스릴러나 추리 장르에서 볼 수 있는 긴장감을 준다는 측면에서 흥미롭게 와닿은 듯하다. 대략 서너 시간에 충분히 완독이 가능할 정도의 책이었다.

인상적인 어느 하나의 특정한 장면보다는 스토리의 전반적인 흐름이나 느낌이 인상적으로 남았던 작품이었다. 보통 책으로 공간적인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는 꽤 많이 접했지만 그런 소설들과는 조금 달라서 재미있었다. 주인공에게 쥐어 주는 식의 교훈보다는 책을 지키기 위해 도망을 다니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 무언가를 깨닫게 되는 지점이 만족스러웠다. 오랜만에 판타지 소설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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