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 상·청춘편 - 한 줄기 빛처럼 강렬한 가부키의 세계
요시다 슈이치 지음, 김진환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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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쿠오는 느릿하게 교정으로 걸어 나오는 행렬 속에서 배에 닿은 단도를 꽉 움켜쥡니다. / p.77

고등학교 무렵, 가족과 함께 영화 <왕의 남자>를 본 기억이 있다. 원래 사극 영화나 드라마를 크게 선호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부모님께서 원하시기에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앉았다. 벌써 이십 년이 넘은 영화인데 아직까지 공길과 장생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줄타기에서 높게 뛰어오르는 마지막 장면은 더욱 잊을 수가 없다. 주기적으로 찾아 보는 영화는 아니지만 인상 깊게 남았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이 책은 요시아 슈이치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솔직하게 선호하는 류의 스토리는 아니었다. 그런데 박찬욱 감독님의 <어쩔 수가 없다>의 원작 소설 <액스>를 읽고 영화로 제작된 작품들 조금씩 찾아 보고 있기 때문에 관심이 생겼다. 언급한 것처럼 <왕의 남자> 역시도 원래 취향과 다르다는 측면에서 이 작품도 나름 임팩트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들었다.

소설은 야쿠자들이 모인 신년회에서부터 시작된다. 신년회에서 곤고로는 무대에 선 하나이 한지로를 알아 본다. 한지로는 오사카 지방에서 가부키 명문가의 자손이었는데 아래 부하의 연으로 그곳에서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날, 곤고로가 반대 측의 습격으로 숨을 거두었다. 아버지를 잃은 키쿠오가 한지로가 있는 곳으로 찾아가 가부키를 배우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과연 키쿠오는 가부키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을까.

술술 읽혀지면서도 어렵게 다가왔던 작품이었다. 우선, 가부키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다. 원래 예술 관련 책들을 접하지 않았는데 매체에서만 보던 가부키를 활자로 읽다 보니 이에 대한 이해가 쉽지 않았다. AI의 도움을 받아 조금씩 가부키가 눈에 들어오면서부터 속도가 붙었다. 또한, 야쿠자도 한국에서는 조금 생소한 개념의 조직이어서 읽는 것 자체가 하나의 도전처럼 느껴졌다. 360 페이지 전후의 작품이었는데 네 시간이 걸렸다.

읽는 내내 언급했던 영화 <왕의 남자>와 김태리 배우와 신예은 배우 주연의 드라마 <정년이>가 묘하게 겹쳐서 보였다. 굳이 고르자면 전자의 작품이 조금 더 비슷하기는 하지만 배우로서의 성장과 라이벌 구도 등이 후자와도 어느 정도는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다. 초반에는 키쿠오의 인생이 참 얄궂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행복하지 않은 환경에서 자랐는데 그마저도 잃어버린 키쿠오가 가부키를 만나 청춘을 관통하는 게 흥미로웠다.

하 편을 아직 읽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말을 아끼고 싶다. 하지만 상 편을 읽으면서도 충분히 청춘이라는 것이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에는 크게 문제가 없었던 듯하다. 과연 키쿠오와 그들의 이야기는 어떻게 흘러갈까. 이 지점이 많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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