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지기 쉬운 영혼들 - 우리가 무너진 삶을 회복하는 방식에 관하여
에리카 산체스 지음, 장상미 옮김 / 동녘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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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해도 우리의 삶이 단순하게 그려져서는 안 된다. / p.8

이 책은 에리카 산체스의 에세이다. 이민자의 삶이 드러난 소설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독자로서 작가의 첫 소설이었던 '나는 완벽한 멕시코 딸이 아니야' 라는 작품을 읽으려고 기회를 보고 있었다. 당시 출간되었을 때에는 서평 이벤트에 참여할 정도로 눈여겨 보고 있었는데 책을 구매한 지금까지도 아직 읽지 못했다. 작가의 작품을 읽은 적은 없지만 나름 눈에 익은 이름 중 하나여서 자연스럽게 읽게 되었다.

가지고 있는 정신적인 질병, 성관계에 대한 생각들, 가정사, 한 번의 결혼과 이혼, 그동안 만났던 이성과의 관계 등 어떻게 보면 치부라고 불릴 수 있는 이야기들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드러난 책이다. 그렇다고 해서 꼭 부정적인 이야기들만 실려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뿌리에 대한 진솔한 생각도 읽을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작가의 삶 그 자체가 그대로 녹아 있는 에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게 어려운 문장이나 단어가 등장하지 않아서 술술 읽히기는 했는데 큰 장벽들이 종종 보여서 책이 더디게 읽혀졌다. 심지어 페이지 수가 보통 책들과 크게 다르지 않고, 에세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소설을 읽을 때보다 더 빠르게 완독하는 편인데 평균 읽었던 속도보다는 늦게 읽게 된 듯하다. 그래도 드러난 내용 자체가 흥미로워서 내내 책장을 붙잡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장벽이 크게 다가왔다. 아무래도 성에 대한 관념이 대한민국 문화와 다르다는 점에서 불편함을 느낀 탓이다. 처음 딱 열자마자 등장하는 에피소드가 여성의 생식기 질환 투병기에 대한 내용이었고, 전 이성 친구들과 나누었던 성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나름 그동안 문학 작품들을 읽으면서 다져진 내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문화적 차이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던 부분이다.

반면, 이민자로서 살아가는 작가의 이야기들은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멕시코계 이민자인데 외모에 대한 지적부터 본토 발음과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무시하기까지 미국 사회에서 무례한 언행으로 많은 상처를 받아온 듯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특징은 백인을 유쾌하게 깐다는 점이다. 마치 백인이 다른 유색 인종을 조롱하듯 말이다. 사실 차별을 받는다고 해서 상대를 똑같이 한다는 것은 잘못된 태도이기는 하지만 작가는 멕시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풍자를 곁들여 이들을 비판한다. 이 지점이 너무 흥미로웠다.

읽는 내내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이민자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들을 읽었지만 이렇게 직설적으로 적힌 책이 있었나 싶었다. 작가의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었지만 가까이에서 접하니 비극처럼 보였다. 물론, 한낱 독자인 내가 그녀의 인생을 재단할 수는 없겠지만 묘하게 마음이 아파왔다. 작가의 모든 이야기들이 공감이 되었던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어디에 속하지 못했던 이방인으로서의 삶은 앞으로 많은 응원을 보내게 될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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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성 문화, 사색 - 인간의 본능은 어떻게 세상을 움직였나
강영운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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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고대 그리스인들은 그리스 남신을 '고개 숙인 남자'로 포현했을까요? / p.13

이 책은 강영운 선생님의 문화 서적이다. 분야에 따라 읽는 비율이 큰 차이를 보이는데 자주 안 읽는 역사 서적보다 더 접하기 힘든 분야가 문화이다. 관심 있는 야구 데이터 책은 종종 읽지만 그 이외에 미술이나 스포츠 등의 문화를 다룬 책들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편이다. 조예라고 할 것도 없이 지식 자체가 없기 때문에 늘 어렵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우연하게 시선이 가서 읽게 된 책이다.

제목 그대로 역사 안에서 다루었던 성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세계사에서 드러난 성 역할이나 문화들을 마치 수업 시간에 설명하듯 소개해 주는 책이다. 사실 역사와 문화의 조합이라는 점 자체가 하나의 큰 장벽처럼 느껴졌는데 막상 읽고 보니 참 흥미로웠다. 유명한 IT 기업의 로고와 관련된 '앨런 튜링'의 이야기는 이미 알고 있었는데 다시 읽고 보니 새삼스럽게 떠오르기도 했다.

그림과 문체가 술술 읽혀졌다. 특히, 구어체로 서술이 되어 있다 보니 마치 전시관이나 박물관의 옆자리에서 해설사 선생님께 직접 듣고 있는 듯한 착각을 받을 정도인데 잘 몰랐던 부분도 이해하기 쉽게 적힌 책이어서 친절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보통 책보다 큰 판본을 가지고 있는데 금방 완독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읽었다.

개인적으로 첫 파트부터 인상적으로 남았다. 미술에는 큰 조예가 없지만 역사나 미술 관련 과목을 들을 때마다 혹은 교양 프로그램을 시청할 때마다 등장하는 동상이 사진으로 펼쳐져서 익숙했는데 그동안 그 동상의 사진을 보면서 궁금했던 점을 속시원하게 풀어 주어서 호기심을 가지고 읽었다. 이 사실을 누군가에게 물어보기도 참 애매하고, 그렇다고 검색하기에도 민망하다 보니 속으로만 가지고 있었던 의문이었다.

바로 그리스 동상에서 보이는 성기의 크기이다. 남성성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크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고, 인터넷에서 우연히 본 글들 역시도 '크기가 크면 좋다더라.'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런데 왜 고대 그리스의 동상들은 작게 표현했을까. 성기가 욕망의 지표이며, 욕망보다 교양을 더 높게 보고 있었기에 드러난 사회상이라는 것이다. 그 흐름은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에게도 표현이 되었다고 하는데 지금과 달라서 많이 흥미로웠다.

그렇게 성이라는 주제 자체에 큰 관심이 없는 편임에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개방적이라고는 하지만 유교 사회인 대한민국에서 성 자체가 터부시 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모처럼 다 풀고 통쾌하게 접할 수 있는 상식들이어서 만족스러웠다. 종종 관심이 가는 주제나 흥미로운 내용은 다시 재독하게 될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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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와 만나 사랑에 빠질 확률 아르테 미스터리 21
요시쓰키 세이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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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운명적인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것이다. / p.9

운명이라는 게 참 묘하다. 내가 겪을 사건에 대한 운명을 믿는 편이지만 사람 관계 사이의 운명은 믿지 않는다. 주위에서는 '우리가 친구로 만날 운명이었어.','우리는 운명인가 보다.'라는 말을 자주 듣지만 정작 내 자신은 그것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 서운하게 느낄지 모르겠지만 어느 누가 있든 어차피 만날 것이며, 이렇게 옆에 붙어 있는 이유는 서로 잘 통하기 때문이다. 사람 관계는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은 요시쓰키 세이의 장편소설이다. 출판사에서 발간된 작품 중에서 영미 소설을 많이 읽었는데 이상하게 일본 작품들이 더욱 큰 만족감을 주었다. 사와무라 이치의 작품들로 공포 장르의 소설에 매력을 느꼈고, 요시다 에리카의 작품이 딱 취향에 맞았다. 그래서 이번 신작 역시도 일본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큰 기대를 했다. 거기에 로맨스 장르면 더 말할 것도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은 미쓰야 구온으로, 등교하는 길에 우주와 양자역학 도서를 읽는 것이 즐거움이며, 운명을 믿지 않는 학생이다. 평소 조용한 성격으로 동급생들과 그렇게까지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하는 스타일로 보인다. 그런 미쓰야에게 첫눈에 반했다고 다가온 간다 이노리를 만난다. 말도 붙이지 않았던 이노리는 미쓰야가 자신의 운명이라고 밝히며 쫓아다녔다. 그렇게 두 사람은 강제로 연애하게 되었고, 미쓰야는 이노리, 한 학년 선배 다쓰미와 조금 껄렁하게 보이는 동급생 아마미야와 우주 동아리에 속하게 된다. 그렇게 조금씩 미쓰야는 변화된다.

짧은 페이지 수인데 더디게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그동안 로맨스 작품은 다른 장르 소설과 다르게 빠르게 이해해 읽는 편이었는데 이 작품은 조금 달랐다. 주제부터 전혀 관심이 없는 양자역학을 포함한 물리, 지구과학에 대한 지식이 등장하기 때문이었다. 이해하지 않아도 전체 스토리를 읽는 것에 큰 문제가 없기는 했지만 등장 인물의 관계에 집중하다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과학 상식들로 머리가 어지러웠다.

개인적으로 미쓰야의 감정에 크게 공감되었다. 미쓰야는 부모를 읽고 혼자 살아가는 인물로 등장하는데 어쩌면 동급생들과 많은 교류를 하지 못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자의는 아니었지만 가족들이 미쓰야를 떠나면서부터 자신의 편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거기에 핏줄이 아닌 타인은 더욱 믿을 수 없지 않았을까. 우주와 양자역학이라는 세계에 몰입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환경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해가 되었다.

누가 보면 무례하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는 이노리에게 빠르게 빠지는 게 조금 의외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그마저도 미쓰야의 심정에 이입되었다. 그들과 교류하면서 마음을 주고, 의지하는 모습들이 너무 흐뭇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드러난 사건과 이를 풀어가는 방식이 당황스러웠다. 결말 역시도 지극히 사적인 기준에서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용과 구성을 떠나 이 지점들이 아쉬웠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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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임수의 섬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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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토내해는 평소와 다름없이 평온한 밤을 보내고 있었다. / p.7

이 책은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장편소설이다. 줄거리를 보지 않고 표지만 보고 선택한 책이다. 사실 정보가 없을 때에는 일본 작가의 작품 중에서 비슷한 맥락을 가진 내용을 상상했었다. 표지는 조금 다르면서도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 작품이 너무 인상 깊었기 때문에 이 작품에도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설은 중학교 3학년 두 명과 중학교 2학년 한 명이 배를 타고 나가는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중학교 2학년인 사키누마는 다른 지역에서 이사를 온 인물이며, 다른 두 명의 선배는 토박이인 듯하다. 밤낚시로 물고기를 내다 팔기 위해 배를 몰래 가지고 바다로 나왔다. 사이다이지가 집안의 별장 섬 근처에 배를 정박했던 이들은 희귀한 광경을 목격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배가 전복되는 사건을 겪는다. 그곳에서 사키누마는 바다로 빠져들어간다.

이들의 사건이 지난 이후에 사이다이지가의 가족들이 그 별장에 모이는 것으로부터 배경이 바뀐다. 사이다이지가 사장이 사망하면서 가족들 모두 모였을 때 전달하라는 Part 2 유언장을 남긴다. 그 유언장을 읊기 위해 고문 변호사의 딸인 야노와 가족 중 한 사람의 의뢰로 섬에 오게 된 사립 탐정 고바야카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스님 한 사람이 같은 배를 타고 별장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오너의 딸이 사망해 대신 왔던 그의 아들 쓰루오카가 시신으로 발견된다.

꽤 두꺼운 페이지 수의 작품인데 생각보다 흥미롭게 읽었다. 하루 정도에 금방 완독이 가능할 정도였고, 트릭과 범인을 추리하는 재미가 있었던 작품이었다. 추리 장르에 큰 소질이 없음에도 계속 페이지를 넘기게 되는 매력이 있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었고, 나름 만족스러웠다.

사실 초반에는 중학생 세 명의 사건과 사이다이지가 가문의 사건의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 아예 별개의 사건으로 보여서 '왜 중학생들의 이야기가 여기에 실린 거지?'라는 의문을 가졌다. 그러다 중반부에 이르러 23년 전 사건으로 추측하기는 했었지만 완벽하게 두 사건이 연결되기 전까지는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뭔가 이유가 있기에 그 사건을 발생시켰겠지만 알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결말에서 뒷통수를 강타하는 느낌을 받았다. 등장 인물들이 엮인 회사마저 어느 하나 설정 자체가 그냥 있지는 않았던 작품이었다. 그래서 더욱 소름이 돋았던 부분이기도 했다. 읽으면서 '이런 방법으로 사람을 죽인다고? 그게 가능하다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하게 과학적인 지식이 맞아 떨어지는지 잘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거기에 유머 미스터리의 일인자라는 수식어가 너무 잘 어울리게 감초 역할의 등장 인물에게 정들어서 그게 가장 묘하게 느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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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청소부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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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파 미스터리 장르가 아닌 휴먼 미스터리로 돌아온 나카야마 시치리 작가님의 신작이 너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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