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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와 만나 사랑에 빠질 확률 ㅣ 아르테 미스터리 21
요시쓰키 세이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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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운명적인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것이다. / p.9
운명이라는 게 참 묘하다. 내가 겪을 사건에 대한 운명을 믿는 편이지만 사람 관계 사이의 운명은 믿지 않는다. 주위에서는 '우리가 친구로 만날 운명이었어.','우리는 운명인가 보다.'라는 말을 자주 듣지만 정작 내 자신은 그것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 서운하게 느낄지 모르겠지만 어느 누가 있든 어차피 만날 것이며, 이렇게 옆에 붙어 있는 이유는 서로 잘 통하기 때문이다. 사람 관계는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은 요시쓰키 세이의 장편소설이다. 출판사에서 발간된 작품 중에서 영미 소설을 많이 읽었는데 이상하게 일본 작품들이 더욱 큰 만족감을 주었다. 사와무라 이치의 작품들로 공포 장르의 소설에 매력을 느꼈고, 요시다 에리카의 작품이 딱 취향에 맞았다. 그래서 이번 신작 역시도 일본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큰 기대를 했다. 거기에 로맨스 장르면 더 말할 것도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은 미쓰야 구온으로, 등교하는 길에 우주와 양자역학 도서를 읽는 것이 즐거움이며, 운명을 믿지 않는 학생이다. 평소 조용한 성격으로 동급생들과 그렇게까지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하는 스타일로 보인다. 그런 미쓰야에게 첫눈에 반했다고 다가온 간다 이노리를 만난다. 말도 붙이지 않았던 이노리는 미쓰야가 자신의 운명이라고 밝히며 쫓아다녔다. 그렇게 두 사람은 강제로 연애하게 되었고, 미쓰야는 이노리, 한 학년 선배 다쓰미와 조금 껄렁하게 보이는 동급생 아마미야와 우주 동아리에 속하게 된다. 그렇게 조금씩 미쓰야는 변화된다.
짧은 페이지 수인데 더디게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그동안 로맨스 작품은 다른 장르 소설과 다르게 빠르게 이해해 읽는 편이었는데 이 작품은 조금 달랐다. 주제부터 전혀 관심이 없는 양자역학을 포함한 물리, 지구과학에 대한 지식이 등장하기 때문이었다. 이해하지 않아도 전체 스토리를 읽는 것에 큰 문제가 없기는 했지만 등장 인물의 관계에 집중하다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과학 상식들로 머리가 어지러웠다.
개인적으로 미쓰야의 감정에 크게 공감되었다. 미쓰야는 부모를 읽고 혼자 살아가는 인물로 등장하는데 어쩌면 동급생들과 많은 교류를 하지 못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자의는 아니었지만 가족들이 미쓰야를 떠나면서부터 자신의 편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거기에 핏줄이 아닌 타인은 더욱 믿을 수 없지 않았을까. 우주와 양자역학이라는 세계에 몰입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환경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해가 되었다.
누가 보면 무례하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는 이노리에게 빠르게 빠지는 게 조금 의외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그마저도 미쓰야의 심정에 이입되었다. 그들과 교류하면서 마음을 주고, 의지하는 모습들이 너무 흐뭇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드러난 사건과 이를 풀어가는 방식이 당황스러웠다. 결말 역시도 지극히 사적인 기준에서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용과 구성을 떠나 이 지점들이 아쉬웠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